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대기자 인터뷰] 안주영 ‘코트’ 대표, ‘시간의 마음’을 읽고 ‘땅의 지문’을 지키는 문화 독립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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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인터뷰] 안주영 ‘코트’ 대표, ‘시간의 마음’을 읽고 ‘땅의 지문’을 지키는 문화 독립 전사

대담: 안상윤 국악신문 대기자

종로 2가에서 인사동으로 진입하는 초입 왼편에 복합 문화공간이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지만, 정작 이 장소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기자도 서울 시내를 거의 꿰듯이 돌아다니는 편이지만, 이 공간은 생소했다. 60년 묵은 5층 건물 해봉빌딩을 자 모양의 본관과 별관이 병풍처럼 두른 형상이다500평 부지에 건물 연면적 1000평의 규모이다.

 

이 공간 안에 카페, 전시실, 창작 랩, 서재, 커피숍, 숙박시설, 와인바 등이 들어있다. 다음달에는 음식점도 들어선다. 아티스트들과 창작인 수십 명이 이 공간을 쓰고 있다. 공간의 이름은 코트'(KOTE)이다. ‘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명이다. 멀쩡해 보이는 이 공간은 겉모습과는 달리 치열한 전투를 겪고 있다. 서울시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이미 뜯겨나간 피맛골에 이어 철거 위기를 맞고 있는 까닭이다. 이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땅의 지문에 맞게 문화 전진기지로 만들려는 코트대표 안주영(1968~ )씨를 만나 현황과 포부를 들어봤다. 안 대표는 남다른 세계관을 가진 문화 전사이다. 2022319일 오전 10시 인사동 코트 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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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왼쪽부터 안상윤 대기자와 코트 대표 안주영, 서울 인사동 코트 랩에서 인터뷰 모습. (사진=김동국) 2022.03.20.

 

Q. 여기서 구체적으로 무얼 시도하시는 건가요?

A. "‘공정 무역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Q. 공정 무역?

A.".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제공함으로써 예술의 자유를 구현하게끔 도우려는 거지요. 아티스트들이 돈 걱정 않고 창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들에게 창작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려는 겁니다.”


인터뷰 현장인 코트 랩은 본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아티스트마다 넓찍한 책상 두 개가 있는 공간을 사용한다. 자기 사무실을 가질 여력이 안 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안성맞춤일 것 같다. 임대료는 월 30만 원으로 싼 편이다.


Q.어떤 아티스트들이 입주해 있나요?

A."다양합니다. 사진작가, 현대 무용가, 패브릭 디자이너, 연극영화 연출가, 광고 기획자, 잡지 편집자, 다큐멘터리스트, 작곡가, 메타버스 개발자, 셰프 등이에요. 모두가 사막에서 샘을 찾듯이 오신 분들이죠.”


2백 평 넓이의 코트 랩에는 여러 분야의 창작인들이 열정을 쏟아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가 소통하며 영감을 주고받기도 한다.


Q.가난한 창작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군요. 이런 생각을 그전부터 가졌던 건가요?

A."제가 2013년에 명동성당 지하 신자 공간 만들기 1898’ 운동 기획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명동성당을 1898년 축성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는 데 주안점을 둔 프로젝트였죠. 화장품과 중국인의 공간이 되어버린 명동에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도심 재생 운동과 지향점을 맞췄어요. 2014년에 완공됐는데, 천 평의 지하 공간에는 신자 지원시설을 집중 배치했어요. 지하의 중앙에 광장을 두고 사방으로 꽃집, 서점, 화랑, 커피숍,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전시장, 간이 공연장, 수도원 물품 직판장 등을 마련했죠.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저는 이런 인식을 터득하게 됐어요. ‘공간은 마땅히 사용자가 그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녀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북 안동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한글판 타임 연구지 편집장을 시작으로 영어 통역사, 사모 펀드투자자문, 자산운용, 뉴욕호텔 인수 프로젝트, 도심 재생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의 업무를 거쳤다. 마지막으로 맡은 일이 그나마 지금의 일과 관련성이 있을 뿐, 그전의 일들은 지금 작업과 전혀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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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안 대표는 늙고 낡은 건물의 요소를 다 없애지 않고 시간의 흔적을 살리면서 재단장하고 싶어 한다.(사진=김동국) 2022.03.20.

