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 (32)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 (32)

시마우타 전개, 월드뮤직 영향

  • 특집부
  • 등록 2022.02.28 07:30
  • 조회수 12,396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하지메치토세나 리키와는 다르게 매우 독특한 시마우타 창법으로 메이져 무대에 서는 가수도 있었다. 아사자키이쿠에(朝崎郁恵)가 여기 해당된다.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푸르의 배경음악으로 나왔던 곡, 오보쿠리에에우미(おぼくりええうみ)를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다. 하지메치토세나 리키보다 아마미 시마우타의 전통기법을 훨씬 강조하는 듯한 특유의 창법과 가성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마우타의 붐은 1990년대부터 본격화한 세계적인 월드뮤직의 유행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3세계를 포함한 많은 지역의 음악을 소개하여 시마우타가 위화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사자키 이쿠에(朝崎郁恵)CD가 한때 월드뮤직 챠트 1위가 되었던 사실을 주목한다. 실제 노래를 들어보면 그녀의 독특한 음색이 어떻게 월드뮤직의 탑을 점할 수 있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시마우타의 독특한 음색이 향토나 고향의 의미로 수용되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사례다. 세계에는 시마우타와 같은 소수 언어와 독특한 창법으로 불리는 민요가 많다. 그중에서 국경을 넘어 청중을 획득하고 있는 민요도 적지 않다.

 

2019112710181536598_l (1).jpg
[국악신문] 아사자키 이쿠에(朝崎郁恵)

 

전승에 관련된 여러 가지 공통의 문제들을 안고 있긴 하지만 시마우타의 사례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유아에서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아마미오시마 전역의 각급 학교, 공민관(마을회관), 교습소, 주점 등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제이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르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지역활성화 관련 정보는 지면을 따로 만들겠다.


시마우타에서 얻는 시사점. 한낱 민요와 놀이에 불과했던 우타 아소비를 거쳐, 독특한 창법으로 재창조된 시마우타의 활성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부지기수다. 아프리카의 노동요가 아메리카로 건너가 블루스와 재즈로 번안되며 재창조되었던 맥락을 연상케해준다. 가장 먼저 언급해둬야 할 부분은 제이팝이라는 대중성과 아마미오시마라는 지역정체성을 매우 현명하게 조율해 낸 사례라는 점이다. 일본 자체가 섬나라인 까닭에 섬을 표방하는 민요를 고향 혹은 향수로 수용하는 맥락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얘기일 뿐이다.


그 심층을 파고들어 분석하는 것이 이 현상을 주목하는 올바른 태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요가 지역을 살리는가라는 거창한 화두로 공연 및 연구에 내가 참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마우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가고시마대학의 야나가와 교수의 언술을 빌려 말하면, 아마미오시마 민요 상황을 체크 하는 것은 판소리를 포함한 한국 민요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하고 준비하는 것과 같다. 전승의 배경(컨텍스트)만 보더라도 시마우타를 기반으로 한 민요대회, 축제, 우타샤(전문 노래꾼), 본토로 진출한 전문 민요가수(제이팝 가수) 등을 포함해 마을제사, 에이샤(북놀이), , 예능예술, 의례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물론 지금 우리도 컨템퍼러리 뮤직 등 여러 장르에서 시도되고 있긴 하지만 시마우타에 미치진 못한다. 나는 당시 논문에 이렇게 썼다. 한국의 민요를 메이저 무대에 세우는 또 하나의 '하지메치토세' 혹은 판소리기법 그대로 메이저 무대에 승부하는 '아사자키이쿠에'가 출현하는 토대 구축과 민요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 아닐까라고. 그 답의 일부를 송가인이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