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스페인의 음악'을 주제로 한 장르 중심 작품들을 선보였다.
지난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비드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이끈 국립심포니 공연에서 연주된 작품의 작곡가 샤브리에, 드뷔시, 라벨 등은 모두 프랑스 작곡가지만, 스페인 땅에 깃든 이국적인 생명력에 자극받아 명작을 탄생시켰다.
1부는 샤브리에의 '에스파냐'로 열렸다. 국립심포니의 연주는 산뜻하게 출발했다. 다소 여유로운 템포는 흥겨우나 굴곡이 많은 선율 라인을 드러내기에 적합했고, 스페인을 상징하는 캐스터네츠와 탬버린 등 타악기군도 적절한 악센트로 싱그러운 신명을 불어넣었다.
두 번째 곡으로는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기타 협주곡'을 연주했다. 원래 기타 독주는 밀로시 카라다글리치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건강상 이유로 박규희가 대신 출연했다. 이 곡은 널리 알려진 명작이지만, 실연으로 접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곡이다.
기타는 전통적인 '반주 악기'로, 오케스트라의 솔로 악기가 선율을 맡을 때는 마치 독주 악기가 뒤바뀌는 듯한 효과가 난다. 국립심포니는 솔로와 반주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뒤바뀌는 작품의 실내악적인 성격을 제대로 붙잡았다. 박규희의 유려한 독주가 드러나도록 균형을 잘 조절했을 뿐 아니라 솔로 악기들 또한 기타의 음색, 리듬과 잘 어우러지도록 전체 중 일부로서 연주했다.
박규희의 독주는 과장된 제스처 없이 품에 안고 연주하는 탄주 악기의 낭만적인 감성을 불려 일으켰다. 박규희와 라일란트는 전토악기의 중세적, 고전적, 민속적 감성을 섬세하게 되살려내어 빠져들기에 중분했다.
2부에서는 드뷔시의 '이베리아'를 통해 너울거리는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넘실대는 화성의 고저를 경험했다. 국립심포니는 음향적 이미지를 영상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차원을 넘나드는 훌륭한 연주를 완성했다.
2악장 '밤의 향수'에서 드뷔시 음악의 미묘한 음악적 향기를 바라보는 관객과 주고 받을수 있었다. 라일란트의 지휘는 탁월했고, 연주는 완성을 향해 치달았다.
공연의 마지막은 라벨의 '볼레로'로 채워졌다. 국립심포니는 시종일관 안정된 호흡으로 볼레로의 리듬을 지켜냈고, 라벨이 말한바 '길고 현대적인 크레센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갑자기 온도가 올라가는 흥분감을 즉흥적으로 선사할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의 선택과 스페인이라는 주제의 집중, 거기에 국립심포니의 진일보한 연주력, 라일란트의 해석이 맞아 떨어져서 청중의 음악적 목마름을 충실하게 만족시킨 연주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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