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PICK인터뷰] LE BAO VY(르 바오 비)의 '시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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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인터뷰] LE BAO VY(르 바오 비)의 '시조'를 만나다

22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부 '시조'부문 장원
3남매 둔 다문화가정 맏이
이명숙 명창, 한글과 시조 병행 지도
이른 나이 장원, 도전 기회 부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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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40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시조부 장원자 유나영 학생(충북 청주시 운동초). 시조와 함께 최근에는 가야금과 민요를 배우고 있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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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제40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시조부 장원자 유나영 학생(왼쪽)과 스승 이명숙 명창. (충북 청주시 운동초)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2022. 08. 27.

 

지난 2022년 전국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에서 부문별 장원자 중,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시조부 장원자 유나영 학생(12, 충북 청주시 운동초). 외국인인 듯한 외모, 더구나 국악 중에서도 쉽지 않은 시조 부문에서 당당하게 장원을 차지해 스승과 함께 한 기념사진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기자는 가족, 스승과 함께한 나영 학생을 충북 청주시에서 만났다. 처음 만난 기자에게 수줍어하면서도, "기사는 (인터넷에) 어떻게 나오는 거예요?"라며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 크고도 동그란 눈빛으로 호기심 어린, 세상 궁금한 것이 많은 당찬 소녀였다.

 

방학이지만, 시조 외에도, 태권도, 가야금 수업, 학습과외 등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며, 작년 큰 상의 감동이 여전히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는 감성 풍부한 소녀이기도 했다.

나영 학생의 모친은 베트남인, 부친은 한국인이다. 첫째인 나영 학생을 포함하여 5, 11개월 자녀 3남매를 두었고, 작년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으며, 이때 나영 학생 역시 유나영이라는 대한민국 이름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았다.


LE BAO VY(르 바오 비), 시조를 만나다.


부부는 베트남에 정착할 계획으로 맏이로 태어난 르바오비(LE BAO VY, 나영 학생의 베트남 이름)를 베트남에서 출산했으나, 자녀 교육을 위해 한국 거주를 결심했다. 2019년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부부의 가장 큰 과제는 8세 첫째 아이의 교육이었다. 아이가 처음 시조를 배우게 된 때를 회상하며, 부친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가 한국말을 모르는 상태라, 말 배우러 갔어요. 저도 일을 하고 있어서, 한국말을 가르쳐줄 상황도 못되고요. 또래 친구들이 안하는 것을 하면, 좀 나을까 싶어서 특기를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마침 예전에 시조를 배우셨던 어머님께서 시조가 좋은 것을 아셔서 추천하셨고, 아이를 돌봐주실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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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친할머니는 국악을 배운 지 30여년이 되며, 나영 학생이 시조를 배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은 유나영 학생과 친할머니. (사진=류정은 기자) 2023. 1. 26

 

할머님은 소위 말해서 국악 애호가이다. 심금을 울리는 국악의 멋에 매료되어 배운지 30여년이 된다. 그 동안 가야금에서 시작하여, 민요, 장구 등 판소리를 제외한 모든 분야를 배웠으며 크고 작은 공연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말이 서툰 며느리를 대신해 첫째 손녀의 교육활동을 도울 수 있는 가족이었다. 할아버지 또한 자동차로 손녀의 등·하원을 도우시는 등 조부모님 모두 손녀의 배움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


또한 코로나가 성행하면서, 아이가 한국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고, 시조수업만이 유일하게 말을 배우고,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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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유나영 학생과 시조 스승 이명숙 명창. (사진=류정은 기자) 2023. 01. 26.

 

하얀 도화지 같은 나영이, 시조 스승을 만나다.


"처음에는 너무 느려서 답답했어요.”


나영 학생이 처음 시조를 접했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8살 소녀에게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녀는 노력 끝에 3년 후, 전국대회 학생부 장원을 차지했고, 그 과정에 스승 이명숙 (충북 무형문화재 제26호 석암제 시조창 이수자) 명창의 도움이 컸다.

