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이슈 분석] 국립국악원 최고의 공연, '임인진연' 알고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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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국립국악원 최고의 공연, '임인진연' 알고보기

대한제국 마지막 궁중잔치, 120년 만에 재현
1902년 임인년 음력 11월 8일의 덕수궁 잔치
국립국악원 송년 특집공연, 16일부터 6일간 우면당에서
의궤, 도병(圖屏) 등 당대 기록에 의한 재현

15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프레스 리허설에서 '임인진연' 모습이 120년 만에 드러났다. 코로나19와 홍수 피해로 두 번이나 연기되었다. 그래서 연말 특집공연으로 더욱 기대가 컸다. 15시에 시작되어 100여 분에 걸친 완벽한 시연이 있었다. 고종 황제 당시 진연(進宴, 궁중잔치)은 공식적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내진연’으로 나뉘어 행해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예술성이 강한 ‘내진연’을 축소하여 무대 공연으로 재구성했다. 1902년 내진연을 재현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막이 내린 후에는 김영운 원장과 박동우 총연출과 기자들의 질의 시간도 있었다. 이번 공연은 재현에 따른 학술적 접근이나 무대의 정밀함이나 출연자들의 전문성에서 국립국악원만이 해낼 수 있는 공연이란 점에서 최고의 공연으로 평가 받을만하다.


시연과 질의를 통해 드러난 이해의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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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15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프레스 리허설에서 '임인진연' 모습이 120년 만에 드러났다. (사진=국립국악원). 2022.12.15.

 

Q. 왜 오늘날 '임인진연' 행사를 공연무대로 재현했나?

A. 대한제국의 1902년은 120년 전 ‘임인년’이다. 120년이란 정주년을 맞은 것에 주목하여 재현의 당위성에 무게를 실었다. 500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시기를 포함한 마지막 궁중의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궁중잔치'라는 점에서 학술적으로나 국악사나 공연사 측면에서 재현(Representation)의 의미가 있다.


Q.1902년 임인년 당시 내세운 주제의식 또는 목적은 무엇이었나?

A. 황태자의 다섯 차례에 걸친 간청은 고종황제의 즉위 40주년과 나이 60을 바라보는 망륙(望六)인 51세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제1명분이다. 제2명분은 급변하는 개화기에 국제적으로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확립하려는 목적의 대외적 과시이다. 무대 중앙에는 대한제국 태극기가 게시된 점이 이를 시사한다.


Q. 당시 어좌(御座) 앉아서 임인진연을 바라보는 고종황제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A. 대한제국의 자주권을 일본에 박탈당한 '을사늑약'을 3년 앞둔 시점이었다. 고종은 나라를 지키기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전신·전화·전등·전차 4대 근대시설을 일본보다 3년 먼저 도입했다. 아시아에서는 첫번째로 4대 근대시설을 받아들인 셈이다. 그리고 해외열강 11개국을 초청, 즉위 40주년 기념칭경예식'을 준비했다. 자주국가 대한제국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콜레라 유행, 행사 개최장소인 중화전 완공 지연으로 잔치가 2차례 연기됐다. 그 여파로 국제행사는 치르지 못하고, 국내 행사인 '진연'만 행해졌다. 망국의 시기가 엄습하는 가운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절치부심에 고심한 고종황제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Q. 당시의 실제 궁중잔치와 이번 재창조 된 무대화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A. 당시의 진연은 크게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적인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와 황태자비, 군부인, 좌․우명부, 종친 등과 함께한 ‘내진연’으로 나뉘어 행해졌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예술적인 측면이 강한 ‘내진연’을 무대 공연으로 재구성하였다. 주목되는 변화는 황제의 어좌로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시야를 설정, 진행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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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15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프레스 리허설에서 '임인진연' 모습이 120년 만에 드러났다. (사진=국립국악원). 2022.12.15.

 

Q. 임인진연은 어떤 사료를 근거로 삼아 재현했나?

A.당시 국가를 상징하는 황실의 진연이 기록된 ‘진연의궤’와 ‘임인진연도병’(圖屏, 덕수궁 관명전 그린 병풍)’ 등 당대의 기록 유산에 근거해 전통 방식으로 되살렸다. 

박연출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놀란 점은 당시의 기록이다. '임인진연의궤'행사 준비에 필요한 모든 내용들이 글과 그림으로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는데 오늘날의 어떠한 공연팀도 이 정도로 완벽한 기록을 남기지는 못한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기록화 ‘임인진연도병’에는 당시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고 전했다.

 

Q.당시 야외 행사인 덕수궁 광면전을 어떻게 무대화 했나?

A.주렴(朱簾, 붉은 대나무발)과 사방으로 둘러쳐진 황색 휘장막 등을 활용한 무대장치는 황제의 공간과 무용, 음악의 공간을 구분하여 실제 진연의 사실감과 생생함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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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15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프레스 리허설에서 '임인진연' 모습이 120년 만에 드러났다. (사진=국립국악원). 2022.12.15.

