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명반] 정창관의 신보유람 & 명반유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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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 정창관의 신보유람 & 명반유람 54

  • 특집부
  • 등록 2021.09.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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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가야금연주자 김명신(1951~ )은 일찍이 부모님의 영향으로 국악과 인연을 맺었다. 1967년 당시 최고 권위의 제15.16 민족상 음악부문 가야금 우수상을 수상하며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였다. 김윤덕, 성금연 선생에게 가야금산조를 박귀희 선생에게 가야금병창을, 한영숙 선생에게 춤을 사사하면서 기악, 소리, 춤 등 수준 높은 기예를 익혔다.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교) 시절에는 대학축제에서 메이퀸으로 선발될 만큼 미모도 출중했다.

 

이 음반은 19724월에 녹음한 것이다. 그 뒤 8월에 김소희, 박귀희, 이영희 명인 등과 독일 뮌헨올림픽 공연 및 유럽, 동남아 등 24개국 순회공연을 마지막으로 결혼 후 국악계를 떠났다. 20대에 한 장의 음반만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래서 음반명이 <김명신, 갓 스물에 숨어버린 가야금산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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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김명신, 갓 스물에 숨어버린 산조>, (2002년 예술기획탑 TOPCD-048)

 

1972년 대도레코드에서 LP음반으로 출반할 때는 김정아라는 예명으로 소개되었다. 음반에는 김윤덕류성금연류 가야금산조가 실려 있다. 긴 산조가 아닌 17-18분의 짧은 산조다. 가락 한 올 한 올 마디마디에 젊음과 패기가 서려있다. 각기 성격이 다른 두 바탕 산조의 깊은 맛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완벽에 가까울 만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당시에는 21살에 가야금산조 음반 출반은 대단한 기록이었다. 녹음기사의 객기로 가야금소리가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왔다 갔다 하지만, 애호가들은 날아다니는 가야금이라 여기고 두 바탕의 산조를 만끽하고 있다. 반주는 장덕화(1942~2017) 명고가 맡았다. 명고의 첫 번째 산조 반주 녹음이다.

 

이 음반은 잊혀 질 뻔한 귀한 명반이다. 한 개인이 LP음반으로 듣고 가야금산조가 너무 좋아 재출반하기 위해 3년 동안 연주자를 찾아 헤맸고, 어렵게 설득한 끝에 CD음반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출반되고 연주자를 뵌 적이 있다. 외교관 부인으로서의 생활을 마치고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연주자는 가야금을 다시 연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만약 김명신 연주자가 연주를 계속 했더라면 지금의 가야금산조계의 판도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현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반이다. 영어 해설도 수록되어 있어 외국인에게 선물로도 좋은 산조음반이다. 반가에 꼭 비치해두기를 권하는 명반이다.

 

관련 음반 : http://www.gugakcd.kr/music_detail.asp?cd_num=TOPCD-048&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