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국립국악원의 전통 국악 공연 시리즈 '일이관지' 공연의 5월 무대가 명창들이 꾸미는 판소리 무대로 펼쳐진다.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오는 5월 16일(화)부터 25일(목)까지 총 6회에 걸쳐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일이관지 - 성악’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무대에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친구와 형제, 부부 등의 관계가 있는 총 15명의 명창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다채로운 전통 판소리의 멋을 전한다.
60년 소리 우정이 빚어낸 흥보가-전인삼 ․ 윤진철
5월의 일이관지 첫 공연은 60년 우정을 자랑하는 유영애, 박방금 명창이 흥보가로 막을 올린다. 13살 때부터 지금까지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로 지내는 두 명창은 목포국악원의 김상룡 선생 문하에서 함께 판소리를 수학했다. 이후 유영애 명창은 목포를 떠나 남원에서 활동하면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가 되었고, 박방금 명창은 목포에 남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아 나란히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무대에서는 박방금 명창이 흥보의 고난을 표현한 전반부(초두 대목부터 매맞는 대목까지)를, 유영애 명창은 흥보 삶의 희망을 보여주는 후반부(집터 잡는 대목부터 놀보가 흥보 찾아오는 대목까지)를 맡아 흥보가의 대비되는 멋과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전주대사습 장원 출신 둘의 적벽가-전인삼 ․ 윤진철
대표적인 명창의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의 장원 출신인 전인삼, 윤진철 명창은 17일 풍류사랑방 무대를 박진감 넘치는 적벽대전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남원 출신의 전인삼 명창은 제23회(1997년) 전주대사습놀이에, 목포 출신의 윤진철 명창은 제24회(1998년)에 각각 장원에 오르면서 명창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전인삼 명창은 꿋꿋하고 강한 동편제의 멋을 살려 적벽가의 싸움타령부터 조자룡 활 쏘는 대목까지 전하고, 윤진철 명창은 촘촘하고 세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강산제로 군사 분발부터 조조 화용도로 도망가는 대목까지를 부른다. 불타는 적벽의 긴박한 현장을 서로 다른 음색으로 전하는 두 명창의 소리 또한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형제 명창이 전하는 형제의 이야기, 흥보가-왕기철․ 왕기석
18일에는 왕기철 명창(형)과 왕기석 명창(동생)이 무대에 올라 수궁가와 흥보가를 전한다. 두 형제보다 먼저 판소리의 길로 나섰던 형 故왕기창 명창의 제안으로 왕기철 명창은 박귀희 명창 문하에서, 왕기석 명창은 국립창극단의 남해성 명창을 만나 각각 소리의 길로 입문했다. 이후 왕기철 명창은 2001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왕기석 명창은 최연소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명창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무대에서 왕기석 명창은 전라도의 깊은 성음이 특징인 박초월제 수궁가 범 내려온다 대목부터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을 전하고, 왕기철 명창은 경상도 특유의 강한 소리가 돋보이는 박녹주제 흥보가의 박타령을 불러 색다른 소리의 매력을 전한다. 마지막 순서에는 왕기석 명창의 딸 왕시연 소리꾼이 두 형제와 함께 무대에 올라 입체창 흥보가 화초타령을 선보인다.
동문(同門) 명창의 춘향가-송재영․ 장문희 명창
판소리 명창 이날치(1820~1892)의 증손녀이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이일주 명창(1936~)의 제자인 송재영, 장문희 명창도 23일 무대에 올라 춘향가를 들려준다. 이일주 명창은 동편제와 서편제를 섞고 사설 정리를 더해 ‘동초제’라는 새로운 판소리 유파를 만든 동초(東超) 김연수(1907~1974)의 제자로 송재영, 장문희 명창 역시 동초제의 계보를 잇는 현역 명창이다. 두 명창은 2021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동시에 인정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두 명창 모두 동초제로 춘향가를 들려준다. 장문희 명창은 춘향가 중 십장가 대목부터 옥중가까지, 송재영 명창은 초경이경부터 어사출도 대목까지 불러 각자의 소리로 춘향과 몽룡의 색깔을 그려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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