 

Q. 당시 임인진연 의례에서 연희되었던 음악과 무용에 대해서는? 몇명의 악공이 어떤 악기로 연주했나? 연주의 규모는?

A. 첫곡 강락지곡에서 마지막 곡 '태평춘지곡'까지 총 65곡이 연주되고 불려졌다. 악공(악사)는 총 113명이고, 악기는 편종,편경 등 30종이다. 277명의 무용수가 20개 종목 무용을 선보였다.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연백복지무, 수연장, 제수창, 무고, 가인전목단,경풍도, 사선무, 춘앵전, 학무, 연화대무, 향령무, 육화대, 만수무, 장생보연지무, 포구락, 선유락, 검기무이다. 아침부터 해가 질때까지 음식을 올렸던 절차까지 합하면 9시간 이상 연희가 이어졌을 것이다. 

 

Q. 재현의 중심, 공연화한 순서와 구체적 공연 상황은 무엇인가?

A. 중심적인 의례는 예법대로 황제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린다. 이 과정에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궁중무용 29종목 중 5개 종목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향령무, 선유락이 선보이고, 궁중음악으로는 보허자, 낙양춘, 해령, 본령,수제천, 헌천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황제의 장수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무대를 꾸민다.


Q. 당시 행사에서 이번에 전적으로 생략된 부분은?

A. 김영운 원장은 "당시 실제 행사는 오전 9시 쯤 시작하여 일몰까지였다. 또한 잔치임으로 음식을 올리는 절차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연 예술로 접할 수 있는 작품성에 주목하여 재현을 목적으로 과감하게 생략하였다."라고 말했다.  

박 연출은 "이번 공연은 1902년 의례와 비교했을 때 규모를 6분지 1로 축소했다.당시 상차림 음식을 담은 총 그릇수는 18,132개다. 음식을 올리는 절차를 생략했고, 등장하는 춤은 29개 종목에서 5종목을 선정해서 선보였다. 공연 시간은 100분이 소요된다. 진연의궤와 임인진연도병 등 당대 기록유산을 기본 텍스트로 하여 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당시 행사 진행요원이 493명, 무용수가 277명이나 됐던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최대한 그때 분위기와 정서를 살리려고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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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15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프레스 리허설에서 '임인진연' 모습이 120년 만에 드러났다. 사진은 김영운 원장과 박동우 연출가. (사진=국립국악원). 2022.12.15.

 

Q. 특히 이번 무대와 객석의 시선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객석을 황제의 어좌로 설정해서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본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에 대한 연출가의 의도는?

A. 박동우 연출은 "대한제국이 황제의 국가였다면 대한민국은 국민의 국가다. 그래서 관객의 시선이 황제의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고 말했다. 객석을 황제가 앉는 ‘어좌’로 설정한 것이다.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무대를 꾸몄다. 

 

Q. 마지작 휘날레를 장식한 정재 '선유락'은 어떤 작품인가?

A. 채선(彩船)을 설치하고 여령들이 나눠 서서 화려하게 장식한 배를 띄우라는 영이 들리면 어부의 심정을 담은 어부사를 노래하며 밧줄을 끌며 배를 둘러서서 춤을 춘다. 신라의 뱃놀이에 기원한 조선시대 정재이다. 지방 교방의 춤이 정조대에 궁중예술로 유입된 것으로, 궁중 큰잔치에 빠질 수 없는 레파토리로 군무의 화려한 춤사위가 원을 그리며 돈다. 도입부분에서 취타대가 나와서 시작을 알린다. 반주음악은 취타이며 악기는 징·북·호적·자바라·나발로 편성되고 어부사 사설은 다음과 같다.


머리 센 어부가 갯가에 살면서 

물가에 사는 게 산에 사는 것보다 낫다 하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아침에 빠진 물이 저녁 되니 밀려오네

 

Q.기자 간담회,답변의 결론은?

A.김영운 원장은 "120년 전 자주국가를 염원했던 대한제국의 찬란한 궁중의례의 진면목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와 문화를 통한 화합의 정신이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박동우 연출은 "대한제국이라는 시대적 정서와 궁중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통 방식으로 무대에 재현하고자 했다.”고 밝히며 "황제의 시선으로 구성한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관객들이 궁중예술의 멋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춤과 노래, 의례가 삼위일체 되는 공연이다라"고 밝혔다. 

 

Q. 이번 공연 티켓은 거의 매진된 상태이다. 국립국악원에서나 할 수 있는 있는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나?

A. 김영운 원장은 "가능한 한 내년에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서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인다면 임인진연 무대에서 궁중의례과 함께 연희자들의 화려한 한복 의상의 선과 색깔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잠시 정지되어 있는 그 모습도 찬란한 빛이 발했다. 오늘 우리는 자랑스런 '위대한 유산'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다시 한번 만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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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15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프레스 리허설에서 '임인진연' 모습이 120년 만에 드러났다. 사진은 마지막 작품 '선유락'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2022.12.15.

 

국립국악원 송년공연 ‘임인진연’은 8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12월 16일(금)부터 21일(수)까지 주중에는 오후 7시 30분, 주말에는 오후 3시에 진행한다. 공연 예매는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와 전화(02-580-3300)로 가능하다.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문의 02-580-3300, 19일(월)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