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9~10월부터 비무장지대(DMZ) 일원에서 열리는 국제뮤직페스티벌인 '2022 PLZ페스티벌'에서 18일 철원과 25일 양구에서 펼쳐진 음악회에 사할린 동포들이 150여 명 참가했다.
‘PLZ페스티벌(예술감독 임미정)’은 ‘Peace & Life Zone’의 약자로써 DMZ을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소망에서 비롯된 음악축제다. 2018년부터 강원도 일대 접경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26일 양구 두타연에서는 ‘강은일과 해금플러스’ 팀의 단일 국악 공연을 개최했다. ‘강은일과 해금플러스’ 팀은 해금 연주자 강은일을 중심으로 기타 한동일, 베이스 김대호, 타악 박찬희, 양금 한진구로 구성됐다. 전통과 모던이 배합된 연주가 기대되는 무대이었다.
연주된 곡은 지영희 ‘산조’, 피터쉰들러 ‘해금랩소디’, 바하 ‘G선상의 아리아’,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 백학’, 한진구 ‘새로운 노래’, 강은일 ‘도피안사’, 류형선 ‘비에 젖은 해금’, 강은일 ‘밀양’, 류형선 ‘헤이야’로 총 9곡이다. 이 곡들은 독특한 악기 배합과 재즈의 선율이 툭 던져지기도 하는 음악 스타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러시아의 애창곡 '‘리베르탱고 & 백학'이 연주되었을 때는 여기 저기서 박수가 넘쳐났다. 휘날레 '헤이야'는 반복되는 후렴 "헤이야"를 관중들이 따라서 부르기까지 했다.
곡명을 소개하는 강은일 아티스트의 설명과 함께 "오늘 저에게도 특별한 연주회입니다. 특별한 장소에서 러시아에서 오신 사할린 동포가 함께 해서 더욱 행복한 날입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우리가 반드시 평화를 이뤄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두타연의 바람소리, 물소리, 음악소리에 치유가 되어서, 잠시나마 우리의 마음속의 고요도 함께 이뤘으면 좋겠다.”며 공연의 소감을 전했다.
연주자의 '평화'라는 키워드가 각별하게 각인되는 멘트와 함께 두타연의 푸른 물결이 반사되어 더욱 청명한 하늘 아래 물소리, 바람소리에 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에 잠시 우리의 영혼을 맡겼다.
DMZ민간통제구역 ‘두타연’에서 열린 PLZ페스티벌, '강은일과 해금플러스' 공연을 본 사할린아리랑합창단 최미분(72세⋅양주사할린동포회)단장은 음악 투어에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달 인제에서 열리는 재즈음악회에는 음악가인 남편도 함께 참가했으면 좋겠다. 기대가 된다."라고 전했다.
오늘 할머니, 어머니, 친구들과 함께 참가 한 최연소 어린이 사할린 동포 4세 신아리나(12세, 인천)는 왕복 10시간이 넘는 긴 여행인데도 친구들과 두타연에 도착하자 활기차게 뛰어 다니면서 자리를 잡아 앉는다. 공연이 끝난후 주위를 돌아보며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8일 노동당청사 음악회에 이어 양구 두타연 음악회에 이어 오늘 두타연 음악회에도 참가했다.
신아리나 어린이는 "한국 전통악기 해금은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이번 ‘PLZ페스티벌’에 참여해서 18일 철원 노동당 청사, 오늘 25일 두타연에 왔습니다. 특별한 악기로 들어 본 해금 연주 음악회는 친구들에게 자랑을 할 겁니다. 특히 아름다운 두타연은 기억에 남을겁니다. 음악회에 자주 참가하고 싶어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인천에서 사할린 동포들을 인솔해서 온 러시아아리랑본부 공노원 회장은 "분단의 장벽을 눈앞에 둔 민통선 지역에서 DMZ가 '생명과 평화의 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PLZ페스티벌에 우리 사할린 동포가 참가해서 뜻싶다. 특히 오늘은 지난 1월 제2차 영주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이 함께 왔다. 우리를 위해 의미있는 평화음악회에 초청해 주어서 기쁘다. 우리는 남북이 하나가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왕십리아리랑보존회 이혜솔 회장도 "특별한 장소에서 사할린 동포들과 함께 음악회에 참석하여서 함께 나눈 감동은 내게 음악적 영감을 주었다"라고 전했다.
