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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104)꽃 피어 방실방실 벌 나비 춤추고 시냇물 졸졸 흘러 계곡을 감도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로구나. 아리랑 띄여라 아라리로구나. 작품감상 새 봄이 왔다. 꽃은 다투어 피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벌 나비는 제 흥을 못 이겨 어깨춤을 추네. 겨우내 얼었던 시냇물 풀려 계곡을 감싸 흐르니 만화방창 때는 좋다, 절로 이는 이 흥을 어찌 할거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지고. 글씨에 흥을 실어 꽃 바탕 문양지에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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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102)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 봉 구암사 절 부처님 전에 영연에 초를 밝혀 소리 삼 장 올리고 아들 딸 날라고 삼재불공을 말고 내 문전에 들은 손님 괄세를 마오 자식이 귀한 집에서는 아들딸을 얻기 위해 삼년 불공을 마다 않았다. 팔자에 없는 자식일수록 원은 간절하였고, 금강산에 있는 구암사, 유점사 등 영험하다는 여러 절 길이 닳았다. 자식 귀한 어느 집에서 든 손님을 박대하였나 보다. 삼재불공 보다도 내 집에 든 손님을 잘 대접하여 복덕을 쌓으라고 일침을 가한다. 인심이 천심인 것이다. 민체로 흘려서 편하게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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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101)님이 날만치 사랑을 한다면 가시밭길 천리라도 맨발로 가노라.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작품감상 사랑은 바라는 것 없이 아낌없이 주는 것임을 모르지 않지만 사랑이 간절할수록 목이 마른 것도 인지상정(人之常情). 맨발로 가시밭길 헤쳐 기꺼이 달려가고 싶은 여인의 애달픈 사랑을 가락을 얹어 고체로 표현했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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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99)아령아령 아라리야 아르랑 고개로 넹겨넹겨 주게 산중귀물(山中貴物)은 여름 다래 넌출 인간(人間)에 귀물(貴物)은 너와 나로구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작품해설 세상천지 만물중에 사람밖에 또있는가 여보시오 시주님네 이내말씀 들어보소 회심곡은 이렇게 시작된다. 산중의 열매는 열음과 다래가 가장 귀하고 사람 중에는 사랑하는 그대와 내가 귀하기로 으뜸이다. 문양 색지에 흥을 실어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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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91)십오야 밝은 달은 꿈속에 놀고 우리 님과 한 가지로 달 따러 가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흥 흥 흥 아라리가 났네 작품감상 꿈속에서나 임과 함께 할 수 있다. 둥싯 뜬 보름달을 같이 즐기고 싶지만 달이 밝을수록 외로움은 더욱 깊다 선면에 고체로 둥글게 배치하여 십오야 밝은 달을 형상화 했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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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사설 (87)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느냐 날 두고 가시는 님 가고 싶어 가느냐 십오야 밝은 달은 내 사랑 같고 그 놈의 어둔 밤은 내 간장 녹이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작품감상 불가피한 이별의 사정을 번연히 알건만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아쉬운 정과 고독의 쓰라림은 사랑을 앓는 이의 숙명과도 같은 과보런가. 두 소절의 노래를 연달아 쓰고 후렴구를 뒤에 놓았다. 고체와 민체 정자로 정갈한 느낌을 표현하였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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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사설 (86)화조월석 가는 춘풍 어이 막으리 귀밑에 오는 백발 그 누가 막으리 아리아리 얼수 아라리요 아리랑 얼시구 노다 가세 * 화조(花朝): 꽃피는 아침. 음력 2월 보름 * 월석(月夕): 달 밝은 밤, 음력 8월 보름날의 달밤 * 화조월석(花朝月夕): ① 아침에는 꽃이 피고 밤에는 달이 밝은 화창한 봄. ② 봄이 한창인가 했더니 어느새 중추의 보름달이 밝다는 뜻으로 세월의 빠름을 비유. 작품감상 아침에 꽃피자 어느새 저녁달이 떠오르네. 청춘인가 했더니 어느덧 귀밑머리 허연 백발. 