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국립민속국악원, '제6회 2024 판놀음 별별창극'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은 '제6회 2024 판놀음 별별창극'을 25일, 29일, 6월 1일(토), 6월 8일(토)에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특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다양한 창극 작품을 통해 전통 판 문화를 부활시키고 문화적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공연은 네 차례에 걸쳐 다양한 창극 작품을 선보인다. 5월 25일에는 소리뮤지컬 '이도'(연출 박선옥)를, 5월 29일에는 가족연희극 '용을 쫓는 사냥꾼'(연출 박헌용)을 만날 수 있다. 이어서 6월 1일에는 판소리음악극 '정조가-어떤 왕 이야기'(연출 박정봉), 6월 8일에는 판소리음악극 'SHE: 그녀들의 이야기'(연출 승은)가 공연될 예정이다. 5. 25.(토) 오후 3시 선보이는 소리 뮤지컬<이도> 세종의 위대한 업적 뒤에 가려져 미쳐 보이지 않았던 인간 이도의 고뇌. 이도는 밤마다 아버지 이방원이 나오는 악몽을 꾼다. 아버지가 칼로 일군 조선에서 어떠한 왕이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겪는 백성의 사연을 듣게 된 이도. 그 길로 저잣거리에 나가 자신이 찾아 헤매던 팔딱팔딱 살아있는 말을 듣게 되지만 글이 없어 고통받는 백성의 모습을 목격하고 절망하게 된다. 이도는 백성들을 위한 한글 차제를 서두르는데 또다시 꿈에 나온 아버지가 이도를 꾸짖는다. 아버지는 글을 알게 된 백성이 왕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도는 이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어느새 왕의 아들이 아닌 온전한 왕이 된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한다. 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 백성을 힘으로 누를 것이냐, 백성과 힘을 나눌 것이냐. 새로운 조선은 이도의 손끝에서 만들어질 것인가. 백성들은 칼 대신 마음을 내미는 이전과 다른 왕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도> 이야기를 통해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사회에 숨어있는 신분에서의 평등한 관계, 가족 간의 사랑과 화목 등 시대를 초월한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5. 29.(수) 오후 1시 30분 가족 연희극<용을 쫓는 사냥꾼> 용을 잡아 큰 부자가 되려는 사냥꾼들과 능청스러운 용의 속고 속이는 황당 모험기. 옛날 어느 평온한 마을에 사냥꾼들이 들이닥친다. 스무 명이 넘는 자식을 키우고자, 장가갈 밑천을 마련하고자, 노부모와 늦둥이 동생을 부양항고자, 서당을 나와도 일할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각자의 사연을 지닌 주인공들이 아무도 잡지 못한 용을 잡아 부자가 되어 팔자를 고쳐보겠다며 용을 찾으러 떠난다. 용이 산다는 마을에 도착한 사냥꾼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며 용을 찾는다. 그러던 중 한 친절한 한량이 나타나 사냥꾼들을 이끌며 함께 용을 잡자고 제안한다. 사냥꾼들은 사투 끝에 용을 잡아 시장에 팔려고 하지만 용은 마을에 비를 내려주고 전염병을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에 용을 도살하면 마을의 농사와 주민들이 곤란에 빠질 위기에 처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한다. 마을 사람들은 사냥꾼들에게 용을 풀어주도록 요청을 하고 용은 고민하는 사냥꾼들에게 함께 용을 잡으러 여행을 떠나자며 솔깃한 제안을 한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가족 연희극 '용을 쫓는 사냥꾼'은 한국의 서사와 전통 요소들을 바탕으로 모험, 공동체, 인간과 용의 공존이라는 한국적 판타지 세계를 공연에 담아보고자 창작하였다. 전통연희, 판소리, 구전노동요, 연극적 요소 등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전하고자 한다. 6. 1.(토) 오후 3시 판소리 음악극<정조가-어떤 왕 이야기> 개혁군주 정조 이산이 그리던 세상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조선 제22대 임금이자 화성행궁을 축성한 개혁군주 정조가 그리던 세상과 사랑했던 여인 성덕임에 대한 이야기로 판소리의 연극적, 음악적 특성에 현대음악을 더해 창작한 판소리 음악극이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으로부터 임금으로 즉위하는 순간까지 존재 자체의 위협을 받았으나 즉위 이후 친위부대인 장용영을 설치해 왕권을 강화하고 탕평정책을 추진하여 정치를 안정시켰다. 그 밖에도 지방인재 및 시얼의 등용 등을 추진하였고 화성행궁 축성, 현륜원 행차로 개혁의 방점을 찍으려 했으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개혁은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되었다. 