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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관재국악상 수상자 김일륜 교수올해 ‘제8회 관재국악상 시상식’에서 김일륜 교수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가야금 연주자이자 교육자로 외길을 걸어온 김일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국악의 가치를 높여 국민과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온 김인륜 교수의 인생을 들어본다. Q. 올해 열린 ‘제8회 관재국악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셨습니다. 수상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A.올해는 관재(寬齋) 성경린(成慶麟) 선생님의 서거 1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민족음악의 보존․전승․보급 및 발전을 위해 공적을 쌓은 자를 격려하여 국악의 무궁한 발전을 염원한 성경린 선생님의 큰 뜻이 담긴 상을 받아 매우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이 상이 권위 있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겸허한 자세로 국악 진흥과 발전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는 뜻을 받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Q. 살아 생전에 관재 성경린 선생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A.저에게는 마치 국악의 부모님과도 같은 분이셨습니다. 행동으로 자식을 가르치는 부모처럼, 관재 성경린 선생님은 국악인으로 바른 몸가짐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반듯하고 정갈하고 옳은 생각과 옳은 인성을 가지고 국악을 대하고 오로지 정진하는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검소하고 꼿꼿하며 강직한 관재 성경린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고 되새기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 가야금을 배운 계기는 무엇인가요? A.아버지는 그림, 단소 등 예술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전주에 있는 본가 3층이 국악원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국악을 가까이했습니다. 춤과 소리를 먼저 시작했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예쁜 소리를 내는 가야금이 좋아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국악원은 어린 저에게 유치원이었고 학창시절인 저에게 놀이터였습니다. 저는 국악원에서 많은 국악을 배웠고 서울대학교 국악과에 진학하면서 평생 국악을 하고 있습니다. Q. 가야금 연주가로서 우리나라 국악 역사에 길이 남을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A. 가야금의 전통을 전승하기 위해 ‘가야금산조 여섯바탕 독주회’(최옥삼, 정남희제 황병기, 성금연, 김병호, 김죽파, 신관용류)를 했습니다. 민요, 병창의 레퍼토리 뿐만 아니라 판소리 '춘향가'를 입체창으로 구성해 아쟁과 장구반주를 곁들여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가야금 연주의 전통성, 원형성을 깊이 있게 탐구했습니다. Q. 가야금 연주 창작에 앞서며 펼친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A. 1980년대 중반부터 독주 중심이었던 가야금의 중주곡 장르를 개척해 가야금 연주 양식 개발에 힘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22현 가야금 솔리스트며 1995년 25현 가야금 제작과 탄생을 주도해, 오늘날 전국에 모든 가야금 연주자가 개량한 25현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Q. 가야금 연주가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자로서 노력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25현 가야금의 저변 확대를 이루면서, 저는 학생들이 가야금 연주가로서 활동기반을 넓게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1999년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특수대학원에 교수로 임용되면서 ‘33명의 가야금 연주자로 구성된 가야금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보자’는 원대한 포부를 가졌고, 동종 악기 앙상블의 활성화를 위해 앞장섰습니다. 학생들과 곡을 만들고 작곡자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작곡과 편곡을 부탁하며 보석 같은 곡을 받았고, ‘숙명가야금연주단’으로 함께 활동하며 연주했습니다. 이후 2005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겨 ‘중앙가야스트라’를 창단해 차세대 가야금 연주가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앙가야금합주단 대표 및 중앙가야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제가 학습한 산조의 여러 유파 및 창작 레퍼토리, 앙상블 실습 등을 지도하며, 전통음악에 내재된 예술성과 정신성을 전수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국악 분야의 인재들이 재능 뿐 아니라 바른 인간으로 행복한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Q. 아시아의 전통 음악에 깊은 조예를 갖고 가야금과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아시아금교류협회 2대 회장에 이어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4년 창단된 아시아금교류회는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고의 금 악기 연주자들과 교류하며 연주회 개최 등의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신종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곧 왕성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아시아금교류회 활동을 통해 저는 우리나라 가야금, 거문고, 아쟁의 최고 연주가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야금연주가협회의 이사로 활동하며 1년에 1회 열리는 큰 연주회 준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황병기 작품보존회 부회장, 창작음악연구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가야금 연주가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A.지난해 그동안의 음악활동으로 12장의 기획음반으로 제작한 ‘김일륜 가야금전집 -길’을 출반했습니다. ‘가야금음악의 전 장르를 집대성한 최초의 12장 음반’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음반에 첨부한 소책자에 산조 및 병창, 창작곡에 대한 상세 해설을 집필해 자야금 작품에 대한 연주해석을 제시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뿌듯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가야금 연주와 교육의 현주소는 어떠하며 앞으로 발전해야 할 방향성은 무엇일까요? A. 전통을 기반으로 삼아야 미래가 밝습니다. 올해 동국대학교에 한국음악과가 새롭게 신설됐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습니다. 종교음악을 떠나서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독창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음악이 국악입니다. 우리의 국악이 왜 소중한지 머리와 가슴으로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의 전통을 완벽하게 꿰뚫을 때 타 장르와의 협업에서 최고의 효과가 발휘될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국악을 사랑할 수 있도록 1인 1국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악 능력검정시험’을 신설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국악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소리는 우리가 제일 잘합니다. 온국민이 국악으로 자부심을 가지는 그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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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2023 지역 전통공연예술 지원 사업 공연 작품 공모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김삼진)이 ‘2023 지역 전통공연예술 지원 사업’ 작품 공모를 진행한다. 올해 새롭게 마련된 ‘지역 전통공연예술 지원 사업’은 지역의 전통예술 단체를 육성하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역의 전통공연예술 단체를 집중 지원해 고유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지역 전통예술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공모는 1회 이상 공연 실적이 있는 전통공연예술 작품을 20개 내외로 선정해 지원한다. 지원이 가능한 단체는 소재지 및 활동 지역이 비수도권이고, 신청 지역에서 단체 명의로 최근 3년간 연간 2건 이상의 공연 실적이 있어야 한다. 선정된 작품은 규모와 특성에 따라 최대 4000만 원을 지원받게 되며, 지역 내 공연장이나 공연시설에서 2회 공연을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게 된다.문화체육관광부 정책 담당자는 지역 전통공연예술을 지원하는 이번 공모사업을 통해 지역 전통예술인들의 사업참여 기회를 높이고, 문화를 통한 지역 발전 선도모델이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김삼진 이사장은 "이번 공모를 통해 지역의 색깔이 묻어난 특색 있는 공연 작품이 발굴돼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더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실력 있는 지역 예술단체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공모 접수는 7월 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되며, 공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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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향수, 2023 관현악 시리즈 ‘전통과 실험-풍물’6월 13일 화요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전통예술의 동시대적 탐구를 엿볼 수 있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2023 관현악 시리즈 ‘전통과 실험-풍물'이 무대에 올랐다. 관현악 시리즈 ‘전통과 실험’은 2022년 김성국 단장 취임 이후 ‘명연주자 시리즈’와 함께 선보인 새로운 시리즈 공연이자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위촉 작곡가들이 우리의 전통예술 중 엄선된 하나의 공통 주제를 연구하고 실험한 창작곡을 선보여 나가고 있다. 2022년 ‘동해안 별신굿’을 주제로 첫선을 보인 ‘전통과 실험-동해안’에 이어 올해는 ‘풍물(농악)’을 주제로 한 창작곡들로 무대가 채워졌다. 1부에서는 임준희의 관현악곡 '혼불8-맥(脈)', 도널드 워맥의 거문고 협주곡 'Black Dragon', 장태평의 관현악곡 '춤꽃'이, 2부에서는 국악의 거장 박범훈 작곡가의 명곡인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이 전 악장 연주되었다. 초여름의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던 화요일,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을 보러 온 수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이번 무대는 특히 ‘풍물’을 주제로 작곡가들이 제각기 실험하고 해석한 음악이 초연되었기에, 다양한 풍물 장단이나 풍물 악기를 어떤 식으로 관현악에 조화롭게 녹여내었을지 큰 기대를 품고 무대를 관람하였다. 1. 국악관현악을 위한 ‘혼불8-맥(脈)’ㅣ위촉 작곡 임준희 무대는 임준희 작곡가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혼불8-맥(脈)’으로 열렸다. 전통 음악을 세계화, 현대화하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임준희 작곡가는 새롭고 다양한 시선으로 전통 음악을 해석하며 많은 음악을 발표해 왔다. 산조, 판소리의 어법이나 선율, 장단 등을 차용하여 서양악기로 연주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댄싱산조’나 ‘세 개의 사랑가’ 등의 작품을 통해 이미 큰 관심이 있던 터라, 이번 무대 또한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임준희 작곡가에 따르면, 풍물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영혼을 고양시키고 공동체적인 정신의 맥을 생동케 하며 유지, 전승하는데 그 핵심적인 역할이 있기에, 이 작품에서 한국인의 삶과 역사 속에 면면히 흘러온 혼불을 통해 발현되어 왔던 정신의 맥, 생명의 맥 등의 이미지를 풍물 속의 장단과 역동적 에너지의 흐름을 통해 표현해 보았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이 곡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콘트라베이스와 아쟁의 베이스 역할이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베이스 음역대가 확실하게 들리며 그 안에서 화성이 진행되니 음악적 풍성함과 우직함이 돋보여 높은 완성도가 느껴졌다. 음악은 총 두 악장으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악기가 국악의 시김새와 장단의 세부 리듬 꼴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각 국악기가 가지고 있는 음색과 특징을 가감 없이 나타내는 동시에 조화로움을 이루며 한국적인 색채를 물씬 드러냈다. 무대는 장구를 중심으로 꾸준히 다양하게 장단을 변화시켰다. 끊기지 않고 자연스레 계속해서 장단이 변화하는 가운데 관현악이 그 장단을 타고 조화롭게 연주되니, 열정적이고 여유로운, 공동체적인 정신의 맥이 뜨겁게 이어짐을 느꼈다. 2악장은 칠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 관현악기들은 타악기가 이끄는 칠채 장단의 기본 강세와는 다른 박에 강세를 둔 엇박을 연주하며, 장단의 기본을 가져가되 그 안에 현대적인 변화를 만들어 냈다. 선율은 5음 음계 평조를 기본으로 가져가 동양적인 이미지를 드러냈고, 특히 생황의 묘한 음색이 화음으로 들려주는 구간은 생경한 신비함을 더해주었다. 악기들은 어느 하나 튀거나 밀리지 않고 조화롭게 장단 위에서 음악을 펼쳐나갔다. 특히 1악장부터 계속해서 태평소가 풍성하고 힘 있는 사운드로 음악을 끌어 나갔는데, 마치 농악을 이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임준희 작곡가가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글귀를 통해 영감을 받은 것처럼, 선조들의 숨결과 소리의 맥을 풍물 소리를 통해 표현하고 관현악으로 구현하고자 한 특징이 잘 드러났다. 경험하지 못했지만 우리 안에 꿈틀대며 살아있는 얼과 숨결이, 역사적 자취가 계속해서 이어져 오기에 우리는 지금도 이 땅에서 그때의 풍물을 무대에서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2. ’춤꽃’ㅣ위촉 작곡 장태평 ‘춤꽃’은 호남여성농악단을 모티브로, 강렬하면서도 우아하게 숨통을 조였다 푸는 듯한 쇠가락과 우도농악의 특징을 관현악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곡가 장태평은 어릴 적 명성과 예술적 노련미가 가득한 호남여성농악단의 대표 상쇠 유순자 명인에게서 호남우도농악(풍물굿)을 배웠으며, 그때 체화한 춤과 소리는 그가 하는 모든 음악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한다. ‘춤꽃’은 단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반음계가 활용된 묘한 분위기로 연출되었다. 특히 해금의 음을 당겨내는 주법과 가야금, 거문고 등의 발현악기가 튕겨내는 주법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어두우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악기들의 다양한 음색과 효과가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그 안에서 장단의 리듬 꼴 또한 계속해서 들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대금과 가야금, 생황이 엇모리의 리듬 꼴을 짧은 스타카토로 연주하거나 장단의 맺는 가락을 모든 악기가 함께 연주한 부분은 장단을 확연히 드러내며 효과음 같은 음향 효과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음악은 전반적으로 다양한 장단 변화의 흐름 속에 음끼리 부딪치는 느낌을 주는 증4도 화음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래서 더욱 어두우면서도 기묘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 안에서 연주된 자유로운 선율 진행은 이질적인 조화로움을 선사해 주었다. 작곡가가 우도농악에서 각각 장단과 선율의 동기를 차용, 그 특유의 호쾌한 가락과 복잡하면서도 유려한 마당을 작품에 녹여냈다고 전한 것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화음 진행과 신비로운 분위기 안에 농악이 가지고 있는 힘과 수려한 매력이 국악기의 특색 있는 음색으로 표현되고, 새로운 음향과 분위기가 연출되어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3. 9현 거문고 협주곡 ‘Black Dragon’ ㅣ위촉 작곡 Donald Reid Womack 도널드 워맥(Donald Reid Womack)은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곡을 써 온 작곡가로, 한국의 전통 굿과 제례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전통문화를 표현한 곡을 많이 발표해 온 작곡가이다. 특히 전통 악기의 고유 음색과 무한한 표현 가능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제시하며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던 음악을 만들어 내 왔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를 품고 관람하였다. 9현 거문고 협연에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부교수이자 블랙스트링의 단원으로 세계적인 위상을 떨쳐 나가고 있는 허윤정 연주자가 참여했다. 이번에 초연된 작품 ‘검은 용(Black Dragon)’은 거문고의 고대 명칭인 ‘현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협주곡으로, 거문고 독주를 통해 강렬하고 상서로운 저널 속의 검은 용, 신령함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용의 모습을 표현한 곡이라고 한다. 무대는 마치 용이 꿈틀대듯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음의 크레센도 지속음이 반복되며 시작되었다.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9현 거문고의 힘 있는 타점은, 딴딴하지 않고 느슨한 굵은 현을 울리며 더욱 힘 있고 묵직한 느낌을 주었다. 거문고는 꾸준히 변화하며 이어지는 장단을 기본에 두고 자유로운 연주를 펼쳐 나갔는데, 미완의 용이 완전한 존재로 승천하는 과정처럼 장단의 기본 강세와 다른 부분에 강세를 주거나 장단 위에서 빠른 비트로 음을 쪼개 펼쳐 나가는 등 정제되지 않은 특색 있는 연주로 점진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2악장에서는 하나의 짧은 주제 선율을 반복되는 리프 형식으로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독주 거문고가 제시한 주제 선율을 타악기의 리듬 꼴로 받거나, 관현악기가 번갈아 가며 뒤에서 반주하거나 앞으로 가지고 나와 연주하기도 하며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귓가에 맴도는 짙은 주제 선율과 함께 연주된 대금의 바람 소리가 섞인 반음계 선율, 그리고 악기들이 만들어 낸 슬프면서도 묘한 분위기 속에서 연주된 거문고의 애절하고도 어지러운 듯한 소리엔 용의 고독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지막 3악장은 용의 온전한 힘을 폭발적으로 드러낸 악장이다. 3+2 소박이 반복되는 리듬 형태를 반복해서 들려주고, 그 위에서 거문고가 강약을 살리며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연주를 선보였다. 