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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99)
분청상감국화문발편

특집부
기사입력 2023.06.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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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며


           이규진(편고재 주인)

     

    충청북도 연기군과 인접해 있는 공주시 의당면에는 분청사기 가마터가 두 곳 있다. 중흥리와 가산리가 그 것이다. 두 곳 모두 특이하게도 주민들에 의해 거래를 목적으로 도편이 수거되었다가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가마터와는 무관한 곳에 버려지는 등 교란이 심한 곳이다. 두 곳 중 가산리 보다는 중흥리가 더 관심이 배가되고 있는 듯싶은 데 그 것은 아마도 일찍이 강경숙 교수의 <분청사기>에 명문 자료가 소개된 데다 특색이 있는 물고기 문양이 출토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산리 가마터는 서너 곳이 알려져 있지만 흔적은 미미하며 마을에서 뒷동산을 넘는 소로 주변이 주민들이 도편을 수거했다 버린 곳이어서 전에는 무더기를 이루고 있던 곳이다. 하지만 중흥리와는 달리 명문 자료도 보이지 않으며 물고기 문양도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인화문이 촘촘히 박힌 사발이나 접시 등이 보이는 등 특색이 별로 없는 가마터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을 찾아 본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인데 한 번은 KBS 모(某) 국장과 함께 답사를 갔다가 차바퀴가 농로 옆으로 빠지는 바람에 애를 먹다 결국은 레카 차를 불렀던 기억이 새롭다.

     

    분청상감국화문발편은 가산리 그 것도 주민들에 의해 도편들이 교란된 장소에서 만난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가산리에서 보이는 도편들은 인화문이 주를 이룬 가운데 별다른 특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분청상감국화문발편은 이 가마터에서도 상당히 예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굽은 내화토 받침에 주변으로 돌아가며 뇌문을 돌리고 있다. 굽에서 시작되는 외면에는 세 줄의 선문과 연판문이 보이고 있다. 여기까지라면 별다른 특색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내면의 문양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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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청상감국화문발편(편고재 소장) 가로x세로x높이 10.5x6x2.5Cm

     

    주목되는 것은 이 분청상감국화문발편에서는 가산리 가마터의 특징인 인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잘라져 나간 외면에는 인화가 장식되어 있었을지는 몰라도 남은 도편만을 놓고 보면 상감만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분청상감국화문발편은 이 가마터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면을 장식하고 있는 백상감의 국화문을 보면 그야말로 이런 종류로는 유례가 없이 빽빽하게 열 송이가 가득 들어차 있다 보니 답답해 보이기도 하련만 전혀 그렇지를 않고 아름답다. 국화문이야 고려청자에서부터 사랑을 받아온 문양이기는 하지만 분청상감국화문발편에 와서 재탄생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문양의 배치가 새로우면서도 신선한 맛이 느껴진다.


    가산리 가마터는 차가 있을 때는 천안에서 연기군을 거쳐 찾았었고 차가 없을 때는 공주에서 택시를 이용해 찾아갔던 곳이다. 물론 앞 동네 지근거리에 있는 중흥리와 한 코스로 답사 일정을 잡고는 했었던 곳이다. 인화무늬만 잔뜩 보이는 가산리 가마터에서 분청상감국화문발편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한 즐거움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이러한 무늬는 가산리 가마터는 물론이거니와 분청을 통 털어서도 볼 수가 없는 것이니 예나 지금이나 신기하면서도 반갑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청자는 물론이거니와 분청과 백자에서도 보이는 국화문은 꽃 중에서는 우리 도자기에서 가장 많이 장식된 문양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에서도 월요 청자에서 이미 음각의 국화문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려청자와 분청의 경우 음각보다는 흑백상감에서 더 특색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국화가 공예품이나 도자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 것은 옛사람들이 화중은사(花中隱士)라 해서 가을 서리에 온갖 초목이 모두 시들 때, 꿋꿋이 피어나는 그 고상한 품격을 군자나 은자로 비견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며, 편안히 남산을 바라본다"라는 도연명의 저 유명한 시 한 구절도 바로 이런 국화와 은자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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