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새책] 독립운동 현장 쫓은 김동우의 '뭉우리돌의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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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독립운동 현장 쫓은 김동우의 '뭉우리돌의 들녘'

러시아와 네덜란드에 남겨진 우리 독립운동의 자취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크라스키노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비’

[서울=뉴시스] 뭉우리돌의 들녘(사진=수오서재 제공) 2024.0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뭉우리돌의 들녘(사진=수오서재) 2024.01.21.

 

'뭉우리돌의 들녘'(수오서재)의 저자 김동우는 러시아와 네덜란드에 남겨진 우리 독립운동의 자취를 찾아 나섰다.


2017년부터 국내와 독립운동 사적지와 독립운동가 후손을 취재해 온 저자가 러시아 연해주 소도시 크라스키노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비’, 연해주 우수리스크시에 있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가옥, 아무르주의 스보보드니 외곽의 자유시 참변추모비,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이준 열사 기념관 등을 답사한 기록을 정리했다.

의병들이 본거지를 만들고 독립운동가들이 망명을 이어간 땅, 연해주. 그곳에 망국 앞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실제 모티프가 된 ‘15만 원 탈취 의거’도 연해주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제목에 언급된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뜻하는 우리말로, 김구의 '백범일지'에서 비롯됐다.  김구가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었을 때 일본 순사가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말하며 그를 고문했다. 그 말에 김구는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라고 답했다. 작가는 김구의 말에서 착안하여 뭉우리돌처럼 굳건히 박혀 독립운동에 생을 바친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민초들은 독립운동가들의 무장을 위해 기꺼이 가락지와 비녀, 놋요강 등을 내어놓았고, 청산리, 봉오동 전투의 기반이 되었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이기에 한국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 여사와 이인섭의 막내딸 스베틀라나 여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도 들어 있다.

 

저자가 방문한 다양한 지역 가운데 러시아 연해주는 수백의 독립운동가들이 탄생하고 스러져간 땅이다. 한인들의 생존을 위한 땅이자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망명한 독립운동가들의 항일투쟁 본거지이자 최전선이 된 이곳에서 김동우는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가옥을 찾아 나선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재력가이자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등 역사 속에서 알려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책은 국외 독립운동사적지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사진작가의 지독한 분투기다. 김동우 작가가 사적지를 찾아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은 빈터다. 주소 한 줄에 의지해 어렵사리 사적지를 찾아가면 초라한 기념비만이 황망하게 서 있거나 그도 없이 황량한 빈터가 전부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곳에서의 사진은 지워진 역사를 표현함과 동시에 지워져 가는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전 세계에 남은 민족의 흔적을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립운동가들은 실패는 했어도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분들이다.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오롯이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으면 역사는 잊힌다. 발걸음이 이어진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이자 기억하겠다는 의지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데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