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화요연재]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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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연재]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3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국악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2)

  • 특집부
  • 등록 2024.01.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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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한류문화컬럼니스트)

 

2024년 1월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2024 문화예술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문화예술인들을 향하여 ‘우리는 계속해서 힘을 다해 지원하지만, 여러분이 하는 일에는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윤대통령은 미국 방문 때 하버드대학교의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였다, 간담회의 인터뷰 내용은, "K팝과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받았다. 윤대통령은 "정부의 개입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하여 신년 인사회의 좌중을 환호하게 하였다.

 

그리고, 하버드대 간담회 장에 있었던 조지프 교수는 "윤대통령이 학생이었다면 A+를 받을 만한 대답이었다”라고 말한 일화를 윤대통령은 소개하였다.

 

윤대통령은 미국 방문 때의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라는 미국의 포크록 가수 돈 맥클린의 노래를 불렀을 때의 상황도 언급하였는데, 질 바이든 여사가 계속 노래를 부르라 하여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면서, "미국 국민들이 우리나라에 호감을 갖게 된 이유는 큰 이벤트보다도 한 소절의 노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윤대통령은 말하였다. 소위 문화의 힘을 강조한 것이다.

   

국악진흥법 전문가위원회...jpg
지난해 12월 22일 (사)한국국악협회 ‘국악진흥법 전문가위원회(위원장 박상진)’ 전체 회의가 개최되었다. 좌로부터, 유영대, 이희병, 이용상, 이태백, 박상진, 박정곤, 한상일, 정회천, 양종승, 하응백. 2023.12.22.

 

"지원은 하되 간섭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는 윤대통령의 말은, 한류를 강조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존중한다는 말로서 K컬처에 대한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문화예술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낸 고무적인 발언이라고 풀이된다. 윤대통령의 글로벌 마인드적 바탕에서 K컬처의 지속 가능한 미래 비전적 기대감을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K컬처의 기류에 편승해서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고 생색내는 말과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K컬처 진흥에 대한 환경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은연중 강조한 것으로 사료된다.

 

지난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2”에서는, 우리나라 영화 관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하고 K컬처를 주도하며 영화 발전을 이끈 것은 영화인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아울러 ‘스크린쿼터제’ 의 영향 덕분이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국악계에서도 ‘국악진흥법’을 계기로 ‘국악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는 1966년 8월 3일에 이루어진 영화법 제2차 개정 때 ‘스크린쿼터제’를 도입하였다. 그 당시에는 ‘스크린쿼터제’를 맞출 만한 번번한 영화를 제대로 제작하지도 못하던 때였다. 그런데도 정부와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제’를 도입하여 한국 영화발전의 기반을 구축하고, 오늘날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K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리매김하기까지 거의 50년 정도가 걸렸다고 본다.

 

지난 회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다른 문화예술의 장르 중에서 영화의 제작 과정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비교적 잘 실천되어진 장르로 보인다. 그럼으로써 한국인만의 장기(長技)인 창조적 상상력이 발현된 영화 K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준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경쟁을 붙인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원 받는 대신에 성과를 내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그건 아니다”라는 말이 들린다. 이것은 갑과 을의 관계에서나 볼 수 있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남의 작품 모방하고 흉내를 내게 된다. 경연대회도 아니고, 누가 경쟁을 붙이고 성과에 대한 심사는 누가 한단 말인가? 글로벌 마인드에서 벗어난 후진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성과를 내고 있는 K컬처, K팝 등은 누군가 심사를 하고, 또 합격을 해서 세계 최고가 된 것이 아니다.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귤을 탱자로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후진적 정치권에서는 일색(一色)을 원하지만, 선진 문화에서는 다색다양(多色多樣)을 추구한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글로벌 문화가 K컬처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강조하였듯이, 그야말로 문화예술 지원 정책에 있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이 지켜질 때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프 교수에게서 A+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국악진흥법’을 계기로 ‘영화법’의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국악쿼터제’가 도입되기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K팝의 원형자산은 전통음악 즉 국악이다. 한류 즉 K팝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악의 대중화에 대한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 그 중 하나가 공영방송 등에서의 역할인 ‘국악쿼터제’이다. 이는 국민들께 국악향유의 혜택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로도 실현될 것이다.

 

또한, ‘국악진흥법’의 비전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미션 또한 젊은 국악인들의 다양한 창조 정신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미래 세대 비전에 대한 국악진흥 및 한류음악 증진 시스템 구축, 미션에 대한 다양한 창조적 시스템이 시행령에 반영되고 구축되어져야 할 것이다. 특정 기관에서 지원금 나눠주고 거기에 국악예술인들을 줄 세우고, 더 나아가 그 창작 지원금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시행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악진흥법’의 시행령은, 국악진흥과 한류확산을 담보하면서 국악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새로운 창조적 시스템이 확장 내지는 구축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야 한다. 그것이 ‘국악진흥법’이 제정된 취지에 더 부합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젊은이들의 미션은 다양한 창조 정신을 발휘하게 될 것이고, 더욱 풍성하고 다색 다양한 한류음악을 창조하는 것으로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