봄바람은 속없이 불어 덧없는 세월을 재촉하고 흐르는 세월을 어쩌지 못하는 이 무력감이여. ‘아라리오’ 유인을 머리에 찍어 주제를 선명하게 나타내고 인면을 중심으로 노랫말을 배치하여 자연스런 흐름을 유도하였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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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사설 (82)감꽃을 줏으며 헤어진 사랑 그 감이 익을 땐 오시만 사랑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랄리요 아리아리 얼시구 노다가세 작품감상 헤어지며 한 기약은 대개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이 무상하기 때문이다. 가을엔 오마 하던 봄의 약속 또한 허랑하게 되고야 말았다. 그래서 이별에는 늘 기약이 없고 이별은 언제고 쓰다. 본문을 고체로 자재하고 써서 약속의 무게를 나타내고 후렴구를 날려 써서 기다림에 지친 심산한 마음을 표현했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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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사설 (78)우수나 경칩에는 대동강(大同江)이 풀리고 정든 님 연사(戀辭) 말씀에 내 속이 풀리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로구나 아리 아리랑 고개 저 춤에 날 넘겨주게 물 본 기러기 꽃 본 나비야 탐화봉접(探花蜂蝶)하네 나비가 꽃을 보고서 거저 지날손가 *연사(戀辭) : 사랑을 고백하거나 그 속내를 드러내는 언사. *탐화봉접(探花蜂蝶) : 꽃을 찾아다니는 벌과 나비.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여 찾아가는 남자를 비유하는 말. 작품감상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애를 태운다. 만나는 순간은 늘 짧기만 하고 돌아서면 그리움이 사무치고.... 사랑으로 매번 독하게 앓으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함정에 기꺼이 빠지는 심사는 전에도 지금도 아는 이 없어라. 후렴구를 가운데 배치하는 형식으로 1, 2절을 함께 다루었다. 노래의 적절한 의미전달을 위해 단정한 고체로 정연하게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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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72)귀또리 저 귀또리 어여쁠 사 저 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에 절절히 슬픈 울음 사창에 여윈잠을 살뜰히도 다 깨운다. 네 비록 미물이나 무인동방에 내 뜻 알기는 너뿐인가 하노라 작품감상 밤은 깊어 달 기울고 어느덧 날도 새려하네. 이제나저제나 임 오시길 기다리다 언뜻 잠이 들었나. 임 그리는 내 맘을 알기라도 하듯 사창의 귀뚜라미는 절절히 울어 설 풋 든 잠을 깨우는구나. 허전한 내 마음을 헤아려 우는 귀뚜라미가 어여쁠밖에. 민체로 절절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쫓아 쓰다. *무인동방(無人洞房): 주인 없이 홀로 지새는 빈방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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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69)금준에 가득한 술을 옥잔에 받들고서 심중에 원하기를 만수무강 하오소서 남산이 이 뜻을 알아 사시상청 하시다 작품감상 궁체는 조선 중기 소설류와 언간의 필사를 위해 궁중에서 서사상궁에 의해 사용되고 정리된 서체이다. 낙성비룡, 옥원중회연 등에서 보이듯이 지극히 정제된 단아한 서체이다. 해방을 맞아 한글서예의 주요서체가 되었다. 지금 까지도 궁체의 전형(典型)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필사의 특성 상 세로로 지나치게 긴 불합리한 조형과, 황모필로 소자를 필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과장된 기필(起筆: 붓을 처음 댔을 때 생기는 획의 현상) 등 조형상의 모순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궁체조형에 획기적인 변화를 준 이가 일중 김충현 이다. 일중이 해방 후 출간한 ‘우리 글씨 쓰는 법’은 필사위주의 궁체조형을 서예로서의 한글서체조형으로 전환하여 서체의 불균형을 해소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음에서 획 간의 균형을 확보하고, 초, 중, 종성의 결합에서 황금비율을 확보하면서 조형적 안정을 가져왔고, 대자 서사에서 기필이 단순해지면서 튼튼한 결구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이른 바 필사 목적의 궁체에 대비되는 현대적 궁체조형이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익종이 부친 순조의 만수무강을 비는 시로 궁체정자를 이용하여 썼다. 일중의 궁체조형을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문맥상에서 강약을 주기위해 "ㅣ”를 단순화하고 글자 크기를 임의로 하여 지면의 흐름에 변화를 주었다. *익종: 조선 23대왕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로 본명은 이호(李昊)이다. 