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 찬 12월 중순, 12일 오후 5시 서초동 SCC선아트홀에서 2023 어울사랑 송년음악회가 열렸다.
오랜 기간 우리 음악의 정체성을 우선시하여 다양하게 음악을 해 온 이병욱 교수가 주축이 되어 개최한 이 공연은, 실내악단 이병욱과 어울림, 어울사랑예술단, 마리소리골악기박물관 기타반을 비롯하여 소프라노 장아람, 콘트라베이스 이병헌 등의 음악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따뜻한 무대를 꾸렸다.
어울사랑예술단 황경애 예술감독과 전 KBS 한국방송 부사장 임병걸의 사회로 공연이 진행되었고, 전문 연주자와 아마추어들이 하나 되어 함께 연주함으로 2023년을 마무리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었다.
따뜻하고 단아한 느낌의 편안한 무대를 바라보며, 공연을 축하하러 온 많은 내빈이 기대 어린 눈빛으로 서로 인사하며 미소 지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송년음악회’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따스한 사랑으로 엮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용철 영상작가가 제작한 ‘2023 어울사랑 발자취’ 영상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지난 8월, 8.15 광복절과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아 재독한인연합회에서 개최한 문화행사 스케치와 인터뷰를 비롯하여 예술단과 이병욱 교수가 1년 동안 해온 다양한 활동을 5분에 담은 영상이었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관객들은 한 해 동안 음악과 행사 등을 꾸준히 진행해 온 이병욱 교수와 연주자들을 위하여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축하하는 박수를 보냈다. 사회를 맡은 임병걸 진행자는 이 공연이 종합선물 세트 같은 무대라고 전했다. 다양한 장르의 곡, 세계 민요 등 모두가 함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곡들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편안하게 관객들과 소통하며, 따뜻한 분위기로 무대를 즐길 수 있게 진행을 끌어 나갔다.
공연은 총 3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부의 첫 무대로 ‘새가락놀량’이 연주되었다. 이은기의 가야금과 이석종의 장구 연주로 꾸려진 이 무대는 ‘놀아보세’라는 뜻을 지닌 놀량답게 경쾌한 장단과 듣기 좋은 가야금의 화려하고 밝은 음색이 귀를 사로잡았다.
장구는 가야금과 부드럽게 어우러지며 선율을 받쳐주다가, 같은 리듬꼴을 연주하며 음악을 확장시킨 후 장구의 현란한 솔로를 연주했다. 그 후 가야금 솔로가 받아, 가야금의 매력을 발산하며 흥미롭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 다음으로 연주된 ‘Besame Mucho’와 ‘Libertango’ 또한 아코디언과 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 피아노가 나누어 연주하며 즐거운 무대를 만들어 냈다.
2부의 첫 곡은 ‘나마스테 아리랑 Fantasy’로, 이병욱 교수가 얼마 전 히말라야 트래킹에 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초연곡이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코드 진행으로 이루어진 기타 선율은 따뜻함을 자아냈고, 기타 연주 위에 얹어지는 자유로운 노래, 아리랑 선율로의 진행이 자연스러운 감상을 끌어냈다.
관객들도 함께 따라 부르며 하나 된 어우러짐을 선보인 이 곡은,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듯 꾸준히 살아내며, 인생의 고난과 환희, 기쁨을 모두 맛보고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이 그려지는 듯했다. 다음으로 연주된 ‘달항아리’는 사회를 맡은 임병걸 진행자의 시와 이병욱 교수의 작곡이 만나 탄생한 무대였다. ‘두리둥실 떠올라 다시는 지지 않으리’라는 가사의 반복으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함을 절절히 드러낸 음악이었다.
그 후 페루와 쿠르티스 민요가 기타, 팬플룻 연주로 펼쳐지고, 황경애 선생님의 인사 및 진행, 편안한 기타 연주와 함께 마지막 3부가 시작되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아마추어 단체 어울사랑예술단 단원들이 준비한 무대로, 조금은 어설프더라도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꽃밭에서’, ‘사랑의 기쁨’, ‘에델바이스’ 등 관객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함께 연주하며 음악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행복이 고스란히 전해져, 덩달아 함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버겁고 외로운 삶이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예술이라는 장르 아래 하나로 모여 따뜻함과 온기를 느끼며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임이 분명하다. 어울사랑 송년음악회는 매년 진행돼 왔다. 1년에 1번뿐인 연말 공연이지만, 그래서 더욱 귀하고, 함께 즐기고 웃을 수 있음에 음악과 사람의 소중함을 진하게 느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소중한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더욱 따스한 마음을 전하고, 살피며 힘찬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격려를 주고받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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