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孝懿王后 御筆 및 函-萬石君傳·郭子儀傳)」은 정조(正祖, 재위 1776∼1800)의 비 효의왕후 김씨(孝懿王后 金氏, 1753∼1821)가 조카 김종선(金宗善, 1766∼1810)에게 『한서(漢書)』의「만석군석분(萬石君石奮)」과『신당서(新唐書)』의「곽자의열전(郭子儀列傳)」을 한글로 번역하게 한 다음 그 내용을 1794년(정조 18) 필사한 한글 어필(御筆)이다.
* 효의왕후 김씨: 본관은 청풍(淸風). 좌참찬 김시묵(金時默)과 남양홍씨(南陽洪氏) 사이에서 태어나 1762년(영조 38) 세손빈으로 책봉되어 어의동(於義洞) 본궁에서 가례를 올렸음. 효성이 지극해 시어머니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를 지성으로 모셨다 하며, 일생을 검소하게 보냈다고 함. 자녀를 두지 못한 채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음. 능호는 건릉(健陵)
* 만석군전: 한나라 경제(景帝) 때 벼슬을 한 석분(石糞, 기원전 220-기원전 124, 호 萬石君)의 일대기로, 벼슬길에 나아가서도 사람들을 공경하고 신중한 태도로 예의를 지켰고, 자식들을 잘 교육하여 아들 넷이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녹봉이 만석(萬石)에 이를 정도로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내용
* 곽자의전: 당나라 무장 곽자의(郭子儀, 697-781)의 일대기로, 안녹산의 난을 진압하고 토번(吐蕃, 오늘날의 티베트)을 치는 데 공을 세워 분양군왕(汾陽郡王)에 봉해졌다는 내용. 곽자의는 노년에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의 상징으로 조선 시대에는 ‘곽분양(郭汾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음
* 어필: 역대 왕과 왕비의 글씨를 일컬음. 그림은 어화(御畵), 글은 어제(御製)라고 함
효의왕후는 이 두 자료를 필사한 이유에 대해 ‘충성스럽고 질박하며 도타움(충박질후, 忠樸質厚)은 만석군을 배우고, 근신하고 물러나며 사양함(근신퇴양 謹愼退讓)은 곽자의와 같으니, 우리 가문에 대대손손 귀감(龜鑑, 본보기)으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발문에서 밝혔다. 따라서 이 어필책은 가문의 평안과 융성함을 기원한 왕후와 친정 식구들의 염원이 담긴 자료라 하겠다.
여닫이 뚜껑의 나무책갑에 보관되었고 ‘곤전어필(坤殿御筆)’이라고 단정한 해서(楷書)로 쓰인 제목,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필사한 본문, 효의왕후 발문, 왕후의 사촌오빠 김기후(金基厚, 1747∼1830)의 발문 순으로 구성되었다.
* 곤전(坤殿): 왕후가 거처한 궁궐의 처소 또는 왕후를 일컬음. 곤궁(坤宮), 중궁(中宮)이라고도 함
* 해서(楷書): 서예사의 전개에 있어 전서(篆書), 예서(隷書) 다음으로 나타난 서체로, 흘려 쓰지 않고 정자로 바르게 쓴 한문서체
이 한글 어필은 왕족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한글 필사가 유행하던 18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한글흘림체의 범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되고 수준 높은 서풍(書風)을 보여준다. 특히, 왕후가 역사서의 내용을 필사하고 발문을 남긴 사례가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크며 당시 왕실 한글 서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국문학, 서예사, 역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작 시기와 배경, 서예가가 분명해 조선시대 한글서예사의 기준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아울러 어필책을 보관해 온 오동나무 함 겉에는 ‘전가보장(傳家寶藏, 가문에 전해 소중하게 간직함)’, ‘자손기영보장(子孫其永寶藏, 자손들이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함)’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가문 대대로 전래된 역사성을 증명해주며, 원형 또한 잘 남아있어 함께 보물로 지정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固城 玉泉寺 靈山會 掛佛圖 및 函)」은 1808년(순조 8) 수화승 평삼(評三)을 비롯해 18명의 화승들이 참여해 제작한 것으로, 20폭의 화폭을 붙여 높이 10m 이상 크기로 만든 대형불화다. 도상(圖像)은 석가여래 삼존과 아난존자와 가섭존자, 6존의 부처를 배치한 간결한 구성이다. 화기에 ‘대영산회(大靈山會)’라는 화제가 있어 영산회 장면을 그린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 괘불도(掛佛圖): 야외에서 거행되는 영산재(靈山齎), 천도재(遷度齋) 등 대규모 불교의식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불화로, 보통 10m가 넘는 웅장한 크기와 화려한 색채, 장엄한 종교의식이 어우러져 세계적으로 유례를 보기 힘든 유·무형의 독창적인 예술세계임
*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석가모니가 영취산(靈鷲山)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불화
* 아난존자(阿難尊者): 석가의 사촌이자 10대 제자 중 한명으로, 아난타(阿難陀)라고도 함
* 가섭존자(迦葉尊者): 석가의 10대 제자 중 한명으로, 석가 열반 후 남은 제자들을 이끈 영도자로서 역할을 함
수화승 평삼은 40여 년간 활동한 이력에 비해 남아 있는 작품이 약 11점으로 많지 않지만, 이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는 그가 본격적으로 수화승(首畵僧)이 되어 17명의 대단위 화승들과 합작해 제작한 대표작 중 하나이다.
* 수화승: 불화 제작 등을 담당한 승려화가 집단 중 으뜸이 되는 인물
날씬한 신체와 둥근 얼굴에 가늘게 묘사된 이목구비, 어린아이에 가까운 얼굴, 화려한 문양과 두터운 호분(胡粉)을 덧발라 입체감을 준 기법, 적색과 녹색, 청색과 흰색 등 다양한 색채를 조화롭게 사용한 점 등은 18세기 후반 괘불도 양식과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18세기 전통 화풍을 계승하고 있는 가운데, 색감이나, 비례, 인물의 표현, 선묘 등은 19세기 전반기 화풍을 반영하고 있어 과도기적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므로, 불교회화사 연구에 의미가 큰 작품이다.
아울러 괘불도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괘불함 역시 옻칠로 마감하고 다양한 모양의 장석과 철물로 장식한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어 기술 측면에서도 충분한 공예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번 지정 예고 대상에는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3건도 포함되었다. 이는 문화재청이 비지정 사찰 문화재의 가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관리를 위해 (재)불교문화재연구소와 연차적으로 시행하는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를 통해 발굴해 낸 유물이다. 2016년에 조사한 경상남도 지역 사찰에서 소장한 목판 중 완전성, 제작 시기, 보존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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