강한 아우라가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관현악과 타악의 장단 진행, 거문고 독주가 함께 어우러지며 용의 승천을 향해 함께 달려간다. 이때 서로 밀고 당기는 리듬으로 선율을 주고받고 확장시키며 풍물의 자유로운 에너지를 보여준다. 허윤정 연주자의 강렬하고 감성 어린 힘 있는 연주와 풍물의 신명나는 자유로움, 그리고 국악 관현악단의 우직한 분위기 조성이 한데 어우러진 이 무대는, 우리 음악의 다양한 매력과 면모를 ‘용’의 이미지로 감상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4. 사물놀이를 위한 국악관현악 ‘신모듬’ 작곡 박범훈 국악관현악의 정수로도 불리는 ‘신모듬’은 사물놀이와 국악관현악이 만난 최초의 곡으로,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연주되온 스테디셀러 관현악곡이다. 보통 3악장 '놀이'가 가장 많이 연주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풍물’이 주제였던 만큼 전 악장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물놀이는 사물광대가 협연하였으며, 그들의 깔끔한 합과 세련되고 섬세한 연주는 사물놀이의 매력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제 1악장 '풍경'은 농악의 장단을 인용한 악장이다. 1악장에서는 민요 성주풀이의 선율이나 동부민요의 시김새 등이 활용 및 연주되며 한국적인 우리 소리를 구현해 냈다. 1악장이 시작되고 바로 든 생각은, 국악관현악이 연주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에 관현악과 사물놀이의 합을 생각해 낸 박범훈 작곡가에 대한 경외심이었다. 네 개의 악기로 무대를 꾸리는 사물놀이를 국악 관현악 위에 얹은 것은 대단한 발상이며, 자칫하면 음향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부분을 오히려 더 강하고 감성 어리게, 한국적으로 살려낸 박범훈 작곡가에게 찬사를 보내며 음악을 감상하였다. 2악장 ‘기원’은 가정의 평화, 국태민안 등을 비는 뜻으로 작곡된 은은하고 평화로운 기원 악장이다. 정주의 맑은 여운이 귓가에 오래도록 맴돌며 선조들이 기원했던 안온한 삶을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사물놀이 악사들은 잠시 사물 악기를 내려놓고 정주나 작은 북 등을 활용하여 연주했는데, 2악장이야말로 안녕을 비는 기원과 관련이 깊은 ‘굿’, ‘풍물’과 가장 잘 어울리는 구간이라고 느꼈다.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원했던 모두의 바람이 들어가 있는 2악장의 음악은 한국적인 향수를 그윽이 자아냈다. 마지막 3악장 ‘놀이’는 말 그대로 신명 나게 치고 즐기는 무대였다. 관현악단과 사물패, 그리고 관객들까지 모두 함께 음악에 빠져들어 흥겹게 그 공간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사물광대의 눈을 뗄 수 없던 화려한 연주와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 풍물놀이의 신명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 관객들의 ‘얼씨구’, 큰 박수와 함성과 함께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전통은 그 자체로도 지켜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우리의 역사인 동시에, 계속해서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실험하며 발전시켜야 할 지금 이 세대의 숙제와도 같다. 그런 의미로 전통예술의 동시대적 탐구를 엿볼 수 있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2023 관현악 시리즈 ‘전통과 실험’은 음악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국악관현악이라는 장르 안에서 어떠한 전통 보존과 어떠한 실험을 해 나갈 것인가는 우리가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중요 논제이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 나오듯, 내 선조의 선조와 그 너머 더 먼 선조의 숨결이 스민 자취가 지워지지 않는 터를 잡아 오늘까지도 자국을 역력히 남기고 있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그 아름다운 혼이 담긴 전통을 꾸준히, 그리고 창의적으로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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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윤중강 해설로 진행하는 한국전통음악 렉처 콘서트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이이 2023년 한-EU 수교 60주년 기념 문화외교 행사의 하나로 특별 전통 렉처 콘서트를 개최한다. 김효영(생황/피리), 정민아(가야금), 권효창(장구), 황재인(해금), 한국 전통음악의 실력파 연주자 4인이 전통 국악부터 창작 국악까지 폭넓고 흥미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평론가 윤중강이 각 곡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들과 흥미로운 해설을 더해 현지 관객들에게 한국 전통음악을 깊게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윤중강은 1985년 제1회 객석예술평론상으로 등단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평론가다. 현재는 연출가이자 축제 예술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있다. 누구보다 사람 냄새 나는 솔직한 글쓰기로 유명하다. 김효영은 한국의 대표적인 생황연주가이자 지속적으로 생황 음악을 만들고 있는 작곡가이다. 김효영은 다른 악기와 타 분야와의 과감한 시도와 접목으로 전통음악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가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정민아는 가야금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로 '모던 가야그머'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홍대 인디클럽을 중심으로 공연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에는 소외된 삶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권효창은 음악그룹 '상자루'의 멤버이자 전통음악, 연희를 공부했다. 장구, 꽹과리를 위주로 작곡, 음악감독, 연희퍼포머, 밴드, 수필 등 장르의 구분 없이 경계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재인은 국악과 서양음악 두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이자 해금연주자이다. 황재인은 가야금 세 대를 위한 음악 <고다(Simmering)>의 뮤직비디오(2019, P. Lindborg 감독)가 칸 단편영화제를 포함해 여러 영화제에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고, 영국의 Black Dot Press에서 출판됐다. 프로그램 Gilnori / Binari 길놀이 / 비나리 Sangryeongsan 상령산 Suryongeum 수룡음 Upbinding the Two 둘 묶어내기 A Good Harvest Song / Cheonan Three-Forked Road 풍년가 / 천안삼거리 Whatever We Are 무엇이 되어 Puri for Saenghwang 생황을 위한 푸리 Sanjo Ensemble 산조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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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로봇 지휘…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실험이 국내 최초로 펼쳐진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30일 해오름극장에서 관현악 시리즈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공연 '부재(不在)'를 선보인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시도는 전 세계에서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1년 전부터 개발한 감성 교감형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EveR)6'가 지휘봉을 잡는다. 에버6의 학습을 위해 사람의 지휘봉 궤적을 '모션 캡처'하고, 지휘봉의 운동 속도를 기록하며, 그 속도를 로봇이 정확히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등을 적용했다. 이번 공연에는 에버6와 함께 지휘자 최수열이 오른다. 에버6와 최수열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는 무대를 각각 선보인 뒤 한 곡을 동시에 지휘하는 협업 공연을 한다. 에버6가 지휘할 곡은 국립국악관현악단 레퍼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과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다. 두 곡 모두 몽골 대초원을 달리는 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곡으로, 빠른 속도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정확히 수행하는 로봇의 특징과 강점에 초점을 맞춘 선곡으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최수열은 황병기 작곡의 가야금 협주곡 '침향무'와 김성국 작곡의 국악관현악곡 '영원한 왕국'을 지휘한다. '침향무'의 가야금 협연에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이지영 교수가 함께한다. 최수열은 "로봇에게 가장 도전적인 영역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교감과 소통, 그로 인해 완성되는 음악"이라며 "사람 지휘자의 통솔력과 해석력으로 로봇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에버6와 최수열이 함께 지휘해 완성할 곡은 손일훈 작곡의 신작 '감'이다. 연주자들이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무대 위에서 게임을 하듯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곡이다. 최수열이 지휘자로서 지닌 '감'을 십분 활용해 연주자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하며 자유롭게 음악을 풀어나가고, 에버6는 일정한 속도와 박자로 패턴 지휘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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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기대되는 '스펙트럼 in 춤'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은 오는 8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2023년 무용단 기획공연 무용단원 창작 레퍼토리‘스펙트럼 in 춤’으로 무대를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도립국악원 무용단은 한국무용이 가지는 정중동의 미를 살리고, 전통을 토대로 재창조와 현대화를 통한 창작무용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꾸준하게 만들었다.이번 공연은 무용단 내부 공모를 통해 선정된 2개의 신작을 초연한다. 오랜 시간 전통을 수련한 무용단원이 각자 자신만의 춤사위로 재해석한 창작무를 선보인다.프로그램은 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동백’과 기억에 대한 작품인‘…너머’를 1, 2부로 나눠 공연한다.1부 ‘동백’은 박현희 무용단 수석이 안무를 지도했다. 저물어 가며 열매 맺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진중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총 4장 구성(1장‘움’, 2장‘피움’, 3장‘설움’, 4장‘비움’)으로 시현 한다.2부‘…너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삶이 져버린 어머니의 추억을 아들과 함께하는 과정 송형준 무용단 총무의 안무 지도로 1장‘스물’, 2장‘그 너머’로 그렸다.이혜경 무용단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창작 안무의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며"이 시대의 감각으로 전통을 더 깊이 연구해 또 하나의 전통 레퍼토리를 발굴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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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실내악 시리즈Ⅱ ‘사운드 팔레트’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대표이사 최정숙)는 실내악 시리즈Ⅱ ‘사운드 팔레트(Sound Palette)’를 6월 9일(금)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공연한다.이번 공연은 비올라·첼로·플루트 등 단일 악기로만 편성된 실내악 무대로, 악기 고유의 음색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17세기 J.S.바흐부터 20세기 레몽 기요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감상의 깊이를 더할 명화와의 컬래버레이션이 펼쳐질 예정이다.공연의 포문은 중저음 음색이 매력적인 ‘비올라’가 연다. J.S.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의 마지막 곡인 ‘샤콘느’를 일본 작곡가 이치로 노다이라가 비올라 버전으로 편곡한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샤콘느’, 주로 합창 작품을 작곡한 막스 폰 바인치엘이 예외적으로 남긴 기악곡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야상곡’을 선보인다.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들며 ‘플루트’만의 매력을 만끽할 무대도 이어진다. 덴마크 출신 플루트 연주자 겸 지휘자 카를 요아힘 안데르센이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차용해 작곡한 ‘네 대의 플루트를 위한 피가로 판타지’와 클래식 음악을 넘어 재즈와 대중음악을 섭렵한 프랑스 작곡가 레몽 기요의 ‘네 대의 플루트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재즈’가 연주된다.4중주, 6중주, 8중주 등 다양한 편성으로 ‘첼로’의 확장성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19세기에 활동한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빌헬름 피첸하겐이 예배를 위해 작곡한 ‘네 대의 첼로를 위한 아베 마리아’, 독일 작곡가 빌헬름 카이저-린데만의 이국적인 음악 취향을 느낄 수 있는 ‘여섯 대의 첼로를 위한 보사 노바’, 바흐가 완성한 바로크 양식과 대위법 위에 브라질 민속 음악을 조화롭게 연결한 에이토르 빌라로부스의 ‘여덟 대의 첼로를 위한 브라질풍의 바흐 1번’이 오른다.음악과 명화의 만남도 흥미롭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바흐와 스페인 회화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레몽 기요와 야수파 창시자인 앙리 마티스 등 동시대를 풍미한 음악과 미술의 대표 예술작품을 엮거나 곡 분위기와 의미를 십분 살린 미술 작품을 무대 전면에 투사해 듣는 즐거움에 보는 맛을 더했다. 악기 고유의 음색과 음악적 다이내믹을 배가시킬 영상과 조명이 어떻게 쓰일지 기대를 모은다.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는 "이번 무대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내밀한 사운드를 만날 기회이자 각 악기군의 고유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며 "명화와의 협업으로 관객들에게 클래식 음악 감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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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실내악 시리즈Ⅱ ‘사운드 팔레트’ 공연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대표이사 최정숙)는 실내악 시리즈Ⅱ ‘사운드 팔레트(Sound Palette)’를 6월 9일(금)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비올라·첼로·플루트 등 단일 악기로만 편성된 실내악 무대로, 악기 고유의 음색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17세기 J.S.바흐부터 20세기 레몽 기요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감상의 깊이를 더할 명화와의 컬래버레이션이 펼쳐질 예정이다. 공연의 포문은 중저음 음색이 매력적인 ‘비올라’가 연다. J.S.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의 마지막 곡인 ‘샤콘느’를 일본 작곡가 이치로 노다이라가 비올라 버전으로 편곡한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샤콘느’, 주로 합창 작품을 작곡한 막스 폰 바인치엘이 예외적으로 남긴 기악곡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야상곡’을 선보인다.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들며 ‘플루트’만의 매력을 만끽할 무대도 이어진다. 덴마크 출신 플루트 연주자 겸 지휘자 카를 요아힘 안데르센이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차용해 작곡한 ‘네 대의 플루트를 위한 피가로 판타지’와 클래식 음악을 넘어 재즈와 대중음악을 섭렵한 프랑스 작곡가 레몽 기요의 ‘네 대의 플루트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재즈’가 연주된다. 4중주, 6중주, 8중주 등 다양한 편성으로 ‘첼로’의 확장성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19세기에 활동한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빌헬름 피첸하겐이 예배를 위해 작곡한 ‘네 대의 첼로를 위한 아베 마리아’, 독일 작곡가 빌헬름 카이저-린데만의 이국적인 음악 취향을 느낄 수 있는 ‘여섯 대의 첼로를 위한 보사 노바’, 바흐가 완성한 바로크 양식과 대위법 위에 브라질 민속 음악을 조화롭게 연결한 에이토르 빌라로부스의 ‘여덟 대의 첼로를 위한 브라질풍의 바흐 1번’이 오른다. 음악과 명화의 만남도 흥미롭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바흐와 스페인 회화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레몽 기요와 야수파 창시자인 앙리 마티스 등 동시대를 풍미한 음악과 미술의 대표 예술작품을 엮거나 곡 분위기와 의미를 십분 살린 미술 작품을 무대 전면에 투사해 듣는 즐거움에 보는 맛을 더했다. 악기 고유의 음색과 음악적 다이내믹을 배가시킬 영상과 조명이 어떻게 쓰일지 기대를 모은다. 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는 "이번 무대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내밀한 사운드를 만날 기회이자 각 악기군의 고유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며 "명화와의 협업으로 관객들에게 클래식 음악 감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예매 등 보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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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연주회, 4편을 보다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5월 11일(목)과 12일(금), 이틀에 걸쳐 전통 곡을 재해석한 국악관현악 무대 ‘전통의 재발견 Ⅲ’를 선보였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통의 재발견’ 시리즈는 현재 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곡들을 오늘의 음악으로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무대로 지난 2년 동안 여덟 작품을 선보였으며, 올해는 그 세 번째 무대로 수제천, 평조회상, 씻김굿, 서도음악을 바탕으로 창작된 국악관현악 4곡이 무대에 올랐다. 새로이 창작된 음악이지만 전통곡을 재해석한 곡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어떤 형식으로 편곡되어 해석되었을지 기대를 품고 관람하였다. 