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흙의 소리
이 동 희
말을 멈추고 <4>
박연은 악서樂書의 자료를 모아서 찬집纂輯하고 향악 당악 아악의 율조를 상고하여 그 악기와 악보법樂譜法을 그리고 써서 책으로 만들자고 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이것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앞에서 그러한 박연의 수본手本에 의하여 계한 것을 그대로 따랐다고 세종실록 27권 7월 27일자 기사 대로 썼는데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던지 그의 나이 74세 문종文宗 원년에 악보를 간행하자는 청인행악보소淸印行樂譜疏를 다시 올리고 있다.
"삼가 생각하건대 아악의 악에는 제향악이 있고 연향악宴享樂이 있는데 제향악은 봉상시奉常寺에 구본舊本인 십이궁보十二宮譜와 아울러 20여 악장이 있어 익혀온 지 이미 오래 되었으나 연향악은 우리나라에서 일찍이 보고 듣지 못하다가 경술년(세종 12, 1430)가을에 임금께서 주문공朱文公의 「의례경전통해儀禮經傳通解」중에서 연향아악 시장詩章 12편과 보법을 얻었으나 보법이 미숙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옛 사람이 이미 이루어 놓은 규례를 살펴 몸소 부연한 뒤에야 보법이 크게 갖추어졌습니다. 따라서 부연한 보법 중에 그 성음이 아름다운 것을 골라 회례연과 양로연養老宴의 음악에 넣었습니다. 또한 보법 전부를 주자소에 명하사 인쇄하여 세상에 전하게 한 지 2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인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종 임금의 명을 거슬리는 것 뿐만 아니라 잊어버려 폐기될까 두렵습니다.”
박연은 그렇게 해야 될 근거를 조목 조목 제시하였다.
만약 보법을 한 번 잃어버린다면 이미 금석金石에서 입혀져 나온 소리라도 어디서 나온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융안지보隆安之譜는 어리魚麗 제4장에서 나오고 서안지보舒安之譜는 황황자화皇皇者華 제2장에서 나오고 휴안지보休安之譜는 남산유대南山有臺 제3장에서 나오고 수보록受寶籙은 녹명鹿鳴 제1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후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어리는 사방이 평정되고 만물이 풍성하여 신명神明에게 고하며 칭송하는 내용이다. 황황자화는 임금이 여러 신하와 귀한 손님에게 잔치를 베풀고 사신을 송영하는데 쓰인 음악이고 남산유대는 어진 사람을 얻음을 즐거워하는 내용이며 녹명은 어리와 같으나 그 뒤 연례宴禮와 향음주鄕飮酒에서 쓰였다. 다 「시경」소아小雅 6편 중의 한 곡이다.
"원컨대 전하께서 인행印行을 하도록 명을 내려 지체하지 말고 의정부에 의논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문종 임금은 이를 허락하여 영의정 하연河演 우의정 남지南智 좌찬성 김종서金宗瑞 우찬성 정분鄭芬 등에게 아악보를 주자소에서 간행하도록 하였다.
참으로 집요하였다. 박연의 집념은 식을 줄을 몰랐다.
박연은 그러한 일련의 상소 청원과는 달리 앞에서도 말한 대로 조하의절 같은 글을 써서 예악을 바로 세우고자 하였다.
먼저 ‘왕세자 조하의절’을 보자.
임금이 원정元正과 동지에 왕세자의 조하를 받는데 그 전날 예조에서는 내외관에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행할 것을 선포하여 각각 그 직분을 다 하게 한다. 충호위忠扈衛에서는 왕세자 위차位次를 근정문勤政門 밖의 길 동쪽, 북쪽에 가까운 서향으로 설치하고 동궁문東宮門 밖에 궁관宮官의 위차를 규칙대로 설치한다.