작품은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의 즉위를 굿 형식으로 담아낸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대목과 더불어 의빈 성씨 성덕임과의 사랑과 이별을 그려낸 '외로운 정조', '무정하게 흐르는 마음 유정할 곳 하나없네', '허망하게 떠나가네' 대목을 비롯해 정조의 정치적 소신과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정유역변', '왕 노릇', '탕평' 등 총 열한 개 대목으로 구성됐으며 앞서 열거한 정조의 위대한 업적 이면의 조금 더 인간적인 이산을 만나볼 수 있다. 6. 1.(토) 오후 3시 판소리 음악극<SHE: 그녀들의 이야기> 시대의 상징이 된 역사 속 여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주판소리합창단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판소리에 합창을 접목시키는 콘셉트로 다양한 무대를 통해 대중들에게 우리 소리를 보다 친근하게 선보이는 단체이다. 오랜 시간 전주판소리합창단이 관객들을 만나왔던 판소리의 주요 요소인 창, 아니리(말:대사), 너름새(몸짓:움직임과 무용) 등의 무대 언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더하여 만들어 낸 작품이 <SHE: 그녀들의 이야기>판소리 음악극이다. 춘향, 논개, 진채선, 정읍사의 무명의 여인, 그리고 매창이 저승에서 자신들의 환생을 거부하고 소멸을 택하게 되는 전개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이승과 저승의 각각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다른 언어로 구현한다. 같은 뜻을 가진 언어일지라도 각각의 다른 지역과 문화권에서 문자, 발음 등을 갖게 되고, 이것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사유나 인식 체계, 나아가 그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작품 속에서 우리는 '소리'를 주요 인물들의 무대 언어로 표현한다면, 저승의 언어는 현대무용을 활용하여 표현한다. 각 공연은 60분에서 100분가량의 다채로운 무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토요일 공연은 오후 3시에, 수요일 공연은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한다. 다양한 창극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창극의 매력과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석 무료,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 전화(063-620-2329)예매 가능. 국립민속국악원 이종혁 공연담당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문화의 가치와 창극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민속예술의 활성화와 대중의 문화적 향유를 도모하고자 한다”며 또한, "지역사회의 문화 활성화와 전통 공연 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여,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문화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국립민속국악원 창극 주역들이 들려주는 판소리 눈대목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의 '2024 토요국악나들이'는 토요일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만날 수 있는 주말기획 공연으로, 오는 5월 18일에는 창극단의 주역 소리꾼 4명이 들려주는 판소리 눈대목을 만난다. 이번 공연의 출연자는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에 재직하고 있는 젊은 단원들로 국립민속국악원의 미래를 이끌어갈 창극 주역들이 들려주는 판소리 눈대목을 만나는 특별한 무대이다. 첫 번째 감상할 판소리는 최광균이 들려줄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부터 흥보 첫째 박 타는 대목이다. 이어서 양혜원의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 대목과 강길원의 판소리 '적벽가' 중 동남풍 비는 대목부터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은 윤영진이 들려줄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탄식 대목부터 방아타령 대목까지 총 80여 분의 시간동안 판소리 대표 눈대목을 연창한다. '2024 토요국악나들이'는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과 카카오톡 채널(국립민속국악원 친구추가) 및 전화(063-620-2329)를 통해 예약 및 공연 소식을 안내받을 수 있다.