1. 국악관현악으로 노래하는 수제천 ‘소중한 빛...’_작곡 강은구 ‘수제천(壽齊天)’은 ‘정읍사(井邑詞)’를 관악합주곡으로 연주하는 ‘정읍(井邑)’의 아명(雅名)이다. ‘정읍사’는 멀리 떠나 있는 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의 노래로, 이를 위해 강은구 작곡가는 이 노래에 나오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에 주목하여 작품의 한 축은 차분한 가곡조의 여창으로, 다른 한 축은 꽹과리, 징, 장구, 북, 모듬북 등으로 그리움의 이면에 끓어오르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무대는 피리가 빠져있는 상태로 관악기들이 기존 수제천의 선율을 연주하며 시작되었다. 수제천의 백미로 꼽히는 연음형식(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연결되는 형식)과 악기별로 주고받는 구간이 기존의 수제천과 거의 동일하게 연주되었고, 피리와 대금, 해금, 아쟁이 적절하게 주고받으며 웅장하게 음악을 진행해 나갔다. 그러다 수제천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짧은 구의 선율을 발전시켜 현악기들도 함께 연주하기 시작하며 점점 음악이 빌드업되고, 꽹과리 등의 타악기가 점차 들어오며 자진모리장단으로 몰아가 정악과 민속악이 한데 어우러졌다. 웅장하고 정갈한 관악곡이 현악기와 타악기를 덧입혀 새로운 형태로 연주되니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신선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 안에 갑작스러운 반음계적 코드 진행이 들어와 전통 선율의 진행이 어딘가 희석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 위에 갑자기 서정적인 서양 음악적 화음 요소가 덧입혀지며 모든 장르가 어지러이 얽히는 느낌을 받아 아쉬움이 남았다. 역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관현악의 연주가 어느 정도 끝나자, 정가앙상블 Soul지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나리의 노래가 시작됐다. 현재 정읍사는 노래가 남아 있지 않지만, 강은구 작곡가는 ‘소중한 빛(마음)을 널리 밝히는 노래’로 ‘중명지곡’을 만들었다. ‘달아 높이 솟아올라-’로 시작한 노래는 김나리의 맑고 청명한 음색으로 들으니, 마치 달빛 아래 유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가야금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 선율과 악기들의 반주가 잘 어우러졌다. 비록 기존 수제천 음악과는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지만, 수제천을 관통하는 소중한 마음을 노래하던 희망이 음악에 짙게 묻어나 사랑과 희망을 더욱 느낄 수 있어 좋은 무대였다. 2. 대금과 피리를 위한 협주곡 ‘유초신지곡’_작곡 장석진 장석진 작곡의 ‘유초신지곡’은 거문고 중심의 줄풍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향피리 중심의 관현악곡으로 변주한 정악곡 ‘평조회상(平調會相)’을 바탕에 두고, 이 곡의 아명(雅名)인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을 작품명으로 붙인 관현악곡이다. 무대가 시작하고 놀란 것은, 서양악기가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스트링 계열 악기와 금관악기, 팀파니까지 합세하여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되었다. 무대는 상령산의 시작 선율인 ‘나니레-’를 시작으로 열렸다. 국악기로만 연주되던 기존의 상령산과는 달리 서양악기의 역동적이고 큰 사운드가 함께 연주되어 더욱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태평소가 염불도드리 멜로디를 연주하고 모든 악기가 tutti(다 같이 합주함)로 다 함께 음악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 후 협연자인 대금연주자 류근화의 대금 솔로로 음악은 다시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대금은 정악의 시김새가 확연히 드러나는 선율과 대금의 바람 소리 등의 특색을 보여주었고, 그 위에 자연스레 피리 연주자 임규수의 피리가 얹어지며 두 관악기의 유초신을 그려냈다. 이때 관현악단은 대금, 피리와는 다른 유초신 곡 선율을 반주하며 이질적이면서도 한데 어우러지는 신선함을 보여주었다. 이 곡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가야금이 아름다운 리프를 반복하는 선율 위에 다른 국악기들이 유초신지곡 선율을 감성적으로 연주한 부분이다. 현악기와 관악기가 역할을 나누어 주고받기도, 같은 선율을 연주하기도 하며 음악을 쌓아 올렸는데, 16비트나 엇박 등 다양한 리듬꼴을 활용하여 지루하지 않게 곡을 이끌어 나갔다. 마치 무릉도원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한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신비로움을 조성했고, 그 안에 유초신, 우리 정악의 선율이 확실하게 깔아냄으로 전통의 색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대금과 피리가 독주로 연주하는 카덴자 구간에서는 서양 현악기-바이올린, 첼로, 베이스-와 특종이 함께 반주함으로 오묘한 화성 진행으로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 후 국악기가 들어오고 나서 진행된 화성이나 선율이 서양악기로 연주되었던 부분과는 극단적으로 달라 흐름이 깨지고 국악기, 서양악기가 잘 어우러지지 않는 듯 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모든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이 시대의 새로운 유초신지곡을 만들어 낸 것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관악기의 부드럽고 힘 있는 협연이 함께 연주되어 더욱 단단한 한국적인 미를 느낄 수 있었다. 3. 아쟁ㆍ가야금ㆍ목소리를 위한 협주곡 씻김(Redemption)_작곡 유민희 유민희 작곡의 ‘Redemption’은 이태백 명인이 구성한 ‘진도씻김굿’의 틀에 작곡가가 직접 채보한 이완순 무녀의 희설(진도씻김굿 가운데 무당이 부르는 노래) 중 앞부분의 선율과 장단, 박병천의 ‘남도굿거리’ 가락을 적용한 곡이다. 종교적 구원을 의미하기도 하는 작품명 ‘Redemption’은 진도씻김굿의 구체적 재현을 담고 있으면서도,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슬픔과 구원에 관한 주제를 작품 안에 담아내,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삶의 무게나 슬픔은 아쟁과 대금으로, 삶의 끝이 평안을 기약하는 잔치라고 말하는 부분은 소리로 표현했다. 가야금과 징의 특색있고 집중되는 단조 선율로 구성된 반복적인 리프 위에 아쟁의 진계면 선율이 덧입혀지고, 관현악단이 다 함께 힘껏 웅장한 계면조 선율을 연주함으로 무대가 시작되었다. 아쟁 협연자 이태백과 가야금 협연자 이지혜는 진양 장단에 맞추어 계면조를 활용한 솔로를 연주했는데, 가야금과 아쟁이 조화롭게 빚어내는 남도제 연주에는 우리 음악의 특징적인 애환과 울림 있는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앞서 진계면이 연주되었다면 ‘남도굿거리’에서부터는 김나영 소리꾼의 소리가 덧입혀지며 신명 나는 잔치 한마당으로 우리 민족의 흥이 드러났다. 성주풀이를 비롯한 평조 선법의 연주가 진행되니 다양한 민속악적인 요소가 관현악에 붙어 더 웅장하고 한국적이었다. 또 굿거리와 타령 장단 위에 평조 선법과 반음 음계도 등장하며 다양한 음악적 시도 또한 볼 수 있었는데, 반음 루트 진행에 감성적인 느낌을 주고자 한 것은 좋았으나 조금은 익숙한 레퍼토리의 화음 진행이 전체적인 민속악 색채를 내는 곡 안에서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망자를 떠나보내는 슬픔과 살아남은 자에게 남겨지는 희망을 함께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던 무대였다. 4. 국악관현악 ‘풍류 그 너머에’_작곡 강상구 강상구 작곡의 ‘풍류 저 너머에’는 서도풍류, 서도민요 등 서도 지방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전통음악의 독특한 음악적 어법을 국악관현악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무대는 모든 악기가 ‘서도풍류’를 연주하며 시작되었다. 서도풍류는 대중적으로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곡이기에 관현악으로 함께 연주하는 이 무대가 더욱 특별하게 와 닿았고, 서도음악 위에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베이스 화성진행 리프를 덧입힌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서정적인 봉산탈춤을 연상시키는 선율로 곡이 이어졌는데, 신명 나는 장단에 맞추어 악기들이 함께 맺고, 끊고, 시김새를 표현하며 서도제의 느낌을 물씬 드러냈다. 장단은 다양하게 변화했으며 그 변화 안에 웅장한 악기들의 앙상블이 크게 돋보였다. 생황이 연주된 구간도 독특했는데, 묘한 선율과 민속악적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마치 북청사자놀음을 보는 듯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앞서 나온 서도민요의 선율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음악이 웅장하게 마무리되었다. 이 곡은 전반적으로 타악기의 역할이 매우 컸는데, 역동적이고 장단의 역할이 뚜렷한 것은 좋았으나 계속해서 달려 나가는 이미지 가운데 서도제의 색이 갈수록 흐려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현재 많이 연주되지 않는 서도음악을 중심으로 만들어 낸 관현악곡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 너머의 세상을 잠깐이나마 바라볼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제천’, ‘유초신지곡’, ‘진도씻김굿’, ‘서도풍류’ 라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우리의 전통음악이 국악관현악 곡으로 탈바꿈하여 대중들에게 선보여지는 순간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은 기회였다. 전통은 우리가 아끼고 지켜내어 원형을 고수해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 전통을 현대의 흐름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발견하여 새로운 흐름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또한 중요하기에 이번 공연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하지만 네 곡 모두 기존의 창작 관현악곡과 뚜렷하게 다른 큰 특징이 드러나지 않고, 화성진행이나 음악적 요소가 거의 익숙한 래퍼토리로만 연주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전통을 살리되 더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가미되어 연주된다면, 전통을 비롯한 국악관현악이 더 넓게, 멀리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모든 국악인의 '현대적 계승'에 대한 행보를 마음 깊이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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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에 '아리랑'을 심은 두 주역을 만나다지난 4월 22일, ‘아리랑’을 주제로 부다페스트의 복합문화공간(Magvető Café)에서 강연이 진행되었다. 이 강연은 해외문화홍보원(KOCIS, 원장 김장호)과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원장 인숙진, 이하 문화원)은 '코리아 살롱 1.5' 라는 제목으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인문 예술 강좌 중 첫 번째 회차이다. 강연에는 45년의 역사를 지닌 사단법인 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이자 ‘아리랑의 연구자’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김연갑 선생이 강연자로 나서, ‘아리랑은 한국의 창窓’이라는 주제로, 아리랑의 역사와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의 위상, 해외 전파와 디아스포라 아리랑, 민요에서 모든 장르로 확산된 문화로서의 아리랑, 그리고 한류의 원류로서의 아리랑의 의미 등을 정치, 외교, 문화예술 영역의 역사적 사건과 함께 풀어갔다. 강연 후에는 민요를 기반으로 대중적인 음악 활동을 해 나가고 있는 음악집단 ‘민요밴드 bob(비오비)’의 공연으로 현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헝가리에서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5월의 초입, 강연자 김연갑 이사장님과 민요밴드 bob를 함께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얼마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국악을 널리 알리고 오신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헝가리에서 아리랑에 관해 강연을 맡아주신 김연갑 이사장님께 질문드릴게요. 이사장님께선 옛날부터 아리랑의 보편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오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 외국인 대상의 강연은 이번이 몇 번째였나요? A. 한러수교 직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구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주최의 아리랑 행사로부터, 일본, 중국, 사할린, 그리고 이번 헝가리까지, 이렇게 다섯곳에서 강연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중국, 사할린은 청중이 대부분 교민이어서 통역 없이 했는데, 레닌그라드와 헝가리는 통역을 통해 했습니다. 이 두 곳은 부담이 컸습니다. 아리랑은 우리 현대사와 식민지 상황, 그리고 남북 분단 체재 등을 이해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통역을 통한 강연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번 헝가리 행사로 이를 더욱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이에 대해 책임감과 함께 대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에는 민요에서 모티브로 음악을 만들어 내는 민요밴드 bob그룹 여러분께 질문드릴게요. 대중적이면서도 한국적인 bob그룹의 헝가리 공연 반응이 참 뜨거웠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공연을 마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A. 헝가리의 원어가 아닌 우리 오리지널 민요를 보여드렸기에, 헝가리 대중분들에게 이 음악이 잘 와닿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었어요. 하지만 역시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걸 다시금 느끼고 온 공연이었습니다. 관객분들 모두 음악에 집중하여 귀 기울여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놀랐고, 큰 에너지를 받고 왔습니다. 관객분들이 음악에 임하는 자세가 매우 진지했어요. 매너가 참 좋으셔서 오히려 연주자로서 감동하였던 시간이었습니다. 타국의 민요와 전통음악이 외국인분들이 받아들이고 해석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었을 텐데, 음악. 우리의 전통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 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Q. 김연갑 이사장님께서 진행하신 아리랑 강연의 반응도 참 좋았다고 들었는데요, 옛날과 비교했을 때 해외에서의 우리 국악과 아리랑에 대한 입지 변화가 있나요? A. 당연히 차이가 있지요. 2000년 이전만 해도 외국에서의 반응은 6.25 전쟁과 관련한 아픈 사연을 연관 지어 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는 아리랑이 나오는 록허드슨 주연의 ‘Battle Hymn’(전송가)같은 영화를 본 세대들이 많았으니까요. 이 반대 현상은 베트남의 경우지요. 파월 장병들의 위문공연 등을 통해 아리랑이 월남에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는 88올림픽 경기와 월드컵 대회 같은 국제적인 행사를 통해서 한국의 위상을 아리랑이 대신하게 되었어요. 특히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등재 이후 유럽에서는 아리랑을 ‘탁월한 보편성’을 지닌 노래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아 분명하게 차이를 느끼고 있습니다. Q. 이사장님께서 아리랑을 널리 알리고자 하시는 이유와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A. 아리랑은 한국인의 창조 정신을 입증하는 노래입니다. 90여 종에 1만 3천여 수의 노랫말을 가진 민족공동체 작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근대사 속에서의 기능 또한 특별합니다. 민중적 비애와 한(恨)에 의한 비극적 정조(情調)의 수렴제로, 권력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저항적 민중 의지의 발현체로, 고통과 모순을 극복한 미래 의식의 추동체로, 상상되고 가치화 되어 불리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리랑은 식민지를 거친 나라나 남북 분단과 같은 분열 상태에 있는 민족공동체에는 보편적 가치로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본조아리랑 같은 경우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변용이 가능하여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치와 특성을 세계인들과 함께하고자 해서입니다. Q. 이사장님의 끊임없는 노력만큼 아리랑이 앞으로도 더욱 위상을 떨쳐 세계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bob그룹이 이번 헝가리 공연을 위해 준비하셨던 레퍼토리는 어떤 것이었나요? A. 이번 헝가리 공연에서는 전통민요 아리랑을 비롯하여 전통/창작을 구분 지어 소개해 드렸어요. 원래 저희 팀은 창작음악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전통민요를 근간으로 만든 작품활동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도전을 받았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평창아리랑과 본조아리랑을 공연했고, 음성군에서 전해지는 토속민요를 가지고 편곡한 ‘깨끼저고리’를 연주했습니다. 또 밴드식으로 편곡한 ‘경복궁타령’, ‘한오백년’을 모티브로 재즈 편곡한 기악곡 ‘섬머타임(Summer time)’을 선보였어요. 그리고 K-POP 가수 태연의 ‘아이’를 편곡한 곡과 민요 ‘권주가’를 모티브로 한 ‘주술’이라는 곡을 연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닐리리야’까지 연주함으로 헝가리 대중분들과 음악으로 즐겁게 소통했습니다. Q. 외국인을 대상으로 토속민요를 활용한 음악도 하신 게 신기합니다. 토속민요는 통속민요와 달리 잘 기록되고 전해지고 있지 않아 편곡에 어려움을 느끼셨을 법한데, 어떤 식으로 작업하셨나요? A. 토속민요 ‘깨끼저고리’의 경우에 음성군에서 구전으로 전래되는 민요를 복원해서, 민요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는 '후렴구'를 가지고 작업했어요. 정확한 선율이나 리듬이 전해지지는 않지만, 시집살이 애환을 담고 있는 가사가 남아있어서, 시집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창작하게 되었습니다. 토속민요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게 확실히 어려운 작업이긴 하지만, 대중분들께 친숙하게 우리 토속민요를 들려드리기 위해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답니다. Q. 민요를 중심으로 두고 작업할 때 가장 염두에 두고 작업하시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A. 기존에는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민요가 갖고 있는 특유의 느낌을 전해주려고 노력했었어요. 그리고 요즈음은 민요에서 모티브만 따 와서 새로운 가사를 창작하고, 다양한 변화를 통해 현대인들이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으로 작업을 해 나가고 있어요. 음악적인 코드나 선율 등의 경우도 모두 함께 회의하며 발전시키고,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Q. 