 

Q.어떤 계기로 이 공간과 인연을 맺으셨는지요?

A."제가 명동 프로젝트를 마친 직후에 이곳을 방문했다가 골목 안쪽에 서 있는 오동나무를 보았는데 그 오동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이야기 즉슨 이랬다. 그녀는 2016승동교회와 피맛골이 교차하는 지점인 이곳 뒷마당에서 늙은 오동나무를 발견하고선 부둥켜안고 울었다. 유서 깊은 두 문화공간 가운데서 백여 년을 버텨온 나무였다. 그녀는 오동이 "건물에 포위당한 채 죽어가고 있다라고 느꼈다. 피맛골 자리는 깡그리 헐리고 있었고, ‘코트구역도 개발 국면에 처해 있었다. 그 가운데 선 오동은 머리 부분이 이미 잘려나간 채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주영 씨는 나무의 영혼을 감지하며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나?’ 안타까워했다. ‘예전 자기 집 마당에 서 있던 오동이 생각이 나서였다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생면부지의 나무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건 여간 섬세한 감성이 아니다. 일반이 표현하기는 어려운 감정선이다. 필자는 그녀가 오동에게서 시간의 마음을 읽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오규원 시인의 언급처럼 "시간에게도 다양한 감정이 있는까닭이다. 이 오동과의 첫 대면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서 그녀는 결심했다.


이 오동나무를 살려야겠다


Q.계기치고는 대단히 특별하군요. 그 정도면 운명적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A."확실히 그렇습니다. 다들 죽었다며 베려 하는데 저만 살려야겠다고 달려들었으니까요. ‘미친 여자소리도 들었습니다. 저는 이 오동을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 선 존재로 여기죠. 그야말로 경계에 핀 꽃인 거죠. 살릴 결심을 한 뒤 이 주변을 공부를 해보니 대단히 유서 깊은 곳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죠. 삼일 독립운동의 산실 역할을 한 호해여관과 1920년대 최초로 연극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활동사진을 틀었던 조선극장이 바로 이 터에 있었더군요. 이웃에는 학생들이 삼일 만세운동을 도모했던 승동교회와 탑골공원이 있고요.”


오동나무와 조우하면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그녀는 공간을 통한 나눔의 실현을 소명으로 삼았다. 이 공간이 예사 터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에 맞섰다. ‘땅의 지문을 읽은 것이다. 오랜 시간 이 터에 뿌리내려 깊이 박힌 땅의 지문을 이어가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남다르고 당찬 모습이다. 그녀의 우직함을 읽게 하는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조선극장 터를 표시한 표지석이 다른 지번에 세워져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관계기관을 찾아가 자료를 제시하며 정정할 것을 요청해 공무원을 당황하게 만든 해프닝이다.


안 대표는 코트터에 조선극장의 문화 지문을 잇기 위해서는 오동부터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물의 지붕을 뚫고 서 있던 오동나무를 보던 날 오동나무를 중심으로 정원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잘릴 위기에 처한 오동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기를 들어야 했다. 오동나무를 지켜 중정을 만드는 방안으로 공간 재배치에 나섰다.오동 주변의 작은 건물들을 허물고 주 건물 3개 동은 남겨 리모델링을 거친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2021불법철거로 일부가 부서진 별관은, ‘코트사태를 자신의 일처럼 함께 견디어 준 코트 커뮤니티와 예술가들 덕분에 지킬 수 있었고 보수공사를 통해 재탄생하고 있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온몸으로 막아 부서진 돌 틈에서 마침내 꽃으로 피어나, ‘코트사태를 다룬 전시의 한 제목처럼, ‘깨어진 틈 사이로 피는 꽃이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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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코트의 심장이자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Pathfinder(패스파인더)들의 아지트 (사진=김동국) 2022.03.20.

