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수요연재]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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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연재]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182)

횡성아리랑

  • 특집부
  • 등록 2024.02.28 07:30
  • 조회수 9,971
182한얼.jpg
횡성아리랑을 한얼 쓰다 (2024, 문양지에 먹, 35× 38cm)

 

강원도 정선읍네 새물 나드리 물레방아 허풍선이는

사시장철 물을 안고서 비빙글 베벵글 도는데

우리집 이 멍텅구리는 날 안구 돌 줄을 몰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루 나를 넴겨주오

 

감상

* 허풍선이 [虛風扇-]: 말과 행동이 너무 과장되어 실속이나 믿음성이 없는 사람

 

부부의 정은 이불 속에서 꽃을 피우고 영글어 간다.

오붓한 정으로 백년을 해로하는 게 모든 이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람은 대개 어긋나기가 일쑤이고 부부 사이가 원만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정이라는 것이 매번 같은 부피와 모양을 지니지 못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길 사람 속보다도 더 알 수 없는 것이 부부의 이불 속 사정일 것이다.

대개는 이불 속의 냉기를 속수무책으로 감내하며,

돌아누운 상대의 완고한 등의 높이에 절망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누라의 욕망을 소 닭 보듯 하는 남편은 이내 멍텅구리가 되고

하루 종일 물레방아를 따라 도는 허풍쟁이 남정네한테 자꾸만 눈이 간다.

이게 사람의 정이고 마음인 것이다.

족자문양지에 스산한 여인의 마음을 옮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사단법인 한국서예술협회 회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