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Pick리뷰] 두 명이 들려주는 하나의 수궁가 ‘절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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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리뷰

[Pick리뷰] 두 명이 들려주는 하나의 수궁가 ‘절창 1’

4월 27일, 김준수와 유태평양의 ‘절창Ⅰ’
연극적 요소 다양하게 무대를 채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소리’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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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은 이 시대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선보이기 위해 2021년부터 절창 시리즈를 기획하여 선보였다


절창은 우리 소리의 전통을 이어 가면서 참신한 구성과 현대적인 무대를 통해 소리꾼들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치며, 관객들과 더욱 친밀하게 교감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판소리 공연이다. 올해는 총 세무대로 나뉘어 진행되며, ‘절창에서는 소리꾼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절창에서는 민은경과 이소연이, ‘절창에서는 안이호와 이광복이 각각 무대를 맡아 2인극 형식으로 무대를 꾸린다.


427일 목요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김준수와 유태평양의 절창을 시작으로 절창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국립창극단의 단원이면서 막역한 친분을 보여 온 두 소리꾼이 만들어 낸 이 무대에서는 이들의 수궁가를 들을 수 있었다


수궁가는 현존하는 판소리 중 유일한 우화로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작품이며, 두 소리꾼 모두 수궁가 완창 경험이 있기에 이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짜임새 있고 새로운 수궁가는 어떨지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 수궁가의 유명한 하이라이트 부분만 모아 구성한 이번 무대는 빠른 이야기의 진행과 유쾌하고 흥미로운 연출로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여 무대를 즐길 수 있게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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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와 유태평양은 역할에 따라 소리를 나누어 부르는 분창(分唱)에서 벗어나 판소리 장단에 맞춰 가사를 주고받거나 등장인물을 번갈아 넘나들며 역할을 맡아 부르고, 연극적인 요소를 다양하게 보여주며 무대를 채워나갔다


이 무대를 연출한 남인우 연출가에 의하면, ‘전통 판소리의 동시대성을 어떻게 극장에서 구현하느냐에 중점을 두며 구성한 2021절창에서 고민에서 더 나아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욱 성숙해진 두 소리꾼의 면면이 잘 보이도록 작품을 전반적으로 보완했다고 한다.


소리꾼의 발림(판소리에서 창자가 소리의 가락이나 사설의 극적인 내용에 따라서 손··온몸을 움직여 소리나 이야기의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청각적 상상력이 시각적 상상력으로 전환됨을 활용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무대에서 여실히 잘 드러났다. 자라와 토끼, 각종 동물을 흉내 내 연기하고, 노래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마치 극 중 모든 동물들이 눈앞에서 대화하는 듯 생동감이 넘쳤다


특히 이들의 표정 연기와 몸짓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주었는데, 쫓아가고, 쫓기고, 쓰러지고 깡충깡충 뛰는 등의 다양한 몸짓을 통해 더더욱 소리와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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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에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특히 수궁가는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고, 장면이 다양하게 전환되어 이야기적 요소가 매우 크다. 김준수와 유태평양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 주기 위해 중간중간 유머를 곁들이고, 관객들에게 말을 걸며 소통하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소리 대목의 경우 소리를 하기 전에 그 대목과 장면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기도 하였다.


별주부가 토끼를 꾀어 등에 업고 용궁으로 들어갈 때 풍경의 아름다움을 부른 범피중류를 부르기 전 관객들에게 천천히 그 가사를 읊어주며 소리의 시적인 아름다움을 쉽게 와닿을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관객들은 소리를 듣기 전 가사를 천천히 음미하며 더욱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경드름에 대해 설명할 때는,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리가 불리던 시대와 그 느낌, 부르는 방식까지 찬찬히 설명해 주니 판소리를 어렵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대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소리 중간중간 계속하여 소리와는 관계없는 설명이나 이야기를 하느라 수궁가 자체의 이야기 흐름이 끊기는 것은 아쉬웠다. 관객과의 소통은 좋았으나 이야기의 맥이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점이 조금 보완된다면 다음 절창 무대에서는 더욱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악기 반주로는 계속해서 소리를 반주해 주는 고수의 북, 거문고, 피리(생황, 태평소), 타악기가 사용되었다. 소리의 적재적소에 악기가 덧입혀짐으로 수궁가의 희로애락과 감성, 유쾌한 감정을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태평양이 유쾌하게 별주부 호생원 부르는 대목을 부른 후, 김준수가 등장하며 호랑이가 위엄있게 등장하는 대목인 범 내려온다를 부르며 등장할 때는 태평소의 우렁찬 소리와 힘 있는 타악기의 타점이 어우러지며 좌중을 압도했으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생황 선율과 평온한 파도 소리 위에 얹힌 범피중류는 바다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생황은 특히 무대의 처음과 끝에 밝고 웅장한 주제선율을 연주하며 두 소리꾼의 따뜻하고 즐거운 공연을 성황리에 시작하고 끝낼 수 있도록 해 주어 무대가 더욱 빛났으며, 다른 서양악기 없이 최소한의 국악기로만 사용되었기에 더욱 판소리 자체에 집중하면서도 한국적이고 다채로운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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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두 소리꾼의 이야기와 음악을 넘어 가장 좋았던 건 역시나 소리그 자체였다. 각기 다른 음색과 특징을 소유하고 있는 두 명의 소리꾼이 부르는 서로 다른 소리를 통해 그 힘과 매력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동시에 두 소리꾼이 하나 되어 화합된 무대를 꾸려나가는 것 또한 의미 있었다. 소리와 더불어 두 소리꾼의 우정과 화합, 하나 되는 호흡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두 명이 꾸려나가는 소리 절창의 큰 매력 중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관객들은 무대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수궁가의 등장인물을 통해, 두 명의 소리꾼을 통해함께 웃고 울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고, 공연이 끝난 후 그들을 향한 박수갈채는 끝날 줄 몰랐다


김준수와 유태평양은 수궁가를 통하여 인생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판소리의 진짜 멋을 선보이며, 힘들고 지치는 날 안에서도 웃을 수 있는 쉼을 선사한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는 토끼처럼, 첩첩산중 가운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를 위로해 주며 힘을 전해주었던 편안하고 쉼이 된 공연 절창’. 누군가가 이들의 판소리를 통해 얻었을, 불안하고 위태로운 시간을 넘어설 힘을 응원하며, 두 소리꾼이 앞으로 보여줄 가치 있고 깊이 있는 무대를 더욱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