전통음악을 중심에 두고 서양악기로 음악을 만들어 나가며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A. (드럼) 장단이나 리듬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녹여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드럼세트에 꽹과리를 얹는다든지, 다른 창작국악팀은 어떻게 장단을 사용하는지 항상 살펴보며 공부하고, 음악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기본 장단 외 변형 장단까지도 살펴보며 장단을 활용하기도 하고요. 제가 국악 전공이 아니다 보니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드는 생각은, 무엇보다 민요. 소리에 리듬을 자연스레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금) 저희가 처음 모였을 때는 실용음악의 칼박에 맞추는 리듬과 국악에서 맞추어 나가는 호흡이 조금 안 맞아 합주에 어려움이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계속 함께 음악을 하다 보니 서로 듣고 호흡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저희 모두가 서로의 소리를 알고 이해하다 보니 우리만의 호흡이 생겼달까요? (건반) 코드 진행 같은 경우 무엇보다 민요에 너무 많은 코드의 변화를 넣을 때 원곡을 헤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대중적이면서도 깔끔한 코드 진행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특징적인 섹션이나 실용음악적인 색을 자연스레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전통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Q. 이번 공연에서 헝가리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bob그룹의 음악적 고민이 궁금합니다. 우리 아리랑을 어떻게 알리고 싶으셨나요? A. 사실 처음에는, 한국의 아리랑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오자는 취지가 가장 컸어요. 우리 민요와 전통에 그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데 공연을 가서 함께 아리랑 강연을 듣고 공연하다 보니, 그저 아리랑과 우리 전통음악을 기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한국의 전통음악을 매개로 그들의 마음 안에 어떠한 위로와 정서를 남기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음악만이 가진 애환이나 흥과 신명 등의 특징적인 정서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참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젊은 창작 국악팀으로서, 어떤 가치를 두고 음악을 만들어 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bob그룹은 어떤 음악을 하는 팀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A. 저희는 민요를 중심으로 두고 음악을 하는 팀이기에, 아무래도 ‘민요’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민요는 옛날 대중들의 음악이잖아요. 그 당시의 대중음악을 지금도 대중들에게 편하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어디서든 흘러나오는 K-POP이나 클래식처럼 저희의 음악도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요. 전통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언젠간 대중분들도 참 편하게 좋아하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들었을 때 좋은 음악. 무엇보다 이걸 가장 많이 추구하는 것 같아요. 사실 대중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게 저희의 꿈이자 목표에요. 저희의 음악이 국악이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그냥 하나의 ‘음악’으로 인식되어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편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저희가 연주하면서도 신나고, 편하고 즐거운 게 먼저겠죠? 늘 저희가 즐겁고 좋은 음악을 하려고 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오래 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bob그룹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이번 헝가리 공연을 계기로 해외 공연을 조금 더 가려고 많이 알아보고 있습니다. 외국의 대중들에게 우리 전통음악을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또 늘 저희가 음악 작업을 하며 깰 수 없었던 틀이 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대중적인 음악’만 고려하지 않고, 진짜 대중들이 무얼 좋아하는지 더 많이 듣고 공부하며 bob만의 음악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새로운 작·편곡 방향을 시도하며 앨범 발매도 할 예정이니,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이사장님의 앞으로 계획과 준비하시는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사할린아리랑제’를 3년간 하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것이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끝나가 다시 할 수 있으려나 했지만, 또다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중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어 올해에도 못 갈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네요. 또 2012년 중국과의 아리랑 갈등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어 가장 긴밀했던 연변 교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를 복원하는 일이 급합니다. 마지막은 코로나 이전 9회까지 해 온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이 중단되어 크라운 해태와 논의를 통해 재개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마음은 너무나 바쁜데 지난 10월에 코로나를 앓은 후 몸이 너무 무거워져서 걱정입니다. 그래도 차근차근 다시 준비하며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김연갑 이사장님의 오랜 세월 아리랑을 향한 사랑이 보여주는 뜨거운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져감을 공감했고, 그러한 단심이 이번 헝가리 행사에서도 빛을 발했다고 본다. bob그룹과 인터뷰하는 내내 느낀 것은, 무엇보다 이들의 팀 분위기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서로를 허물없이 편하게 대하며 음악적인 것들을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공유했다는 것이 모두의 대화에서 드러났고, 함께 더 즐겁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의 명맥을 더 널리 이어 나갈 김연갑 이사장님, 국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악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좋은 음악’ 그 자체를 대중들에게 더 많이 들려주고 싶다는 bob그룹, 앞으로 보여줄 그들의 멋진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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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통춤 명인 학산(鶴山) 김덕명 생애와 춤세계 1양산학춤은 2014년과 2016년, 2017년 등 지금까지 네 차례 무형문화재 지정 시도가 있었지만 심사 단계에서 신청자에 대한 관련 단체 전체의 동의를 받지 못해 제대로 심사도 받지 못하고 지정이 무산된 것이다. 양산문화원은 양산학춤 전수회관 건립도 추진하는 등 양산학춤을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자산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산학춤은 통도사에서 전래해 지역에서 동면 출신의 학산 김덕명 옹이 전수해 민간 계보로 전승된 지역 고유 춤으로써 선비 사상을 강조한다. 이병옥 교수가 김덕명의 중후반의 행적을 살피고 예술성과 학술적 가치를 고찰하기로 한다.(편집자 주) 중반의 시련을 딛고 일어선 영남 명무 1975년 11월 5일 제6회 김덕명 전통고전(춤)전수자 발표공연을 부산대학교 대극장에서 마치고 한량무 강습을 할 때 진주팔검무회가 찾아와 진주시립국악원 및 진주 팔검무회의 상임사범을 부탁하여 승낙하게 되었다. 이듬해 1976년부터 1981까지 5년간 진주에서 전통춤을 가르치게 되었다. 1975년 제6회 발표회를 마친 후 그는 모처럼 동래야류 공연이 있어 전수관을 찾아갔다. 그동안 그들과 친분이 있어 공연 후 뒤풀이로 학춤을 선보였던 것인데 때마침 동래야류 공연을 참관하려 방문한 문화재 전문위원 서국영(徐國英)은 그의 학춤을 보고 탄복했다. 그는 즉시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함께 활동하는 김천흥(金千興, 1909~2007, 처용무 보유자)에게 발굴할 가치기 있는 학춤을 찾았다고 부산에 올 것을 알리자 소식을 듣고 증인확보를 위해 수제자 이흥구(李興九, 1940~ , 학연화대무 보유자)와 함께 부산에 왔다. 그리하여 1975년 김덕명은 김천흥 일행과 부산 동래별장에서 춤판을 벌였다. 3일 동안 이어진 그의 춤은 독특한 멋이 담긴 춤사위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절로 흥이 났다. 김천흥도 흥이나 직접 궁중정재 춘앵무와 학춤을 추었으며, 이흥구는 김덕명의 남성적이며 호방한 학춤에 반하여 기록수첩을 잃어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부산·경남지방에서 전승되는 학춤에는 양산지역 학춤과 이미 1972년 9월 19일 부산시 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된 동래학춤 등 두 종류가 있었다. 서국영, 김천흥 조사자들의 공동작업(1975.7.25.~8.25까지 조사활동)으로 이듬해인 1976년 12월 7일 『(양산)사찰학춤』(중요무형문화재 보고 제122호, 1976년5월 보고서 제출)의 무보를 수록한 조사보고서를 문화재 관리국(현 문화재청)에 제출하였다. 여기서 양산사찰학춤의 유래(寺刹鶴춤의 由來)에 대해 수록내용 자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사찰학춤에 관한 문헌은 찾아볼 길이 없고 다만 조사할 수 있는 무수(舞手)들을 알아내어 그 계보를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양산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자장율사(慈藏律師))에 창건된 이래 그 어느 때부터 인지는 모르나 대재(大齋)행사 때나 종무(宗務)총회 시에 의례(儀禮)행사로서 승무와 학춤을 대대로 계승해 왔다는 말을 명무승려인 신경수(辛景壽, 1893~1965)로부터 들었다고 하는 보광(寶光)중학교 교장 및 통도사 주지를 역임한 김말복(金末福)의 증언을 얻은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이조말엽 청종 시대까지의 무수(舞手)승려는 미상(未詳)이나 고종시대인 1980년부터는 이월호(李月浩, 당시 어산종장(魚山宗長)), 1980년대부터는 김설암(金雪岩), 그리고 1920년 이후에는 전술한 신경수와 양대응(梁大應, 1897~1972)등으로 승무와 학춤이 계승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통도사에서는 특히 사찰학춤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김말복은 신경수, 양대응의 학춤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하며, 신경수는 사하(寺下) 부락인 신평리(新坪里)에 나와서 남소석(南小錫, 1904~1960)의 꽹과리 장단에 맞추어 학춤을 추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주고 있다. 그러나 전술한 바대로 신경수의 사찰학춤이 사하부락에 흘러나오기 이전에 이미 양산군(梁山郡) 동면(東面) 내송리(內訟里)에 학춤이 계승되어 왔는바 향토무용에 관심이 있었던 안화주(安化周, 당시 83세)의 증언에 의하면 동(同) 내송리 거주 김두식(金斗熄, 1843~1930)은 당시 곡수(穀收)운반 관계로 약 40세에 통도사 출입을 한 분으로서 향토무에 자질이 있어 사찰에서 학춤을 즐겨 전수받아 추었으며, 이 춤을 다시 동(同) 부락거주 황종렬(黃鐘烈, 1897~1957)에게 전수했고, 이어 김덕명(52세, 김두식씨의 손자)에게 전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앞에서 언급한 신경수의 사찰학춤의 춤사위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하는 김말복은 현재 예능보유자인 김덕명의 학춤사위를 보고 통도사의 사찰학춤사위와 흡사하다고 인정하므로 김덕명의 학춤은 분명히 통도사 사찰학춤의 계열임을 결정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양산군 동면 내송리에서 전해 온 이 학춤은 정월 대보름이나 팔월추석은 물론 이 이외에도 부락 경사가 있을 때마다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통도사에서는 1935년경부터 이 학춤의 자취가 없어지고 내송리(內訟里)의 민간계(民間系) 학춤만이 겨우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그러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그에게는 평생의 숙원이었지만 1976년 김덕명의 학춤이 문화재지정에서 보류되었다. 그의 학춤이 보류된 이유로는 사찰학춤의 사찰계의 단절과 민간(재인)계로의 명맥 전승, 명칭의 불확실성(양산사찰학춤, 사찰학춤, 양산학춤 등) 과거 친구의 권유로 동래야류의 이수자에 등록된 것이 사적인 민원으로 영향을 미친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그의 학춤은 조사과정에서 통도사 주지승을 지낸 김말복(金末福)을 중심으로 월하(月下)스님, 성파(盛波)스님, 김동만(金動萬)등 증언자들을 통해 전승경로가 이미 확인되었던 것이며, 양산사찰학춤이란 명칭도 학춤이 양산 통도사에서 전승된 춤이라는 이유에서 발굴조사자들이 정한 것이었다. 전문위원들이 그의 학춤조사를 위해 생존한 증언자들을 찾아다니며 채록할 때 통도사에서 비중이 큰 스님(경봉스님)의 증언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번복된 증언이 반대 세력을 통해 제출되었고, 경봉스님의 고백으로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번복했는데, 그렇게 해야만 김덕명에게 유리한 일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전문위원들이 조사 보고한 학춤은 지정 심의에서 보류되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덕명은 1977년 12월 8일에 문화계의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양산사찰학춤’의 특별 강습회 및 실연을 선보이게 되었다.여기에 참가하였던 무용평론가 박용구는 "묻혀있는 우리춤이 제대로 발굴만 되면 훌륭하고 좋은 점이 이와 같이 다양하다”고 감탄했으며, 역시 무용평론가인 조동화도 "어찌 인간으로서 그토록 잘 출 수 있는가?”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예능보유자 김천흥도 흥에 겨운 나머지 그가 춤을 출 때는 손수 장고를 잡으셨다고 하며 덩실덩실 같이 춤을 추실 때도 있었다고 전한다. 그때까지는 동래야류에도 친분을 유지하고 하고 있었지만 지역적인 대립으로 인하여 중도에서 인연을 아주 끊고 말았다.그리고 비록 무형문화재 지정은 보류되었지만 양산사찰학춤 발굴조사로 인하여 김덕명은 중앙의 원로예술인들의 관심을 더욱 받게 되었고, 동연배의 예술인들과 교제하며 입지를 넓혀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특히 김천흥과 성경린(成慶麟, 1911~2008, 이왕직 아악양성소 수료, 국악원장 역임)은 그의 학춤에 매료되어 영남지방의 독특한 덧배기춤을 보급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그를 중앙무대의 예술인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었던 직접적인 도화선은 1976년 4월 16일 서울YMCA에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특별 초청으로 시연(양산학춤)을 갖게 되면서부터였다. 1976년 6월 3일 주위의 권유로 제2회 전주대사습대회에 52세의 나이로 경남 춤꾼으로 출전했고, 심사위원인 김천흥, 최현, 김숙자 등은 이미 서울 시연회에서 그의 춤을 보고 탄복한 바 있다. 양반춤에 내재된 남성의 멋이 담긴 춤사위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면서 장내가 떠들썩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심사위원들이 그를 찾아와서 격려할 정도였고 그의 춤이 경연대회에서 큰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한 것이었다. 그 후, 1976년 12월 8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초청으로 2차 시연회를 갖게 되면서 그의 춤은 전승보급에 발돋움하였다. 그가 ‘교방춤’(교방타령굿거리, 교방 살풀이, 교방양반춤)이란 명칭을 처음 사용하면서 오늘날 무용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교방’ 명칭을 유행시킨 춤꾼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77년 4월 13일 서울 YMCA 제3회 전통무용 발표회에서 춤을 추었을 때는 400여명의 관객이 모두 찬탄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때 춘 춤은 양산사찰학춤을 비롯한 지성승무, 한량무 등이었다. 그 뒤 한양대학과 이화여대에서 10여 일 간의 강습회를 갖기도 했고, 같은 해 6월6일에는 양산에 있는 양산극장에서 방위성금 모으기를 위한 고전무용 발표회를 열어 많은 사람들의 호의적인 반응과 함께 호평을 듣기도 했다. 그의 춤에 대한 평으로는 1976년 11월11일자 국제신문에 "양산사찰학춤 문화재 지정설”이라는 제목으로, 1977년 6월 6일자 부산일보에 "20사위에 깃든 庶民들의 애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고, 1978년 『산업한국』 3월호에서는 "양산학춤에 대한 역사적 고찰 및 문화재 지정설”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소개된 바 있었다. 1977년 7월에는 진주무용인들의 청을 받아 진주 민속예술보존협회의 전통무용부문 선생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1978년 4월에는 진주시립국악원에서도 전통무용을 담당하여 가르쳤다. 11월9일에는 개천예술제 경상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 최우수상을 받음으로써 그의 한량무가 1979년 5월 2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 ‘한량무’로 지정되고 예능보유자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때 본인뿐만 아니라 같이 한량무를 춘 8명의 무용가들도 모두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도록 노력했는데 그 출연자들은 김덕명(한량), 성계옥(승려), 정행금(각시), 정필순(마당쇠), 서정남(별감), 김연이(주모), 최금순(상좌), 김정애(장고)등이었다. 이밖에도 그에게 춤을 사사받은 제자로는 조을주, 박계현 등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본인의 평생 목표인 양산사찰학춤만이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양산사찰학춤의 지정보류는 기쁨보다는 아쉬움만 더했다. 이어 1979년 11월 26일에는 서울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전통무용 발표회를 가졌는데 레퍼토리는 양산학춤을 비롯한 한량무, 양반춤, 타령, 굿거리, 지성승무, 나래무(살풀이), 잉어춤 등이었다. 이때에도 그의 춤을 본 김기수(국립국악원 원로사범, 보유자)는 "이것이 춤의 오리지날”이라고 극찬하였다고 한다. 이후 그의 활동은 무용에 대한 그의 의지와 욕망에 비례해서 점점 발표회나 전수에 열정을 쏟게 되어 1980년 5월에는 80불교 봉축제의 공연을 가졌고, 8월에는 진주에 "교방청 김덕명 전통무용 연구소”를 냈다. 또한 올바른 전통무용을 후세에 전수하고자 1981년 1월 9일 부산에도 전통무용 연구소를 내기에 이르렀다. 부산과 진주의 연구소를 오가며 제자들을 가르치던 그해 11월 23일은 일본 제총산(帝塚山) 대학의 초청으로 우리의 전통무용을 공연하여 그곳의 유일한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에 "한국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김덕명!”이라는 제목으로 호평을 받았으며, 1982년 1월 10일에 발간된 계보(季報) 제총산(帝塚山) 대학에는 청초하고 아름답고 우아한 춤이라고 특집으로 다루었고 그 학교의 교과서에까지 그의 춤에 관한 부문을 서술하고 있다고 한다. 