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딸아이가 한옥마을 체험을 하고 싶대서 수원에서 왔는데 친일파가 첩에게 준 집이었다니 당황스럽네요."
3·1절(삼일절)을 이틀 앞둔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 '옥인동 윤씨가옥'.
남산골 한옥마을 내에 있는 이 가옥 앞에는 한옥을 구경하러 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윤씨가옥은 일제강점기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 등을 역임한 친일파 윤덕영이 소실(小室)을 위해 지은 한옥이다.
두 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조영숙(47)씨는 "윤덕영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친일파와 연관된 곳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며 "정확한 정보를 남기지 않으면 과거는 잊히는 것 아니냐. 미래를 위해서라도 역사를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관악구 남현동 사당초등학교 맞은편에 자리한 미당 서정주의 집도 마찬가지다.
서정주는 한국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손꼽히지만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고 친일인명사전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그러나 서정주의 집 곳곳에는 그의 유품에 관한 설명과 문학적 성취를 소개하는 현판이 눈길을 사로잡을 뿐, 친일 행적을 알리는 전시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남현동에 6년간 살았다는 70대 이모씨는 "친일파 그런 건 잘 모른다"며 "써 붙여도 잘 보이게 써야 알지 나이 든 사람은 보이겠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처럼 '불편한' 역사를 지닌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은 서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편문화유산은 노예무역, 제국주의, 식민 지배 등과 관련된 장소들이 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일컫는 용어로, 주로 유럽과 과거 유럽 식민지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갈등 유산' 또는 '부정적 유산'(negative heritage), '어두운 유산'(dark heritage)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일제 식민지배를 대표하던 조선총독부 건물은 1995년 철거됐지만, 불편문화유산 자체를 모두 없앨 것이 아니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역사의 상징으로서 오히려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옥마을 윤씨가옥 역시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실제 윤씨가옥 일부를 본떠 만든 모조품으로, 서울시 관계자는 "그 시대 건축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한옥마을에 모조품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최근 '부정적 문화유산'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하나로 옥인동 윤씨가옥을 리모델링해 내년 상반기 시민에게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해방 후 한국화 1세대로 불리는 남정 박노수 화백의 가옥이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으로 개관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편문화유산을 보존, 전시하면서도 그 역사나 의의 등을 시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옥마을 내 윤씨가옥의 경우 그 어디에서도 윤덕영의 친일행적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옥 앞에 높인 안내판에는 "이 집의 당시 소유자는 순종의 황후인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이자 중추원 부의장 등을 지냈던 윤덕영"이라는 말과 함께 가옥의 특징에 대한 설명만이 적혀 있었다.
윤덕영의 친일 행적을 알지 못하는 것은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남산골 한옥마을 건물관리인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난색을 보였다.
윤덕영은 서촌 옥인동 일대 땅을 일제강점기 당시 대규모로 소유했던 탓에 윤씨가옥 외에도 옥인동 곳곳에 집터가 남아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정보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박노수 미술관 건물도 윤덕영이 딸을 위해 지어준 가옥으로 알려져 있다.
서정주의 집 또한 대중에게 개방된 지 12년 만인 지난해 5월, 관악구청이 시민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그의 친일행적을 담은 현판 하나를 앞마당에 세웠지만 이마저도 글씨가 작아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탓에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이 집 주인의 친일 행적까지는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김모(48)씨는 "유튜브를 보고 친일 행적을 알게 됐다"면서도 "간판이나 현판은 잘 안 보여서 사전 지식 없이 이곳에 와서는 알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주의 집 앞에서 만난 박만진(47)씨는 "한 인물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양쪽의 내용을 병기하는 게 낫다"며 "친일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 예술품을 없애는 것은 반대"라고 했다.
학계에서도 어두운 역사를 드러내지 않고 숨기려는 태도 때문에 불편문화유산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며 과거의 명암을 모두 시민들이 알기 쉽게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채택한 '갈등기억유산지침원칙'에 따르면, 이런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보존할 때는 '기억의 왜곡 방지', '사실의 적확성', '유산에 대한 다른 관점과 서사들의 인지와 유산의 전체적 의미를 정확히 보여주고 전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 허수진 전문관은 "철거하든 보존하든 여러 의견과 논의 과정을 기록해 후대 사람들이 그런 결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불편문화유산에 필요한 유산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태평무 국가무형유산 '태평무'는 강선영(1925-2016)선생에 의해 전해지면서 격조있는 무대예술로 발전 되었다.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뜻을 지니...
강원도 아리랑을 쓰다. 한얼(2024, 선면에 먹, 53× 26cm) 봄바람 불어서 꽃 피건마는 고닯은 이 신세 봄 오나마나 ...
최근 BTS를 배출한 하이브와 뉴진스를 배출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한 소식이 연일 연예 문화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 하이브의 주가가 약 1조원 가까...
거문도의 인어 신지끼 "안개 있는 날에 백도와 무인도 서도마을 벼랑에서 주로 출몰 바위에 앉아 있거나 헤엄치기도 벼랑위에서 돌 던지기도 한다 해난사고나 바다에서 위험 경고...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오는 5월 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 '긴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아쟁과 ...
30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국립정동극장예술단 정기공연 '모던정동'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4.30 ...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에서 23일 박병천의 '구음시나위'에 허튼춤 추는 안덕기 (사진=국립정...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 에서 조재혁의 '현~' 공연 모습. (사진=국립정동극장). 2024....
# ‘이호연의 경기소리 숨’ 공연이 지난 4월 26일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렸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제자들 20명과 5명의 반주자와 함께 경기잡가, 경기민요, 강원도...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손꼽히는 남원춘향대전(남원춘향제)이 오는 5월 10일(금)부터 5월 16일(목)까지 7일간 남원시 광한루원 일대에서 열...
4월 18일부터 20일, 남산국악당에서 아트플랫폼 동화의 모던연희극 ‘新칠우쟁론기’가 펼쳐졌다.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는 4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된 채치성 예술감독님을 만났다. 그는 국악방송 사장, KBS 국악관현...
2024 쿼드초이스_틂 (사진=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나승열)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학로극장 쿼드의 ‘쿼드초이스’...
지난 4일, 국립국악원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KBS국악관현악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118명으로 구성된 연합 관현악단 무대 ‘하나되어’를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