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社說] ‘솔로몬의 지혜’와 국악협회 항소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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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솔로몬의 지혜’와 국악협회 항소심 판결

  • 편집부
  • 등록 2022.01.1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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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2-02-17 021825.jpg

 

지난 해 국악계 10대뉴스로도 선정된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선거무효소송의 항소심 판결을 하루 앞두고 있다. 202046일 소송 제기로부터 2021414일 원고 청구를 인용한 1심 패소, 5월 항소, 2022년 113, 거의 2년여 만에 항소심 판결이 있게 된다. 증거와 증인과 변호사 조력을 통해 공방을 벌이는 원고와 피고 간에는 무조건 자신이 승소하는 판결을 기대하지만 3자적 입장에서는 일방의 승소를 넘어 본질을 해결하는 명판결이 나기를 기대한다. 판사의 지혜로운 판결이다. 내일 명판결을 기대하며 두 가지 재판을 떠 올려 본다.


판결에 관한 유명한 전설이다. 기원전 971년에서 932년까지 재위한 이스라엘 제3대 왕 솔로몬(Solomon)의 판결이다.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친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 대한 지혜로운 판결이다. 전설을 요약하면 이렇다.


같은 시기 아이를 해산하여 같이 사는 두 여인이 있었다. 그런데 한 여인이 자다가 실수로 자기 아들 위에 누워 아이가 죽게 되었다. 그 여인은 자고 있는 다른 여인의 아들을 자기 아들로 바꿔 놓았다. 잠을 자던 여인은 깨어나서 죽은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닌 것은 알게 되자, 나의 아이를 돌려달라고 하였다. 이리하여 두 여인이 서로 다투기 시작하다 판결을 내려 달라고 왕에게 갔다. 솔로몬은 두 여인이 보는 앞에서 그 아이를 칼로 잘라 나누어 주겠다고 했다. 참다운 모성애로 판결을 내리려고 한 것이다. 솔로몬 왕의 생각이 적중했다.


살아 있는 아이의 진짜 어머니는 겁에 질려 말했다. "왕이시여, 그 아이를 죽이지 말고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 그러나 다른 여자는 "우리 둘 다 그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그냥 반으로 나누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솔로몬 왕이 말했다. "아이를 죽이지 마라. 그 아이를 첫 번째 여자에게 주어라. 저 여자가 진짜 어머니다.”라고 판결했다.


모자 사이에는 모성애가 소유욕을 초월한다. ‘최고의 지혜자로 꼽히는 솔로몬의 지혜는 모성애를 통해 아이의 진짜 어머니가 누구인가를 판결한 것이다. 어떤 대상을 진정 사랑하는 자가 누구인가를 말할 때 인용되는 전설이다.


솔로몬의 지혜.jpg


진짜 어머니판결은 1985년에도 있었다. ‘아이와 감정적 유대감을 큰 가치로 인정하는 재판이다. 소위 아기 M 재판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이야기다.


뉴저지 주의 테너플라이에 사는 남편 스턴은 생화학자이고, 아내 엘리자베스는 소아과 의사이다. 부인은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어 아기를 가지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부부는 불임센터를 통해 29살의 대리모를 소개 받아 19852월 계약을 맺었다. 대리모는 윌리엄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거쳐 임신한 뒤 출산과 동시에 아기를 윌리엄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하였다. 1만 달러와 함께 의료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불임센터에는 알선비용으로 7500달러를 지불했다.


19863월에 여자아기를 출산했다. 그런데 막상 출산하고 보니 아기와 떨어질 수 없었던 대리모는 아기를 데리고 플로리다로 도망쳤고, 스턴 부부는 아기를 넘겨주어야 한다는 법원 명령을 얻어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 경찰은 대리모를 찾아내 아기를 스턴 부부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대리모는 뉴저지 법원에 판결을 구하였다.


아기 M 재판’ 1심 판사는 애초의 합의에 손을 들어주면서 계약의 신성함을 강조했다. 계약은 계약이니, 생모에게는 단지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할 권리가 없다는 이유이다. 돈을 받고 임신하는 행위를 돈을 받고 정자를 제공하는 행위에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급 법원에서는 만장일치로 1심 판결을 뒤집어 대리출산계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아기 M의 양육권을 스턴 부부에게 주면서, 대리모에게는 아기 어머니라는 지위를 돌려주었고, 방문권 부여결정을 내렸다. 판사는 근본적인 근거를 제시하였다.


"그 여성이 얼마나 돈이 필요했든 간에, 그리고 계약의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했든 간에, 우리는 그녀의 합의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명화된 사회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판사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엄마와 아이와의 감정적 유대감이라고 했다. 계약은 바로 이를 빼앗은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마이클 샌델은 이 아기 M 재판"정의의 문제가 곧 윤리의 문제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판결과 평가 역시 본질에 이른 것이다.

 

2년 여를 끌어 온 국악협회의 항소심 판결, 과연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 국악협회 60년 역사에서 초유의 이사장 당선무효소송이다. 이사회의 정회원 심의과정을 거치지 않아 자격이 없는 대의원이 투표한 정관 위반 소송은 다른 문화단체에게도 잠복된 문제로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소송이 일방의 단순한 승소냐 패소냐를 넘어 특수법인의 그릇된 관행을 대대적으로 혁파하는 계기를 견인하는 판결, 지혜로운 명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