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리뷰] ‘판소리’를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 ‘한음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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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리뷰

[리뷰] ‘판소리’를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 ‘한음회’ 공연

인류무형문화유산 판소리, 고증에 의한 자료와 해설
수궁가, 흥보가, 춘향가, “알고 즐기는 판소리” 공연
공연 간 맥락이 이어지는 탄탄한 구성

1. 창극1.JPG
[국악신문] 판소리 ‘흥보가’ 중 ‘화초장 타령’의 한 장면. 왕기석, 김학용, 유수정, 정혜빈 명창 출연. (사진=크라운해태) 2023. 01.11.

 

2한음회(韓音會)’가 지난 111()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됐다. ‘한음(韓音)’은 우리 전통음악 고유의 이름을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지어진 국악의 또 다른 이름이다. 민간기업으로서 드물게 오랜 기간 국악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온 크라운해태에서 알리고자 하는 명칭이기도 하다. 공연은 한음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2회째 이어오고 있으며 정화영 명인의 총연출, 김진성 예술감독, 왕기철 명창의 해설로 진행됐다.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무료 관람으로 이루어졌으며, ‘아트밸리가 주최, ‘락음국악단이 주관, 크라운해태가 후원했다.


공연은 인류무형문화유산 판소리라는 독립장르의 역사를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공연화한 특징을 갖는다. 무대와 무대사이 해설이 곁들여졌으며, 관객들은 해설을 통해, 이어지는 전·후 무대의 의미를 이해하며 소리에서 판소리로 이어지는 역사적 여정을 함께했다. 또한 각 무대마다, 고증작업을 거쳐 선정된 자료들이 무대 뒤 대형 화면에 소개되며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화면은 각 시대마다 유행하던 소리의 형태나 판소리가 불리어지던 현장이 묘사된 문서 혹은 사진 기록, 판소리를 계승해 온 전승 인물들 등을 담았으며, 그 앞에서 이루어지는 현재의 명인·명창들의 완성도 높은 공연은 더욱 생생한 감동을 전했다.

 

공연은 총 4막으로, 아홉 무대를 선보였으며, ‘판소리라는 하나의 주제를 갖지만 무대는 다채롭다. 판소리의 시작으로 알려진 한시(漢詩)’와 관련된 음악장르인 송서’, 과거 잔치마당에서 소리와 함께 즐겼던 춤의 하나로서 구음 살풀이’, 판소리와 유사한 음악적 특징을 갖는 산조등이 무대에 선보여졌다. 판소리 5마당 역시 시대와 지역의 특징을 담은 다양한 형태로 무대에 올랐다. ‘춘향가는 경기잡가로, ‘적벽가는 분창으로, ‘수궁가는 최초의 여성명창 진채선 명인의 무대를 재현했으며, ‘흥보가는 창극으로, ‘심청가는 박동진 명인의 최초 완창무대를 상징하며, 역사 속에서 판소리가 어떻게 변화, 발전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 현장을 들여다보자.


공연 1시간 전, 로비는 관객들로 일찌감치 붐빈다.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지만, 10-20대도 보인다. 사람들은 기대에 찬 듯 활기차다.

 

공연 전, 관객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 몇 명의 관객을 만났다.


김 모씨 60대(여)

옛날 우리 자랄 때, 우리 아버님, 어머님이 좋아하셨고, 그래서 어렸을 때 내 기억에도 남는 거예요. 그래서 판소리의 묘미를 알죠. 일종의 스토리잖아요. 그 분들이 살아온 삶과 한을 소리로 표현한. 곡이 좀 슬프고 좋아서, 오늘 이런 판소리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왔습니다.


한 모씨 60(여)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거든요. 합창도 20년 넘게 했고, 지금도 색소폰을 불고 있고요. 그런 양악과 우리음악의 맛의 차이가 있잖아요. 작년 한음회공연 때, 보고 너무 좋아서, ‘그런 기회가 되면 또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친구가 연락을 해줘서 오게 됐어요.


김 모씨 10(고등학생)(여)

전공이 국악(가야금 병창)이라서, 국악 관련된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제 미래의 진로에 대해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왔습니다.


김 모씨 20(앞 김모씨의 언니)(여)

어렸을 때 국악을 해서, 판소리 명창들이 하시는 공연이라서, 동생 따라서 왔어요. 모든 출연자분들이 연륜이 높으시고, 공력도 좋으셔서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 모씨 60대(여)

지난 가을에 다른 장르의 국악 공연을 봤는데, 그 때 너무 좋았어요. 외국 클래식도 좋지만, 우리나라 고전음악도 많이 관심 갖고, 사랑하고 많이 관람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번 공연은 창, 판소리하시는 분들이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서 잘 하실 것이라서 기대가 되고요.


