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목)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천이두의 '명창 임방울'(위대한 한국인7, 한길사, 1998)에 나오는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광산 김씨네 농가로 거슬러 오른다. 임방울이 고용살이를 했던 것일까? 주인집 딸 산호가 등장한다. 방울과는 동갑내기, 소리꾼으로 성공하지 못한 채 소작농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아버지 임경학이 아들을 농사꾼으로 만들려고 고용살이를 보낸 풍경이 묘사된다.
여차여차하여 방울은 산호네 집을 떠나게 되고 박재실 문하에서 소리공부를 시작한다. 박재실은 김창환, 이동백, 송만갑 등 당대의 최고 소리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선생이다. 시대의 요청이었을까. 임방울은 공창식 등 선생들에게 사사받으며, 타고난 천구성과 수리성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각종 레코드 취입은 물론 전국 순회공연을 도맡아 하던 때의 대표곡이 쑥대머리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웅얼거렸을 노래 쑥대머리의 유행을 일제강점기의 나라 잃은 풍경에 대입해 설명하는 이들이 많다. 이몽룡을 기다리던 옥중 춘향이의 심정이, 광복을 기다리던 조선 사람들 마음의 투사라는 뜻이다.
이 상실감의 정서는 해방이 되고나서도 이어진다. 어쨌든 대성공을 거둔 방울이 고향으로 돌아와 연인 산호주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순애보의 레퍼토리가 작동된다. 각기 혼인한 사이지만 사랑했던 연인, 송학원이라는 요릿집을 운영하던 산호는 이미 병들어 있다.
문순태 등이 채집한 정보를 보태면, 임방울은 산호주와의 사랑을 뿌리치고 동굴에서 소리를 연마해 성공한다. 판소리 예술을 위해 산호주를 거부한 셈이다.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들 속에 러브스토리의 결말이 애처롭다. 결국 산호가 임방울을 연모하며 죽었다는 것 아닌가. 천이두가 쓴 임방울 전기는 사실일까 소설일까.
내용 전반이 산호와의 사랑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측면을 보면 소설에 더 가깝다. 김산호주와의 러브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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