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새책] 20살 남원 청년이 전범 용의자로 전락,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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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20살 남원 청년이 전범 용의자로 전락,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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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남방의 포로감시원, 5년의 기록'은 그가 살아생전 남겼던 고난과 역경이 새겨진 5년이란 세월을 기록한 일기다.

가족과 생계를 위해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20살의 남원 청년이 전범 용의자로 전락한 내용이 담긴 책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를 통해 우리는 70년전 동아시아 역사와 세계 열강 속에서 개인이 당해야 했던 수난을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역사라고 본다. 

1923년 최영우란 남자가 전라북도 남원 서도리에서 태어났다. 전주공업전수학교를 졸업한 그는 1942년 스무 살 청년 때 포로감시원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여러 수용소에서 일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맞고 일본이 항복하면서 전범 용의자로 현지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5년 후 귀국, 2002년 세상을 떠났다.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출판 효형출판)'은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남원 수동마을에서 태어난 최영우가 태평양 전쟁에 일본군 포로 감시원으로 참전 후 남긴 육필원고를 손자 최양현이 재구성한 책이다.

이 책은 태평양 전쟁 발발 이후 일본의 패망과 연합국의 승전 처리기인 1947년까지 5년간 20살 남원 출신 최영우가 남긴 육필 원고다.

10여 년 동안은 그의 손자 최양현씨가 직접 탐사하고 새롭게 발굴해 재구성했다.

차남으로 태어난 최영우는 큰 형과 동생 대신 포로 감시원 채용에 응시해 전쟁 참전을 결심하고 두 달간 훈련을 받은 후 인도네시아 '남방'의 자바섬에 배치됐다.

2년 만기 근무에 봉급을 받는 정식 군무원이었지만 현실은 일본군 이등병보다 못한 최말단 대우를 받았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세가 반전되면서 최영우를 비롯한 포로감시원들은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1945년 일본 패망으로 일본군 소속 전범 용의자로 전락했다.

연합군 포로 학대 혐의를 받은 다수의 젊은 조선인 청년들 조선인 출신 포로감시원 148명이 B·C급 전범이 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무려 129명, 이중 23명은 사형판결을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1947년 3월 연합군 감옥에서 그는 석방됐다.  5년 전 3천여 명이 함께 출발했는데 130여 명만 겨우 귀환선을 탔다. 그러나 어수선한 해방정국에서 귀국을 포기하고 일본에 남아 경계인을 선택한 사람까지 그들의 삶 역시 어수선했다. ‘관리번호 132번 최영우’가 남원 서도역에 도착해 서성일 때 당숙모와 마주쳤지만 피골이 상접한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태평양 전쟁 종전 후 전범 용의자가 된 최영우는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 자카르타 치피낭 형무소에서 복역한 뒤 1947년 9월 히로시마를 거쳐 한국으로 귀국, 생전에 틈틈이 포로감시원 시절을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 최양현은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어느 무명인 청년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함께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