이 모씨 60대(여)

여러 분야의 음악을 좋아해서, 국악에도 관심이 있는데요, 여기 출연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이루신 분들이고, 상도 받으신 분도 있고, 문화재가 되신 분들도 있고 해서, 엄청나게 기대를 해요. 딱 들어오니까 다른 음악회보다 관중들이 많아서 너무 감사하고, 오늘 마음 확 열어놓고 국악에 한 번 심취해보고 싶습니다.


노 모씨 70대(남)

우리 국악이 화면으로 보면 흥미가 없을 수 있는데, 직접 보면 흥이 나잖아요. 기본적으로 흥이 있잖아요. 국악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없지만, 국악공연이 흔하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재미있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이 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2. 송서1.JPG
[국악신문] 송서 ‘촉석루’를 노래하는 유창(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율창 보유자) 명인과 제자들. (사진=크라운해태) 2023. 1. 11


첫 무대는 유창(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율창 보유자) 명인과 제자들의 송서 촉석루’(신유한 작(), 18세기)로 문을 열어, 판소리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판소리의 최고(最古) 문헌 만화집(晩華集)’(유진한 , ‘만화본춘향가’, 1754)에 수록된 한시(漢詩) 형태의 춘향가에 착안한 무대이다. 한시를 읊는 스승과 제자들을 떠올리는 무대구조를 선보였으며, 관객은 어려운 한시에 음율을 넣어 학문을 예술로 승화시킨 선조들의 지혜와 예술성에 감탄하며, 한시(漢詩) 춘향가의 시대를 상상한다. 첫 무대를 맞이하는 객석도 기대에 찬 듯하며, 무대 후, 박수 또한 힘차고 경쾌했다.


뒤이은 구음 살풀이는 진유림 명무와 유수정, 정혜빈 명창의 구음으로 선보였다.

양반들의 잔치로 펼쳐진 다양한 춤과 노래를 떠올리며, 관객은 그 시절 잔치에 관객으로 참여한다. 애절하고도 애끓는 소리는 고달픈 삶을 떠올리고 위로하며, 명무의 춤과 어우러져 그 고달픔과 아픔을 보듬는다. 박자는 빨라지고 설움은 더해지지만, 명무의 섬세한 발디딤과 숭고한 춤사위는 한과 그 설움조차도 끌어안은 듯하다.


3. 경기잡가 소춘향가.JPG
[국악신문] 경기잡가 ‘소춘향가’를 노래하는 김단아, 이옥순, 김빛여울 명창과 고정훈 명고. (사진=크라운해태) 2023. 01. 11.

 

이어진 경기잡가 소춘향가는 호남지역에서 출발한 춘향가의 일부가 다른 지역의 노래가 되어 진해진 사례로 당시 판소리의 인기와 영향을 의미하는 무대이다. 판소리와는 다르게 좌창의 형태를 가지며, 김단아, 이옥순, 김빛여울 명창과 고정훈 명고가 선보였다.


세 명창은 단아한 춘향의 모습으로 소리는 낭랑하면서도 장구 장단에 경쾌한 가락을 탄다. 경기민요 특유의 꺾임이 그 경쾌함을 더했다.


제 2막의 첫 무대는 왕기석, 김학용, 정혜빈 명창과 고정훈 명고가 선보이는 적벽가조자룡 활쏘는 대목이다. 과거 판소리가 여러 소리꾼들에 의해 분창(分唱연창(聯唱)되어 공연되는 형식을 구현했다. 연륜이 깊은 명창들의 소리는 장단과 리듬을 타고 부드러운 듯하지만, ‘적벽가에 걸맞게 힘이 있어 듣는 이는 소리에 감동하고 흥에 겹다. 관객은 흔들림 없이 집중하면서도, ‘얼씨구추임새를 터뜨린다. 창자들 또한 서로에게 추임새를 넣어주며 흥을 더욱 돋운다. 듣는 이는 눈과 귀를 맡기고 즐길 뿐이다. 명창의 신명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동작(발림)은 보는 이의 흥을 더하며 곡에 빠져들게 한다.