안동김씨 세도정권에 맞서 개혁을 추진하였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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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사설전’을 마치며/이종선취월당 밝은 창가에서 이종선 시와 노래는 원래 하나이다. 노래가 시이고 시가 노래이다. 우리 시에는 낭만과 사랑이 들어있고, 정한과 흥이 녹아 배어 있다. 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매주 일 년이 넘도록 노래로 불리던 시를 붓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왔다. 우리의 시를 붓으로 노래한 것이다.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사설’을 연재하면서 나는 묘한 전율을 느꼈다. 붓이 시의 흥취와 운율의 고저장단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흐름은 미세하여 다른 이는 알 수 없을 것이나 나는 내내 이 느낌으로 글씨를 썼다. 평시조는 사설시조를 제외하고는 대개 45자 내외로 글자 수가 한정되어 있다. 제한된 글자를 한 서체로 연작連作한다는 것은 작가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같은 체제의 중복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마다 변화를 주는 일이 절실했고, 나는 매번 고심하였다. 고체, 궁체, 민체의 모든 한글서체를 총동원했고, 필 속의 완급緩急, 먹의 농담濃淡과 획의 윤삽潤澁을 활용하여 시의 내용에 부합하도록 하였다. 나아가 정, 장방형의 구도와 선면 형태 등 다양한 지면에 주제를 돋보이는 장법章法을 구사하였다. 종이도 장지, 한지 중국선지 문양지 등을 고루 써서 변화를 주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한글 서체 조형의 변화에 천착해 왔다. 한 글자가 지니고 있는 수평과 수직구조의 조형을 벗어나고, 정형화된 일정한 자간과 행간의 관계를 자유롭게 운용하는 것이다. 수평과 수직구조를 벗어난 불균형의 자형에서 생성되는 활동성을 이용하여 생동감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부정형적不定形的인 낱글자에 대소의 변화를 주어 글자와 글자를 조응하게 하고, 이때 발생하는 불균형을 다음 글자들의 조응을 통해 안정을 이루어 가면서 행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행의 운용에 있어서도 낱글자의 운용에서처럼 첫 행의 불안한 구조를 다음 행이 보완하면서 안정을 이끌고 행과 행이 조응하여 전체 화면의 균형과 조화를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내 작업의 핵심인 것이다. 크고 작은 돌들을 이리저리 쌓아 이룬 석축이나 돌담에서 느끼는 자연미와 조화미를 내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다. 이는 마치 개성이 다른 다양한 인간들이 소통하고 융화하면서 건강한 한 사회를 이루어 가는 과정과 같은 것이고, 서로 다른 식물들이 모여 산야를 이루고 각기 다른 물체들이 온천지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과 맞닿은 것이며, 이것이 바로 천연 속에서 순리를 따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삼라만상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필자의 이 작업은 주로 고체작품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개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서체이기 때문이다. 이 시도는 민체에서도 이어져 얼핏 같아 보이지만 작품마다 글자마다 모습과 표정을 달리하였다. 필자는 문자를 대함에 한자를 중국 글이라 보지 않는다. 오랜 세월 우리 문화에 젖어들어 체화되었고, 한자를 이용하지 않고는 의미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미 한자는 우리의 문자생활에서 따로 할 수 없어, 한문까지야 능통할 바 없다 하더라도 한자 자체를 모르는 체하는 것은 결코 지혜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한글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상형문자인 한자를 아울러 쓸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문자의 소리와 표정을 두루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한자를 끌어들이지는 않지만 독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작품에 기꺼이 이용한다. 이 연재 작품에 한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노래가 만들어질 당시 친숙하게 사용됐던 문투이기에 현대인들에게는 낯설지만 피할 까닭이 없다는 생각에 그대로 썼다. 특히 시인의 시상을 옮기려 하였고 창자의 흥을 얹으려 하였다. 글자와 행간에 운율을 실었고 붓 끝에 흥을 실어 붓으로 노래를 불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아 내 마음 속에서만 울리었고, 춤사위는 손가락 끝을 통해 보이지 않는 대로 붓 터럭의 가닥을 흔들었다. 작품을 쓰는 내내 태백이 되어 달빛 아래 술잔을 기울였고, 가끔은 도연명을 만나려 오류촌을 찾기도 했다. 황진이를 그리워하다가 이름 모를 시인을 만나 코가 삐뚤어지기도 여러 번. 세상에 좋다는 산촌 경개를 거침없이 두루 하였으며, 때론 속절없는 외로움에 가슴을 에다가, 있지도 않는 부귀공명을 버리고 끝내 운림 처사가 되었다. 