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e영상역사관’엔 1960년 4월 1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일 축하연 장면이 담긴 대한뉴스 제258호 영상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영상 속엔 장내 이목을 사로잡은 한 여성 무리가 있었다. 탄신연 중 열린 제1회 전국 농악 경연대회에서 말간 얼굴로 장구와 징, 소고를 신명나게 두들겨 대통령상을 받아 이름을 날린 처녀들. 바로 ‘여성농악단’이었다.
젊은 나이의 여성이 중심이 되는 농악패를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 2년 뒤 남원여성농악단이 전국농악대회를 비롯한 각종 경연대회를 석권했다.
이들이 63년의 세월을 거슬러 지난 22일 오후 3시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최초의 여성농악단의 원년 단원 4인이 연희단팔산대 여성 예인들과 마지막 여성농악단 소고잡이였던 김운태씨와 함께 마당극 ‘무풍’ 무대에 섰다.
여성농악단은 1958년 남원국악원이 기존 남성들로만 꾸리던 전문농악단을 20대 전후반 젊은 여성 중심으로 구성, 창설했고,창단 다음 해 1960년 전국농악경연대회에 처음 출전하여 일등을 했다.
1960년 처음 가무를 선보였다. 일찍 결혼해 가사를 책임지거나, 도회지 식모살이가 다수였던 당시 15~20세 농촌 여성들에게 농악의 정수를 전수하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시도였다.
1970년대 초까지 고공을 찔렀고, 춘향여성농악단 등 유사 단체가 남도에서만 20여 개가 결성됐다. 전후 최초의 농악 걸그룹이었다. 하지만 TV 보급으로 인한 장터 공연 인기 하락, 10·26 계엄령 선포 여파로 1979년부터는 활동을 멈춰야 했다. 이후 잊힌 이들의 기예는 구전을 통해 1995년 복원됐고, 2014년 여성 예인단 연희단팔산대를 창설해 ‘무풍’ 공연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이들은 특히 호남우도농악 계승자들이다. 상쇠의 부포(벙거지 꼭대기에 달린 깃털)와 장구의 춤 맵시, 소고꾼들의 기민한 기예를 조화시킨 판굿이 주특기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연희단팔산대가 공연차 방문한 남원에서 생존한 원로 4인을 만나며 시작됐다.
시 관계자는 "남원여성농악단의 멈췄던 시간을 잇는 이번 공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남원여성농악단의 역사를 알리기 위한 원로 여성 명인농악 인들의 공연을 전통문화의 발전을 위해 3D 중계차로 촬영하고, 자료로 기록해 보존 하겠다”고 말했다.
여성농악단이 관객들을 오래 눌러앉히기 위해 공연의 첫 순서부터 가장 자신 있는 장기를 펼쳐보이던 ‘앞과장’ 장면도 국내 최초 복원된다.
공연 문의는 연희단팔산대, 1544-8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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