명창은 이상래 선생(충북 무형문화재 제26호 석암제 시조창 보유자)으로부터 전수조교까지 인정받아 활발한 활동을 했으며, 2011년 영동난계국악제 시조부문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청주에서 오랜 기간 일식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작년까지 9년간 ()대한시조협회 청주지회 지회장을 지냈으며, 시조 교육과 봉사활동을 통해 청주의 시조를 지켜온 명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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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유나영 학생이 시조 스승 이명숙 명창으로부터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3. 01. 26.

 

스승은 나영 학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에는 어른이든 아이들이든 인터넷 통해서 귀로 먼저 들어요. 따라하거나, 소리는 예쁘지만 멋에 취해서, 안 좋은 습관이 들어 잘 안 고쳐질 수가 있어요. 그런데, 나영이는 하얀 도화지 같았어요. 하라는 대로만 해서 정확하게 갈 수 밖에 없었죠. 시조는 호흡이 길잖아요. 어른들은 숨차서 다 못해요. 그런데 나영이는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잘 따라왔죠.”


한글과 시조를 병행 지도


나영 학생은 시조를 배우는데 결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한글 지식이 전무 했던 것이다. 때문에 스승은 한글과 시조를 병행해서 수업했다.


"가사의 뜻을 모르고 가르치면, 아이가 이해할 수 없잖아요. ‘30분은 한글을 가르쳐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30분은 시조를 가르쳤어요. 처음 녹양이 천만사인들(천만산들)...’ 43글자(시조창 부분) 가르칠 때, 한글 수업에서는 ㄱㄴㄷ을 가르쳤어요. 처음에 그림 그리듯이 따라하게 하고, 그렇게 발음, 글자 가르치고, 또 쓰게 하고, 다 하면, 자음, 모음을 붙이면서, ‘, ...’ 되도록 가르치고. 글자를 가르친 다음에 문장으로 넘어가는데, 저도 한계가 오더라고요. 그 때, 할머님께 학습지 지도를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또한 이명숙 명창은 주변의 자연을 활용하여 나영 학생이 단어와 문장의 뜻을 최대한 이해하도록 도왔다고 했다.


"예를 들어, ‘녹양이 천만사(千萬絲)인들(푸른 버들가지가 천 갈래 만 갈래 실올같이 드리웠으나)’을 가르칠 때, ‘에 모음 하고, ‘붙이면 이야.’ 라고 말해줬어요. 또 마침 근처에 수양버들 나무가 있었어요. ‘하나, ... 천개, 만개가 있어.’ 그렇게 설명하면서 평시조를 가르쳤어요.”


이 명창은 아이가 명석하여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고, 배우고 성취하려는 욕구도 상당하여, 아이 스스로 시조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시조 하면, 말이 녹양이...’만 해도 세 글자로 십 몇 초를 가잖아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호흡도 길어서 지루해해요. 그런데, 한 수를 배우고 나면, 자기가 스스로 좋은 점을 느끼고 빠져들어서 그 맛을 알게 되요.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겠다고 해요.”


나영 학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터득한 시조 부르기의 재미를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재미있었어요. 녹양이... 탐화봉접...’(가성으로 넘어가는 부분) 할 때나, 지름 시조에서(첫 음부터) 소리 지르면 기분 좋아요. 속이 시원하고 스트레스가 풀려요. 또 요성(음이 떨리는 부분)할 때 뭔가 느낌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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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유나영 학생이 시조 스승 이명숙 명창으로부터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3. 1. 26

 

볼펜 물고 발음 익혀, 느린 지도의 성과


시조창의 기본 중 하나인 정확한 발음을 위해 스승은 볼펜을 물고 연습하도록 지도하기도 했다. 노력 덕에 이제는 누구보다도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며, 그것은 나영 학생의 장점이 되었다고 밝혔다. 스승은 성과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한꺼번에 많이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해야 몸에서 반응해서 진심 우러나오게 되는데, 나영이를 그렇게 하도록 가르쳤어요. 입에 볼펜을 물고 연습하게 한 것도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만, 정확한 발음을 할 줄 알고, 구강구조를 이해해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늦어도, 나중에 더 빨리 이해하고 속도가 납니다. 그것을 나영이를 가르치면서 확인했어요. 이제는 구강구조를 설명할 때, 손모양만 보여줘도 제 말을 알아듣고 발성이 달라져요. 예전에 구구절절 설명했던 것을 이제는 한 동작, 한마디면 바로 알아들어요. ”


시조를 배운 지, 3년 만에 장원


2020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시조부 장려

2021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시조부 차상

2021 ()대한시조협회 통영지회 전국시조창경연대회 질음시조부 장원

2021 전국 정가경창대회 초등부 대회장상

2022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시조부 장원


위 내용은 나영 학생의 주요 수상 내역이다. 20198세에 시조를 배우기 시작했고, 9세에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시조부 장려상, 10세에 차상, 11세가 되는 작년에 장원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그 외의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며 받은 상장만 20여 개가 된다.


