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사단법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金東珍)는 을사늑약(1905년) 115주년을 맞아 고종 황제와 대미 특사 헐버트(Homer B. Hulbert)가 을사늑약을 막아보고자 분투한 내용이 담긴 < 뉴욕타임스 > 1905년 12월 13일 자와 14일 자 기사 전문을 발굴하여, 최초로 기사 원문과 번역문을 공개합니다.
이 기사들에서 고종 황제가 을사늑약은 자신이 서명하지 않았기에 무효라고 선언하였음이 밝혀졌다.
더욱이 대미 특사 헐버트를 통해 미국을 설득해서라도 을사늑약을 막아보고자 최선을 다했음이 밝혀졌다.
고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합니다. 망국의 군주로 비난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종의 을사늑약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은 평가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 기사들에서 '한국을 한국인보다 더 사랑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헐버트의 한국 주권수호를 위한 충정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헐버트는 최초의 한글 교과서를 저술하며 잠자고 있던 훈민정음을 깨운 한글자강운동의 선구자이자, 대한민국 역사에서 유일무이하게
건국훈장과 금관문화훈장 두 훈장을 수훈한 민족의 은인입니다.
이번에 발굴하여 공개하는 기사는 < 뉴욕타임스 > 1905년 12월 13일 자 < 대한제국 조약을 부인하다(Korea Repudiates Treaty) >와
14일자 < 대한제국 황제의 특사, 미국 국민에 호소(Appeals to the Public for Emperor of Korea) >입니다.
헐버트 특사 파견 배경
고종 황제는 1905년 10월 을사늑약을 막아보고자 일본 몰래 헐버트를 특사로 미국에 파견하였습니다.
특사 파견은 헐버트를 통해 고종의 친서를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일본의
보호조약 시도를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목적이엇습니다.
이는 1882년에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 제1조 ‘만약 제3국이 조약 일방에게 부당하게 또는 강압적으로 간섭할 때에는
조약상대국은 원만한 타결을 가져오도록 주선한다.’는 소위 선위조처 조항에 근거한 것입니다.
헐버트는 여행 도중 일본이 친서를 강탈할까봐 친서를 미국공사관 외교행랑 편에 워싱턴으로 미리 보냅니다.
이때 미국 공사(Edwin V. Morgan)는 헐버트와의 약속을 배신하고 헐버트의 방미 목적을 일본에게 알려버립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당황한 일본은 을사늑약을 하루빨리 해치우기로 결심합니다.
헐버트는 1905년 10월 21일 비밀리에 서울을 출발하여 일본 요코하마에서 배편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이어서 기차로 워싱턴으로 갑니다.
백악관에 들러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백악관은 국무부를 통하라며 면담을 거절합니다. 국무부 역시 핑게를 대며
헐버트 면담 요청을 거절합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서로 핑퐁을 치며 헐버트를 외면하다가 일본이 서울에서 울사늑약을
해치운 뒤인 1905년 11월 25일에야 미국 국무장관이 헐버트를 만나줍니다.
이때는 이미 미국이 일본이 발표한 을사늑약의 완결에 대한 성명을 접수한 뒤이며, 미국은 제일 먼저 공사관을 서울에서 도쿄로 철수합니다.
헐버트를 만난 국무장관(Elihu Root)은 헐버트에게 되레"당신은 미국이 일본과 문제가 있기를 바라오?”라고 호통을 칩니다.
헐버트는 이는 국가 간 조약에 대한 신의의 문제라고 항변하지만 국무장관은 헐버트의 항의를 묵살해 버립니다.
고종 황제는 을사늑약 직후 워싱턴에 있는 헐버트에게 전보를 쳐 자신은 을사늑약에 서명하지 않았기에 조약이 무효이니
미국을 설득하여 을사늑약을 뒤집으라고 요청합니다. 고종은 전보를 중국 지푸(지금의 엔타이)에서 칩니다.
일본이 전보 내용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중국에 사람을 보낸 것입니다. 헐버트는 이 전보를 1905년 12월 11일 날 받아
12월 14일에 미국 국무부에 제출합니다.
이 전보는 을사늑약이 고종의 의사가 아니라는 증거로서 을사늑약은 국제법적으로 무효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 뉴욕타임스 > 12월 13일 자 및 14일 자에 의한 역사 발굴
< 뉴욕타임스 > 12월 14일 자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즉 헐버트도 고종에게 답신 전보를 쳤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전보에서 헐버트는 미국 행정부가 대한제국 황제의 친서 수령을 거부하고 황제의 특사인 자신을 무시한다며 지금까지 자신은
비밀하게 행동하였으나 이제부터는 자신의 방미 목적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고종에게 전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 행정부가 아닌
미국 국민에게 직접 보호조약의 부당함을 호소하겠다는 의중도 밝힙니다. 또한, 헐버트는 < 뉴욕타임스 >와 회견하며 일본이 한국에서
저지르는 만행을 고발합니다. 특히 일본인들이 강압적으로 한국인들의 부동산을 빼앗자 한국인들이 부동산 권리증을 들고 헐버트를
찾아와, 부동산 명의를 헐버트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헐버트는 그리하여 자신 명의로 된 부동산이 자그마치 5만 에이커라고 했습니다. 헐버트는 또 일본은 사실상 한국을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에게는 어떠한 인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의 횡포를 고발합니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당분간 노예처럼 복종하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대한제국의 앞날을 불길하게 예고합니다.
역사적 의미
이번에 발굴한 < 뉴욕타임스 > 기사는 고종 황제가 헐버트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국을 움직여 보호조약을 막아보려고
끝까지 투쟁하는 고종의 의지를 증언합니다. 또한, 고종이 자신은 보호조약에 서명하지 않았으니 조약이 무효라는 점을
헐버트를 통해 미국에 통고하고 헐버트가 < 뉴욕타임스 > 등 언론을 통해 조약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표함으로써
을사늑약이 국제법적으로 명백히 무효라는 사실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특별하게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하는 것은 고종 황제와 헐버트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서울과 워싱턴에서 눈물의 전보를 통해
을사늑약을 막아보려 몸부림치는 모습입니다. 특히 미국이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위반하고 한국을 냉대하자 이에 저항하며
분노하는 헐버트의 뜨거운 한국 사랑은 우리 역사에 마땅히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할 것입니다.
을사늑약을 저지하기 위한 고종과 헐버트의 눈물 어린 전보 교환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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