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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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저무는 가을/ 이병기저무는 가을 이병기(시조시인) 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살이고 밭머리 해그림자도 바쁜 듯이 가누나 무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두고 젖먹는 어린 아이 안고 온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추천인:홍순식(단단회원) "시조는 곧 이병기, 계절의 시조 한편. 내 큰 아들조차 이런 가을을 실감할까? 내 나이칸 갖는 가을풍경이라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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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익어가는 가을/ 이해인익어가는 가을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추천인:홍귀숙 (의상 디자이너) "문득 돌아보니 가을의 끝 농익은 모든 것처럼 나도 그렇게 익고 싶다.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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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추억으로 오는 가을/ 이채추억으로 오는 가을 이채 가로수 길 위로 뒹구는 낙엽이 긴 머리카락 사이로 불어오면 안개처럼 흐린 추억이 가을로 스치네 아득한 기억 속에서도 아름답고 소중했던 삶의 뒤안길에 새겨진 발자욱 위로 나는 지금 가을을 걷고 있네 낙엽 한 장 주워 물끄러미 바라보면 가는 잎새 줄기에 새겨진 풀잎 같은 사랑과 얇은 이파리 부스러질 듯 내 작은 이별도 서려 있네 그리움과 아쉬움이 낙엽의 앞뒤로 새겨져 흩어졌다 저 멀리 무리 지어 나는 새처럼 남겨진 것들은 지워지지 않고 잊혀진 것들은 다시 떠오르는 이 거리 낙엽이 추억으로 흩날리네 먼 훗날 간직하기 좋은 갈잎 하나 책갈피에 끼우며 나는 지금 추억으로 오는 가을을 걷고 있네 추천인:홍두일(동대문서고 회원) "낙만의 시절 1960년대 교과서를 펼치면 연서와 함께 들어있는 낙엽 몇 장. 고운 것, 다 여물지 못한 잎. 그 시절 나의 사랑처럼~. 그립다.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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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뒷짐 /한상호뒷짐 한상호 아무래도 외로운가 봅니다 한 손으로 남은 길 가기가 추천인: 백종섭(서종문인화 모임 회원) "지난 10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장사익의 ‘사람이 사람을 만나’ 공연에서 들은 시이다. 뒷짐은 황혼의 나이 든 이가 어딘가를 향한 모습이다. 내키지는 않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곳을 향해 채비를 한 모습. 어쩌면 마지막 길일 수도. 그러니 두 손을 잡아 같이 가자는 애틋함을 내 보인 시이다. 이번 가을을 ‘가을’로 느끼게 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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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시] (102) 갈대/ 신경림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새벽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추천인:기미양(사할린아리랑제 위원장) 사할린의 아픔, 사할린의 진실을 알려 주셨던 공노원 선생님. 새벽 비보를 듣고 내려가는 전철 속에서 떠올린 시이다. 어쩌면 선생은 갈대처럼 찬바람을 견디며 누구보다도 많이 울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갈대처럼 속으로만. 가족의 장녀로서, 사할린 동포 교육자로서,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10여 년전 영주 귀국자로서 그리고 사할린 간의 교류 촉매자로서 많이 울었을 것이다. 오늘 비보를 들은 시간에 이 시를 올린다. 어제보다 더 슬픈 마음으로 다시 장례식장을 향한다.(사할린아리랑제를 이끌어 주신 공노원 선생님을 추모하며. 후인 기미양.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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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101) 단풍나무/안도현단풍나무 한 그루 안도현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겠다고 가을 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추천인: 최동국(한빛코리아 대표) 이 세상 살다보면 가장 힘든 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사랑해서 너무나 보고 싶어서, 너무나 보고 싶어서, 속으로 참아야 한다. 뜨거운 사랑 감출 수 없어 몸이 벌겋게 달아 오른다. 저기 저 단풍나무 처럼....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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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시](100) 9월/오세영9월 오세영(1942~ )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지는 꽃이 피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추천인:윤동욱 "노래 가사나 시에서 코스모스는 ‘이름 모를 소녀’ 또는 ‘연인’을 떠올린다. 오세영의 이 시 ‘9월’에 나오는 코스모스는 ‘누이’를 말한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먼저 가신 누이가 그리워진다. 누이가 보고 싶다. 9월이라서 인가? 아니면 코스모스의 계절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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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추석 날 아침에 /황금찬추석날 아침에 황금찬(1918-2017년)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 추천인:권경석 3년 동안이나 이번 추석에도 사할린 땅에 묻혀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지 못했다. 아이들이 벌초는 했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매년 사할린에서 3대가 모여서 떠들썩하게 차리는 추석상을 오늘은 한국에서 우리 두 부부만이 받게 된다. 