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이에 대해 피고(대리인 임웅수)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2009년 문제의 정관 규정으로 입회한 원고이기 때문에 이사장 후보 출마 자체가 불가하다”라는 원고의 모순을 간과함으로써 협상을 통한 내부적 수습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소송을 당한 것이 된다. 또한 소송을 당 한 직후의 처리도 비난을 받을 만 한데, 원로들을 통한 중재를 모색하지도 않았다는 문제다. 원로로 삼을 만한 인물들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끝까지 가보겠다는 만용인지 이런 집단지성의 지혜를 구하지 않았다.
특히 1심 패소 판결을 즉시 수용하여야 했다. 판결을 받아들여 문제의 정관 개정을 통한 개혁 단행 의지를 내세워 다시 선거에 임했다면 수장다운 기백을 발휘하여 당선도 했을 것이다. 이런 호기를 놓침으로써 국악이 한류 열풍의 주역이라는 찬사에 호응하여 새로운 위상 정립의 기회를 허송세월로 보내고, ‘코로나19’로 위축된 국악인들을 위로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도 외면하게 된 것이다. 60년 역사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할 국악 단체 수장으로서 의미가 큰 시기를 허비한 것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양측의 무경우와 무원칙한 대응은 결국 백만 국악인의 협의체 한국국악협회 기능을 마비시키고, 회원들의 권익에 손실을 주고 명예까지 손상시켰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항소심에 불복하여 어느 한 측이 3심으로 간다면, 그동안의 협회운영 난맥상을 그대로 안고 27대 임기를 모두 허비할 것이고, 그동안에 회원들과 원로들에 의한 탄핵이 거셀 수도 있다. 나아가 판결 결과에 따라서는 2017년부터 모든 국악협회 업무가 정관 위반으로 비법 활동이 되어 국악협회는 엄청난 파국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는 국악협회가 공중분해를 당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이런 처지에 이른다면 국악협회는 법적으로 파산을 당하는 꼴이며, 지난 6년 간의 모든 내외 활동이 불법으로 확정이 된다. 이 파급은 다시 다양한 민형사적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고, 다시 국악협회는 혼란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은 어이없게도 권익을 보호 받아야 하는 전국 회원이다. 우선 지회와 지부에서는 중앙회가 장악하고 있는 법인 사업자등록증 ‘고유번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지회나 지부는 어떤 지자체와의 교부금 처리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활동 자체가 막히는 것이 가장 크고 직접적인 피해이다. 이렇게 전국의 회원들을 곤경에 빠트릴 수도 있는 작금의 쟁송 사태를 양 당사자의 문제라고 방치를 해야 하는가?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놓인 협회를 내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만에 하나 이렇게 된다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 심각성을 저버린다면 양측과 국악계 원로, 주무부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역죄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어떻게든 2심 판결이 나기 전에 이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성이 있는 것이다.
원고는 소를 취하하고, 피고는 자진 사퇴해야 한다. 그래서 냉엄하게 둘 중 하나는 필연코 패자로 판결하는 법의 심판이 아닌, 둘 다 이 정도에서 국악협회를 위하는 마음으로 용퇴를 하는 용자(勇者)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전 국악인들로부터 또 한 번의 선택을 받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그렇지 않다면 양측은 국악인들로부터 어떠한 기회도 얻지 못할 뿐만 아니 이것으로서 사회적 매장을 당할지도 모를 것이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지난 5일 성명서를 내며 결성을 알린 ‘국악협회쟁송수습위원회’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 이 모임은 자체 수습의 당위성과 절박성을 인식하여 결연하게 일어선 것이니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오직 국악협회를 위한다는 일념으로 양측의 용단을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정관에 규정된 회계연도 일정대로 내년 3월까지 개혁안 마련과 새로운 이사장 선출을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없는 실정이다.
소식에 의하면 어제 제1차 ‘국악협회쟁송수습위원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에 바라는 유일한 결론은 단 하나다. 그것은 무조건 파국을 막고, 새로운 국악협회를 탄생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하기에 양측의 양보를 받아낸다는 결의를 했다는 소식이다. 이것만이 60년 역사의 단체를 살려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아주 엄중한 사실이 하나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정기적 회비를 내온 전국 국악협회 전국 회원들의 냉철한 각성이다. 지금이야말로 전국 국악협회 회원들이 "내가 국악협회 주인이다. 내가 개혁의 주체다.”를 외치고 이 쟁송수습과 개혁 잡업에 동참해야 한다. 두 말할 나위 없이 한국국악협회라는 대의기구 모든 권한의 원천은 바로 회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분연히 천명하고 함께 나서야 한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다. "엎어진 김에 절하고 간다.”라는 속담처럼 이참에 주인으로서의 당당한 임무와 권한을 발휘해야 한다. 어쩌면 이 기회가 단체나 회원 모두에게, 나아가 한국 국악계 전반에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수습위원회의 지혜, 그리고 전국의 모든 회원들이 가열차게 동참할 때 한국국악협회는 살아날 것이고, 동시에 우리나라 국악이 재생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분명한 사실 앞에 절절하게 호소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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