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휴일의 詩] (94) 고향/김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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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94) 고향/김소월

추천인:이기곡(번역 작가)

  • 특집부
  • 등록 2022.08.06 07:30
  • 조회수 1,004

 

[국악신문] 러시아 사진 작가인 슈타인 콘스타노비치가 1904년 촬영한 연해주 한인사회 농촌 풍경.

 

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봄이면 곳곳이 산새 소리
진달래 화초 만발하고
가을이면 골짜구니 물드는 단풍
흐르는 샘물 위에 떠내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 차 차 마주붙어 가는 곳에
고기잡이 배 돛 그림자
어기엇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떠도는 몸 이거든
고향이 탓이되어
부모님 기억,동생들 생각
꿈에라도 항상 그 곳에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속에 있습니까.
마음 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 넋이 있습니다.

물결에 떠내려 간 浮萍줄기
자리잡을 새도 없네
제 자리로 돌아갈 날 있으랴마는
괴로운 바다 이 세상의 사람인지라 돌아가리 


고향을 잊었노라 하는 사람들
나를 버린 고향이라 하는 사람들
죽어서만 天涯一方 헤매지 말고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   

 

추천인:이기곡(그레고리 리, 고려인3세, 번역작가, 전 한국어학과 교수) 

코로나로 인해 3년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나라에 왔다. 오늘이 가장 무더운 날씨라고 한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여름은 영상 50도가 넘기도 하는 뜨거운 땅이다. 한 여름 기온은 45도가 넘기가 일쑤이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당시 조선땅이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우리 조부모는 함경도 지역(?)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어서 연해주에서 터를 잡고 살았다. 그런데 1937년 10월 소련에 의해 20만명의 조선인이 강제 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우스토베 벌판에 버려졌다. 화물열차에 짐짝처럼 실려져서 40일 동안 가는 도중에 열명에 세명은 죽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영하 40도가 넘는 혹한을 견디고 그래도 살아 남았다. 이렇게 살아남은 고려인들은 디아스포라(이산)의 역사가 되었다. 나는 1955년 이국땅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타슈켄트가 나의 고향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나의 마음 속에 있는 고향은 조상의 뼈가 묻힌 한반도이다. 그리고 올 때마다 따뜻하게 동포애를 나누어 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술 한잔 나누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