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국악인 추천 휴일의 시 41:우기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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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추천 휴일의 시 41:우기 (도종환)

  • 특집부
  • 등록 2021.07.10 07:30
  • 조회수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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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사진: 신길복 작가

 

 

우기(雨期)

 

                       도종환(都鍾煥, 1954~ )

 

새 한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는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밤낮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매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 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추천:이정홍(사할린한글교육협회 후원회 회원)

"비에 관한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젖던 시절이 꿈이련듯하다

이제는 그 세월을 뚫고 온 것을 셈하게 된다.

그런데 금년의 우기는 예년과는 다른 묵직하게 오는 듯하다

한갓 매지구름이 아니다. 그리도 새는 날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