 

Q. 이제 오동나무를 베려 들지는 않는 것 같군요. 이 나무로 코트의 상징으로 삼으실 건가요?

A.". 이제는 살았어요.(웃음) 별관 뒤편 오동이 자리 잡은 마당을 유럽식 중정(中庭) 모양의 공간으로 살리려고 해요. 그러면 이태리나 스페인의 도시들을 걷다가 골목 속에서 반갑게 만나게 되는 중정이 인사동에도 들어서게 되는 거죠. 휴식과 소통, 축제의 공간이 될 수 있어요. 벌써 그럴 가능성을 보였어요. 20216월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프렌치 커뮤니티들이 이 중정 공간에서 프랑스의 음악축제를 열어 즐겼고, 10월에는 벨기에 대사관이 주관하는 벨기에 페스티벌이 열렸어요. 지난 318일에는 매 학기마다 나라를 옮겨가며 유목민처럼 수업하는 미국 미네르바(Minerva) 대학 학생들이 이번 학기를 서울에서 지내면서 이곳에서 축제를 즐겼죠. 모두가 서울 속에서 익숙한 풍경을 찾아낸 겁니다. 저는 이 공간으로 끌리듯 들어선 모든 이들을 "이 공간이 초대한 사람이라고 여겨요.(웃음) 그 사람들한테서 정말 동지애 같은 에너지를 얻곤 합니다.”


안 대표의 유일한 난제는 동업자와의 관계이다.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의 소설 달과 6 펜스에서 은 꿈을, ‘6펜스는 현실을 상징한다. 안 대표가 을 꿈꾼다면, 동업자는 ‘6펜스를 쫓는다. 철학이 다르다 보니 동업자는 공격적이다. 개발지상주의자답게 처음에는 오동을 베어버리려 한 데 이어 호시탐탐 별관을 철거하려 하고,주차 공간을 만들 생각을 한다. ‘땡처리업체들을 유치해 더 많은 임대료를 받고 싶어 한다. 개발이익을 최대화하려 함이다. 그동안 오동나무 앞 별관 건물을 파괴하려 포클레인을 동원하고, 고압수를 대포처럼 쏘고, 수시로 용역을 동원해 영업을 못 하게 막고, 공간을 돌아다니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안 대표는 건물 파괴에 저항하다 물 대포를 맞아 바닥에 쓰러지기도 하고, ‘용역들의 갖은 횡포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해 왔다. 그렇게 맞서다 보니 그녀는 갑자기 문화 지킴이이자 전사가 돼버렸다. 그렇지만 늘 마음이 편치 않다. 같은 배를 탄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공동운명체 사이라 공존을 바라는데 쉽지 않은 탓이다.


A."2016년 말 지분 20%로 참여했어요. 그러다 디자인 하우스라는 유명 잡지사를 유치해 사업이 안정되자 동업자가 저를 아웃시켜버리더군요. 그랬는데 2019년 말에 동업자가 급하게 연락을 해와서는 사기를 당해 20억 적자를 지고 임대료도 6개월 연체돼 명도 당할 상황에 처해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이 공간에 대한 미련 때문에 다시 참여하게 되었죠. 동업자가 진 적자를 10억으로 해 떠안고 지분을 50:50으로 나누고 제가 건물의 관리 운영권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는 조건으로 다시 계약을 체결했어요. 그런데 그뿐이었어요. 명도는 모면했지만, 동업자는 저와의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었던 거죠. 특히 본관 1층 전면 90평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제가 전차 계약을 체결한 공간인데도 막무가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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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왼쪽부터 안상윤 대기자와 코트 대표 안주영, 서울 인사동 코트 랩에서. (사진=김동국) 2022.03.20.

 

별관에는 한때 독립 뇨리점을 입점시켜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분위기와 메뉴를 앞세워 명소로 만들려 시도했으나, 더 높은 임대료를 받으려는 동업자의 훼방으로 무산됐다. 자신이 직접 임차한 해봉빌딩에 입점시키려는 시도도 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당시 해봉빌딩은 5층 전체에 쓰레기가 가득했고, 지하에는 물이 찬 상태였는데 거금을 들여 쓰레기를 치우고 물을 빼내고 고치면서까지 유치하고 싶어 했다. 창의적이면서 터의 지문과도 잘 맞아 무릎을 쳤던 까닭이다.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인사동에 꽤 괜찮은 관광 콘텐츠가 하나 등장할 뻔했다.