한국에 귀국한 영주 귀국 사할린 동포들 2,800여 명이 3년째 사할린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추석에도 달님에게 빌어본다. 작년 추석에는 코로나19 종식을 빌었다. 올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만을 빌어본다. 달님! 달님,,,,얼른 전쟁이 끝나서 비행기가 뜨게 해주세요. 올 추석에는 사할린에 계시는 어머니가 그립고 그립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더 그리워지는 우리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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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1915~2000년)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추천인:이재선(재미동포, 시인) "교과서에서 배운 이 시인을 떠 올리는 것조차도 ‘추석’이나 ‘단오’를 떠올린다. 나는 이 시를 떠올리면 한 단어에 울컥한다. 바로 ‘푸른 풋콩’이다. 우리는 가난하여 밤(栗)도, 참깨도, 꿀도 아닌 논두렁 ‘푸른 풋콩’을 넣은 송편을 빚었다. 나는 서울에 와서는 이 송편을 먹지 못했다. 눈물 겹도록 먹고 싶다. 푸른 풋콩 송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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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 (97) 다시 9월/나태주다시 9월 나태주(1945~ )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추천인:주재연(궁중문화축전 총감독) "아침 공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폴모리아의 연주 ‘철새는 날아가고’를 들으며 9월을 맞고 싶다. 9월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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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팔월/ 공성진팔월 공성진(1960~ ) 실성하여 미쳐 버린 듯 훠이훠이 훠어이 오장육부 삶아내는 불춤을 춘다. 열풍은 얄궂게 박자를 맞추고 숨통을 조이는 절정의 격렬한 춤사위 넋빠진 무의식에 뺨을 갈기는 간간이 오뚝이처럼 정신 차려 벌떡 일어나 보지만 고갈된 체액에 혼미하여 비틀거리다 털버덕 엎어져 녹아내리는 길바닥에 그리움조차 밀어내려고 얼굴을 뭉갠 채 망각하여라. 망각하여라. 점점 사그라지는 열정에 분노하는 터무니 없이 무기력한 팔월 추천인: 정은하(대구아리랑축제대회장)"만일 ‘8월 15일’이 없다면 버려도 될 달이라고 한 이가 있다. 금년의 8월 팔팔 끓는 폭염이 이 푸념을 실감나게 한다. 가거라 8월아. 15일만 빼고!” 매년 광복절날 대구에서는 폭염보다 더 뜨거운 '대구아리랑'이 메아리친다. 벌써 올해가 20돐이나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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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장마/양재건장마 양재건 장마가 진 날 유리창 너머로 세월의 저편 하늘에 걸려 있는 어린 시절의 옷 한 조각 그림 같이 비에 젖는다 눈물처럼 내리는 빗줄기 속에 추억의 사람 하나 그림자 같이 찾아든다 땅을 적시는 빗줄기가 아니더라도 넉넉히 적셨을 그리움의 바다 그 그리움 하나가 바람 속을 휘젓고 다가온다 하늘을 뒤덮은 안개비 그 속에 애잔한 추억 속 여인의 눈망울도 어린다 세월은 빗줄기 속에서 한둘씩 장막에 가리어져 어제가 되고 아득히 멀어져 가 버리고 가슴에 박혀있는 세월의 못하나 천둥소리에 놀라 시린 듯 뽑혀 사라져 버린다 깃발처럼 나부끼며 예스러운 기억들이 빗줄기 속에서 뒹굴다 흙탕물 되어 거리를 내달린다 어제가 오늘에 묻히어 아파트 뒤편 정자 뒤로 숨어 버리고 내일이 진창 흙길에 뒤뚱거리며 소주 한 잔에 취해 비틀거린다 장마가 진 날 유리창 너머로 추천인:노승만(나눔성형외과의원장) "질척이는 장마, 그 소리에 추억이 내린다. 권련 연기에 흐리했던 동무들의 농찌거리가 그립다. 8순의 장마는 추억 추억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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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고향/김소월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봄이면 곳곳이 산새 소리 진달래 화초 만발하고 가을이면 골짜구니 물드는 단풍 흐르는 샘물 위에 떠내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 차 차 마주붙어 가는 곳에 고기잡이 배 돛 그림자 어기엇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떠도는 몸 이거든 고향이 탓이되어 부모님 기억,동생들 생각 꿈에라도 항상 그 곳에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속에 있습니까. 마음 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 넋이 있습니다.물결에 떠내려 간 浮萍줄기 자리잡을 새도 없네 제 자리로 돌아갈 날 있으랴마는 괴로운 바다 이 세상의 사람인지라 돌아가리 고향을 잊었노라 하는 사람들 나를 버린 고향이라 하는 사람들 죽어서만 天涯一方 헤매지 말고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 추천인:이기곡(그레고리 리, 고려인3세, 번역작가, 전 한국어학과 교수) 코로나로 인해 3년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나라에 왔다. 오늘이 가장 무더운 날씨라고 한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여름은 영상 50도가 넘기도 하는 뜨거운 땅이다. 한 여름 기온은 45도가 넘기가 일쑤이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당시 조선땅이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우리 조부모는 함경도 지역(?)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어서 연해주에서 터를 잡고 살았다. 그런데 1937년 10월 소련에 의해 20만명의 조선인이 강제 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우스토베 벌판에 버려졌다. 화물열차에 짐짝처럼 실려져서 40일 동안 가는 도중에 열명에 세명은 죽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영하 40도가 넘는 혹한을 견디고 그래도 살아 남았다. 이렇게 살아남은 고려인들은 디아스포라(이산)의 역사가 되었다. 나는 1955년 이국땅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타슈켄트가 나의 고향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나의 마음 속에 있는 고향은 조상의 뼈가 묻힌 한반도이다. 