PLZ 페스티벌은 10월 29일까지 주말마다 접경지역 5개군을 돌아가면서 열린다.
지난 18일에는 철원의 옛조선노동당 철원군 당사 앞에서 '하림과 블루카멜 앙상블'의 공연이 열렸다. 국악으로 '태평가'와 '먼 아리랑' 등, 제3세계 음악 등을 재해석한 다양한 곡들을 선보였다. 이날에는 인천지역에서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 50여 명이 참가했다.
양주사할린귀국동포회 강상용 회장은 "3년 만에 처음 나가보는 외출이고, 멋있는 음악회에 초청해주어서 감사하다. 다음달에도 가고 싶은 동포들의 문의가 많다. 다른 지역에 사는 동포들에게도 이런 특별한 장소에서 개최되는 음악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 주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강회장은 차량지원만 있으면 다음달 음악회에 참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 참석한 유일한 파란눈의 러시아 전 고등학교 교사 나타사 리(70세, 사할린아리랑합창단)는 "해금이라는 한국 전통악기는 신비롭다. 바이롤린과 대비하면 어떻게 2줄로 그런 소리를 내는지...오늘 처음 보는 국악 공연이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다음달 인제에서 열리는 음악회에도 가고 싶다"라고 전했다.
전 러시아어 통역가 이영헌 동포는 "현재 러시아는 전쟁 중이다. 두고 온 손자들이 군인으로 나가야 하는 모집 대상이다.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잠시 걱정을 멈추게 되었다. 어서 전쟁이 끝나기를 염원하며 기도를 하게 했다. 잠시 음악을 듣고 위로가 되는 의미로운 무대였다."라고 전했다.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은 가지고 온 찐 계란과 간식거리를 어린 군인들에게 나누어 주며 러시아에 두고 온 손자들이 생각난다고 하며 얼싸 안았다. 군인들이 버스 주차장까지 인사를 하며 배웅을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우리 모두에게 가족같은 분위기까지 공감하게 해주었다.
사할린 동포들은 밀려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공포를 잠시나마 치유해 준 소감을 서로에게 나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사할린 가족을 못만났는데, 올해는 전쟁 때문에 가족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평화'라는 주제는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을 떠올리게 된다고 전했다.
문화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다. 이때 가장 강한 촉매제는 음악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특별한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특별한 영감을 주고 받게 된다. 오랜만에 눈호강 귀호강을 하고 왔다는 인사를 서로 주고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3년만에 나온 야외 음악회에서 이 정도면 모두가 다 만족하는 공연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과 최전방을 지키는 어린 군인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하는 공연이 되리하고 본다.
아직도 전쟁의 파편이 묻혀있는 DMZ를 헤매이는 피묻은 영혼들도 우리와 함께 박수를 쳤을 것이다.
지난 9월 3일 강원도 화천 ‘사랑나무’ 무대에서 야외 오페라 ‘토스카’를 시작으로 17일 철원 제일교회 옛터에서 ‘2022 퀸 엘리자베스 수상자 콘서트’, 18일 철원 노동당사 광장의 ‘하림과 블루카멜 앙상블’ 공연 등이 있었다.
10월 1일에는 인제 가을꽃 축제에서 ‘포맨스 피아노 재즈 콘서트’로 진행된다. 8일과 9일에는 각기 인제 가을꽃축제 현장과 고성 화암사에서 진행된다.
2022년 마지막 PLZ페스티벌 무대가 23~24일 고성 명파해변과 철원 민간인 통제구역에서 각각 이뤄진다.
명파해변 공연에서는 ‘현대무용과 클래식 콜라보’를 통해 현대무용가 정재우, PLZ페스티벌 예술감독이자 피아니스티인 임미정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철원에서의 ‘클로징 콘서트’는 춘천윈드오케스트라 철원태봉합창단 동송누리봄합창단이 강원도음악협회 주관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 페스티벌은 홈페이지(www.plzfe.com)를 통해 무료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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