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8 (일)
기찬숙/아리랑학회 연구이사 아리랑 연표상 어느 해에나 아리랑으로 점철(點綴)되지 않는 해가 있을까마는 2005년의 아리랑은 벽두(劈頭)부터 시작되었다. 1월 19일자 국악신문에는 뜻밖의 아리랑 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의 인터뷰 중 세계적인 통신사 ‘AP통신’ 보도의 인용이란 설명과 함께 아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언급이 눈에 띄었다. "고유의 전통음악인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선정되었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이 노래를 알 것이다. 영국, 미국, ...
[국악신문] 초정 김상옥선생 생가를 돌아 나오는 골목길 유리창에 걸린 김춘수 님의 ‘앵오리’ 시화(詩畵) 사진 앵오리 김춘수(金春洙, 1922~2004)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잠자리를 앵오리라고 한다. 부채를 부치라고 하고 고추를 고치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통영을 토영이라고 한다. 팔을 폴이라고 하고 팥을 퐅이라고 한다. 코를 케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명게를 우렁싱이라고 하고...
몇 해 전 프랑스 아비뇽 축제 총감독인 다르시에가 방한했었다. 축제 기간에 한국의 전통예술가를 초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비디오나 실연實演을 통해 정악합주며 무용이며 무속이며 여러 장르를 살펴봤다. 그때 그는 이매방의 승무를 보고, 저것이 어떻게 전통이냐고 했다. 미국의 전위무용가 머스 커닝햄을 능가하는 ‘현대’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진부하리만큼 늘 보는 승무가 아방 가르드적 현대성을 갖췄다니 놀랍기 그지 없었다. 문화가 다르면 미적 안목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는 사실을 그때처럼 깊이...
흙의 소리 이동희 소명5 그리고 여러 제사에 대하여 계속 말하였다. 원단圓壇 적전耤田 선잠先蠶 등의 제사는 지금 조정에서는 모두 태주를 사용하는 음악으로 되어 있다. 태주는 지신에 제사 지내는 음악이므로 사직에 이를 쓰는데 원단은 하늘에 빌며 고하는 제사이니 같은 것을 쓰는 것은 미안할 듯하다. 선농先農과 선잠도 선대의 인귀人鬼이니 사직에 제사 지내는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못하다. 또 삼제三祭 안에서 당상과 당하에 순전히 태주의 양성만 사용하게 되니 어찌 그것이 마땅한가. 삼제의 음악도 정세하고 당연함을 보지...
박대헌고서점 호산방 주인, 완주 책박물관장 「금강산(金剛山)」 시문 「금강산」 시문의 경우, 난고문학관의 설명문에는 "1850년(1851년의 잘못─저자) 화순 동복에서 금강산 시회(詩會)의 일부를 써 놓은 친필”이라고 씌어 있다. 시문의 말미에는 "道光三十一年金炳淵書于於也同福”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내용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金炳淵書于於也同福”은 "김병연이 동복에서 쓰다”라는 뜻으로 쓴 문구로, 어법상 맞지 않는다. 여기서 ‘於也’ 두...
신축 매화 벙그는 이른 봄날 취월당주인 한얼이종선(2021, 선지에 먹, 26.8 × 33.5cm) 벽사창이 어른 어늘커늘 임만 여겨 펄쩍 뛰어 나가보니 임은 아니 오고 명월이 만정한데 벽오동 젖은 잎에 봉황이 나려 와서 긴 부리 휘어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다 맛초아 밤 일세 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우일 번 하여라 지은이 모르는 옛노래를 쓰다. 신축 매화 벙그는 이른 봄날 취월당주인 한얼이종선 (2021, 선지에 먹, 26.8 × 33.5cm) 작품해설 ...
(2021년 Sound Press GGC-20038) 한주환 명인의 대금산조에 대해서는 먼저 이보형(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 선생의 글을 인용한다. "오늘날 연주되고 있는 대금산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명인이 누구인가? 이를 두고 박종기(朴鍾基)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대단한 기량을 지니고 있었으며 조선성악연구회(朝鮮聲樂硏究會)를 비롯하여 경향에서 음악활동을 하였고, 더구나 그는 대금산조를 최초로 만들어 대금산조의 조종으로 꼽히고 있기에 어느 모로 보나 이는 당연...
