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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삶 담긴 음식 문화는…조선의 '요리 비법'을 찾아서"임금의 복통과 설사가 심하여 약방에서 입진(入診·궁중에 들어가 왕을 진찰함)하고 황금탕을 지어 올렸다." (경종실록 1724년 8월 22일 기사) 1724년 조선의 제20대 임금인 경종(재위 1720∼1724)은 여러 날 동안 아팠다. 병환이 낫지 않아 수라를 드는 것도 힘들어했고, 여러 의원이 번갈아가며 진찰하기도 했다. 복통으로 시달리던 경종이 끝내 숨을 거두게 된 원인으로 지목된 건 생감과 게장이었다. 조선 후기부터 전해지는 한글 요리서 '음식방문이라'는 과실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감과 배와 게를 함께 먹지 말라"는 내용이 실려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기에 널리 쓰인 '요리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최근 펴낸 '조선 요리 비법: 장서각 소장 주식방문·음식방문이라·언문후생록 역주'는 한글 요리서 고전 3종의 가치에 주목한 책이다. 음식을 문화·인문학·역사학의 관점에서 연구해 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를 중심으로 각 분야 학자 10명이 참여해 장서각 소장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했다. '주식방문'과 '음식방문이라', '언문후생록'은 모두 붓으로 필사한 자료다. 주 교수는 책 앞부분에 쓴 해제에서 이들 한글 요리서 3종의 특징과 구성, 다른 기관이 소장한 자료와 차이점 등을 분석한다. 요리법 항목이 몇 가지인지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장서각이 소장한 '주식방문'에 음식 이름이나 요리법 재료 등이 적힌 항목은 총 114가지이며, 이 중에는 병과(餠菓·떡과 과자)류가 35가지로 가장 많다.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보관 중인 '음식방문이라' 내용을 살펴보면 요리법과 음식을 먹을 때 조심해야 할 일 등 110가지, 의료와 가옥 관련 내용 12가지가 담겨 있다. '언문후생록'은 조선 후기 음식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요리법은 상세하지 않지만, 음식 이름과 재료 명칭을 한자와 한글로 함께 써놓아 조선 후기 음식 이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은 "19세기 이후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요리서는 조선시대와 대한제국의 음식문화가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음식 문화에 담긴 선조들의 재치와 민간 신앙도 눈여겨볼 만하다. 밤을 구울 때 타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그중 하나를 남이 모르게 손에 쥐어 감추라'라거나 '밤마다 눈썹 위에 세 번씩 문질러 구워라'는 부분은 웃음을 자아낸다. 책은 원문 이미지와 판독 내용을 함께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한글로 필사한 각 단어의 뜻, 비슷한 어휘 등을 주석으로 달았고, '현대어역' 부분에서는 요리서의 각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주영하 교수는 "조선시대 요리책을 연구할 때 필요한 것은 '책의 문화사'라는 시선"이라며 "역주서가 국어학, 음식학, 생활사 연구에 이바지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640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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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의 마지막 만찬 장소·백두산 천지…사진 속 역사1936년 10월 발행된 사진집 '아동인화집'(亞東印畵輯)에는 중국 창춘(長春)의 한 건물을 찍은 사진이 담겼다. 사진 아래에는 '근세사의 유서가 깊은 곳'이라고 적혀 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가 1909년 중국 하얼빈(哈爾濱)역에서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지기 전날 만찬을 즐겼다고 알려진 장소다. 훗날 이곳은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개보수 공사가 이뤄진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창업관 모습을 비롯해 1920∼1940년대 옛 만주국 지역과 조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정리한 자료집이 나왔다. 주성지 동북아역사재단 팀장과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부교수가 엮은 '제국일본이 본 동아시아: 만주ㆍ조선 편'은 약 100년 전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총 3권으로 이뤄진 책은 1920∼1940년대에 나온 두 사진집을 토대로 한다. 당시 중국 다롄(大連)을 중심으로 활동한 아동인화협회가 펴낸 사진집 '아동인화집', 아세아사진대관사가 발행한 '아세아대관'(亞細亞大觀)의 사진 1천600여 면(장)을 지역별로 분류하고 정리했다. 조선과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네이멍구(內蒙古), 만주 등의 모습이다. 디지털 역사학과 한국 근대사를 전공한 두 엮은이는 사진을 확인해 촬영지를 분석하고 설명을 추가했다. 발행 당시 적혀 있던 사진 설명은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총 1천700여 쪽에 달하는 자료집에서는 당시 삶과 역사적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진으로 가득하다. 백두산 천지의 모습부터 금강산의 절경, 압록강 변 주민들의 생활, 정어리잡이 배로 가득 찬 항구, 포대기로 아이를 업은 여인 등 일상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 곳곳에서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청일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격전지,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해군기지가 있었던 지역에 세워진 기념비 등이 대표적이다. 만주사변 발발의 원인이 된 주요 인물과 관련한 기념물 사진도 있다. '아동인화집'과 '아세아대관'은 특히 하얼빈 역과 관련, '이토 공의 죽음이 회상되는 깊은 인상이 있다'고 설명하며 이토 히로부미와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자료집은 약 10년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주성지 팀장은 개인 연구를 하며 디지털 역사 자료를 정리하던 중 2014년 10월 일본 동양문고(東洋文庫) 누리집을 통해 '아동인화집'을 열람하게 됐다. 이후 '아세아대관'까지 확보해 김주용 부교수와 함께 사진을 정리하고 자료집을 완성했다. 주 팀장은 "역사 연구는 철저하게 고증되어야 하고, 사진 자료라는 사료에 대한 궁구(窮究·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한다는 의미) 역시 고증의 절차"라고 밝혔다. 