-
국립창극단 조유아x김수인 '절창 Ⅳ', 5월 17일부터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은 '절창Ⅳ'를 5월 17일(금)과 18일(토) 양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한 ‘절창’ 시리즈의 네 번째 무대로, 다재다능한 두 소리꾼 조유아·김수인이 출연해 우리 소리의 매력을 전한다.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絶唱)’은 국립창극단이 이 시대 젊은 소리꾼의 진면목에 주목해 2021년 처음 시작한 기획 시리즈다.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무대와 참신한 구성의 판소리 공연으로 "판소리가 그 자체로 ‘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판소리와 창극이 지닌 장점을 두루 살린 새로운 형식” 등의 호평을 받았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유태평양(2021년)을 시작으로 민은경·이소연(2022년), 안이호·이광복(2023년)이 무대에 올랐다. <절창Ⅳ>의 주인공은 국립창극단에서 소리·연기·재담·무용 등 다방면으로 끼를 발산하고 있는 조유아와 김수인이다. ‘절창’ 시리즈의 첫 혼성 듀오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조유아는 2016년 국립창극단 입단 이후, 창극 <정년이>의 ‘윤정년’ 역과 <베니스의 상인들> ‘네리사’ 역, <코카서스의 백묵원> ‘그루셰’ 역 등 굵직한 주역뿐만 아니라 <흥보씨>의 ‘외계인’ 역, <귀토> ‘전기뱀장어’ 역처럼 개성 있는 역할로 관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2020년 입단한 김수인은 창극 '춘향' ‘몽룡’ 역, '리어'의 ‘에드먼드’ 역, <베니스의 상인들> ‘바사니오’ 역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대중에게 창극과 창극 배우로서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조유아와 김수인은 이번 무대에서 그간 창극 배우로서 뽐내온 매력과 정통 소리꾼으로서의 공력을 마음껏 발휘할 예정이다. 두 소리꾼이 따로 또 같이, 한 무대에서 펼칠 긴장과 조화는 오직 <절창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작품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 문학적·음악적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춘향가’를 100분가량으로 압축해 들려준다. 조유아의 김세종제 ‘춘향가’와 김수인의 동초제 ‘춘향가’를 넘나들며 유파별로 조금씩 스타일이 다른 판소리의 흥미로운 세계를 들여다본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 공간 연출로 주목받는 임지민을 필두로, 두 소리꾼과 연극 <해무>의 김민정 작가가 대본 구성에 참여했다.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이별가’ ‘어사출도’ 등 친숙한 눈대목(판소리의 중요한 대목)을 고루 선별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서사를 따르기보다는 춘향과 몽룡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지고지순한 옛 사랑에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이 시대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와 더불어, 진정한 사랑에는 힘겨운 현실을 이겨낼 힘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여러 장르에서 활약 중인 박승원은 음악감독을 맡아 소리꾼 본연의 목소리와 각 악기가 지닌 고유한 음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음악을 실험한다. 국립창극단 기악부 조용수(고수)·최영훈(거문고)·황소라(가야금)·전계열(타악)과 생황 연주자 김효영이 연주하는 국악기를 중심으로,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박승원과 임용주가 선보이는 스트링뱀부·율기 등의 특수악기와 전자음악을 더해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외에도 안무가 장서이, 무대디자이너 이윤수, 영상디자이너 진경환, 의상디자이너 김영진, 분장디자이너 백지영 등이 참여해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절창Ⅳ'의 미장센을 완성한다. 무대는 두 소리꾼과 연주자 그룹이 각각의 세계로 존재하는 콘셉트로 꾸며진다. 무대 중앙조형물에 연주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소리꾼들이 무대 전체를 누비며 관객과 가깝게 소통할 계획이다.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絶唱)은 이 시대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한 국립창극단의 기획 시리즈다. 전통 소리의 본질은 지키되 이를 동시대적으로 재구성하고, 소리꾼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치며 관객과 더욱 친밀하게 교감하는 새로운 형태의 판소리 공연을 지향한다. 2021년 초연한 <절창Ⅰ>(연출·구성 남인우)에서는 국립창극단의 김준수·유태평양이 무대에 올라 판소리 ‘수궁가’를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압축하고 다양한 음악적 구성으로 각색해 선보였고, 이듬해 <절창Ⅱ>(연출·구성 남인우)에서는 국립창극단의 민은경·이소연이 판소리 ‘춘향가’와 ‘적벽가’를 씨실과 날실로 엮어 새로운 이야기로 들려줬다. 2023년 절창Ⅲ(연출·구성 이치민)은 국립창극단 이광복과 밴드 ‘이날치’의 보컬로 이름을 알린 안이호의 무대로, 창극단원뿐만 아니라 국악계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소리꾼으로까지 출연진을 확장해 화제를 모았다.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무대를 더해 매 공연마다 "판소리 그 자체로 ‘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판소리를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걸작이 탄생했다” 등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신작 <절창Ⅳ>(연출·구성 임지민)에서는 국립창극단 조유아·김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절창’의 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조유아는 힘 있고 구성진 소리와 개성 있는 연기의 소유자다. 2016년 입단 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극 '정년이'의 ‘윤정년’ 역과 '베니스의 상인들' ‘네리사’ 역, '코카서스의 백묵원' ‘그루셰’ 역 등 굵직한 주역뿐만 아니라 '흥보씨'의 ‘외계인’ 역, '귀토' ‘전기뱀장어’ 역처럼 유쾌한 감초 역할까지 도맡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20년 입단한 김수인 역시 창극 '춘향'의 ‘몽룡’ 역, '리어'의 ‘에드먼드’ 역, '베니스의 상인들' ‘바사니오’ 역을 맡아 매혹적인 소리와 춤 실력을 발휘하며 차세대 주역으로 인정받았고, 지난해에는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을 결성하기 위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대중에게 존재를 각인시켰다. 