그 후 1982년 3월부터는 부산전문대학 무용과 민속무용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이렇듯 그의 무용에 대한 평가가 퍼져나가게 되자 부산지구 J.C신문은 1982년 6월 30일자에 "양반춤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으로 일면 전체를 그의 기사로 채우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의 춤이 사찰무용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불교 관계의 제반 공연에도 참가했던 바 1982년 1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불교협회 주최 자선공연에도 참여하여 양산사찰학춤과 양반춤을 추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는 늘 학춤을 출 때면 그 스스로가 학처럼 추는 것이 아니라 춤추는 사람이 학이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1996년에도 구희서, 김옥진 조사자에 의해 ‘양산학춤’으로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하여 명칭을 변경하여 다시 제출하여 학춤이 문화체육부 관보에서 지정을 위한 예고까지 나왔으나 동래학춤과 병행해서 전승과정을 탐문 조사를 하던 중 계보에서 양산권번 고문인 영남의 한량 이주서(李周瑞, 1865~1930)가 동래학춤의 전승자로 부각되어 나타나게 되어 학춤 전승이 부산 동래와 양산으로 분류되었지만 다 같이 이주서(李周瑞, 1865~1930)로부터 전승된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으로 나중에 지정 여부에 논란의 단서가 되었고, 또 다시 주위의 방해(동래 M씨가 문화재청에 찾아가 민원 제기)로 인하여 역시 철회 부결되고 말았다. 이렇게 김덕명은 문화재 지정에 있어서 두 번의 실패를 겪게 되면서 좌절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김덕명 전승춤의 전승계보 김덕명(金德明,1924~2015)은 경상남도 양산에서 태어나 8살(1932)에 범어사에 들어가 불가(佛歌)를 부르거나 불교(佛敎)의식무를 흉내 내었다. 김덕명이 전문적으로 전수받은 춤 계보는 4가지로 정리되며 그중 민간춤놀이는 마을전승이기에 계보로 말할 수 없다. 첫째, 사찰에서 전승하던 학춤은 고종 때부터는 이월호(李月浩, 1825년생, 당시 어산종장)―김설암(金雪岩, 1885년생)―신경수(辛景壽, 1893~1965)―양대응(梁大應, 1897~1972, 통도사 주지) 스님으로 계맥이 이어져 김덕명 씨가 보유하고 있다. 그때 양대응스님은 조부 김두식(金斗熄)과 절친한 사이로서 양산학춤, 지성승무, 바라춤의 명인이었는데, 1940년 16세에 이 춤들을 전수받았다. 또 당시 해인사에 있다가 통도사에 온 신경수스님으로부터 승무와 학춤을 전수받았다. 즉 두 분(신경수, 양대응)의 스님으로부터 사찰춤을 전수받았다. 둘째, 민간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재인춤은 통도사 소속의 민간인 김두식(金斗熄, 1843~1929, 김덕명 조부)이 곡수(穀數, 수사찰 재산 관리자)로 있으면서 학춤을 전수했는데 민간인 안화주(安化周, 1894~1965), 황종렬(黃鍾烈, 1897~1957)이 전수받아 다시 김덕명이 이들로부터 배운 것이다. 셋째, 기방춤으로 이주서(李周瑞, 1882년생)―고수길(高壽吉, 1888~1965, 당시 양상 권번 원장)으로 이어지는 춤맥을 전수받게 된다. 양산권번의 권번장(춤사범)인 고수길(高壽吉, 1888~1965, 동래권번에서 양산권번이적)로부터 그의 딸 고채봉(高綵峰)과 고채숙(高綵淑, 기명은 山月)과 함께 한량무, 교방양반춤, 교방타령무, 신라장검무, 교방진연무, 태극무 등을 배웠으나 사찰춤과 춤바디가 달라 애를 먹었다. 이어서 개성권번에서 양산권번으로 이적해온 김농주(金農宙, 1905~1955)와 오누이를 맺으며 기생소고무, 타령춤, 굿거리춤 등을 배웠고, 군무(群舞)로는 장원급제를 축하하기 위하여 40~50여명의 인원이 함께 추는 부마도위춤도 배웠다. 넷째, 그가 복원한 민간춤놀이들은 딱히 전승자를 밝힐 수 없는 지역민들이며 김덕명은 탈춤과 토속민요 등 향토민속적인 기예능도 뛰어나 지역민속을 발굴하는데 참여하여 발굴한 것들이다. 김덕명의 전승춤 종목과 특징 김덕명의 춤은 사찰춤과 권번춤과 민간춤으로 크게 3계통으로 대별된다. 그는 일반인으로 사찰춤을 계승한 사람이며, 남성으로서 기생들의 춤인 권번춤을 전승받았다는 점이 다른 춤꾼들과는 다른 특이점이다. 김덕명의 전승춤 27종은 크게 3계통으로 기방계(10종), 사찰계(4종), 민간계(13종)이 있다. 1. 기방계춤으로는 한량무(한량, 기생, 승려, 주모, 별감, 상좌, 사환 등), 교방타령춤, 교방양반춤(호걸양반춤), 교방진연무, 기생소고춤, 굿거리춤, 신라장검무, 태극무, 부마도위춤(군무), 장기춤. 2. 사찰계춤(재인계와 혼합)으로는 사찰학춤, 지성승무, 연등바라춤(탑돌이춤), 연등나례살풀이춤. 3. 민간계춤으로는 성주풀이춤, 쾌재나 청청춤, 각설이타령춤, 신노심불노춤, 농사요놀이춤, 장원급제놀이춤, 기우제놀이춤, 망시꼽배기놀이춤, 가락오광대놀이춤, 석전놀이춤, 망부석사록놀이춤. 회심곡춤, 떳배기춤(得排鬼춤). 김덕명의 춤사위 특징은 첫째, 특별한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정신 집중과 무게, 관절조절을 통해 안정적인 자세로 이루어지는 동작이라는 점이다. 단전을 이용한 깊은 호흡과 기가 조화를 이루며, 발을 디디고 누르는 굴신동작의 걸음걸이에서 관절의 유연함이 나타난다. 남성의 투박한 멋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그의 춤사위는 사찰춤과 권번춤에 두루 정통하여 지극히 예술적으로 승화된 춤이다. 쌍벽을 이루는 동래학춤은 이주서로부터 김귀조, 김문수, 김필상, 최순백, 김태현, 유봉오가 학춤을 사사 받았고 김귀조는 아들인 김희영에게, 김문수는 아들인 김동원에게 각각 전수하였으며 작고 이전에 김희영이 외조카 이현경에게 전수하였으나 중단되었고 김동원이 유일한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또한 2009년 현재 구음보유자로 유금선이 지정되었으며 김태형, 이성훈이 기능보유자 후보로, 김정양 이광호가 전수조교로 꾸준히 전승하고 있다. 이에 비해 양산사찰학춤은 1976년 당시 무형문화재보고서 조사자 서국영의 기록에 의하면 김말복이 증언하기를 1880년대 이후 이월호(1852~?), 1983년대부터는 김설암(1885~1970), 1920년 이후에는 신경수(1893~1965)와 양대응(1897~1972)스님의 학춤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하며, 신경수는 사하부락인 신평리에 나와서 남소석(1904~1960)의 꽹쇠 장단에 맞추어 학춤을 추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양산사찰학춤」이 통도사에서 전승되었음은 민간인의 증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윤장우씨는 1938년부터 통도사 광원에 있으면서, 1945년까지 절에 있었는데 스님들 중에서 끼가 있는 스님들이 사하부락인 평산리 주막에서 춤과 소리를 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증언하였다. 사하부락인 신평리에서 태어나 하북면의 면장이 된 지명구씨는 어릴 적 사하부락인 신평리에서 양대응(1897~1972)스님이 장구장단에 맞추어서 학춤을 추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증언하였다. 또한 통도사에 있었던 신경수(1893~1965) 스님은 당시 명무 승려로서 학춤을 잘 추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사찰에서는 대제(영산재 등)를 지낸 후 신도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사찰경내 마당에서 사찰의식 외에 여흥을 펼치는 사례가 많았다. 이때 외부에서 놀이꾼을 초빙하기도 하고 또는 장기가 있는 승려가 직접 춤을 추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김덕명(1924~2015)은 통도사에서 신경수, 양대응 스님에게 「양산사찰학춤」을 배웠다. 남사당의 북소리에 이끌려 동네잔치에서 춤을 추는 김덕명을 부모는 아들이 혹여 광대라도 될까 통도사로 보냈으나 오히려 통도사에서 「바라춤」, 「지성승무」, 「장검무」, 「학춤」 등을 배웠다. ‘학산’ 이라는 호는 절에서 나올 때 통도사 보화스님이 지어 주었다고 한다. 학춤공부를 많이 한 덕명이 나무 위에서 학이 날듯, 학춤을 잘 춘다는 뜻이었다. 위의 계보 외에 「양산사찰학춤」을 추었던 스님들은 더 많았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기록을 찾아 볼 수 없고 점차 사찰계에서 학춤의 자취가 사라지고 현재는 추어지지 않고 있다. 둘째, 민간(재인)춤의 형성 배경을 보면 다음과 같다. 무형문화재 보고서 제 122호에 따르면, 처음 민간으로 전승되어진 과정은 김두식(金斗熄1843-1930)에 의해서였다. 김두식은 당시 곡수운반 관계로 약 40세에 통도사를 출입했으며, 사찰에서 학춤을 전수받아 추었다. 이 춤을 다시 동부락 거주 황종렬(黃鐘烈,1897-1957)이 전수받았고 이어 김덕명(金德明)에게 전해졌다. 동면의 황종렬은 춤에 대한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동면 내송리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주도적으로 춤을 통해 흥을 도왔다고 하며 양산 출입도 매우 빈번했다. 특히 내송리에 있는 주점에 자주 출입하면서 가무를 즐겼다고 전해지고 있다. 위의 전승계보 외에 양산에는 학춤을 즐겨 추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 양산에서 명무수로 이름난 이주서(1869-1944)란 사람이 학춤을 잘 추었으며 당시 이 춤이 서상건(1982-1967)에게 전승되었다며 1976년 당시 조사자인 서국영에게 증언하였다. 서상건씨는 양산에서 가장 큰 포목점(일신상회)을 경영하면서 매우 부유하게 생활하였고, 풍류를 즐겼던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춤을 즐겨 추었다. 그래서 양산에서는 그의 별호가 "춤 잘 추는 서상건”이란 소문이 생겨났고 주로 동래온천장에 출입하면서 가무를 즐겼다고 우성렬(1930- :서상건의 먼 친척)씨가 증언하였다. 이렇듯 양산에는 여유로운 풍류객들이 많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김두식, 황종렬에 이어 김덕명은 통도사에서 학춤을 배웠으며 민간에서 또한 전수받아 꾸준한 활동과 「양산사찰학춤」의 보존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감덕명이 증언(2015. 5.16, 김덕명자택에서)한 지성승무에 대한 배경설화는 다음과 같았다. 지성승무는 두 가지가 있는데 군무와 독무로 춘다. 김덕명 선생님이 중언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어느 사찰의 스님이 불도를 닦다가 탁발하려 동네에 내려갔는데, 동네 어구의 밭두렁에서 어린아이가 풀을 뜯어먹고 있어 의아하게 생각하여 아이를 업고 동네를 들어가니 마을사람들이 돌림병으로 모두 죽고 아이만 살아서 먹을 것이 없어 밭두렁에서 풀을 뜯어먹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스님이 아이를 데리고 사찰로 돌아와 상좌승으로 키우게 되었다. 그 후 상좌가 두 명(악기다루는 어산상좌, 수발과 교육하는 상좌)이 있었다. 그 후 노승은 불법해탈을 위해 토굴에서 여러 해를 불법을 깨닫기 위해 참선을 하며 불공을 드리고 마치고 돌아서 나오던 중 연유도 없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뒤에서 함께 불공을 드리던 상좌가 심히 놀라 동분서주하며 온갖 정성을 다해 간호를 하였으나 백약이 무효하고 상좌의 보살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승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노승의 시신을 끌어 앉고 통곡을 하던 상좌도 너무 슬픈 나머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어려서 데려다 키운 상좌는 부모님이나 다름없는 노승이 쓰러지니까 슬픔이 깊어 기절해 같이 쓰러진 것이다. 상좌가 기절하여 비몽사몽간에 백발도승이 검은 지팡이를 짚고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쿵쿵 두드리며 "네 이놈 상좌야! 노스님은 너의 불거지운명(不居之運命)로 너의 살기(殺氣)에 스님이 죽어가고 있는데 너마저 누워 있으니 한심하구나! 빨리 일어나 스님을 구해라!” 하고 도승이 지팽이로 "꽝!”하고 땅을 치는 호통소리에 놀라 상좌가 벌떡 일어나 "소승의 스님을 살려 주십시오”하고 애원을 하며 세세사정을 말하니 "허허, 너의 갸륵한 마음이 기특하니 노스님을 살리는 비법과 방도를 가르쳐 줄 테니 그대로 이행하거라” 그러자 순간 몇 명의 악단이 좌우로 둘러앉아 장단이 울려 퍼지고 도승은 가락에 맞춰 춤을 추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추는 춤을 잘 보아라. 이 춤을 너의 노스님 앞에서 정성껏 추게 되면 분명코 살아날 것이다.” 이어 말하기를 "그러나 너는 나와 몇 가지 약조를 꼭 지켜야 한다. 노스님이 살아나시거든 내가 전해준 그 승복을 벗어 북에 걸어 두고 소생하신 노스님을 부축도, 말도 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곳에 잠시도 지체 말고 노스님과 바로 하직하고 남으로 계속 내려가면 깊은 산골짜기에 암자가 있을 것이니, 그 암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필경 성불할 것이다.”라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있는 상좌에게 도승은 다시 "노스님과 너는 숙명적으로 액과 악이 맺혀 영원히 동거생활이 불가능하리라. 만약 나의 명(命)을 어기면 너와 노스님은 변을 당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놀라 깨어난 상좌는 선몽이 분명하며 옆에 도승이 준 승복과 염주가 있어 착용하고 노스님을 살려야한다는 일념으로 어려워 잘 생각나지 않는 춤이지만 정성껏 춤을 이어 추었다. 그러자 노스님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몸을 돌리며 긴 숨을 내어 쉬며 깨어났다. 환희에 차 기쁨의 춤을 추며 노스님을 부축해 일으키고 싶었지만 도승의 명을 염두에 두니 앞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노스님을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상좌의 마음은 오죽했겠지만 등지고 떠나 일러준 남으로 가서 암자에서 노스승을 살린 고귀한 이 춤의 연유를 고이 간직하여 후세에 물려주며 이르기를 "이 춤을 지성껏 전수시켜 만대에 전하라” 이르렀고, 이름 하여 '지성승무'라고 전했다.” "나(김덕명)는 춤이라면 좋아서 승무든 학춤이든 열심히 배웠다. 하루는 내가 잘 아는 통도사 스님(당시 대처승, 단청제작)이 내려와 보시고 승무 내용이나 아나? 하시면서 한 시간에 걸쳐 승무설화를 이야기를 해주셨고, 스님 급수에 따른 가사장삼에 대한 복색이야기도 해주셨다. 당시 금강암(지금은 비구니들이 기거하는 암자)이라는 암자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부인이 기거하였다. 그때 이동안(수원화성재인청 소속, 발탈보유자)이 부산에 내려와 활동할 때인데 내 스승이라 하면서 암자 작은방을 소개하여 공짜로 기거할 수 있게 해주고 살림과 음식장만을 내가 다해주었다. 광대줄타기를 했는데 기능이 약해 그 후 다시 서울로 갔다.”한편 향토민속예술의 발굴활동에서도 커다란 역할을 하여 ‘진주의 한량무’, ‘김해의 석전놀이’, ‘가락오광대’, ‘양산의 웅상망시곱배기놀이’등이 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김덕명이 결코 춤을 떠날 수 없었던 춤 인생은 세속적인 고초를 겪으면서도 단념하지 않은 운명이었다. 그렇게 걸어온 그는 남성의 멋을 잃지 않았고, 굵은 선과 힘, 부드러움이 조화된 그만의 특출한 춤사위를 지켜왔다. 오늘날 남성춤이 중성화 또는 여성의 모습이 강하게 묻어나온다면 그의 한량무와 학춤은 남성의 장점을 표출시킨 것으로 남성춤의 지존을 지킨 마지막 사찰춤과 영남춤꾼이었다. 김덕명 춤사위 성향과 특징 김덕명의 춤은 크게 두 가지 계통을 잇고 있다. 우선 사찰계통춤의 춤이며, 다음은 기방계춤이다. 그렇다면 그이 춤은 어떤 계통의 성향일까? 전수내용적으로는 사찰계와 기방계의 혼합성향이지만 그의 인생 후반에 나타난 춤 성향은 기방계통보다는 사찰계(재인계)적 성향이 월등이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어린 시절에 김농주로부터 엄격한 기방춤 기법을 몸에 익혔지만 성장하면서 기방춤의 교태미는 사리지고 남성성향이 큰 재인계적 성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게다가 거구의 체격에다 탈춤에서 나타난 영남춤의 덧배기춤적 특성을 강렬하게 품고 있어 국내 전통무용가 중에서 가장 영남성향과 재인성향을 간직한 춤꾼이다. 그런데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기방계적 섬세함이 덧씌워져 있어 거친 남성성만 가진 것이 아니라 올곧은 전통춤 즉 기방춤의 섬세한 기법이 몸에 배어나 춤집이 크고 활기가 넘쳐도 투박한 마당춤이 따를 수 없는 표현력을 지녔다. 비교의 예를 들자면 동시대 같은 남성무용가라도 이매방은 어린 시절 처음 입문한 춤이 기방춤(권번 함국향의 첫 가르침)으로 형성된 춤바탕이었다. 그 후 재인춤인 이대조, 박용구의 춤들을 익혔지만 이미 몸과 마음의 성향이 기방계로 고착된 춤성향이 평생춤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래서 이매방춤은 기방계통성을 지켜온 ‘춤속’과 ‘춤바디’를 평생 지켜 전승한 것이다. 반대로 김덕명은 맨 먼저 체득한 춤이 사찰계춤이다. 사찰계의 특성은 재인계적 성향과 불교의례적 성향이 혼합된 것이지만 김덕명은 범패작법을 주로 행하는 어산승(魚山僧)이 아닌 민간인이었기에 춤성향에서 불교의례적인 성향은 약화되고 재인계적 성향만이 남게 된 춤성향이 형성된 것이다. 게다가 김농주라는 개성권번에서 활동한 명기의 가르침도 어린 시절에는 기초로서 가능했지만 성인이 되면서는 춤의 본성이 나타난 것이다. 마치 궁중의 무동들처럼 어린 시절에는 중성적인 성향으로 여성적인 고운 춤을 익혔어도 사춘기를 넘어서면 남성성향이 나타나 악사로 전향하거나 퇴출한 것과 같은 현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그간 문제가 되었던 동래학춤과 양산사찰학춤의 전승계보에서 윗대에 같은 양산권번 고문인 영남의 한량 이주서(李周瑞, 1865~1930)가 동래학춤의 전승자라는 점으로 양쪽 학춤의 실존성은 함께 증명이 되지만 중요한 것은 전승과정에서 성향이 아주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즉 현전하는 동래학춤과 양산학춤을 비교해볼 때 동래학춤은 동래권번을 중심으로 전승되다보니 기방계적 성향이 강해졌고, 동래는 부산이라 춤추는 인적자원이 풍부해 군무형태로 전승되었다. 이에 비해 양산은 시골이라 춤추는 인적 자원도 부족하고 통도사를 중심으로 전승한 사찰춤으로 재인계적 성향이 강화된 춤이다. 따라서 두 지역 학춤을 보면 동래학춤은 기방계적 성향에다 동래기생 유금선(1931~2014)보유자의 구음소리가 흥을 돋우어 곱고 부드러운 날개춤사위로 여러 마리 학이 어우러지는 ‘기방계적 군무학춤’으로 발전하였고, 양산학춤은 사찰중심으로 춤집도 크고 활기 넘치는 춤사위로 전승한 ‘사찰(재인)계적 독무 또는 쌍무 학춤’으로 차이가 있다. 학춤사위의 구체적인 표현에서도 동래학춤은 학의 형상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데 비해 양산학춤은 학의 생태성과 겉모습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춤사위가 많다는 점이다. 즉 동래학춤은 동래야류의 양반춤사위 중에 학춤과 유사한 배김사위, 옆걸음사위, 활갯짓 뜀사위 등과 모이 줍는 사위, 외발사위 정도이고 양팔을 어깨 위로 들고 추는 날개사위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발사위도 한쪽다리를 구부려들고 다른 쪽 다리는 길게 뻗어 학의 긴 자태를 나타내는 발사위 특징을 보이며 주무수와 조무수가 윤무형태의 군무로 대형변화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양산학춤의 팔사위는 학날개, 학머리로도 표현하고 땅에 내려앉는 사위, 위엄을 보이는 사위, 좋아서 으쓱이는 사위, 먹이 쪼는 사위, 놀라 펄쩍뛰는 사위, 짝을 어르는 사위, 동사위, 비상하는 사위 등 24가지 학의 습성을 나타내는 학춤사위가 다양하며 발사위는 양다리를 균등하게 구부리며, 독무나 군무로 출 때도 앞으로만 진행하거나 시계반대방향으로만 진행하는 등 대형보다는 학춤사위에 치중하여 동래학춤과는 사뭇 다르고 다양하며 예술성이 높고 활기가 넘친다. 