그는 "두 자료집은 동아시아의 근대적 변화를 전후한 시기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출처와 근거, 그리고 동시대성'을 가진 귀중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각 536쪽, 672쪽, 544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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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의 문장들"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누군지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구절이다. 버나드 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묘비명을 쓴 사람 정도로 주로 알려졌지만, 실은 희곡 '피그말리온', '인간과 초인' 등을 쓰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작가이자 사회비평가였다. '버나드 쇼의 문장들'은 불문학자이자 영어·불어 번역가인 저자가 버나드 쇼가 남긴 작품과 글들에서 추린 명문장들을 영어 원문과 함께 수록한 책이다. 버나드 쇼, 나를 말하다', '버나드 쇼의 아포리즘', '버나드 쇼의 작품 속 문장들'의 세 부분으로 나눠 버나드 쇼가 남긴 촌철살인의 구절들을 엄선해 담았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그 점에 대해 신에게 감사한다", "셰익스피어는 나보다 훨씬 크지만 나는 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다" , "대중을 멀리하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자신의 꿈을 좇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 "민주주의는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는 만큼 다스려지기를 보장하는 하나의 장치다" 등 천천히 곱씹어볼 만한 구절들이 많다.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으로 알려진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역자는 이렇게 우리말로 옮겼다. "이만큼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마음산책.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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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이상의 삶 엮은 오페라 등 창작산실 신작 4편천재시인 이상(1910~1937)의 작품을 엮은 오페라, 국보 반가사유상의 자세에서 영감을 얻은 무용 등 톡톡 튀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말부터 개막하는 네 작품을 소개했다. 오는 3월 8∼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 '이상의 날개'는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활약했던 천재시인 이상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지은주 예술감독은 "사람들에게 오페라 하면 어렵고 힘들다, 외국어로 된 노래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K-문학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지금 한국어로 제작된 '이상의 날개'를 통해 세계에 작품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오감도', '꽃나무'를 비롯해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상의 시를 음악과 시각적 요소를 엮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임선경 연출은 "이상의 시는 듣고 말하는 작품일 뿐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시이기도 하다"며 "감각적인 면을 놓칠 수 없어 시를 영상화해 보여주거나, 출연자들의 대형으로 구상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내달 1∼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무용 '반가: 만인의 사유지'는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취하고 있는 특유의 자세를 모티프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차수정 예술감독은 "반가사유상이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 위에 올린 편안한 자세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며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현대인들이 가진 외로움과 상처를 돌아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관객의 이동과 몰입을 콘셉트로 무용과 체험을 가로지른다. 관객은 공연장 로비, 분장실, 무대 등 여러 장소를 거치며 부처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차 예술감독은 "공연장을 부처가 깨달음을 얻는 여정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깨달음의 마지막 과정이 펼쳐지는 무대 위에는 나지막한 수조 형태로 호숫가를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토끼를 매개로 순수함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는 '웨어 이즈 더 래빗?'(Where is the Rabbit?)은 다음 달 1∼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벨기에 출신 안무가 그레이스 엘렌 바키가 출연해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거문고 명인 허윤정은 40년간 만들어온 음악 세계를 전통예술 공연 '무한수렴의 멀티버스'에 담는다. 오는 23∼2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라 전통음악에 관한 생각과 철학을 들려준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공연 예술 전 장르에 걸쳐 제작·유통 등을 지원하고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이다. 올해는 총 27개 작품이 선정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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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이주 160주년…인천·안산·연해주서 기념사업올해 '고려인 이주 160주년'을 맞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추진하는 기념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북아 지역 동포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동평·이사장 김현동)는 오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동평 관계자는 "2024년은 러시아 연해주 지신허(地新墟) 마을에 13가구의 한인이 정착한 후 160주년이 되는 해"라며 "세계 코리안 디아스포라 역사의 시발점인 연해주와 국내 고려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축제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업의 슬로건은 '세계 코리안 네트워크와 문화로 유라시아 평화 협력'이다. 