이후 무대는 음악적 어법이 판소리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으며 민속기악의 꽃이라고 불리는 산조이다. 1883(김창조 명인) 가야금 산조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 산조는 독주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오늘날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산조 합주형태로 선보였다. 이재화(거문고), 원장현(대금), 이지영(가야금), 김영길(아쟁), 고정훈(장구) 명인이 무대를 가득 채웠으며, 중간에 악기별 독주도 선보여, 독주의 매력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대금 연주는 우아하고도 부드러운 음색을 자랑했으며, 가야금 명인의 빠른 박자의 빈틈없는 기교에서는 관객의 추임새가 절로 나왔다. 무엇보다 연주와 함께 무대 뒤 화면에 보이는 옛 명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산조의 시작을 이끌었던 명인들의 사진과 함께 가야금산조-김창조, 거문고 산조-백낙준, 대금산조-박종기, 경성방송국 연주라는 자막이 담긴 화면 앞에서, 현재의 명인들이 최고의 연주를 선보였다. 이 모습은 산조의 맥을 잇는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마치 헌정 무대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3막의 시작은 명인·명창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전국국악경연대회인 전주대사습놀이의 역사와 특징에 대한 사회자의 해설이었다. 또한 조선후기 어전광대’(御殿廣大, 왕 앞에서 공연하는 소리꾼)가 높은 벼슬을 하사 받았다는 기록을 전하며, 당시 소리와 소리꾼들이 성행하던 시대상을 전했다.


4. 진채선 수궁가.JPG
[국악신문] 남장을 한 채 백여년전 전설의 판소리꾼 진채선 명인을 재현한 왕윤정 명창, 그리고 정화영 고수가 선보이는 ‘수궁가’ 중 ‘일개한퇴(자라가 토끼를 유인하는 대목)’ (사진=크라운해태) 2023. 01. 11.

 

이어진 무대는 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 명인의 1867년 경복궁 경회루 낙성연(落成宴, 준공을 기념하는 잔치)에서 소리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스승 신재효가 연정을 담아 지은 도리화가’(단가)는 영화로도 알려져 있다. 당시 진채선은 무대에 여성 참여가 허용되지 않아서 남장을 하고 무대에 섰다고 전해진다


남장을 한 왕윤정 명창과 정화영(서울시무형문화재 제25호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 명고는 수궁가일개한퇴(자라가 토끼를 유인하는 대목)’를 선보였다. 당시 왕실의 잔치 관객들은 이 여성명창의 노련한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남성명창의 소리만큼이나 힘차고 당차다. 무대 뒤 경회루 화면은 시대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한다. 관객들도 이 색다른 광경에 더욱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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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창극 ‘흥보가’ 중 ‘화초장 타령’의 한 장면. 왕기석, 김학용, 유수정, 정혜빈 명창 출연. (사진=크라운해태). 2023. 01. 11.

 

이어진 무대는 20세기 서양식 극장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인 창극이다. ‘흥보가화초장 타령을 선보였다. 왕기석, 김학용, 유수정, 정혜빈 명창의 찰진 대사와 익살스런 연기 그리고 리듬을 타는 내공 깊은 소리는 의 재미와 감동을 한껏 느끼게 했다.


명인들의 능청스런 연기에 객석은 웃음이 터진다. 구성진 가사와 대사, 농익은 연기와 소리, 리듬을 타고 넘치는 흥이 어우러진다. 여기에 명인들의 즉흥연기까지 더해져 관객은 더욱 흥이 넘친다.


"흥보야, 나 똥 지려버렸다.” 놀부의 대사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리듬을 타고 신명 가득한 놀부의 소리와 연기에 관객은 소리의 흥과 멋을 경험한다.


뒤이어, 사회자는 판소리 완창’(‘흥보가’, 1968, 남산국립국악고등학교) 공연을 처음 시도한 박동진 명창을 언급하며, ‘완창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은 판소리의 부흥의 발판이 되었다고 전했다.


사회자의 해설에 뒤이어 광고영상 일부가 잠시 상영된다. 바로 박동진 명창의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명대사를 남긴 90년대 초 광고였다. , 사회자는 완창으로부터 판소리가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어 세계로부터 인정받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리고 4, 마지막 무대는 사회자인 왕기철 명인과 고정훈 명고의 심청가심봉사 눈뜨는 대목이었다. 판소리 대목 중,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대목을 관객과 공감하며, 관객들 역시 힘든 시기를 떨쳐내고 희망하는 모든 일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선곡이다.


명창은 마디마다 나름의 감정을 싣는다. 심봉사의 "소맹이 아뢰리다...”에서, 명창은 심봉사에 빙의한 듯, 기구한 자신의 삶을 탄식하며 소리는 애절하다. 판소리 특유의 농현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로운 기교지만, 장면마다 명창이 구현하는 애절함이나 슬픔과 어우러지면 듣는 이의 내면 깊은 설움까지 꺼내어 그것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는 듯하다. 1시간이 훌쩍 넘는 공연의 마지막 무대이지만, 객석은 움직임 없이 집중한다. 오히려 여기저기서 추임새가 터질 뿐이다.


명창의 "끔적끔적....” 하며 눈뜨기 직전 심봉사를 묘사하는 능청스런 연기와 소리는 관객의 틈새 웃음을 자극한다. 과연 명창은 넘치는 신명과 흥으로 관객을 울리고 웃게 하는 흡입력을 가진 진정한 예인이다. 명고의 북장단과 추임새 역시 소리와 어우러져, 흥과 감동을 높였다.


