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금요연재] 도자의 여로 (134) 백자명기철화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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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연재] 도자의 여로 (134)
백자명기철화말편

  • 특집부
  • 등록 2024.03.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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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민족의 일원이라도 되어


  이규진(편고재 주인)

 

바람을 가르며 말을 달린다거칠 것 하나 없는 일망무제의 끝없는 초원을고구려를 생각하면 왜 말탄 무사가 떠오르는 것일까차도 비행기도 없던 시절드넓은 영토를 내달리자면 말 말고 이용할 수 있는 더 빠른 교통수단이 무엇이 있었겠는가그렇다보니 동북아를 호령했던 대제국 고구려와 말의 연관성을 생각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기마민족설이라는 것도 있다. 1948년 일본의 에가미에 의해 제기된 주장이다고구려에 가까운 통쿠스 계통의 기마민족의 일파가 한반도로 남하해 가야지방을 지배했다는 것이다그후 기마민족은 4세기 초 현해탄을 건너 북규슈 지방에 상륙하여 현지의 정치세력을 병합해 한,왜 연합왕국을 조성했다고 한다이 세력은 다시 4~5세기경 일본 내지로 진출 강력한 고대왕국을 수립하는데 이 것이 야마토 정권이라는 것이다이 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지만 한 가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기마민족이 가야지방을 지배했다는 주장이다왜냐하면 가야토기 중에는 의외로 말 형태의 것이 많이 보이고 있어 기마만족설과 혹시나 하는 연관성을 떠올려 보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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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명기철화말편(편고재 소장) 가로x세로x높이 10x5x5Cm

 

 

가야 등에서 많이 보이던 토기 말은 조선조로 오면 백자 명기에서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명기란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내세에도 평안하기를 바라며 무덤에 넣어 주는 기물들을 말한다특히 조선시대에는 실생활용품 도자기 대신 일부러 작게 만든 명기를 사용하는데 사발 접시 합 병 호 향로 대야 등은 물론 인물과 말과 가마 등도 만들어진다장난감 같이 작게 만들어지는 명기는 소꼽이라고도 하는데 지석과 함께 넣어져 당시의 시대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고 하면 말은 명기 중에서도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말은 피장자의 영혼을 싣고 승천한다고 믿는 상징성을 띠고 있으며 죽음이 환생으로 이어진다는 바람 때문에 부장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백자명기말그 것도 제대로 된 철화가 들어간 백자명기철화말을 한 점 갖고 싶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의 바람이었다하지만 그 것도 무슨 큰 인연이라고 성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깨진 도편도 내게는 차지가 돌아오지를 않았었다몇 개월 전에는 지인 중에 일부가 깨져 달아난 백자명기철화말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몹시 마음에 드는 명품급을 갖고 있어 관심을 가져 보았지만 수리를 해 고가에 파는 바람에 아쉽게도 헛물만 켜고 만 적이 있었다그런데 근래 우연한 곳에서 발견을 하고 작심 끝에 구입한 것이 바로 백자명기철화말편이다.

 

백자명기철화말편은 현재 머리가 없고 꼬리 끝이 잘려 나갔는가 하면 네 개의 다리 중 한 개가 달아나고 없다그래도 원형을 유지한 채 똑바로 설 수가 있는 것이 장점이다다리는 내화토 받침을 하고 있으며 긴 몸체 위에는 별도로 만들어 얹어 놓은 듯한 안장이 올려져 있다전체적으로 회색이 많이 도는 유색의 몸체와 머리부터 안장 등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말고삐와 끈 등을 철화로 장식해 놓고 있다이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17C 지방가마에서 제작된 명기 중의 하나로 보여 진다고구려나 가야의 무사처럼 백자명기철화말편을 타고 내달리면 그 곳은 북방의 초원일까 낙동강 유역의 평원일까오늘은 기마민족의 일원이라도 되어 어디론가 무작정 말이라도 달려보고 싶은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