또한 양산권번 고문인 한량 이주서(李周瑞, 1865~1930)가 동래권번으로 가서 학춤을 전승시켰다고 하는 것은 학춤의 본류가 양산(통도사)이고 지류가 동래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며, 양산과 동래의 춤전승 환경이 달라 서로 달라진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지역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동래는 이주서의 학춤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단일적 계보(이주서>김귀조, 김문수>김희영, 김동원>유금선, 김태형, 이성훈)였다면, 양산은 이주서 외에도 동시대 전승자(김설암, 김두식, 고수길)도 많았고, 계통 계보도 사찰계(김설암>신경수>양대수>김덕명), 재인계(이월호>김두식>안화주>황종열>김덕명), 기방계(이주서>고수길>김농주>김덕명) 등 다양하였기에 학춤의 풍부한 내용과 전승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동래학춤과 양산학춤은 같은 영남지역춤이라 할지라도 춤성향과 춤사위 특징이 많이 달라 무형문화재로 양산학춤을 지정하는데 동래학춤이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산사찰학춤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보까지 올랐으나, 동래 측의 반발로 무산된 것은 한국전통춤 중에서 가장 남성다운 학춤(한량무 계열)이 지정되지 못하게 되어 여성성이 강한 살풀이춤, 태평무, 승무 등만이 편중되는 역사적 오류를 낳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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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이하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강원도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20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강원도 일원에서 개최된다. 20주년을 맞이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최근 제4대 예술감독으로 위촉된 첼리스트 양성원이 프로그램 기획을 맡았으며, ‘자연(Nature)’을 주제로 이에 어우러지는 레퍼토리들로 구성한 고품격 클래식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04년 처음 개최된 제1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자연의 영감(Nature’s Inspiration)’을 주제로 그 역사가 시작되었고, 20주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뛰어난 프로그램 기획으로 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올해는 ‘자연(Nature)’을 주제로 ‘자연’과 연관 있는 곡들과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각 공연을 기획한 20회의 [메인콘서트]는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 성악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양성원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양인모, 이지윤, 임지영 비올리스트 김상진, 김세준, 피아니스트 김정원, 김태형, 문지영, 신창용, 윤홍천,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호르니스트 유해리, 소프라노 서예리, 서선영과 피아노 듀오인 신박 듀오,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 전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노 이재우, 지휘자 최수열, 정주영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또한,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원주시립교향악단, 그리고 음악제 초창기 GMMFS 오케스트라에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펼쳐진다. 지난 2004년 음악학교로 시작하여 지난해 엠픽 아카데미까지 20여 년간 꾸준히 음악제의 또 다른 정체성을 지켜왔던 교육 프로그램은 [대관령 아카데미]로 개편해 전도유망한 실내악팀을 대상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멘토십 프로그램’과 저명연주가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마스터클래스’,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가해 음악적 소통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여름음악제 기간 중 진행될 예정이며 곧 모집공고가 나갈 예정이다. 매년 강원도민들의 큰 호응을 얻는 '찾아가는 음악회' 또한 강원도 전역에서 8회를 진행하며 자세한 사항은 곧 공개할 예정이다. 온 가족이 자유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시네마 콘서트 형식으로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찾아가는 가족음악회'도 도내 여러 곳을 찾아갈 예정이다. ‘찾아가는 가족음악회’는 퍼커셔니스트 브뤼노 데무이에르(Bruno Desmouillieres)와 아코디어니스트 파스칼 팔리스코(Pascal Pallisco)가 프랑스 무성영화를 배경으로 재미있고 예술적인 감각으로 구성한 음악들을 선보이며 좀 더 가까이 관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또한, 형식과 제약 없이 관객과 아티스트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와의 커피’와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렉처’와 ‘와인 아카데미’ 등 음악제 기간동안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를 마련하며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곧 공개할 예정이다. 제20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메인콘서트] 공연 티켓은 오는 5월 3일(수) 오후 2시부터 음악제 홈페이지(mpyc.kr/tickets)와 인터파크 티켓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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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백제왕궁에서 특별한 밤전북 익산시가 백제왕궁(왕궁리유적)에서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달빛공연'과 '천년별밤캠프'가 마련돼 관심을 끌고 있다.28일 시에 따르면 다양한 장르의 ‘백제왕궁 달빛공연’이 12회에 걸쳐 매주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이 공연은 문화재청과 전라북도·익산시가 주최하고, (사)세종전통예술진흥회 전북지부 주관으로 국악, 클래식, 퓨전국악, 실용음악, 재즈, 팝페라, 비보이 퍼포먼스, 판소리까지 선보인다.첫 무대는 오는 29일은 ‘팝페라 사과나무’의 팝페라 공연이다.팝페라 사과나무는 2006년 창단해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룹으로, 팝페라를 중심으로 4중창, 뮤지컬, 가요,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와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실력있는 크로스오버 그룹이다.공연과 함께 사리장엄구 무드등 만들기와 왕궁리 오층석탑 쌓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또 길청소년활동연구소가 주관하는 ‘2023 세계유산 백제왕궁 천년별밤캠프’도 매주 토요일 진행된다.29일을 첫 시작으로 10월까지 총 8회 진행될 예정인‘이 캠프는 1박 2일 동안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백제를 즐길 수 있다.캠핑형 체험으로 1일차 ‘왕궁올림픽’, ‘천년별빛축제의식’, ‘천년소원나눔(탑돌이 소원나눔)’과 2일차 ‘백제왕궁 해맞이’, ‘백제왕궁 힐링요가’, ‘미륵사지 이야기 산책’으로 백제인과 하나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시 관계자는 "세계유산 백제왕궁에서 펼쳐지는 달빛공연과 천년별밤캠프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며 "특별히 허락된 하룻밤 입궁에 시민과 관광객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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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일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 한국전통음악 렉처 콘서트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이 2023년 한-EU 수교 60주년 기념 문화외교 행사의 하나로 특별 전통 렉처 콘서트를 개최한다. 김효영(생황/피리), 정민아(가야금), 권효창(장구), 황재인(해금), 한국 전통음악의 실력파 연주자 4인이 전통 국악부터 창작 국악까지 폭넓고 흥미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여기에 평론가 윤중강이 각 곡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들과 흥미로운 해설을 더해 현지 관객들에게 한국 전통음악을 깊게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해설을 맡은 윤중강은 1985년 제1회 객석예술평론상으로 등단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평론가다. 현재는 연출가이자 축제 예술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있다. 누구보다 사람 냄새 나는 솔직한 글쓰기로 유명하다. 작곡가 김효영은 한국의 대표적인 생황연주가이자 지속적으로 생황 음악을 만들고 있는 작곡가이다. 김효영은 다른 악기와 타 분야와의 과감한 시도와 접목으로 전통음악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가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가야금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 정민아가 '모던 가야그머'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홍대 인디클럽을 중심으로 공연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에는 소외된 삶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권효창은 음악그룹 '상자루'의 멤버이자 전통음악, 연희를 공부했다. 장구, 꽹과리를 위주로 작곡, 음악감독, 연희퍼포머, 밴드, 수필 등 장르의 구분 없이 경계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재인은 국악과 서양음악 두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이자 해금연주자이다. 황재인은 가야금 세대를 위한 음악 '고다(Simmering)'의 뮤직비디오(2019, P. Lindborg 감독)가 칸 단편영화제를 포함해 여러 영화제에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고, 영국의 Black Dot Press에서 출판됐다. Program Gilnori / Binari 길놀이 / 비나리 Sangryeongsan 상령산 Suryongeum 수룡음 Upbinding the Two 둘 묶어내기 A Good Harvest Song / Cheonan Three-Forked Road 풍년가 / 천안삼거리 Whatever We Are 무엇이 되어 Puri for Saenghwang 생황을 위한 푸리 Sanjo Ensemble 산조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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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국악당, 김숙자 선생 30주기 추모공연 '춤의세계'서울남산국악당과 김숙자춤보존회가 고(故) 김숙자 선생 30주기 추모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오는 19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김숙자 춤의세계'에서는 경기도당굿 무속 예술을 기반으로 활동한 김숙자 선생의 예술적 가치를 담은 다양한 춤을 만날 수 있다.액을 물리치고 축원을 전하는 '비나리'를 시작으로, 무굿의 의식행사에서 처음 행해지는 '부정놀이춤'이 이어진다.김숙자 선생의 부친이자 화성재인청 소속 재인이던 김덕순 선생으로부터 유래된 '승무',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의 '25현 가야금' 연주, 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입춤'의 소고놀이 등을 만날 수 있다. 김 선생의 춤을 담은 영상과 김숙자류 전통춤의 대표 레퍼토리 '도살풀이춤'도 볼 수 있다.김숙자춤보존회에는 김숙자 선생의 딸인 김운선과 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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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리꾼들의 ‘힙’하고 ‘딥’한 소리 판 국립창극단 '절창'국립창극단은 17~1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신작 ‘절창’을 공연한다. 국립창극단은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수궁가’를 선정해 4시간가량 소요되는 원전을 100분으로 압축하고, 여러 음악적 구성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담아 각색했다.‘고고천변’과 ‘범피중류’ 등 주요 대목을 독창과 합창으로 들려주고 판소리 리듬에 맞춰 가사를 주고받는다.김준수와 유태평양이 소리꾼으로 출연한다. 국립창극단의 최영훈(거문고)과 조용수(고수), 객원 연주자 전계열(타악)과 박계전(피리·생황)은 라이브 연주를 담당한다.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絶唱)’은 국립창극단이 이 시대 젊은 소리꾼의 진면목에 주목해 2021년 시작한 기획 시리즈다. 참신한 구성과 현대적인 무대를 바탕으로 소리꾼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치며 관객과 더욱 친밀하게 교감하는 새로운 형태의 판소리 공연이다. "판소리와 창극이 지닌 장점을 두루 살린 새로운 형식” 등 호평을 받았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국립창극단은 이번 시즌 두 편의 레퍼토리에 이어 신작까지 차례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절창’에서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수궁가’를 선정,완창하려면 4시간가량 소요되는 원전을 100분으로 압축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각색해서 들려준다. 초연 시 ‘고고천변’ ‘범피중류’ 등 주요 대목을 독창뿐만 아니라, 판소리 장단에 맞춰 가사를 주고받는 등의 다양한 입체창 방식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2년 만에 돌아온 이번 무대에서는 평소 막역한 친분을 보여 온 김준수와 유태평양의 더욱 차진 호흡을 기대할 만하다. '절창Ⅱ'는 국립창극단 민은경과 이소연이 꾸미는 판으로 2022년 초연했다. 민은경과 이소연은 각자의 주 전공인 ‘춘향가’와 ‘적벽가’를 중심으로 서로의 소리를 넘나들며 연극적 재담의 묘미를 살린 입체창과 역할극을 선보인다. 대중에게 다소 낯선 ‘적벽가’의 서사를 순차적으로 전개하고 그 흐름에 맞춰 ‘춘향가’ 장면을 뒤섞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 신작 '절창Ⅲ'의 주인공은 밴드 ‘이날치’의 보컬로 이름을 알린 안이호와 국립창극단에서 매 작품 열연을 펼치는 이광복이다. 안이호가 부르는 ‘수궁가’와 이광복이 부르는 ‘심청가’로 구성되며, 판소리의 본질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각 작품의 주요 대목을 원전 그대로 충실하게 부르는 데 중점을 둔다. 음악적으로는 북․장구․징 등 여러 타악기를 활용해 볼륨감을 풍성하게 살리고, 동해안별신굿 가락을 판소리에 접목해 기존 소리 장단을 변형해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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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악·가·무 펼치는 '일무', 5월에 돌아온다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돌아온다. 악·가·무가 어우러진 궁중문화를 모던하게 풀어내 지난해 초연 당시 큰 관심을 받았던 한국무용이다.서울시무용단은 '일무'를 오는 5월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다고 10일 밝혔다.지난해 정혜진 단장과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일무는 제작극장을 표방한 세종문화회관의 첫 작품이다. 작년 5월, 정혜진 단장과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일무'는 ‘제작극장’을 표방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첫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무용 초연으로는 이례적으로 3022석 세종대극장에서 4회 공연을 펼치며 75%를 웃도는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세종문화회관은 올해 공연을 통해 '일무'를 서울시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의 문화유산 '종묘제례악'에서 출발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거행되는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기악과 노래, 춤을 말한다. 그 중 제례무를 일컬어 '일무(佾舞)'라 하는데 하나로 열을 맞추어 춤을 춘다는 뜻이다.세종문화회관의 '일무'는 종묘제례무를 모티브로 하지만 원형의 재현이 아닌 새롭게 창작된 춤이다. 서울시무용단 소속 55명 무용수가 열을 맞춰 대형군무를 선보인다. 장엄함과 웅장함을 넘어 한국예술의 특징인 조화와 균형미를 담은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대를 펼쳐 보인다. 올해 공연은 초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수정·보완해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과 국내외에서 많은 팬 층을 지니고 있는 현대 무용가 김성훈(영국 Akram khan 무용단 단원)과 김재덕(싱가포르 T.H.E 댄스컴퍼니 해외상임안무자)이 안무를 맡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가 연출과 미장센을 맡아 초연의 탄탄한 팀워크를 재연한다. 안호상 사장은 ''일무'를 통해 서울시예술단의 성공 가능성과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하였다. 2023년 새롭게 선보이는 '일무'는공연은 초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수정·보완해 3막 '죽무' 를 추가해서 총4막으로 재구성...완성도를 더욱 높여 선보인다. 1막 ‘일무연구’, 2막 ‘궁중무연구’, 3막 ‘죽무’, 4막 ‘신일무’로 재편성하였다. 특히 2막 ‘궁중무연구’는 ‘춘앵무’만 남기고 ‘가인전목단’을 과감하게 삭제하였으며, 신일무로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3막인 ‘죽무’를 추가해 극적 에너지를 응축해, 4막 ‘신일무’에서 강하게 발산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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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관현악, 탐(耽) 탐(探)할 가치 있는 길3월의 마지막 날, ‘가장 익숙한 국악관현악을 탐(耽)하고, 가장 낯선 국악관현악을 탐(探)하다!’를 주제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 공연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졌다. 이번 무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며 사랑받은 레퍼토리를 선정, 해당 작곡가에게 국악관현악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신작을 위촉하여 대표 레퍼토리와 한 무대에서 연주되었다. 무대의 작품으로는 한국 창작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3인 박범훈·김대성·황호준의 음악이 선정되어, 이들의 대표곡과 위촉 신작을 각 2곡씩 감상할 수 있었다. 원영석 지휘자가 지휘를 맡았으며, 창작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정상급 작곡가들의 음악세계를 탐험하는 동시에 낯설고도 익숙한, 국악관현악 레퍼토리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로 펼쳐졌다. 국악관현악은 ‘국악기만으로, 또는 국악기를 중심으로 서양 오케스트라 악기를 추가 편성하는 대한민국 국악의 관현악 형식’을 뜻한다. 조선 후기 서양식 관현악 개념이 자연스레 도입되며 국악계에서도 국악관현악 형식이 생겨났는데, 다양한 악기를 배치하여 소리의 조화와 대비 효과를 노리는 서양식 관현악 형식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합주에서도 적용하여 현재까지 꾸준히 다양한 악곡이 만들어지고 연주되고 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995년 창단된 이래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작곡가들과 함께 독자적 양식과 한국적 미학을 탐색하며 한국 창작음악의 시대를 선도해 왔으며, 늘 완성도 있는 연주를 선보여왔기에 이번 무대가 특히 기대되었다. 가장 익숙한 국악관현악을 탐(耽)하다 공연은 총 1,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세 작곡가의 많이 대표작들이, 2부에서는 위촉 초연작들이 연주되었다. 1부의 문을 활짝 연 음악은 황호준 작곡가의 ‘국악관현악 이슬의 시간’이었다. 2021년에 위촉 초연되었던 ‘이슬의 시간’은 황호준 작곡가의 동명 자작시 ‘이슬의 시간’에 펼쳐진 정서적 전개를 국악관현악으로 형상화한 곡으로, 국악관현악 작품에서 각 악기 군의 음향적 역할에 대해 탐구하며 악기들 각각의 축소와 확장을 교차 진행하여 음악적 색채를 나타내고자 하였다고 한다. 곡 설명처럼, 음악은 시작부터 악기들 각각이 지닌 고유한 음색이나 음향을 뚜렷하게 나타내며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보였다. 