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Pick리뷰] 관객, 고종의 시간에서, ‘임인진연’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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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리뷰] 관객, 고종의 시간에서, ‘임인진연’을 만나다

전회 매진, 뜨거운 반응
궁중의례와 궁중예술이 함께 무대에
일반 관객들, 국악과 시대 이해의 장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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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임인진연’ 공연 중 전반부 한 장면. (사진=국립국악원) 2022.12.21.

 

지난 1216-21, ‘국립국악원 2022년 송년공연, 임인진연이 큰 호응을 받고 막을 내렸다. 22년 국립국악원 기획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공연은 조선왕조 500년 궁중예술의 맥을 잇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잔치 임인진연120년 만에 무대 공연으로 재현한 것이다. ‘임인진연(임인년의 왕실잔치)’1902, 고종 즉위 40주년(칭경예식)51(기로소 입소)를 기념하는 것은 물론, 자주국으로서 대한제국을 대외에 알리는 정치적 의미를 갖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왕실 가족들이 주로 참여하며, 예술적 측면이 더욱 돋보이는 내진연을 재현했다.


공연은 인위적인 연출보다는 기록유산(‘임인진연의궤’, ‘임인진연도병)에 근거한 재현에 중점을 두었고, 객석을 임금의 시선으로 설정하여 관객이 고종의 시선에서 진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지금까지 국립국악원에서 선보인 궁중행사(고종황제 즉위, 혜경궁 홍씨 회갑연, 야진연 등) , 최대 규모를 재현한 것이며, 섬세한 고증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그 역사적, 예술적 고증의 완성도가 높다.


이러한 특징은 일반 대중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전회 매진이라는 높은 객석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국립국악원 장악과 통계 자료에 의하면, 유료 객석 점유율은 88.4%(2,460)을 차지했다. 이것은 현재 대중문화 안에서 국악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고려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국립국악원 장악과 이승재 관객개발팀장은 이번 공연의 관객 분포에 대해 다음과 같은 특징들도 전했다.


"기존 연주단 중심의 공연에는 무용, 음악 등 각각의 개별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은 반면, 이번 공연에는 음악과 무용이 어우러지는 종합 공연의 특성상 음악과 무용을 선호하는 관객들이 골고루 분포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전통 기록물을 바탕으로 재현한 공연 특성에 따라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와 미술, 전시 관련 종사자의 방문도 눈에 띄었으며, 연말 송년모임을 국악 공연으로 즐기려는 관객들도 상당 수 있어 관객의 구성이 매우 다채로웠습니다.”


마지막 공연 전, 관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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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예악당 입구에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보인다. 당시 진연이 있던 관명전 건원문을 대신하여 배치된 것으로, 관객들이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진연이 자주국으로서의 ‘대한제국’을 대외에 알리고자 하는 의미가 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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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임인진연’ 포스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수문장 2명이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 수문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다수의 관객들도 있었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2.12.21.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오후 630, 이미 하늘은 어두워졌고, 바람도 제법 쌀쌀하다. 예악당 주변을 비추는 밝은 조명이 공연을 알리고 있었다. 건물 입구에는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보인다. 당시 진연이 있던 관명전 건원문을 대신하여 배치된 것으로, 관객들이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관객들도 보였다. 예악당 로비에 이미 많은 관객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한쪽에 커다란 임인진연포스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수문장 2명이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 역시 관객들은 입구에서부터 기념촬영을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특별한 공연의 기록을 남겼다.


공연 전, 관객들은 어떤 이유로 공연을 찾았을까? 예악당 태극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남성 2인을 만났다.


조 모씨 / 30.

친구 소개로 왔어요. 국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잖아요. 영화 배경음악 정도. 그리고 국악공연은 비싸다는 선입견도 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더라고요. 조선 최후의 잔치를 재현한 것이고, 국악을 듣고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해서 기대가 됩니다.

한국 사람이 국악을 잘 모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익숙한 소리를 들어도 무슨 악기로 어떻게 연주되는지 잘 몰라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효 모씨 / 30.

광화문이 직장인데, 우연히 광고를 봤어요. 평소 못 보는 공연이고, 당대 문화의 최고봉이라고 해서 흥미 있을 것 같아서 오게 됐습니다. 이전에 여행상품 중, 남도소리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인상적이었어요. 그 이후로 두 번째 국악공연을 보는데요, 기대됩니다.


공연은 국악분야 전문가에게도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최 모씨 / 40.

