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진도는 무형문화유산의 섬이다. 진도에서는 소리, 그림, 서예 자랑하지 말라고 한다. 그만큼 예능이 뛰어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말이다. 실제 국가 또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는 10종목이나 된다. 군 단위로서는 최고의 보유이다. 예컨대 ‘강강술래’(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8호)를 비롯하여 ‘남도들노래’(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51호), ‘남도잡가’(전라남도무형문화제 제34호), ‘다시래기’(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81호), ‘조도닻배노래’(전라남도무형문화재 제 40호), ‘진도만가’(전라남도무형문화재 제19호), ‘진도홍주’(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6호), ‘진도북놀이’(전라남도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씻김굿’(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소포걸군농악’(전라남도무형문화제 제39호)이 있다.
그런데 그 유명한 진도아리랑은 국가는 물론 전라남도 무형문화재에 들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진도아리랑은 이미 지정이 되어있는 줄로 안다. 적어도 전라남도 지정 ‘남도잡가’에는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오해의 기반에는 이런 기록때문일 것이다.
#"진도아리랑-향토문화유산, 2001년 10월 지정-전라남도 지정 남도잡가 예능보유자가 남도잡가에 포함이 되어있는 진도아리랑을 부르고 있다.”(『2008 아리랑 현황조사보고서』, 2009)
#"진도아리랑은 남도잡가로서, 전라남도 지정문화재 제34호이자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진도군수 이진동, 아리랑 인류문화유산 등재기념 학술대회 축사)
#"남도들노래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1973년 지정), 남도민요(‘남도잡가’의 오류)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34호(2001년 지정), 정선아리랑이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1971년 지정)로 지정되면서 각 종목에 포함되어 있는 아리랑이 함께 보존 전승의 지원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진도아리랑의 보존과 진흥', 2013)
마치 진도아리랑이 ‘제34호 남도잡가’에 포함되어 지정을 받은 것으로 오인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이유로 진도아리랑은 진도 내에서는 독립 종목으로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진도 외의 지역, 즉 전국적으로는 정반대의 현상을 갖고 있다. 즉, ‘다시래기’, ‘씻김굿’, ‘남도들노래’, ‘만가’, ‘북놀이’ 등은 잘 몰라도 진도아리랑은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사실 때문이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34호 <남도잡가>에는 보렴·화초사거리·육자배기·자진육자배기·흥타령·개구리타령·새타령·성주풀이를 지칭한다. 2001년 <남도잡가> 지정 심의에서 진도아리랑은 제외되었다. 제외된 이유는 "조선 후기 광대나 사당패 등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하여 집중적으로 창출 된 과도기적 장르”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생성 시기가 근대라는 이유이다.
오늘의 아리랑 상황에서 진도아리랑은 ‘육자배기조 남도 아리랑’의 독자성을 갖는다. 특히 ‘산아지타령’과의 층위를 이룬다는 점과 즉흥성과 신명성을 속성으로 갖는다는 점에서 예술적 가치도 크다. 그런데 지금은 타 종목 보유자가 경과적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도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시각의 교정과 보유자 지정의 편협성을 넘어 진도아리랑문화를 확장시키는 보존회 같은 공동체를 지정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돋보이는 아리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인 없는 보석은 보석이 아니다.”라는 서양 속담처럼, 막연하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도 좋지만, ‘국가무형문화재 129호 아리랑’도 좋지만, ‘진도군 향토문화유산 무형유산 제1호’도 좋지만 실제 아끼고, 관리하고, 자랑하는 주인을 정해주지 않으면 "네 것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200여 수의 진도아리랑만의 사설을 구사하여 다른 지역 아리랑과의 차별성을 드러낼 전승공동체가 필요하다. ‘전라남도무형문화재 **호 진도아리랑 보유단체 *****’로 지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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