3월 초에는 루이비통 트렁크전시회를 개최하기로 기획했다가 또다시 방해를 받았다. 고민 끝에 동업자 요구를 받아들여 땡처리전시장 개장을 수락했다. 공격을 받으면 몸통을 지키기 위해 꼬리를 잘라주고 달아나는 도마뱀처럼 그도 창작의 산실인 코트 랩을 지키기 위해 전시공간을 양보한 것이다. 공존을 원치 않는 그들의 훼방이 있을 때마다 공허함을 느끼는 안 대표에게 친구들은 큰 힘이 된다. 특히 이곳에서 축제를 가졌던 프랑스 커뮤니티와 외국인 아티스트들 그리고 소식을 접한 미네르바 대학생 수십 명이 이 공간에 머무르며 코트를 지원했다. 그들은 지금도 저항 문구를 만들고, 인터넷에 실상을 올리고, 사진전을 열어 대중에 알리고, 노숙을 하며 용역의 침입에 맞서고, 피케팅을 하며 시위에 동참한다. 꽃을 꽃으로 존재하게끔 도우려는 마음들의 결집이다. 안 대표는 그들에게 감사하며, 토니 쉐이 자포스Zappos’ 신발 CEO의 신념이 옳았음을 확인하곤 한다. 토니 쉐이는 라스베이거스에 창작 공간을 만들면서 "여러 예술혼들이 모이면 기적이 발생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기적은 창작뿐 아니라 예술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에도 적용될 터이다.


8-코트별관 1층. 불법철거를 반대하는 아티스트들의 점유활동이 펼쳐지며 코트호텔이 되었던 공간으로 부서진 공간을 다시 리노베이션하여 코트 블루밍 으로 다시 탄생했다.jpg
[국악신문] 코트별관 1층. 불법철거를 반대하는 아티스트들의 점유활동이 펼쳐지며 코트호텔이 되었던 공간으로 부서진 공간을 다시 리노베이션하여 코트 블루밍 으로 다시 탄생했다.  (사진=김동국) 2022.03.20.

 

Q.공정 무역실현을 위해서는 열정과 사명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켜 줄 돈 만들기, 그 셋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텐데 수익 창출 방안은 어떤 게 있는지요?

A.". 여러 계획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을 위한 공유공간 임대, 전시 대관, 이벤트 공연, 음악연주회, 파티, 출판기념회, 전시 오프닝과 클로징 행사, 광고나 드라마 촬영, 브랜드 팝업과 론칭 행사, 세미나와 콘퍼런스 유치, 파티 유치, 스몰웨딩 장소 제공, 마켓 유치, 이색 음식점 입점 등 문화 관련 사업들을 수익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코트의 전망은 밝아지고 있다. 여러 조짐들이 보인다. 광고회사들이 레트로 감성을 좇아 이 공간에서 CF를 촬영한 사례가 안 대표에게 예상 못한 힘을 실어주었다. 갤럭시와 아이폰 두 경쟁 휴대폰 회사가 차례로 이곳에서 촬영을 한 일은 이 공간의 가능성을 대변한다. 스포츠용품 업체가 BTS를 홍보모델로 삼아 진행한 사은 행사는 직원 실수로문제가 생겼었으나 결과적으로 BTS 팬클럽아미와 인연을 맺어주고, 그들이 코트랩의 첫 번째 입주자가 되는 전화위복의 행운을 제공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귀국한 젊은 아티스트들이 이 공간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디지털 로봇비서RPA 기반의 업무자동화기업, 스마트 로봇을 활용하는 주얼리 공작소, 편집숍들이 들어오고 있다. 안 대표는 코트의 취지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아티스트들로 구성한 예술인 연대 성격의 예술 학교프로그램도 모색하고 있다. ‘코트 랩이 이들로 채워지면, 천군만마의 동지들이 생기게 될 터이다. 모두가 문화로서 문화를 지키고 살리려는 계획이다. ‘땅의 지문을 매개로 경계를 허물고 사람을 이어 예술혼을 살리려는 안 대표의 뜻을 시간의 마음이 따뜻하게 품을 것이라 예상한다.

