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하며 'K-클래식'의 높아진 위상을 재차 입증하고 있다.
15세의 나이에 2019년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그는 '괴물 신예'로 불리며 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특히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인 만큼 이번 우승이 더 주목받고 있다.
7살에 아파트 상가의 피아노학원에 다니며 피아노를 시작했다는 그는 11살이던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201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다.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임윤찬은 내면의 세계가 강한 연주자로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재능이 있다"고 밝혔다.
12명이 경합한 준결선에는 임윤찬을 포함해 한국인 피아니스트 4명이 올라 관심을 받았다. 김홍기(30), 박진형(26), 신창용(28)이 출전했고, 이중 신창용은 시상식에서 레이먼드 E. 벅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도 첼리스트 최하영(24)이 우승했다. 이 콩쿠르에 첼로 부문은 2017년 추가됐고, 두 번째 대회 만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12명이 진출한 결선에는 최하영을 비롯해 문태국(28), 윤설(27), 정우찬(23) 등 4명이 한꺼번에 올라 한국 연주자들의 높은 실력을 증명했다. 나머지 8명은 모두 다른 국적이다.
이로써 피아노를 제외한 이 대회 성악·바이올린·첼로 3개 부문에서 한국은 모두 우승자를 냈다. 성악에선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 바이올린에선 2015년 임지영이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이후 개최되지 않고 있는 작곡 부문도 2008년 조은화가 우승한 바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핀란드의 제12회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했다.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그는 2015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가 9년 만에 배출한 우승자다. 이 역시 한국 최초였고, 7년 만에 다시 국제적 명성의 콩쿠르에 도전해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콩쿠르를 통해 유럽 청중들 앞에 더 서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 비올리스트 박하양(24)이 제5회 도쿄 국제 비올라 콩쿠르, 첼리스트 김가은(20)이 제37회 어빙 클라인 국제 현악 콩쿠르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클래식계 콩쿠르 낭보는 이어져왔다.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세계적 권위의 부소니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캐나다 몬트리올 음악 콩쿠르에서, 첼리스트 한재민이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연달아 입상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은 이미 콩쿠르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예종과 금호문화재단 등 영재 중심의 체계적인 교육이 그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젊은 스타 연주자들이 꾸준히 성과를 거두며 국제 무대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지난 2015년 세계 3대 콩쿠르인 쇼팽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것을 기점으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오래전부터 활성화된 영재 육성 시스템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는 것"이라며 "과거엔 세계 무대에서 테크닉은 탄탄하지만 음악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 단계를 뛰어넘었다. 이제는 확실히 궤도에 올랐고, 영재 발굴 및 교육시스템과 맞물려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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