이곳(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이었어요. 오래 몸담고 있어서 이번 공연에 대해 큰 기대를 했는데, 코로나, 홍수 등으로 연기되면서, 올해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드디어 송년 공연으로 볼 수 있어서 큰 기대 안고 왔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몽금척이라는 작품은 가르쳐서 공연도 해서 제게 좀 특별하기도 해요. 공연도 감상하고, 학생들 지도하는데 도움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국악 애호가만날 수 있었다.


김 모씨 / 60.

여기 공연 보러 자주 옵니다. '토요명품' 공연 보러 매주 오고, 이 공연만은 오늘 두 번째로 봅니다. 첫 번째 공연은 좋은 자리가 아니어서, 좀 나은 자리에서 제대로 보고 싶어서 다시 왔어요. 120년 전 실제 상황이므로 역사에 대해 과거로 거슬러 그 당시 시대상이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요.


공연장을 찾은 부부는 다음과 같은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이 모씨 / 70.

책에서 진연에 관한 책을 선물 받은 것이 있는데, 꽂아 놓고만 있다가 이번에 진연을 공연으로 한다고 해서, 그 책을 다시 보게 됐어요. 특히, 아내와 함께 미리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에 있는 진연도(진연 그림)를 좀 보고 왔습니다.

이런 공연은 자주 볼 수 없잖아요. 옛날 잔치는 어떻게 했을까? 의상이나 분위기 같은 것들도 궁금했고요. 이런 공연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것을 계발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요. 책에서 보는 것이랑 눈으로 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거든요.


김 모씨 / 70대 여

남편이 공연 오기 전에 집에 있던 책 속에 있는 진연도를 보여주더라고요. ‘미리 알고 가면 더 재미있다.’ 고요. 이런 공연은 흔치 않으니까 한 번쯤은 보고 싶었어요.


이미 국악을 배우고 있는 두 명의 외국인들도 만났다.


실방 몽쇼세(Sylvain monchocé) / 30. . 프랑스. 연주가

원래 플룻, 섹스폰 연주가인데요, 지금 가야금, 대금을 배우고 있어요. 28일 게토얼라이브(서울시 성수동)에서 공연 예정이에요.(그는 이 공연에서 가야금, 대금을 연주할 예정이기도 하다.) 1달 전에 왔고요, 충남 공주에 계신 선생님으로부터 한국 악기를 배우고 있어요. 이번 공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왕실 공연이라 특별해보여서 오게 됐어요. 다른 한국 공연과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엠마누엘(emanuel) / 40. . 스위스. 시티플래너

저는 지금 풍물을 해요.(그는 한국말로 풍물을 해요라고 말했다.) 필봉농악에서 소고춤도 배우고 있어요. 국악, 농악을 너무 좋아해요. 특히 태평소, 소고춤을 배우고 있는데요, 궁중음악을 본 적이 없어서 오게 됐어요. 어떤 공연일지 너무 기대 되요.


복식사(服籂史, 옷과 장신구 대한 역사)를 전공한 남녀 관객도 만날 수 있었다.


진 모씨 / 30.

복식사를 전공했는데요, 책으로 봤던 것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순서로 보여지는지 궁금해요. 그 당시에는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마지막 잔치였잖아요. 그런 의미도 생각하게 되고요. 국악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박 모씨 / 20.

복식사를 전공했고, 지금도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요, 책으로만 공부했던 것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라서 오게 됐어요. 당시 상황을 무대로 옮긴 공연이고, 실제상황이 무대 공연으로 연출되었다고 해서,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요.


1시간 30분의 공연 중, 대부분의 관객들은 집중해서 공연을 관람했고, 공연이 끝난 후,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커튼콜 때,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분주하게 사진을 찍으며, 공연을 추억을 남겼다.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의 소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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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공연 후,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분주하게 사진을 찍으며, 공연의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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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임인진연’ 중, ‘선유락’ 공연장면. 여성 무용수들이 화려하게 채색된 배를 끌고 나와 집사의 호령에 따라 밧줄을 끌고 배를 둘러서서 춤을 춘다. 공연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국립국악원) 2022.12. 21.

 

다음날(12.22) 한국에서 공연이 있다는 한 외국인 작곡가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말했다.


파비안 스벤손(Fabian Sevensson) / . 스웨덴 작곡가

함께 공연하는 어떤 분이 추천해서 이 공연을 보게 됐어요. 공연은 제게 엄청난 경험이었어요. 무용수들이 상당히 아름답고, 실력도 좋지만, 재능도 뛰어난 듯해요. 5년 전, 미국에서 한국 전통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오늘 공연은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공연을 보고 한국음악을 배우고 싶어졌어요.