그리고 올 때마다 따뜻하게 동포애를 나누어 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술 한잔 나누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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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잠들기 전 기도/ 나태주잠들기 전 기도/ 나태주 하나님 오늘도 하루 잘 살고 죽습니다 내일 아침 잊지 말고 깨워 주십시오. 추천인: 김수영(황실예술단) 하나님!!! 오늘도 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은 코로나라는 나쁜 놈이 밤으로 낮으로 이 거리 저 거리 돌아다닙니다. 집에 돌아와서 마스크를 벗고 지금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습니다. 내일 아침 잊지 마시고 저를 깨워주세요. 내일밤에도 기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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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장마의 추억/강정식장마의 추억 강정식 어릴 적 장마는 긴 기다림이다 물 새는 지붕과 벽면 곰팡이가 전장의 기념비 같은 커다란 지도를 상처처럼 남겨 고단하게 살아가던 궤적으로 쌓였다 우묵 배미 안마당 정강이 넘게 흙탕물이 문지방에 찰랑거릴 때쯤 붉은 기와 용마루에도 틈이 자라서 하늘이 보이고 천장을 적시며 영토를 넓혀가 물받이 그릇이 방 안 가득하던 시절에도 우리는 강가로 물 구경 갔다 추천인: 이영림(청담스쿠빙다이버동호회) 오라버니들과 함께 서울에서 외가에 가면 전기도 없던 시절, 며칠간 장마 기간은 너무나 심심해서 창밖의 들판만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물장구를 치고 놀던 이웃집 친구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해의 장마를 지내고 나면 마음이 커지고 키도 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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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능소화 / 나태주능소화 나태주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 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추천인: 김화숙(황실예술단) 높은 담을 뛰어넘어 피어 오르는 아름다운 능소화를 볼 때마다 사연이 있는 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궐의 여인네들이 임금님이 사랑하는 어린 후궁 소화를 질투해서 탑에 가두었는데 시름시름 아프다가 죽게 된다. 그녀는 죽어서라도 그리운 임금님 지나가는 길에 묻혀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그 자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능소화라고 불러지게 된다. 참으로 슬픈 누이의 전설이 담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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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청포도 / 이육사청포도/ 이육사 내 고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추천인/이정홍(선덕시낭송회) 우리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시인은 대일항쟁기 가장 적극적으로 일본제국에 대항했던 저항시인 이육사이다. 특히 여름이 되면 청포도를 즐겨 드신다. 이 시를 읽으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게 되면 가장 먼저 청포도 나무를 심을 것이다. 청포도가 익을 때면 은쟁반에 청포도를 따서 어머니를 모시고 이 시를 낭독해 드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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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89) : 별/곽재구별 곽재구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 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추천인: 최정순(김포 사할린동포회장) 모든 별들은 찬란한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우주에서 우리는 모두 작은 행성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 사람 얼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밤하늘에 밝게 비추는 별처럼 아름답다. 그런데 세파에 시달려 빛을 잃어가고 또한 잊어가고 있지는 않은지.......7월의 사할린 하늘에 총총히 비추는 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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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88) :6월에 꿈꾸는 사랑(이채)6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사는 일이 너무 바빠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 천년만년 살 것이며 인생이 짧다 한들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 같은 사람들아 피고 지는 이치가 어디 꽃뿐이라 할까 추천인: 김채원(김채원댄스컴퍼니 대표) 세월은 화살과 같다더니...가는 세월 어찌 막을소냐....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고,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그래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더라고 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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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87) 6월의 축복(남정림)6월의 축복 남정림 6월에는 장미 백 송이의축복을 당신에게 보내고 싶어요세상이 아직 보지 못한계절의 주인공이 당신임을 믿기에반쯤 찰랑거리는 시간의 바구니에백 개의 축복을 꽃아 드리고 싶어요굳이 연인의 인연이 아니더라도한 아름의 사랑을 건내고 싶어요. 추천인: 위영금(시인, 내고향만들기공동체 대표)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그대에게 6월의 축복을 보내고 싶다. 연인이 아닐지라도 한아름 사랑이 담긴 붉은 장미를 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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