화성적인 진행과 나열에 치중하기보다는, 짧은 리듬 꼴을 반복하여 드러내거나 장단 위에서 각 악기의 특색을 도드라지게 연주하며 화합을 이루었다. 하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곡의 초반에 보였던 음향적인 부분보다는 감정적이고 서정적인 극적인 요소에 음악이 치중돼 갔다. 단조와 장조를 넘나들며 다양한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훌륭하였으나, 조금 더 하나의 테마나 주제 선율 혹은 악기의 특색이 더 표현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두 번째로 김대성 작곡가의 '금잔디'가 연주되었다. 김대성 작곡가는 민요·풍물·무속음악 등 한국음악의 현장 연구와 체험을 기반으로 현장성 짙은 음악을 선보이며 한국음악의 발전 가능성을 증명해온 작곡가로, 자신의 창작곡에 적극적으로 주제 의식을 담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금잔디는 고구려 산성에 핀 한 송이의 꽃을 보고 험난한 역사를 견뎌온 고구려인과 현대의 민중을 떠올리며 작곡된 곡이다. 굿거리 풍으로 시작되어 3박 계열로 시원스레 연주되는 이 곡을 듣는 내내 국악기로 우리 음악의 고유한 장단과 어법을 연주하는 것이 가장 한국적이고 국악관현악에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 곡에서는 김대성 작곡가가 각 악기의 특성을 뚜렷하게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군더더기 없는 음계의 사용뿐 아니라 적재적소에 각 악기가 활용되어 음악적으로 조화를 이루었으며, 단순하게 흘러가는 선율을 받쳐주는 화성 진행은 뻔하지 않고 독특하면서도 편안했다. 또 확실하게 들려주는 주제 선율은 이 곡의 완성도를 크게 높여주었다. 한민족의 역동적 힘과 굳건한 의지는 이 곡에서 힘차게 그 책임을 다했다. 1부 마지막 곡으로는 국악관현악 대표곡으로도 손꼽히는 박범훈 작곡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뱃노래'가 연주되었다. 30년 넘게 끊임없이 연주되어 온 국악관현악 대표 레퍼토리인 이 곡은 경기민요 ‘뱃노래’를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 곡이다. 나발과 나각, 태평소와 타악의 조합은 힘 있게 출항하는 거대한 배를 연상시켰으며, 우리 전통의 강인한 특색을 그 어느 곡에서보다 대중적이면서도 위엄있게 표현한 부분이었기에 웅장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전통적인 선율, 민요의 어법과 장단이 가장 우선되어 음악이 이끌어 가는 부분에서는 국악기의 매력이 크게 돋보였으며, 이 곡이 오랜 세월 동안 계속해서 사랑받고 꾸준히 연주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낯선 국악관현악을 탐(探)하다 2부 순서는 세 작곡가들의 위촉 초연 곡들로 이루어졌다. 첫 무대는 황호준 작곡가의 '에렌델;. 지구에서 129억 광년 떨어진, 최장 거리의 별인 에렌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고대어로 ‘새벽별’ 또는 ‘떠오르는 빛’을 의미하는 에렌델을 바라보며, 우주의 탄생 과정에서 생성되는 빛과 소리를 상상해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우주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니 작곡가 홀스트(Gustav Theodore Holst)의 ‘행성 모음곡’이 떠올랐다. 웅장하고 위엄 있으며 신비로운 우주를 연상시키는, 일반적이고 대중적으로 연상되는 우주의 느낌을 서양음악으로는 익숙하게 감상해 왔으나 우리 음악, 전통적인 느낌으로는 접하지 못하였기에, 이 음악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되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보다 곡은 더욱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국악기의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색이 그려내는 에렌델은 강인하고 신비로웠다. 단조 스케일에 b2를 활용하여 어둡고 오묘한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아쟁과 콘트라베이스 등의 베이스 악기는 계속해서 반음계적 베이스라인을 반복 연주해 음악의 색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뻔하지 않은 화성 진행과 대중적이면서도 현대음악적 선율, 확실한 주제 선율과 국악기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음색의 조화는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에렌델의 이미지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다음으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서 영감을 받은 위촉 초연작 교향시 ‘동양평화(東洋平和)’가 연주되었다. 음악은 7발의 총성으로 시작했다. 모든 악기가 포르티시모(fff)로 격렬하고 짧게 총성을 울리고, 박자는 2/4, 3/4, 4/4, 5/4, 3/4박으로 마디마다 변화했다. 이는 표적을 향해 쫓아가는 총성의 박자가 고정되고 안정될 수 없다는 표현으로, 마치 진짜 총성이 울리듯 강렬하고 극대화된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7발의 총성 이후 아쟁으로 들려준 어긋난 불협화음에서는 우리 민족이 겪었던 이루 말할 수 없는 설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곡에서는 특히 찰현 악기의 효과가 크게 드러났다. 아쟁의 오묘한 화성으로 진행되는 베이스 라인과 해금의 가냘프지만 굳건한 음색의 조화는 마음을 흔들었다. 깊이 있고 힘 있는 주제 선율과 악기군의 역동적 확장, 계속되는 반음계 진행의 낯섦은 아팠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했다. 한·중·일 3국의 전통민요가 어우러진 부분도 크게 와닿았다. 어두운 불협화음의 코드 위에 희망을 나타내는 화합과 상생의 주제 선율이 연주된 부분은 지난 역사를 절대 잊지 않고 자각하는 동시에 평화와 희망을 그려내자는 주제가 확연히 드러났다. 음악으로 메시지를 담는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훌륭한 무대였다. 마지막 무대는 박범훈 작곡가의 ‘가기게’. 이 곡은 보통의 협주와 달리 별도 독주자 없이 관현악을 이루는 각 악기 군이 서로 독주의 역할을 번갈아 맡는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제목인 ‘가기게’는 해금의 가락을 구음으로 표현한 것으로, 자연스레 추임새가 나올 정도로 흥겨운 곡이었다. 실제로 원영석 지휘자는 관객석을 향해 몸을 돌려 추임새와 박수를 유도하고, 연주자들도 ‘가기게’와 ‘얼쑤’ 등 추임새를 외치며 공연장의 모든 이들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었다. 악기들이 허튼타령을 중심에 두고 솔로 연주를 펼쳐 악기의 매력을 드러내고, 우리 장단과 우리 음악의 신명과 흥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이 무대는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 국악관현악의 미래를 고민하는 원로 작곡가의 생각과 음악에 대한 사랑이 모두 묻어난 무대였다. 특히 이 공연에서는 원영석 지휘자의 지휘가 밝게 빛났다. ‘가기게’에서 자연스럽고 신명 나게 관객들을 음악에 동화시킬 수 있던 것도, ‘동양평화(東洋平和)’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생각하며 눈물을 자아낸 것도 원영석 지휘자 특유의 유쾌함과 감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모든 곡을 완전히 분석한 듯한 거침없고 카리스마 있는 그의 지휘는 연주에 온전히 몰입하고 홀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국악관현악이 가야 할 길은 어떤 길일까. 국악기는 본래 독주 악기로만 연주되었으며 음색이 뚜렷하고 특징이 진해 서양의 오케스트라처럼 자연스레 합주로 묻어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많다. 하지만 오랜 기간 국악관현악은 계속해서 연주되고, 발전되어 왔으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였다. 지금도 수많은 국악인들은 국악기가 지닌 고유한 색채와 전통적인 어법과 대중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국악관현악을 연주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을 우선에 두는 것이 아닐까. 3월의 마지막, 날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웃겨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무대. 우리 음악의 멋과 고유한 본질을 음악적인 우선으로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간다면, 앞으로의 국악, 국악관현악은 익숙하고도 낯선 그 어떠한 예술 형태를 탐(耽)하고 탐(探)하며 끊임없이 발전해 나갈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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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진국악실험무대’ 오를 창작·전통 신진예술가 공모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김삼진)이 ‘2023 신진국악실험무대’에 오를 창작 및 전통분야의 신진 예술가를 모집한다. 신진국악실험무대는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신진 예술인·단체 육성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신진 예술가들의 예술 경쟁력 강화와 활동 기반 구축을 위한 레퍼토리 개발과 무대를 지원한다.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사업을 이관받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신진 국악 예술인을 발굴·육성할 수 있는 수행기관을 선정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운영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신진 예술가들의 지속적 활동 지원과 예산 절감을 위해 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또한 기존에 운영했던 창작 분야에 더해 전통 분야를 신규 개설해 순수 전통음악의 기량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올해 신진국악실험무대는 창작 분야와 전통 분야로 구분해 모집하며 4월 3일부터 7일까지 접수가 진행된다.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신진 예술인·단체들은 레퍼토리 개발과 무대화를 위한 육성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또 신진국악실험무대가 신진들의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한 워크숍,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된다.지원 자격은 전통공연예술 분야의 활동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만 40세 이하 개인 및 평균연령 만 35세 이하의 예술인 단체다. 창작 분야는 전통예술에 중점을 둔 창작 레퍼토리 개발을 통해 공연이 가능한 단체 또는 개인, 전통 분야는 순수 전통예술에 기량을 나타낼 수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이 신청 가능하다.선정된 20개 내외의 예술인 단체는 최소 300만원부터 최대 800만원 이내의 출연료를 지원받아 올해 8월~9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서 신진국악실험무대의 공연을 하게 된다. 통합 홍보물, 사진영상 기록 촬영, 공연에 필요한 시설·장비도 지원된다.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김삼진 이사장은 "많은 신진 예술인들을 발굴해온 신진국악실험무대를 올해부터 재단에서 직접 운영해 지속적인 활동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창작 분야에서 전통 분야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 예술가들의 기량 향상과 레퍼토리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공모에 창의적 신진 예술인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이번 공모의 일정과 신청 및 접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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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국악관현악단, 명연주자 시리즈…'거장의 순간'세종문화회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올해 첫 공연으로 '명연주자 시리즈-거장의 순간'을 4월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린다.'명연주자 시리즈'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지난해부터 선보인 레퍼토리로, 이 시대 최정상 연주자를 조명하는 자리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인 김일구 명인, 해금연주가 김애라 명인, 피아니스트 박종화가 협연자로 나선다. 이번 공연에서 김일구 명인은 판소리적 요소가 강하며 뛰어난 예술성과 고도의 표현력을 요하는 '김일구류 아쟁산조에 의한 협주곡'을 선보인다. 김일구 명인의 아쟁산조는 아쟁 특유의 애절하면서도 화려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김해라 명인은 동해안 별신굿을 바탕으로 8개의 짧은 악곡이 쉼 없이 이어지는 도날드 워맥 작곡의 '해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혼무' 무대를 꾸민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악장이기도 한 김해라 명인은 크로스오버 등 창작 음악 분야에서도 활동하며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박종화는 천재 작곡가 김순남을 작곡가 김대성의 새로운 음악언어로 그려낸 위촉 초연작 '피아노 협주곡 초혼(招魂)'을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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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돈화문국악당 대표 레퍼토리 '산조대전'서울돈화문국악당은 우리나라 민속악의 대표 기악 독주곡인 산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공연 '산조대전'을 9일(목)부터 29일까지 선보인다. 2021년 첫 선보인 ‘산조대전’은 매년 일부 회차 전석 매진으로 코로나 시국에도 굳건한 저력을 입증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대표 레퍼토리이다. 산조는 민속악에 뿌리를 둔 대표적인 기악 독주곡으로 연주자와 고수, 두 사람이 무대에 등장하여 장단의 틀에 맞춰 연주하는 형태로 연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곡이다. 지난 2년간 산조의 넓이와 깊이를 보여준 산조대전은 올해 유파별 산조의 계승을 이어가는 23명의 예인과 ‘성음’을 주제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자연주의 음향 공간인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장점을 살려 별도의 음향 장비 없이 생동감 있는 연주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이다. 국악 기악 분야를 대표하는 중견·명인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해 공연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유영주(거문고), 정수년(해금), 전북대학교 한국음악과 교수 정회천(가야금),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 김일륜(가야금) 외에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보유자 지성자(가야금), 부산특별시 무형문화재 박대성류 아쟁산조 예능보유자 박대성(아쟁), 원장현류 대금산조의 원장현(대금), 김일구류 아쟁산조의 김일구(아쟁) 등 23명의 연주자의 무대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산조를 무대에서 만나는 시간 외에도 관록의 명인에게 산조를 직접 배워볼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도 준비되어 있다. 가야금 지성자 명인, 아쟁의 김일구 명인이 산조의 음악성과 깊이를 전수하는 시간을 가진다. 마스터 클래스는 국악 전공자를 대상으로 10명의 신청자를 모집하여 진행하며, 참가 신청은 2월 20일부터 서울돈화문국악당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2023년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세 번째 기획공연 <산조대전>은 3월 9일부터 26일까지 목·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6시에 공연된다. 티켓은 전석 2만원으로 서울돈화문국악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2023 산조대전 > 출연진 및 공연일정 일정 연주자 유파 9일(목) 19:30 장삼수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배호영 윤윤석류 아쟁산조 10일(금) 19:30 이지예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원나경 지영희류 해금산조 11일(토) 18:00 이선화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서정호 박종선류 아쟁산조 12일(일) 18:00 이 준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김보미 지영희류 해금산조 16일(목) 19:30 박경소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박상후 서용석류 대금산조 17일(금) 19:30 유영주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정수년 김영재류 해금산조 18일(토) 18:00 오경희 서공철류 가야금산조 19일(일) 18:00 허익수 신쾌동류 거문고산조 23일(목) 19:30 정회천 최옥산제 함동정월류 가야금산조 심상남 서용석류 대금산조 24일(금) 19:30 김일륜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박환영 박종기제 대금산조 25일(토) 18:00 지성자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박대성 박대성류 아쟁산조 26일(일) 18:00 안옥선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원장현 원장현류 대금산조 김일구 김일구류 아쟁산조 ※ 프로그램은 출연자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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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박범훈·김대성·황호준... '탐하고 탐하다'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김성진)은 관현악시리즈Ⅲ <탐(耽)하고 탐(探)하다>를 3월 31일(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대표 레퍼토리를 탄생시킨 작곡가들은 한국 창작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3인 박범훈‧김대성‧황호준이 함께한다. 작곡가 박범훈은 국악기 개량사업과 민속음악 중심의 레퍼토리 개발 등으로 한국 창작음악의 토대를 다지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가 작곡한 수백 개의 창작곡 중 1994년 한국‧중국‧일본 민족음악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아시아 창단 연주회>에서 초연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뱃노래’를 연주한다. 경기민요 ‘뱃노래’ 가락을 주선율로 바다를 향해, 세계를 향해 출범하는 대선(大船)의 모습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함께 위촉 초연되는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가기게’는 최초로 시도되는 새로운 형식의 협주곡이다. 보통의 협주와 달리 별도의 독주자 없이 관현악을 이루는 각 악기군이 서로 독주의 역할을 번갈아 맡는 형식이다. 작품 제목인 ‘가기게’는 해금의 가락을 구음으로 표현한 것으로 자연스레 추임새가 나올만한 흥겨운 곡이다. 김대성은 민요·풍물·무속음악 등 한국음악의 현장 연구와 체험을 기반으로 현장성 짙은 음악을 선보이며 한국음악의 발전 가능성을 증명해온 작곡가로, 자신의 창작곡에 적극적으로 주제 의식을 담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곡은 2019년 <내셔널 & 인터내셔널>에서 위촉 초연된 ‘금잔디’다. 