공연이 끝난 후에


공연 후, 관객은 공연을 어떻게 봤을까? 우선 같은 학교 학생들인 10대 관객들을 만났다.


노 모양 김 모양, 김 모양, 조 모양 (국립전통예술고) 10대 (여)

완전 좋았어요. 되게 새로웠어요. 특히 여자 분이 갓 쓰고, 소리하시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너무 신선했어요. 새로웠고요, 저희도 그런 것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여자는 치마 한복만 입는다는 생각이었는데, 고정관념을 깨주신 거니까요.


하 모씨 50대(남)

너무 잘 봤어요. 국악을 라이브로 들은 것이 처음이거든요. ‘KBS국악한마당같은 경우는 TV에서 가끔 봤는데, 라이브로 본 것은 처음이라서 그 자체가 좋았어요. 우리 것이니까. 국악공연이 많지 않은데, 특히 이렇게 큰 극장에서 하니까 더 당기더라고요. 사회자 분 말씀 중에 이라고 하잖아요. 을 깔아 놓은 것이 흔치 않은데, 오늘 그 판에 휩쓸리니까 그 자체로 좋았어요.


이 모양 10대(여)

할아버지랑 엄마 따라서 오게 됐어요. 처음으로 실제 판소리를 보니까 일반 동영상에서 봤던 것이랑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너무 실감나고 판소리에 푹 빠지게 되더라고요. 뭔가 마음이 붕 뜬 느낌이라고 할까. 저도 나중에 한 번 해봐야 될 것 같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평소에도 국악이나 소리에 관심이 있었어요. 유튜브랑 동영상 보면서 혼자서 (국악을) 배우고 있어요.


김 모씨 40(10대의 엄마)(여)

평소에 국악방송 많이 듣고 있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표를 예매를 해주셔서 신년맞이 기념으로 왔습니다. 국악을 좋아해서 대학 때 국악 동아리(풍물) 활동도 했고, 황병기 선생님 강좌도 들었어요.

공연 레퍼토리(목록)가 좋더라고요. 송서부터 창극까지 스토리텔링(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좋아서, 이런 것은 보급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력이 되신다면, 각 지역마다 돌아다니는 찾아가는 한음 한마당이런 식으로 해서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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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한음회 행사 포스터. (사진=크라운해태) 2023. 01.11.

 

사회자는 무대와 무대 사이 해설 중에도, 구성진 소리를 곁들이며 관객의 흥을 돋우는 등 관객의 이해를 도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조금 긴 멘트와 전달이 매끄럽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사회자와의 진심어린 공감에 추임새로 답하였다.


명인·명고·명무들의 모든 무대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무대마다의 진한 감동을 자아냈고, 공연 전체를 아우르는 탄탄한 구성은 해설과 자료가 뒷받침되어 관객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진성 예술감독은 공연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김진성 예술감독 / 락음국악단

오늘 관객들은 국악인들이 아니고 거의 일반인들이거든요. 이전 공연에서는 민속음악의 여러 장르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판소리를 주제로 관련된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전통음악의 한 장르인 판소리를 쉽게 전달하기 위한 목표 아래에, 판소리가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관객들이 판소리의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고, 송서, 살풀이, 경기잡가, 산조 등 다양한 장르가 판소리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면에서,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적 고증을 거친 자세하고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 해설과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 작업에 참여한 김유석 박사(문학박사, 한국음악학)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김유석 박사/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 초빙교수

대부분의 관객들이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분들이 많기 때문에, 판소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적인 배경을 자료(문헌, 그림)나 해설로 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무대와 무대 사이가 매끄럽게 연결되기 위한 해설이나 자료, 공연에 필요한 자료들을 제가 맡은 것이죠. 가능한 한 사실과 역사적 기록에 근거한 이야기로 구성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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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공연이 끝난 후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외경 (사진=류정은 기자) 2023. 01. 11.

 

만난 관객 중, 판소리와 국악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10대 소녀는 인터뷰 후에, 발길을 돌려 기자에게 다시 찾아와 못 다한 말을 전했다.


이 모양 10대 여

아까 말을 못 한 것이 있는데요, 전에 국악신문한 번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 저도 기사에 나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국악에 이토록 관심을 가진 10대는 드물지만, 분명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소녀에게 이 날의 공연은 분명, 국악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했을 것이다. 또한 다른 관객들에게도 국악이 더 가까워지는데 기여했으리라 짐작한다. 만난 관객들이 한결같이 했던 말들은 국악공연이 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음악을 좀 더 쉽고도 재미있게, 문턱을 낮춰 찾아가는 국악이 더 넓고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