조유아와 김수인이 다재다능한 창극 배우이자 소리꾼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에는 ‘전통 소리’가 있다. 젊은 소리꾼을 위한 전통 판소리 공연이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소리 내공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절창’은 두 소리꾼에게도 뜻깊은 무대다. 두 사람은 "그간 창극에서 캐릭터의 옷을 입은 배우로 관객을 만나 왔다면, 이번에는 소리꾼 본연의 정체성을 되새기며 ‘절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통 소리의 진면목을 마음껏 펼쳐 보이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
미리 만나 보는 '제94회 남원춘향대전'[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손꼽히는 남원춘향대전(남원춘향제)이 오는 5월 10일(금)부터 5월 16일(목)까지 7일간 남원시 광한루원 일대에서 열린다. ‘춘향, Color 愛 반하다’라는 주제로 올해 94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다채로운 콘텐츠와 공연예술 프로그램, 다양한 볼거리를 포함하여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만족도 높은 축제를 지향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기존에 5일간 진행되던 것을 7일로 늘리며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축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 하여, 민속악을 중심으로 국악의 활성화에 앞장서는 남원의 대표 전통예술 기관 국립민속국악원 김중현 원장님(남원춘향대전 운영위원장)과 남원춘향대전 총괄을 맡은 이영규 팀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안녕하세요. 원장님, 팀장님. 이렇게 뵙고 인터뷰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곧 있을 춘향국악대전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데요. 그 전에 먼저 원장님과 팀장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 안녕하세요. 저는 국립민속국악원 원장 김중현입니다. 국악원 원장직을 통해 국악 공연과 연구, 교육 사업 등에서 총괄 책임을 맡고 있어요. 직원들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춘향국악대전 운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 안녕하세요. 이번 제94회 춘향국악대전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이영규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맡아 준비하고 있고요, 이제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아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Q-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제 94회 남원춘향제는 최장수 전통문화축제로 꼽힌다고 들었습니다. 춘향국악대전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춘향국악대전은 그동안 한 번도 끊긴 적 없는 가장 오래된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일제강점기 시절, 문화말살정책에 대항하여 지역민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만든 축제라는 데에도 의의가 있어요. 공연예술부터 다양한 행사나 먹거리 등으로 관람객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은 축제입니다. Q- 이번 축제는 기존의 5일에서 일주일로 늘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역대 춘향제와 다르게, 올해 남원춘향제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나 기획도 있나요? 이- 이번 춘향국악대전은 무엇보다 ‘춘향전 속 주인공이 되어보자’는 주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한복을 입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2월부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복 기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요. 현장에 한복 대여소를 운영 할 예정이라, 관객들이 모두 무료로 한복을 빌려 입을 수 있어요. 직접 가져오셔도 좋고요. 한국의 문화를 맘껏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Q- 춘향전 속 주인공이 되어 모두가 한복을 입을 수 있다니, 정말 색다르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은데요. 춘향전을 모티브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이- ‘춘향전’의 가치는 ‘사랑’이잖아요. 사랑은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고, 춘향의 사랑에는 특히 용기와 헌신, 희생이 드러납니다. 이는 서양의 고전적 사랑과는 또 다른 동양적, 한국적 의미가 도드라져요. 이에 춘향의 사랑을 주제로 하여 보다 세계적인 축제로 확산시키고자 춘향전을 모티브로 주제를 잡았습니다. 남원춘향제에서 개최하는 미인선발대회인 ‘글로벌 춘향선발대회’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하는데요.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절개를 지킨 춘향의 사랑을 또 다른 K-Culture의 문화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올해는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일본, 캐나다 5개국에서 동시 개최하여 글로벌 축제로써의 한 걸음을 딛어냈습니다. Q- 이번에 국립민속국악원과 춘향국악대전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요. 국악원에서 맡고 있는 공연이나 행사도 있나요? 김- 우리 국립민속국악원에서는 춘향제 초청공연으로 5월 12일, ‘남원에 새봄이 들어’라는 창극을 선보입니다. 총 41명의 단원이 출연하고요, 이몽룡이 암행어사로 장원급제한 후 남원에 돌아와 춘향과 만나는 장면을 그려 낼 예정입니다. 춘향국악대전은 공연예술제이기에 남원시가 선보일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입니다. 