고래 영웅들이 나누어 누린 복락을 나는 붓으로 노래를 부르며 독차지하였던 것이다. 이 아니 어찌 천복이 아니겠는가. 이번의 전시회는 국악신문에 2020년 9월부터 매주 연재하였던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작품 중 52점이 출품되어 백악미술관에서 12월 9일부터 1주일간 진행하였다. 내가 드러낼 수 있는 한글서예의 모든 것을 선보이는 기회였다. 붓으로 불린 우리 음악사설이 국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서예인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호응을 이끈 것은 성과라 하겠다. 귀한 지면을 허락해 주신 ㈜국악신문사에 큰 고마움을 전한다.(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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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65작품해설 白日은 西山에 지고 黃河는 東海로 든다 古來英雄은 北邙으로 든단 말가 두어라 物有盛衰니 恨할 줄이 있으랴. 작품감상 밝은 해는 떠서 서산 너머로 기울고 황하도 흘러흘러 끝내 동해로 들어가네. 지난 날 그 많던 영웅호걸도 결국은 북망산천으로 드는구나. 아서라. 이 세상 모든 것 흥하면 쇠하게 마련이니 한탄해서 무엇하리. *최충(崔沖, 984~1068)본관은 해주(海州). 자는 호연(浩然), 호는 성재(惺齋)·월포(月圃)·방회재(放晦齋). 고려 유학을 꽃피운 인물 고려전기 문하시랑평장사, 문하시중, 도병마사 등을 역임한 관리. 문신. 사학십이도(私學十二徒)의 하나인 문헌공도(文憲公徒)의 창시자이다. 70년 동안 현종·덕종·정종·문종의 네 왕을 섬기면서 나가면 장수요, 들어오면 재상으로서 나라 살림에 전력했다. 무딘 붓으로 획을 굵게 구사하여 질박하면서도 풍성한 느낌이 나도록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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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59아미산월반륜추(蛾眉山月半輪秋)와 적벽강상무한경(赤壁江上無限景)을 소동파(蘇東坡) 이적선(李謫仙)이 못 다 놀고 남은 뜻은 후세(後世)에 날 같은 호걸이 다시 놀게 함이라. 작품감상 가을 밤 아미산에 뜬 반달과 적벽강 위에서 바라보는 이 좋은 경치를 소동파 이태백이 다 놀지 못하고 가면서 남겨 놓은 뜻은 후세에 나 같은 호걸을 위해서라네. 아미산월반륜추(蛾眉山月半輪秋)는 이백의 시 아미산월가의 첫 구절로, 적벽강상무한경(赤壁江上無限景)과 더불어 삼설기(三設記)에도 나온다. 다른 사람의 시구를 차용하는 것은 얼핏 표절이랄 수 있지만, 한시에서는 별스럽지 않은 일로서, 오히려 자신의 박학을 은근히 과시하기 위해 흔히 사용 되고 있다. 이 시도 그런 아류로 전형적인 한문 투의 시이다. 이후백(李後白)은 조선 중종, 선조 연간의 문신으로 아호는 청련이다. <청련집>을 남겼다. 고체와 호태왕비의 필의를 살려 자유자재하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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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41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겨울 찬바람은 나무 끝에 불고 밝은 달은 눈 속에 찬데 만 리 국경 성루 에 올라 큰 칼 짚고 서서 길게 휘파람 불다가 크게 고함을 지르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구나. 작품감상 김종서 선생의 시이다. 선생의 호는 절재(節齋), 고려 우왕 9년~ 조선 단종 1년 연간의 문신이다. 세종 때 함길도관찰사로 북방개척에 나서 6진을 설치하고 두만강을 국경으로 확정하는 등 뛰어난 지략을 갖춘 무신이기도 하다. 이 시는 이때 지은 시로 당시의 장군의 호기로운 기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세종의 고명대신으로 수양대군의 계유정란 때 아들과 함께 처형당했다. 시의 기상을 한껏 드러내고자 호태왕비 필의를 살려 광개토대왕이 말을 타고 중원대륙을 누비는 기분으로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한얼과 醉月堂 등을 호로 쓰고 있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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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37사랑이 그 어떻더나 둥글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짧더냐 밟고 남아 재겠더냐 구태여 긴 줄은 모르되 끝간 데를 몰라라 작품해설 사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짧더냐 발로 밟아 잴만하더냐 얼마나 긴 줄은 알 수 없으되 끝이 어딘 줄은 나 모르겠네. 작품감상 사랑타령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실체도 없는 것이 애간장을 녹이고 가슴을 태우는 것도 늘 그렇다. 사랑이 병이 되어 밤을 밝히고 그리움으로 넋을 잃어가면서도 사람들은 사랑에 갇히고야 만다. 기꺼이......! 시인 이생진도 ‘시와 사랑’에서 ‘시 없이 술 맛 안 나듯 사랑 없이 살맛 안 나네.’라고 노래했다. 