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국악인이 추천하는 휴일의 시 9 : 첫눈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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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이 추천하는 휴일의 시 9 : 첫눈 (이정하)

  • 특집부
  • 등록 2020.11.28 16:16
  • 조회수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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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사진:기광룡

 


 첫 눈

 

 


                        이정하(李禎夏/1962~)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서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색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 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추천인: 편집부

‘첫비’는 없다. ‘첫눈’만 있다. 첫눈은 첫 약속이다. 첫 약속은 순결하다. 첫 약속을 상기하는 것,

 첫 약속을 떠올리는 것, 일상의 관성을 중단 시키는 것. 첫눈은 첫 약속을 불러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