세계적 사진가 정범태 지난 회 ‘편집고문 사진작가 정범태(鄭範泰)’는 국악신문의 편집진용이 갖춰지는 상황과 그 기여 인물의 한 분으로서 정범태 고문을 언급하였다. 그런데 한 독자로부터 "고문으로서도 기억될 분이지만 사진작가로서의 정선생은 세계적인 분이시다. 사진작가 정범태 선생에 대해 너무 소홀한 듯하다”라는 아쉬움을 전해왔다. 이에 국악신문과 인연을 맺는 1990년대 이전의 초기 ‘세계적인 사진가 정범태’와 현장 에피소드를 통해 선생의 생애를 조명하기로 한다. 작품으로서의 사진이 있다면, 기록으로서의 사진도 ...
봄길 정호승(鄭浩承, 1950~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A spring Road Even where a road...
아리랑의 전형성(典型性) 기찬숙/아리랑학회 연구이사 2016년 ‘국가무형문화재 129호 아리랑’ 지정은 기존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점 또는 지정 요건인 ‘원형성(原型性, Archetype)’에 대한 반성적 대안으로 입론된 ‘전형성(典型性.Typicality.Prototypicality)’에 근거한다.우리나라 무형문화유산 정책상 원형중심주의에서 전형중심주의로의 전환의 결과이다. 전자는 산업화 시대 급변하는 사회 질서 속에서 현상불변과 현상동결을 기준으로 기·예능 보유자 전수체계 운영 ...
어느 특정 지역의 기후풍토는 그 지역 사람뿐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단적인 예로 서양 음악의 경우 세기적 바리톤은 유럽의 북부지방에서 많이 나오고, 기라성 같은 테너는 남방지방에서 많이 배출되는 사실이 곧 그러하다. 기후가 음습하며 날씨가 흐리고 추운 북구지방에서는 평상시의 사고나 정서가 육중하게 침전되며 내향적이기 십상이다. 일상적 언어생활 역시 차분하게 피치音高가 낮다 보니 자연히 음역이 낮은 저음 가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후가 따듯하고 햇살이 투명한 남방의 기질은 비교...
흙의 소리 이 동 희 소명 4 "본시에 벼슬한 사람은 그 책임을 사피辭避할 수 없사오나 당시의 아악이 바르게 고쳐지지 않아 저서가 있지 않은 것도 당연히 알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신악新樂을 가르쳐 익히고 공인들의 재주를 취하는 데에 모두 이 책을 상고하면 그 공이 적지 않을 것이나 제사지내는 데에 겸하여 쓴다는 것은 전의 규정을 받고서도 완전히 이에 의거하지 않았으니 지금 이 책을 가지고 본조의 아악에 소용되는 법을 상고한다면 모두가 심히 정밀하고 적당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선국악장에 대해서 문제점을 조심스럽게 ...
[국악신문] 효종의 시를 경자 겨울에 쓰다 한얼 (2021, 선지에 먹, 27×78cm) 청석령 지나가다 초하구 어듸메뇨 호풍도 차도 찰샤 궂은비는 무엄 일고 뉘라서 내 행색 그려내어 임 계신 데 드리리 작품해설 청석령 지나가는데 초하구는 어디 있나 오랑캐 땅 바람이 이리도 찬데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누가 있어 내 모습을 그대로 그려 내 나라에 알려줄까 작품감상 청석령과 초하구는 만주의 지명이다. 효종은 봉림 대군 시절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가...
박대헌고서점 호산방 주인, 완주 책박물관장 소동의 시작 고서화를 보는 눈에는 터럭만큼의 착오도, 한 점의 용서도 있을 수 없다 해서 선인들은 ‘금강안혹리수(金剛眼酷吏手)’라는 말을 썼다. 즉 ‘금강야차(金剛夜叉) 같은 눈매와 혹독한 관리의 솜씨’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안목이란 고서화의 진위를 가리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그 작품 하나하나가 예술로서 얼마만큼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을 판단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즉 고서화를 감식해내고 그 참맛을 느끼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추어야 하는지...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산조’란 허튼가락이라는 의미로 19세기 말엽에 만들어진 기악 독주곡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조(길)로 짜여 있으며 우조·평조·계면조·경제(경드름)·강산제·설렁제 등 여러 가지 선법 또는 감정 표현법의 가락이 있다. 가야금산조는 김창조가 처음으로 연주했다고 전해지고는 있으나 김창조와 같은 시대의 한숙구, 심창래, 박팔괘 등도 비슷한 산조 가락을 연주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체계가 잡힌 산조는 김창조에 의하여 시도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산조는 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