고구려 산성에 핀 한 송이의 꽃을 보고 험난한 역사를 견뎌온 고구려인과 현대의 민중을 떠올리며 작곡한 곡으로 월북 작곡가 리건우의 가곡 ‘금잔디’를 중심으로 경기도당굿 중 올림채장단 등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서 영감을 받은 위촉 초연작 교향시 ‘동양평화(東洋平和)’역시 작곡가가 지닌 주제 의식이 짙게 발현되는 곡이다. 7발의 총성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김대성이 작곡한 ‘평화의 동기’가 반복·변주되고 한국의 아리랑을 포함한 일본과 중국의 전통민요가 엮이며 평화의 소중함과 상생의 의지를 강하게 전한다. 황호준은 ‘한국적인’이라는 틀과 ‘국악’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벗어나 ‘지금 바로 여기’의 음악을 창조하고 있는 작곡가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위촉 작업을 하며 국악관현악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실험해왔다. 국악관현악 ‘이슬의 시간’은 2021년 이음 음악제 <상생의 숲> 공연에서 위촉 초연한 후 빠르게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곡으로, 어두운 세상이 환한 빛 가득한 세상으로 이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서사성 짙은 음악으로 담아냈다. 이와 함께 첫선을 보이는 국악관현악 ‘에렌델(Earendel)’은 지구에서 129억 광년 떨어진, 최장 거리의 별인 에렌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고대어로 ‘새벽별’ 또는 ‘떠오르는 빛’을 의미하는 에렌델을 바라보며, 우주의 탄생 과정에서 생성되는 빛과 소리를 상상해 음악으로 풀어냈다. 지휘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 교수이자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등을 역임한 원영석이 맡았다. 오랜 시간 탐(耽)닉해온 레퍼토리와 미래를 위해 탐(探)구한 신작, 국악관현악의 과거·현재·미래를 한자리에서 마주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한편,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공연 전 관객포커스 ‘탐-탐: 청음회’를 열어 관객의 이해도를 높인다. <탐(耽)하고 탐(探)하다>에서 연주될 곡의 실황 음원을 관현악 총보를 보며 감상하고, 작곡가와 지휘자의 해설을 직접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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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한국문화원, ‘2023 코리안 클래식 음악제’ 첫 공연 만석스페인 한국문화원(원장 오지훈)은 전세계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첼리스트 최하영의 공연을 지난 3월 2일 오후 12시(현지시각) 마드리드 최고 예술교육기관으로 꼽히는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 콘서트홀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주스페인 한국문화원과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최하영의 리사이틀을 ‘2023 코리안 클래식 음악제’의 첫 번째 공연으로 개최하였다. 이번 공연은 첼리스트 최하영이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 요아킴 칼(Joachim Carr)과 호흡을 맞추며 20세기에 작곡된 작품들로 레퍼토리를 꾸렸다. 공연은 러시아의 대표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으로 시작과 끝을 맺었으며, 화려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작품인 브리튼의‘첼로 소나타 C장조 Op.65’와 루토스와프스키의‘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용 중 그라베’를 선보이며 낭만주의 음악과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날은 한파주의보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기 위해 왕립미술원이 있는 알칼라 거리에 관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였으며, 230석 만석을 이뤘다. 문화원과 공동으로 이번 연주회를 기획한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의 사무총장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 데 부스토스(Jose Luis Garcia de Bustos)는 "프로그램북을 보면 최하영의 이력을 볼 수 있지만, 이 몇 줄의 말로는 최하영의 음악적 감각을 모두 소개할 수 없다.”며 극찬을 보냈다. 또한, 작년부터 최하영이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 레이나 소피아 고등음악원의 학생들도 이번 공연을 찾아와"마드리드에서 처음으로 열린 최하영의 공연을 관람하게 되어 기쁘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연주를 듣게 되어 영광이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첼리스트 최하영은 2011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최연소 1위, 2018년 펜데레츠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일찍이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독주회, 오케스트라 협연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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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신기술융합 콘텐츠 체험 공간 ‘별별실감극장’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신기술융합 콘텐츠 체험관 ‘별별실감극장’을 3월 7일(화)부터 일반 관객에게 공개한다. 공연예술과 최신기술을 융합한 체험형 공간인 ‘별별실감극장’은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활용해 360도로 펼쳐지는 영상과 고품질 사운드로 새로운 예술적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 ‘별별실감극장’은 ‘몰입형 콘텐츠의 서막’이라는 부제로 개발된 총 두 편의 미디어아트로 구성된다. 10분 내외의 시간 동안 관객은 국립극장 공연예술 역사를 돌아보고 눈으로 보는 국악관현악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1부는 ‘서막(序幕), 역사를 쌓다’로 국립극장에서 활동한 9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과 포스터를 소재로 장르별 개성이 묻어나는 다채로운 영상이 펼쳐진다. 국립극단의 '산불'(1962)부터 국립창극단의 '귀토'(2021)까지 1950년 개관 이후 공연예술의 맥을 이어온 국립극장의 역사적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총 10개의 포스터가 미디어아트와 만나 색다른 시각적 재미를 선사한다. 2부는 ‘희망을 위한 영가(靈歌), 바르도’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한 작곡가 황호준의 국악관현악곡 ‘바르도‘와 함께 감상하는 영상 콘텐츠다. 작곡가는 죽은 이가 환생하거나 자유를 찾기까지 머물게 되는 중간 상태를 뜻하는 티베트 불교 용어 바르도에서 영감을 얻었다. 민요 ’새야새야 파랑새야‘를 주제 선율로 망자의 영혼이 무사히 좋은 곳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곡으로 친숙한 선율과 수준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인기 레퍼토리로 손꼽힌다. 영상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영혼이 절대적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수묵 담채화 풍의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다. ’별별실감극장‘은 공연예술박물관 1층, 기존 별오름극장 공간에 위치한다. 1층 로비 공간에는 증강현실 및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해 무대 위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는 ’별별체험존‘도 마련했다. 움직이는 포스터에 본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무빙포스터 코너와 공연 속 주요 등장인물의 분장과 의상을 가상으로 체험하는 분장·의상 체험 코너가 있다. 국립극장은 최신기술과 공연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신기술융합 콘텐츠를 지속해서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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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음악,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에서 현대의 음악으로2월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과 서울돈화문국악당의 공동기획으로 ‘2023 한국즉흥음악축제’가 열렸다. ‘2023 한국즉흥음악축제’는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클래식, 재즈, 전자음악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공존, 확장, 상생의 무대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약 20명의 예술가들이 즉흥음악에 대한 고민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자유롭고 대담하게 풀어낸 돈화문국악당에서의 ‘프린지’ 공연과, 현재 예술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음악가들의 새로운 조합으로 펼쳐진 서울남산국악당의 ‘한옥 공연’, ‘메인 공연’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복합적인 사운드와 퍼포먼스 함께하는 무대 ‘즉흥음악’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4일에 걸쳐 펼친 이 공연의 마지막 날, 남산국악당에서 열린 마지막 메인 공연을 관람하였다. 전통 국악기와 보이스, 전자음악, 현대무용, DJ 등 매우 복합적인 사운드와 퍼포먼스가 함께하는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으며, 1부는 심은용, 기화, 리차드 두다스(Richard Dudas), 제라드 레드몬드(Jared Redmond), 2부는 박경소, 임용주, 백현진, 김오키, 3부는 왓와이 아트, 모어 모지민, Djilogue(vurt.) DJ의 무대로 펼쳐졌다. 공연을 보기에 앞서 가장 기대되었던 것은 ‘현장성’과 ‘합’, 그리고 즉흥음악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풀어낼지였다.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여 그 순간의 즉흥이라는 틀 안에서 음악을 만들어 갈 때 서로의 소리를 어떤 식으로 듣고 맞추어 나갈지, 어떤 장르의 즉흥을 선보일지 기대되었다. 즉흥연주의 사전적 의미는 ‘연주자 자신의 감흥에 따라 악곡의 전부나 일부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어 하는 연주’를 뜻한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연주를 뜻하는데, 물론 아티스트들끼리 어느정도의 음악적 약속은 존재하겠지만, 음악성과 자유로움을 순간적으로 가장 자유롭게 펼쳐낼 수 있는 ‘즉흥’이라는 장르 안에서 그들의 음악이 어떻게 발현될지 집중하였다. 또한 어느정도의 대중성이나 특수성을 고려하며 연주하는지 초점을 맞추어 관람하였다. 1부 무대에서는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 하피스트 기화, 전자 음악을 담당한 리차드 두다스(Richard Dudas), 키보디스트 제라드 레드몬드(Jared Redmond) 세 아티스트가 합을 맞추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하프의 활용이었다. 보통 하프 연주라고 하면 부드럽고 아름다운 아르페지오 기법이 가장 많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하피스트 기화의 연주에서는 하프의 새로운 소리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가장 특이했던 건 채를 들고 하프의 현을 치고, 긁는 것이었다. 서걱서걱한 투박함과 동시에 하프에서 나는 청아한 음색이 함께 어우러지며 오묘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프와 거문고가 서로 비슷한 느낌을 주고받기도 하고, 함께 같은 선율이나 리듬을 연주하며 합을 맞추는 느낌으로 음악이 진행되었는데, 전자 사운드와 키보드의 신스가 그 중간에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음악을 풍성하게 받쳐주었다. 웅웅대고 깊은 사운드 연출은 마치 동굴 속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느낌이었으며,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강했다. 음악은 끝날 때까지 선율이나 화성에 매이지 않고 오로지 분위기로 진행되는 느낌이었고, ‘사운드’에 주력하여 이런저런 소리를 다양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음악은 전반적으로 전자 사운드가 깔린 상태로 무조 음악(無調音樂), 말 그대로 악곡의 중심이 되는 조성(調性)이 없는 음악처럼 화성 진행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minor chord(단조)의 4음에 #을 붙여 반음계를 활용하는 선법을 연주하며, 동양적이고 묘한 색을 드러내 그들만의 색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아쉬웠던 것은 ‘조’의 개념이 너무 모호하게 느껴졌던 것인데, 완전히 무조성도 아니고, 조성도 아닌 진행으로 흘러가 중심이 되는 음악의 색이 잘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거문고와 하프를 뜯고, 활로 긁고, 채로 치는 등의 기법을 많이 도입함으로써 신선함은 느낄 수 있었으나, 음악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레퍼토리가 반복되고 악기의 고유한 음색은 거의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2부는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 타악/전자음악 임용주, 보컬 백현진,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함께 무대를 꾸렸다. 전자음악이 들어가며 어느정도 1부와 비슷한, 어둡고 웅웅대는 분위기와 사운드가 주를 이루긴 했지만, 악기의 구성이나 음악의 진행은 1부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2부 무대는 귀를 찌르는, 어떠한 소음이라 부를 수 있는 어지러운 사운드 안에서 한 줄기의 높은 데시벨의 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높고 낮은 공간음향 한 가운데에서, 굉장히 낮은 음역대의 투박한 색소폰 연주와 튕기는 농현으로 효과를 내는 가야금 소리가 어우러졌다. 악기의 고유 색 자유로이 표현 색소폰과 가야금은 무대가 끝날 때까지 같은 리듬 꼴이나 음의 구성, 효과 등으로 화합하여 연주하는 동시에 각 악기의 고유한 색을 자유로이 표현하여 진정한 즉흥음악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대중음악 장르에서 색소포니스트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오키의 연주는, 지금껏 많이 연주하던 편안하고 멜로디컬한 색소폰 음색과는 조금 다른, 낮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줌으로 더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박경소 가야금 연주자는 엄청난 파워로 가야금의 최대 사운드를 표출하거나, 리듬 섹션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동시에 악기 간의 빌드업, 호흡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 나가는 음악적 해석이 돋보였다. 그에 더해져 백현진의 약간의 의문이 드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그에 따른 전자 사운드가 얹어지며, 음악은 자유롭지만 체계적으로 흘러갔다. 서로의 연주에 귀 기울이고 호흡하며 각자의 기량을 뽐내는 그들의 무대는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3부 무대는 왓와이 아트, 모어 모지민, Djilogue(vurt.) DJ의 무대로 꾸며졌다. ‘왓와이 아트’ 앙상블은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아티스트 김웅식, 유홍, 강지은, 황진아로 이루어진 한국적 현대음악 단체로, 혁신적인 음악 탐구를 시도하는 팀이다. 무대는 장구 장단의 리드로 대금, 해금, 거문고가 조화롭게 남도제 계면조를 연주하는 시나위(즉흥성이 강한 전통 기악 합주)로 열렸다. 한국 전통음악의 대표적인 즉흥음악인 시나위를 연주함으로써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것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들의 연주에서 장단이나 조의 진행은 기존 전통의 시나위와 동일했으나, 각 악기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 특이했다. 대금은 텅잉 기법(혀를 리드에 대는 것에 의해서 숨의 흐름을 막는 관악기 특유의 연주 기법)등을 활용하여 대금의 바람 소리나 효과를 드러내었고, 해금 또한 농현을 더 짙고 굵게 연주하고 활을 강하게 쓰며 사운드에 강세를 두었다. 시나위가 연주되는 동안 함께 띄워진 영상에서는 무용수가 지하철역이나 거리에서 자유로운 몸짓으로 춤을 추었으며, 음악과 영상의 합이 잘 맞아떨어져 현대의 시나위를 보는 느낌이었다. 시나위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전자음악 사운드가 무대를 휘감았다. 그리고 연주자들이 악기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해금을 눕혀 활로 끼긱대는 사운드를 연출하고, 심벌과 거문고는 전자음으로 비틀어진 소리를 냈다. 점점 기괴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무용수 모어 모지민이 등장했다. 괴로운 듯한 동작과 뒤틀린 몸짓, 고통스러워하는 표정 연기가 가미된 그의 독무는 관객들 모두의 집중을 이끌어냈다. 그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는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냈으며,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였다. 음악 또한 기묘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특히 대금의 높고 센 바람 소리와 반음계를 많이 활용한 연주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란<Ran, 1985>에서 샤쿠하치가 사용된 음악이 떠오르기도 했다. 무용수의 내면 연기와 자유로운 동작들, 그리고 자유로이 흘러가며 합을 맞추는 연주가 즉흥으로 아름답게 펼쳐지던, 동양적이고 어두움과 환희가 공존하던 그 무대는, 예술 그 자체였다. 동시대 음악, 무한한 상상력 자극 한국즉흥음악축제는 고정된 음악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소통하는 즉흥음악을 통해 동시대 음악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주최 측은 이야기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무대의 음악은 예술성이 높았으며 연주자들의 실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과연 이 무대가 관객과 음악으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대중적이기보다는 난해함에 가까웠고, 악기가 낼 수 있는 다양성은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음악적으로 쉽게 듣고 공감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난해하다는 것은 상대적이고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즉흥이라는 장르에서 좀 더 대중적으로 익숙한 화성과 리듬을 적절히 조화롭게 섞어가는 등의 시도 또한 존재했다면 더욱 다채로운 무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통과 전통 예술이 점차 주목받고 수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이다. 그럴수록 더더욱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예술적 방향을 뚝심 있게 가져가고 발전시키는 동시에 난해하다고 치부되는 현대음악을 넘어서 ‘현대의 음악, 현대의 전통’을 지향하는 고민을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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