공연 전 만났던 관객을 우연히 다시 만나 다음과 같은 소감을 듣기도 했다.


조 모씨 / 30.

재미있었어요. 악기연주가 공연 끝까지 연주되어서요. 생각보다 무대도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소리도 잘 들렸어요. 그리고 무용수 분들 군무가 절도 있고 질서정연하면서도 선이 우아했어요. 특히 향령무부분이 맘에 들었어요. 기대보다 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어요.


성인 가족들이 함께 온 관객들도 만날 수 있었다.


박 모씨 / 50.

매진이라고 해서 상당히 경쾌하고 화려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하고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더라고요. 왕실의 엄숙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고, 무용수들이 동작을 천천히 하지만, 기품 있었어요. TV에서 보던 복장이나 음악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보고 들으니까 당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공연을 보기 위해 전남 진도에서 찾아온 전통공연 전문가도 만날 수 있었다.


오지예 / 30. . 남도국립국악원 소품감독

정재를 길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제대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제가 남도국립국악원 소품감독을 맡고 있어서 소품들에 눈이 많이 갔어요. 책에서 봤던 것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었고, 세트물 안의 의물(儀物, 정재를 공연할 때 손에 들거나 배치되는 도구)들이 세트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도 볼 수 있었고요. 배우는 재미도 있었고,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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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임인진연’ 포스터. 공연은 포스터의 ‘임인진연도’에 묘사된 장면을 최대한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 공연 형식으로 관객을 만났다. (사진=국립국악원) 2022.12.21

  

공연을 담당했던 박동우 연출가와 국립국악원 김영운 원장은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박동우 연출가

공연이 전 회 매진이었거든요. 더 보고 싶어 하시는 관객들이 많이 계신데, 그 분들이 볼 기회가 없는 것이 상당히 아쉽고요. 그래서 혹시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방법들, 예를 들면, 여기서 재공연을 한다든가, 혹은 덕수궁에 함녕전에서 옛날 모습 그대로 재현을 해서,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00분짜리 공연이라 국악 공연으로는 짧지 않은데, 처음 막이 올라가서 끝날 때까지 정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 보시더라고요. 국악 사랑하시는 마음이 너무 고맙고 아름다웠습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 원장

코로나로 인해 3월로 예정된 공연이 8월로, 급작스런 수해로 다시 12월로 연기돼 공연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모든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섯 번의 요청 끝에 어렵게 성사된 120년 전 임인진연의 준비 과정마저 닮았던 이번 공연은 궁중음악과 무용을 계승하고 있는 국립국악원이 원형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무대에 올리고자 했습니다.

120년 전 황실에서 즐겼던 진연을 이제는 국민 모두가 즐기고 나눌 수 있게 되어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국립국악원은 궁중예술 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삶이 녹아 있는 다양한 국악의 멋과 매력을 전할 계획입니다.


공연을 찾은 일반 관객은 두 가지 이유에서 공연을 찾았다. 첫째, ‘당시의 궁중잔치는 과연 어떻게 진행되었는가?’에 대한 궁금함. 둘째, ‘당대 최고의 음악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궁금함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20대에서 이상의 관객들이 대부분이었고, 기자가 만난 관객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20-30대의 관객의 경우, 전통문화 분야 종사자들도 눈에 띄었지만, 일반 대중의 경우, ‘마지막 왕실잔치전통예술의 정수를 경험하고자 하는 역사와 전통예술에 대한 궁금증에서 공연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관객 중에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기자가 만난 외국인들의 경우, 모두 서양 음악 전문가들이었으며, 한국 초청공연을 위해 체류 중, 본인이 선택하거나, 한국인 지인의 추천으로 이 무대를 찾기도 했다.

50대 이상의 관객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들은 주로 당대의 시대상을 경험하거나, 자신의 민족적, 역사적 뿌리에 대한 탐색 등의 이유로 오기도 했다. 또한 엄마와 자녀가 동반하여 관람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국악을 향유하는 관객의 감상과 소감은 특별한 공연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있게 하며, 작품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 공연이 존재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관객들은 궁중의례의 엄숙함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당대 최고 예인들의 공연을 경험하며, 우리의 아픈 시대와 아름다운 예술이 공존하는 시간을 맞이했다. 예술은 역사와 늘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활발하고 다양한 고증을 통해, 좀 더 많은 대중이 이러한 공연을 쉽고도 가깝게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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