우리 국악원도 이에 함께 연계하여 더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Q-국악인들의 축제인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도 빼놓을 수 없겠는데요, 특히 일반부 종합 결선과 판소리 명창부 결선에서는 청중평가단의 평가가 들어가는 것이 독특합니다. 이렇게 일반인 청중을 평가단으로 세우는 이유가 있을까요? 김- 청중평가단의 평가를 포함하여 공정하게 꾸려나가겠다는 의지입니다. 춘향국악대전은 오랜 역사와 함께 실력 있는 국악인들이 거쳐 가는 등용문이기도 하죠. 공정한 심사를 위해 먼저 지역 쏠림이 없도록 지역 안배를 합니다. 또 심사위원 검증위원회를 두어, 예술마루에 등록된 심사위원을 최종 선발하게 됩니다. 논란 없이 최대한 공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Q- 펼쳐지는 공연을 보니, 판소리 춘향가와 전통 음악, 창작 국악, 관현악, 농악을 비롯하며 중국과 일본의 전통 공연까지 진행되더라고요. 역시 전통을 중시하고 사랑하는 남원의 특색이 많이 묻어납니다. 관객들이 국악 무대를 많이 즐기나요? 이- 전통을 중심으로 하는 축제이기에 더욱 신경 써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남원과 우호 관계를 맺은 중국과 일본의 전통 공연을 초청하여 선보임으로, 국가 간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것입니다. 또 남원 분들은 귀명창이 참 많으세요. 그래서인지 국악과 전통예술 공연에 늘 관심이 많고 즐겁게 잘 즐기십니다. 김- 맞아요. 추임새도 정말 잘 해주시고, 국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게 느껴집니다. 국악원에서도 토요일마다 완창 판소리를 개최하는데, 남원 관객분들은 그 긴 시간을 늘 끝까지 다 들으시고, 반응해 주시죠. Q- 지역 인구가 소멸해 가고 있고, 도시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 지역 축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성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 무엇보다 지역 문화가 활성화되는 게 크겠죠. 외부 관광객들이 이 축제를 통해 남원의 문화를 알게 되고, 관광지를 구경하기도 하며 관광산업이 발전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5월 10일부터 11일,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춘향제 100년, 지역축제 진화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전문가분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텐데, 그때 지역축제산업과 로컬관광에 관하여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 이 축제를 통해 남원이 발전하는 것 외에도,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하는 긍정적 효과가 보입니다. 문제로 대두되던 바가지요금이나 비싼 식품 가격에 대해서도 시에서 개입하여 근절시키고자 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여 더 나은 축제로, 관광지로 만들고자 노력하죠. 남원은 지금까지 체류형 관광지가 아닌 잠깐 들렀다 가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하지만 남원춘향제를 통해 이 지역이 더욱 홍보되고, 주변 상권을 살릴 수 있다면 더욱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 될 수 있겠죠. Q- 그 외에 올해 춘향국악대전에서 색다르게 펼쳐지는 행사나 기획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이- 11일부터 12일까지, 주민 4,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형 퍼레이드 공연인 대동길놀이가 펼쳐집니다. 춘향전 속 명장면을 연출하는 퍼레이드형 놀이인데요. 예를 들어 춘향과 이몽룡의 만남이나 이별,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돌아오는 장면 등을 구성하여 펼쳐냅니다. 자발적인 주민 참여형 커뮤니티를 만들어, 시민이 직접 준비한다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죠. 그 외에도 남원시에서 활동 중인 농악단의 대규모 농악 공연을 광한루에서 매일 볼 수 있다는 것과, ‘판락’이라고 하여 판소리와 락(Rock)의 콜라보 공연, 한복을 입고 하는 EDM 파티, 공군 에어쇼 등 볼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Q-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가 참 많은 것 같아 더욱 기대되는 축제입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 국립민속국악원은 춘향테마파크 안에 있습니다. 그만큼 국악원에서도 춘향 관련 전시나 교육 등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남원에 들르셔서 축제를 즐기고, 그 김에 국립민속국악원도 방문하신다면 더욱 즐겁고 알찬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는 1,500여 개 정도인데요, 보통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게 주가 됩니다. 춘향국악대전에선 먹고 마시는 것 외에도, 한복을 입고 춘향전의 주인공이 되어 조선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색다른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난장’이라는 야시장을 통해 막걸리 축제를 병행할 예정이에요. 특히 이번에는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와 협업하여 맛있는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남원 막걸리와 함께 즐길 수 있으니 꼭 놀러 오셔서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춘향테마파크와 광한루원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남원은, 어딜 가든 춘향과 몽룡이의 사랑 이야기가 곳곳에 묻어났다. 춘향의 사랑을 주제로 관객 모두가 춘향전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춘향국악대전’. 가장 오래된 ‘최초의 지역축제’인 만큼 그 준비 과정 또한 쉽지 않아 보였지만, 그 가치를 드높이고 관객들에게 더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더 나아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대표 지역축제로써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가 와 닿았다. 더욱 발전하기를 함께 소망하게 되었다. 푸르른 5월, 조선시대로 돌아가 춘향이, 또 이몽룡이 되어 색다르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춘향아 이리와 업고 놀자.