국악에 영재성을 보인 것일 수도 있지만, 학생 본인과 스승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했다. 스승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배운 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큰 대회를 보내려고 결심했을 때에는 지도자로서 자존심도 있기 때문에 아이와 열심히 준비했어요. 한번은, 대회 일주일 앞두고, 아이가 기대한 만큼 안돼서, 저도 저녁 영업을 안 하고 아이와 밤까지 연습했어요. 아이도 울면서 원하는 대로 끝까지 해내려고 하더라고요. 다른 아이들은 안 간다고, 안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나영이는 그렇게 연습하고도 늘 밝은 얼굴로 제게 왔어요. 그리고 나영이는 실전형, 무대체질이요. 연습할 때 보면 조마조마 한데, 무대에서 잘 해내더라고요. 그게 큰 강점이에요.”


실제로 나영 학생의 시조창을 들어보면 발음과 음정이 상당히 정확하다. 또한 어린이 음성 특유의 낭랑함까지 더해져 성인 시조창과 또 다른 시조의 느낌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작년에는 16개월 만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 후에, 기존 이름 LE BAO VY(르 바오 비)에서 유나영이라는 대한민국 이름으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이 명창은 작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지원곡(엮음지름시조 푸른산중 하에...’)에 대해 지도자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저는 제자들에게 자신만의 특징을 선보일 수 있는 곡을 가르치려고 해요, 서로 다른 곡을 지도하죠. 그러면 제자가 10명이면, 10명이 서로 다른 10곡을 다 습득하게 되요. 누가 어떤 노래를 부르더라도, 책 한권을 한다는 생각으로, 저도 더 공부하게 되고요. 지도자로서의 제 자존심이죠. 작년 전주대사습 대회에서 나영이가 장원한 곡도 대회에서 많이 하지 않는 곡이라서 혹시나 몰라서 악보를 가지고 갔는데, 심사위원 분들께서 아무도 그 곡을 모르셨던 거예요.”


스승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열과 성의를 쏟아 시조를 배워 나가는 제자를 보면서 국악인으로서 큰 보람을 얻는다고 전했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외국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나영이는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스스로도 좋아서 하고, 저도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그것에 큰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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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유나영 학생의 가족. 나영 학생의 부모, 친할머니, 11개월 된 동생. 5살 여동생은 어린이집에 있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3. 01. 26.

 

다문화 가정의 나영이, 국악으로 정체성 키워


나영 학생은 큰 상을 받고난 후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을 받고 나서 꿈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안 됐어요. 신문을 보니까 진짜였고, 볼도 꼬집어보니까 진짜였어요. 눈물이 엄청 났어요.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요.”


나영 학생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나라로 건너오면서 문화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한국전통음악을 배우고 그것에 열정을 쏟으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자신과 가족, 그리고 스승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큰 상을 받은 후에는,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싸인 해달라고하는 친구도 있을 정도로 주위 또래와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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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유나영 학생이 가야금 병창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3. 01. 26.

 

국악 영재, 어린 장원자의 어려움


11세라는 이른 나이에 장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부친은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주대사습대회(학생전국대회)라는 큰 대회에서 장원을 하니까, 다른 대회에서는 잘 해도 상위권 상을 받지 못하더라고요. ‘기회균등이라는 차원을 이해는 하지만, 아이가 아직 어려서 대회 준비하고, 성취하는 보람으로 배우면서 실력을 키워왔고, 시조도 아직 배울 것이 많은데,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을 명확하게 찾지 못했어요. 교육적으로도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는 싶은데, 주변에 예술중학교도 없고, 예술 고등학교는 있어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아직 너무 먼 얘기고요.