중국산 선면문양지에 민체로 정갈하게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한얼과 醉月堂 등을 호로 쓰고 있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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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25벽사창이 어른 어늘커늘 임만 여겨 펄쩍 뛰어 나가보니 임은 아니 오고 명월이 만정한데 벽오동 젖은 잎에 봉황이 나려 와서 긴 부리 휘어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다 맛초아 밤 일세 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우일 번 하여라 지은이 모르는 옛노래를 쓰다. 신축 매화 벙그는 이른 봄날 취월당주인 한얼이종선 작품해설 푸른 창문이 어른거려 임 오시나 펄쩍 뛰어 일어나 나가보니 임은 아니 오고 밝은 달만 뜰에 가득하네. 벽오동 젖은 잎에 봉황이 내려와 앉아 긴 부리를 휘어서 깃 다듬는 그림자로구나. 마침 밤이라서 다행이지 행여 낮이었던들 남 우스개 될 뻔했네. 작품감상 마음이 허하면 만물이 제 생각한 대로 보인다. 간절한 그리움으로 모든 형상이 임의 모습만 같겠거니 환영에 속은 머쓱한 심사를 노래했다. 민체로 한 숨에 내 달리듯 쓰니 이 또한 상쾌하지 아니한가. 바야흐로 일필휘지의 흥취는 서예에서만 맛 볼 수 있느니.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한얼과 醉月堂 등을 호로 쓰고 있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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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18시비에 개 짖거늘 임 오시나 반겼더니 임은 아니 오고 잎 지는 소리로다 저 개야 추풍낙엽을 짖어 날 놀랠 줄 있으랴 이천 이십일 년이 밝았다. 올 해는 무사평안하길 마음모아 비노라. 한얼이종선 사립문에 개 짖으니 임 오시나 보다. 반가운 마음에 놀라 나가보니 임은 보이지 않네. 야속타! 나뭇잎 지는 소리에 헛 우짖는 속없는 개여! 작품감상 그리움이 간절하면 괜한 것에도 솔깃해진다. 바람이 크면 실망은 배로 더 크다. 한밤중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픔이 절절하다. 작자미상의 시를 민체를 사용하여 새해의 무탈함을 비는 마음을 담아 단아하게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한얼과 醉月堂 등을 호로 쓰고 있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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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16이렇다 저렇다 말이 오르다 두리숭숭 빚거나 사거나 깊은 잔에 가득 부어 매일에 취키만 하고 깨지 말미 좋아라 이천 이십년 저문 날에 한얼 이종선 쓰다 작품해설 이렇쿵 저렇쿵 탈도 많고 말이 오르니 그르니 세상은 뒤숭숭 술을 빚던지 없으면 사서라도 마련하여 큰 잔에 가득 부어 날마다 취하여 차라리 깨지 않았으면 좋겠네. 작품감상 저제나 이제나 세상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혼돈의 시대에는 시비마저 가리기 쉽지 않다. 속세를 멀리하여 한 세상 술에 취해 지냄만 같지 않으리. 궁체 흘림글씨를 민체에 가까운 필의로 풀어서 썼다. 촛불 밝힌 채 오롯이 앉아 밤을 밝히는 가난한 선비의 무념의 경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가 이종선(李鍾宣) 호-한얼, 醉月堂 전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 현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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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12태백이 죽은 후에 강산이 적막하얘 일편명월만 벽공에 걸렷세라 져 달아 태백이 업슨이 날과 놀미 엇던이 작품해설 이 백이 죽고 나니 강산은 적막하기만 하네. 한 조각 밝은 달만이 푸른 하늘에 걸렸어라. 저 달아 이태백이 없으니 아쉬운 대로 나와 노는 건 어떨까 작자 이정보(李鼎輔)-1693(숙종19)~1766(영조42) 호 삼주(三洲) 작품감상 한적한 산야에 묻혀 살며, 스스로 李 白이 되어 달빛을 즐기는 유유자적의 삶에 한껏 만족해하고 있다. 국한혼문을 흘림체와 행초서를 사용하여 붓 가는 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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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9눈으로 기약터니 네 과연 픠엿고나 황혼에 달이 오니 그림자도 성긔거다 청향이 잔에 떠잇시니 취코 놀녀하노라 작품해설 눈 속에 꽃망울을 맺더니 드디어 피었구나 해 지고 달 오르니 그림자도 드물구나 맑은 향 술잔에 떠 있으니 취해 달과 놀고자 하노라 작자 안민영(安玟英)-조선후기 가객, <가곡원류>를 박효관과 함께 편찬 작품감상 꽃망울을 맺어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 어느 날 눈 속에 홀연히 매화가 피었다. 달마저 떠오르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한 잔 술을 곁들여 맑은 매화 향에 취해 노닐고자 하는 작자의 풍취가 묻어난다. 고체와 예서로 단아한 필치를 구사하였고, 행간에 여유를 두어 시각적으로 시원함을 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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