추진위는 올해 11월까지 지역별로 조직을 꾸리고 경기 안산시, 인천광역시 등과 협업해 우즈베키스탄 고려 무용단 국내 순회공연, 홍범도 장군 사진전, 고려인 이주 160주년 톡 콘서트, 동북아 동포 정책 토론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연해주에서는 아리랑 가무단 순회공연, 코리안 미술가 공동 창작 및 전시, 160주년 기념식, 고려인 음악가 기념 공연, 블라디보스토크 오케스트라 초청 음악제, 한·중·일·러 예술단 공연, 유라시아 청소년 댄스 대회 등을 진행한다. 특히 지속 가능한 재외 한인 공동체 발전을 위해 차세대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차세대들이 한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경헙 의원, 임채완 사단법인 재외동포연구원장이 맡는다. 임 공동위원장은 "과거 고려인 등 재외동포는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독립운동을 위해 이주해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야 했다"며 "지금은 모국 사회와 연계해 경제·문화 교류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진위에는 이부영 전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 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이해찬·이인제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 이구홍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윤기 해외한민족연구소장 등이 참여한다. 또 광주고려인마을, 대한고려인협회,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 이주동포정책연구원, 전국사할린귀국동포연합회, 재외동포협력센터, 재외한인학회, 재한동포연합총회, 중국동포연합중앙회, 지구촌동포연대 등 단체들도 힘을 보탠다. 동평과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이사장 신은철)가 추진위 사무국 역할을 담당한다. 재외동포청과 인천시, 충북 제천시, 안산시 등은 후원한다. 한인의 러시아 이주는 1863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은 제정 러시아 당국이 정착 허가를 내준 1864년을 이주 원년으로 보고 기념행사를 진행해왔다. 러시아 공식 기록상 정착 시점은 1864년 9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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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김유정 고향 주민들의 '실레마을 러브스토리' 무대 눈길강원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소설가 김유정의 소설을 배경으로 연극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춘천을 중심으로 연극 활동을 펼치는 사단법인 문화프로덕션 도모는 24일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 아트팩토리봄에서 '실레마을 러브스토리'를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도모가 춘천문화재단의 문화활동지원사업인 'ON(온)-다'에 선정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마련하는 것이다. 온다는 도심과 농촌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이에 도모는 올해 초부터 실레마을 초등학교 등에서 주민들과 함께 두 달여 간 김유정의 소설 봄봄과 동백꽃을 각색한 작품을 준비했다. 지난해 어르신만 무대에 올랐지만, 올해는 10대부터 90대 이상까지 전 세대가 참여해 무대를 꾸미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공연에는 이번 지원사업에 함께 선정된 '비단병풍협동조합'의 사물놀이와 합창공연도 함께 열린다. 김미아 연출은 19일 "김유정 소설가의 고향 신동면은 도시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곳으로 사랑방에 모여 동네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는 풍경을 상상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마을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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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뮤지컬도 변해…세트·의상·음악도 미련없이 바꾸죠""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하잖아요. EMK 뮤지컬은 10주년 공연이 끝나는 동시에 대본만 남겨두고 다 바꿔요. 제작비가 부담돼도 시대 변화에 맞춰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요." 엄홍현(48)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 대표의 시간은 공연 폐막 일주일 전부터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뮤지컬의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조명부터 의상, 대사까지 무대 전체를 손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초연 10주년을 맞이한 작품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등 엄 대표의 손길을 거친 작품은 모든 것을 바꿨다는 뜻으로 '올 뉴'(All New)라는 수식어를 달고 관객을 만난다. 엄 대표는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고 만족스러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19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엄 대표는 "100% 만족할 수 있는 무대는 없기에 매번 공연을 바꿔나간다"며 "외국은 무대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전통이지만, EMK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초연 10주년을 맞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바꿀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이달 27일 개막하는 작품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엄 대표는 "현재 버전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세트를 남기면 혹시 미련이 남을까 봐 공연이 끝나면 폐기처분을 할 예정이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작품으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혁명을 선도하는 가상 인물 마그리드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소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원작으로 2006년 일본에서 초연한 작품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해 2014년부터 무대에 올렸다.