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시인, 정치적 투사, 생명 사상가, 서화가 김지하(본명 김영일). 지난 8일 김지하 작고. 1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있었다. 주로 동료들이 추모문화제 추진위를 결성해 학술심포지엄과 시화전시회와 음악회를 개최했고, 후배 학자들이 추모학술포럼 등으로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4월 24일 오전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는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 간담회가 열었다. 1970년대부터의 문학 활동과 정치투쟁이 생명사상을 싹 틔운 것으로 이를 큰 자산화 해야 한다는 논의를 하였다. 추진위원장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김지하 선생은 놀랍게도 이미 30∼40년 전부터 문명 전환을 촉구했다고 평가했다. 추진위는 21세기 지구, 생명 담론이 나가야 할 생산적인 대안과 방향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5월 3일, 동숭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 집에서는 ‘김지하의 생명사상’을 주제로 포럼이 있었다. 윤명철, 김두규, 이윤선, 권철중이 토론자들과 함께 사상적으로 주목할 논제와 왜곡을 바로잡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특별 행사로는 미공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5월 6일 오후 7시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청계학당에서 추모공연이 열렸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가수 문진오 등이 ‘타는 목마름’ 등을 부르고, 임진택이 ‘소리 내력’을 선보였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1966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후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비'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 등단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담은 '타는 목마름으로'(1975)는 시대를 대표하는 저항시로 꼽힌다. 1970년 국가 권력을 풍자한 시 '오적'으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 과정이 노래로 재구성되었다.
5월 6, 7일 양일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심포지엄 ‘김지하의 문학 예술과 생명사상을 주제로 문학과 사상을 조명하였다.
5월 9일,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지난 4일 시작한 ‘꽃과 달마, 힌 그늘의 미학’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막을 내렸다. 평소 틈틈이 그려 지인들에게 전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했다.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발표한 시 ‘五賊’의 출판자료를 비롯하여 먹으로 그린 난초를 비롯해 매화, 달마도, 산수화, 채색 꽃그림, 글씨 등 40점이 선보였다. 그리고 글씨와 그림을 배운 무위당 장일순의 난초 그림 2점과 가수 김민기가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쓴 노래 악보 등도 선보였다.
전시회는 시인으로 일생을 살았지만, 그림과 글씨에서도 시 못지않은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게 했다. 스스로는 ‘묵희(墨戱)’, '먹의 유희'라고 했지만, 화법에 정통했고 글씨는 유려한 달필로 현대 문인화가로 평가 받는 자리였다.
학술포럼을 주관한 윤명철 동국대 교수는 학술회의를 연례화 하겠다고 했고, 전시회 진행에 참여한 한학자 김영복 선생은 ‘김지하 전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명대 이창식교수는 ‘아우라지 미학’과 ‘율려학회’ 창립 등과 함께 선생의 전통음악관도 조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래 인물 추도로서는 비교적 다양한 조명이 있었다. 그만큼 김지하의 현대사적 무게가 큰 인물임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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