말 그대로 왕세자의 조하를 행하는 의례의 절차 규범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세종 12년(1430) 예조에서 아뢴 것으로 박연이 지은 것인지 정리한 것인지 「난계선생유고」에 가훈家訓과 함께 잡저雜著 편에 수록되어 있다. 충호위는 종친의 자제로 조직하여 호위와 제사 때에 제관의 자리를 준비하는 일을 맡아보았다.
그날 유사有司가 임금의 자리를 근정전 북벽 남향으로 설치하고 향로 두 개를 앞 기둥 밖의 좌우에 놓아 두며, 전악典樂은 헌현軒縣을 전정에 베풀되 남쪽에 가까운 북향으로 진열하고, 협률랑協律郎의 지휘하는 자리를 전상 서계의 서쪽으로 동향하는 자리에 마련하며, 사복司僕은 여연輿輦과 말을 뜰에 진열한다.
전악은 조선조 악관직의 하나로 정5품, 협률랑은 음악을 지휘하던 악관으로 정7품이다. 사복은 궁중의 가마나 말에 관한 일을 맡아보았다. 어연은 임금이 타는 수레이고.
전의典儀는 왕세자 자리를 전정의 길 동쪽으로 북향하게 마련하고 전의 치사관致詞官의 자리를 헌(헌현) 동북쪽에 마련하되 통찬通贊 한 사람은 남쪽에서 약간 뒤로 모두 서향하고 또 통찬 한 사람은 헌현 서북쪽에 동향을 하게 한다. 궁관이나 익위翊衛는 그 시각에 모두 제 자리에 모이되 각기 기복器服을 입고 의장과 호위는 평상시와 같이 베풀어 놓는다.
전의는 나라의 큰 의식이 있을 때 모든 절차를 도맡아 진행시키던 집사관이고 치사관은 경사가 있을 때 임금께 올릴 송덕의 글을 맡은 관리이며 통찬은 전의의 명을 받아 의식의 절차를 큰소리로 외쳐 진행시키는 관리, 익위사翊衛司는 세자의 호위를 맡은 관청이었다.
예와 악의 절차를 치밀하게 연출하여 그 전범을 적어 놓은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기록이다.
Copyright @2024 (주)국악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1916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발행된 애국창가 2011년 8월 24일 문화재청은 ‘애국창가’를 등록유산 제475호로 지정했다. ...
도편의 반 이상이 내섬명 이규진(편고재 주인) 내섬시(內贍寺)는 각 궁전에 대한 공상, 2품 이상에게 주는 술, 왜와 야인에게 주는 음식과 직조 등의 일을 맡아보던...
김율희 (강태홍류 산조춤 보존회 회장) 김율희 이사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전통춤 4대 가업을 잇는 무용가다. 조부 김동민과 고모 ...
정선아리랑을 쓰다. 한얼 이종선, (2024, 문양에 먹, 34× 34cm) 담뱃불로 벗을 삼고 등잔불로 님을 삼아 님아 님아...
현역 최고령 무용가인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포스트극장에서 열린 '세계 무용사'출판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정기공연 '일노래, 삶의 노래' 공연 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2024.05.22. 소박하고 향토적인 ...
세븐틴 일본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 (사진=위버스 라이브 캡처) "오늘 저희가 (데뷔) 9주년인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전 세...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사진=물고기뮤직) 2024.05.26.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죠....
5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2024 남산소리극축제 ‘여설뎐(女說傳)- 싸우는 여자들의 소리’가 펼쳐졌다. 이 공연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극을 주도하는 ...
가수 김연자 (사진=초이크리에이티브랩) "오로지 노래가 좋아 달려온 50년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힘입어 힘든 순간도 다...
2년 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서울연희대전'이란 이름의 한 공연이 있었다. 제1회 '장구대전'이란 부제가 붙어있고, 입장권 전석이 판매 되어 화제가 되었다. 무대에서 오직 '장...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
이탈리아 기록유산 복원 전문가인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ICPAL) 소장이 최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