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데다 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어 여러 오해를 받은 작품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미화한다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고, 정치적 견해가 들어간 작품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었다. 엄 대표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작품이고 어떤 입장에서 보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며 "2년 전부터 작품을 올리기로 정해둔 것인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연락을 받고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일본 버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가 훨씬 과하게 묘사된다. 원작자도 인물을 공부해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인물에 대한 평가를 관객에게 맡겼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그는 다음 시즌 무대에 관한 구상을 일부 들려주기도 했다. "부의 상징인 귀족이 무대 위쪽에서 군중을 아래로 짓누르는 것처럼 연출한 부분을 바꾸려 합니다. 이제는 좌우 구도로 귀족과 군중을 배치하고 서로 밀고 당기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 대표는 무대 조명과 배우의 동선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내는 관객들이 작품 발전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관객의 눈높이와 수준이 달라진 것을 체감할 때면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제는 관객을 만족시키려면 작품도 좋아야 하고, 캐스팅도 잘해야 하고 심지어 공연장 로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며 "결국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힘들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와 티켓 가격 상승으로 국내 관객들의 재관람률이 낮아진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엄 대표는 외국인 관객을 발굴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티켓값은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외국처럼 장기 공연이 가능한 환경이 갖춰지고, 배우들을 전속 단원으로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인건비와 10년 사이 2배 넘게 오른 대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객에 관해서는 "최근에는 당일치기로 공연을 보고 귀국하는 일본 관객도 생길 정도다. 한국 뮤지컬이 아시아에서 1등이라고 자부하는 만큼 외국인 관객을 겨냥하려는 시도를 이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2009년 EMK를 설립한 엄 대표는 영미권 뮤지컬이 주류였던 한국에서 '레베카', '엘리자벳' 등 유럽 소재 작품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새 흐름을 만들어왔다. 올해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베르사유의 장미'로 EMK 특유의 화려함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객들이 무대의 화려함에 있어 최종장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베르사유의 장미'로 프랑스의 화려함을 제대로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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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에 올리기 위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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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뱅이 두레'와 한국민속예술 축제2023년 9월에 영광군에서 개최된 제6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전 서구의 ‘숯뱅이두레’가 1등상인 ‘금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최근에야 접했다. 대전 서구에 관련된 '농요'이라면, 2000년도에 필자가 서구문화원과 함께 펴낸 ‘민초의 소리’며, 대전광역시 논매기소리를 총괄한 ‘충남지방 논매기소리 총서(하권)’을 2015년 발간하였기로 ‘숯뱅이두레’가 어느 지역을 일컫는지 궁금하였다. 숯뱅이 지역은 대전 서구의 탄방동과 용문동 지역을 일컫는다. 대전 서구 지역의 마지막 생존자인 김용근(90세)의 고증과 시연으로 농신제로부터 '아시-이듬-만물매기'로 작품을 엮었다. 김용근 님에 대하여는 나는 이전부터 안면이 있고, 대전 서구문화원의 다른 출품작에 대하여도 관여하였음을 알고 있었다. 2016년에 논산문화원과 함께 ‘논산의 민요’를 발간했을 때도 논산의 ‘백중놀이’ 보유자이신 그를 취재하였다. 김용근 님은 1928년생이시며 대전이 아닌, 강경읍 출신이시다. 숯뱅이 두레 수상과 관련하여 몇 편의 영상물이 공개되어 있으면서, ‘백중놀이’의 농신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농신제로 시작하였고, '아시-이듬-만물매기'의 논매기소리에 대하여는 전혀 한마디 언급이 없는 것은 그 이전의 서구 지역 출품 내용 등을 고증자료로 내세울 수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 염려되는 것은 그간에 한국민속축제(전국민속경연대회 후신)에서 국무총리상이나 대통령상을 받게 되면, 지정문화재와 같은 국내의 등재로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한번, 시도지정 문화재(2024년부터는 문화유산)가 되면, 출품 당시의 내용이 표본이 되어, 민속축제에서 큰 상을 받았던 그대로를 지켜나가야 하는 것으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충북 무형문화재 제11호인 ‘진천 용몽리 농요’는 2000년도에 제41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2003년도 이래 충북 제11호로 보호 받고 있다. 필자는 ‘충북지방 논매기소리 총서’를 2017년에 첨부 USB 음원과 함께 펴냈고, ‘진천 용몽리 농요의 개선점에 대하여’(2019년)도 관련 학회에서 발표도 하고, 보존회로 책과 음원을 보내면서 일 년에 1회 의무적으로 발표하는 정기 공연이 아닌, 일반 공연 때에는 이를 반영하여 더 풍성한 공연이 될 수 있기를 권해도 보았지만, 제도상 막혀 있어 요원한 얘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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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산에서 이른 꽃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