시조 하나만으로 더 깊게 배우게 하고 싶지만, 현재는 여러 가지를 시켜요. 가야금, 민요... 다양하게 해서 여러 길을 터놓고 있는 중입니다.”


어린 나이에 국악에 영재성을 보이는 경우, 주변에서 해당 분야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나 교육 체제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부친은 초등학교의 국악교육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교에서 국악 수업도 많이 줄어드는 것 같고, 방과 후 국악수업도 많이 줄었더라고요. 예전에는 나영이가 상 받으면 학교에 연락 드리기도 했는데, 자주 받아서인지 몰라도 이제는 상을 받아도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지방 영어대회에서 1등 하면 ~’ 하는데 말이죠. 교육적인 환경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는 해요.”


모친 역시, 첫째 딸이 국악을 계속하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국악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부모는 주변의 자문을 얻어, 나영 학생이 분야를 확장하여 가야금(민요)도 배우도록 했다. 신경애 선생님(청주국악원)으로부터 가야금, 민요를 배우고 있으며, 새롭게 대회를 준비 중이다. 또한 가야금 선생님을 통해 요양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으로 공연을 하며, 무대에 서는 경험도 꾸준히 이어가려고 한다. 나영 학생은 때때로 손을 잡아주시며 격려하시는 어르신들의 따뜻함에 공연의 재미를 느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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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유나영 학생의 부친은 경연대회 영상이 게재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사진=화면 캡쳐) 2023.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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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시조 스승 이명숙 명창은 시조창 연습과 함께 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여 수업 중이다. (사진=류정은 기자) 2023. 1. 26

 

시조 스승 이명숙 명창 역시, 대회 준비보다는 예고 입학 준비를 목표로 시조창 연습과 함께 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여 수업 중이다. 스승의 조교로서 지도자의 역할을 했을 때 경험하는 배움과 성취감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 될 것임을 염두한 것이다. 또한 올해 8월 즈음에 예정된 ()대한시조협회 청주지회 행사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나영, 국악교육의 살아있는 증거


나영 학생은 베트남에서 건너 와,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조를 배우기 시작했다. 학생에게 시조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언어이고 노래였다. 그 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투영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음악적, 문학적 맛을 느끼며 흡수했다. 또한 자아를 실현하는 매개체로 삼으며,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사회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만들어가기도 했다. 이것은 누구든 처음부터 국악에 익숙한 환경에서 시작한다면, 충분히 국악을 즐기고,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실하(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판소리와 관련한) 국악 대중화의 측면에서, 국악 교육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판소리는 예술성이 뛰어나지만, 그 예술성을 인지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동양음악이나 판소리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판소리가)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초··고 시절 서양음악 일변도의 음악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 서양음악과 동양음악은 악론(음악이론)이 전혀 다릅니다. 서양음악 이론을 아무리 잘 알아도 그것을 바탕으로 동양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중도일보. 2021.10.04. ‘10년간의 취재기록23-초중고 서양음악 일변도의 음악교육이 문제’)


이것은 국악교육의 총체적 문제와 다르지 않다. 또한 범람하는 대중문화 사이에서 국악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그나마 주목받는 판소리가 이 정도라면, 그 중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시조의 경우, 문화·교육적인 지원에서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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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시조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유나영 학생. (사진=류정은 기자) 2023. 01. 26.

 

"국악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나영 학생은 자신의 꿈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악을 계속 하고 싶어요. 재미있어요. 여러 나라에 국악을 알리는 국악인이 되고 싶어요.”


스승 이명숙 명창 역시 제자의 미래에 대한 바람을 이렇게 전했다.


"나영이는 시조를 배우면서 마음 속 깊이 전통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 됐잖아요. 다른 나라에 가서도 우리 것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고, 나중에는 저처럼 후진양성까지 할 수 있는 국악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나영 학생은 국악을 공부하고 있지만, K-pop역시 좋아하며, 춤도 따라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끼를 가진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10대이다. 시조에서 시작한 예인으로서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더 많은 사람들이 격려해주고, 그 꿈이 더욱 넓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아직 서툰 한국말이지만 또박또박, 나영 학생은 자신의 당찬 꿈을 담아 국악신문 독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저를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열심히 연습하고, 나중에 소리를 잘해서, 사랑을 많이 받는 국악인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