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수요연재]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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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연재]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187)

  • 특집부
  • 등록 2024.04.03 07:30
  • 조회수 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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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병아리랑을 쓰니 때는 갑진춘사월이라 한얼이종선.(2024, 한지에 먹, 45×150 cm)

 

춘천아 봉의산아 너 잘 있거라

신연강 뱃머리가 하직일세

 

싸리재 아흔 아홉구비 우리 복병

삼악산아 우리 군대를 보호해다오

 

동녘에 비친 달아

우리 군대 명랑하게 비추어 다오

 

잊지 말라 명예도 지위도 버리고

이 강산 굳게 지켜 싸워다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춘천의병아리랑을 쓰니 때는 갑진춘사월이라

한얼이종선

 

 

감상

의병(義兵)이란 나라가 외세의 침입으로 위험에 처하고 관군이 무력할 때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적과 싸운 민병(民兵)을 말한다.

당연히 국가의 군대가 강건하면 의병은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의병은 삼국시대 이후부터 있었지만, 특히 조선조 말에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을 수많은 외침을 겪으며 의병이 일어났다.

농사를 짓던 백성들이 의병에 참여하여 목숨을 바쳤다는 눈물 나는 역사는

국가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었느냐는 반증이기도 하다.

남이 나를 칠 때는 그만한 빌미를 스스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만만하니까 쳐들어 온 것 아닌가.

 

‘맹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人必自侮然後 人侮之 (인필자모연후 인모지)

家必自毁以後 人毁之 (가필자훼이후 인훼지)

國必自伐以後 人伐之 (국필자벌이후 인벌지)

스스로를 업신여긴 뒤에 남이 그를 업신여기고

집안도 스스로 헐뜯은 뒤에 남이 그 집을 훼손하며

나라는 안에서 무너진 후에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치는 것이다.

 

국가의 허술한 경영이 백성들의 부질없는 피와 눈물을 부른다.

개인이나 국가나 자강불식(自强不息)할 일이다.

 

의병 나가는 자식의 안전을 삼악산과 밝은 달에 하염없이 빈다.

끝내 나라를 지켜내고 부디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어미의 간절한 심정을 처연한 마음으로 옮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사단법인 한국서예술협회 회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