 
6-따뜻한 향수가 깃든 피맛골 주점촌의 끝자락과 독립운동 학생지도자들의 결집장소였던 승동교회(1893년 건립)가 만나는 자리에 판자집 지붕을 뚫고 서있던 100년이 넘은 오동나무. 오동나무를 지켜 200평의 부지를 비워 만든 코트 정원은 독립투사들이 묵으며 토론을 했던 경성의 대표적 여관인 호해여관이 있던 자리이다-1.jpg
[국악신문] 따뜻한 향수가 깃든 피맛골 주점촌의 끝자락과 독립운동 학생지도자들의 결집장소였던 승동교회(1893년 건립)가 만나는 자리에 판자집 지붕을 뚫고 서있던 100년이 넘은 오동나무이다.. 오동나무를 지키고 200평의 부지를 비워 만든 코트 정원은 독립투사들이 묵으며 토론을 했던 경성의 대표적 여관인 호해여관이 있던 자리이다. (사진=김동국) 2022.03.20..

 

Q.마음 고생이 심할 텐데 후회가 든 적은 없었는지요?

A."오동과의 인연으로 우연히 이 공간이 제게 왔어요평생 모은 돈을 이곳에 쏟아부었죠건물주가 나가라면 언제든 나가야 하는 입장입니다그런다 해도 후회는 없어요운명처럼 제게 온 이 소중한 공간을 어떻게든 이 공간 본연의 모습으로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세상의 소리가 아닌 제 마음의 소리에 따라 하루를 살아도 영원히 사는 길을 가고자 합니다.”

 

그는 욕망이 자기 삶을 어떻게 삼키고욕심이 공동체를 어떻게 망가트리는지 모르는 부류들에게 순수와 환희로 피어나는 꽃의 의지를 보여주려 한다.


A."참 신기하게도 지금은 오동이 저를 지켜줘요지칠 때 오동나무를 안으면 뒤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저를 가만히 감싸주는 느낌을 받거든요.”

 

기자는 안주영 대표의 오동이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1921~86)의 떡갈나무처럼 전설이 되기를 바란다. 전위 예술가인 보이스는 1982년 독일 중부 카셀(Kassel) 시에 7천 점의 비석을 세우고 그 끝에 떡갈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선 하나씩 하나씩 비석을 치우고 그 자리에 떡갈나무를 심어나가 마침내 5년 후 7천 그루가 들어선 녹색공간을 만들었다. "주차 공간도 비좁은데 쓸데없는 짓을 한다.”라고 비난하던 목소리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문화운동가 한 사람의 통찰력만으로도 세상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요제프 보이스가 떡갈나무로 시의 면모를 푸르게 바꾸었듯이, 안주영의 오동도 이 땅의 지문을 살리고 시간의 마음을 담는 인식 전환의 모티브로 역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바람 탓에 빗나간 것처럼 보이는 화살들마저도 모두가 과녁을 향했다는 사실을 알아 안 대표가 자부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방향을 놓치지 않는다면, 웃으며 옛이야기를 할 날이 반드시 올 터이다.


긴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도 앞으로 틈날 때마다 인사동 코트’ 2층의 내면의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뒤져보거나 조선 살롱에서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거나 하고 싶어졌다. 꽃이 피는 터인 코트에서 영혼이 아름다운 아티스트들과 더불어 꽃인 양 행세하고 싶어졌다.

 

5-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한국인대상 극장으로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배우‧감독‧촬영기술자 등 영화 제작인력을 키워내는 산실이었으며, 영화상영 중간에 무용과 재즈공연을 했었다.지금도 무용가 김남식이 공간을 꾸미고 일요일에 재즈공연이 있고 프랑스인들이 영화상영을 하고 있다. 1922년 설립된 조선극장이 2022년 조선살롱으로 새로 태어났다-1.jpg
[국악신문]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한국인대상 극장으로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배우‧감독‧촬영기술자 등 영화 제작인력을 키워내는 산실이었으며, 영화상영 중간에 무용과 재즈공연을 했었다.지금도 무용가 김남식이 공간을 꾸미고 일요일에는 재즈 공연이 있고 프랑스 아티스트들이 영화상영을 하고 있다. 1922년 설립된 조선극장이 2022년 조선살롱으로 새로 태어났다.(사진=김동국) 202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