-
국립민속국악원 국악연주단 예술감독 유수정 임명국립민속국악원은 국악연주단 예술감독에 유수정 씨를 임명했다. 신임 예술감독 임기는 2024년 4월 23일부터 2년간이다. 유수정 신임 예술감독은 추계예술대학교 국악과(성악) 학사 및 동대학원 교육학석사(국악교육정책) 학위를 취득하였다. 또한 국립창극단 단원 및 예술감독으로 34년간 근무하면서 창극 ‘귀토, 절창, 흥보, 패왕별희, 심청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의 예술감독과 출연자로서 창극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유수정 신임 예술감독은 춘향가, 흥부가 등의 배경이자 판소리의 발상지며 창극의 산실인 이곳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 브랜드 대표 창극의 작품을 개발하고 시나위, 산조 등을 비롯한 다양한 민속음악을 활성화하는 등 국립민속국악원을 명실공히 최고의 민속악과 창극 전문 기관으로 특성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중현 국립민속국악원장은 "유수정 신임 예술감독이 그동안 쌓아왔던 공연 운영능력과 예술성을 토대로 국립민속국악원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국민 문화 향유를 위해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채치성 예술감독을 만나다[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는 4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된 채치성 예술감독님을 만났다. 그는 국악방송 사장, KBS 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KBS 라디오 국악 프로듀서 등을 지내며 기획력과 단체 운영 역량을 인정받아 온 국악계의 원로다. 감독님이 꾸려나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방향성과 국악 및 국악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감독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고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취임 축하드립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A. 지난 11월부터 감독직을 맡게 되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왕 오게 되었으니 더욱 잘 이끌어서 명실상부한 악단으로 자리매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 중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업무를 보는 데 치중하고 있어요. 악단 연주 일정은 제가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올 9월까지 기획되어 있었기에, 저는 올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연주나 행사를 기획하여 시작하게 됩니다. 10월 2일에 진행될 공연에서는 제가 직접 작곡하고 지휘한 곡도 연주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늘 색다르고 다양한 관현악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어 항상 흥미로운데요, 이 악단을 앞으로 어떻게 꾸려 나가고 싶으신가요? 감독님께서 이끌기를 원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방향이나 음악적 가치 등이 궁금합니다. A. 무엇보다 국립단체이기에 우리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전통음악이 뿌리 깊게 근간이 된 가장 한국적인 무대를 더 많이 기획하고자 해요. 지금까지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현대적인 음악 어법이나 타 음악 장르와의 협업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왔습니다. 관현악을 통해 대중적이고 다양한 색채를 선보였고, 단원들의 기량 또한 많이 향상되었는데요. 이를 발판 삼아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연주 기획을 많이 하되, 그 바탕에는 우리 음악을 잊지 않고 두고 싶습니다. 우리 장단과 우리 선율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관현악곡을 무대에 올려, 국립 악단으로써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싶어요. Q. 정오의 음악회나 관현악시리즈 등 정기적으로 선보이는 대표 시리즈가 있다는 것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이런 시리즈는 어떻게 준비되나요? 관객들의 반응이 참 좋다고 들었습니다. A.정오의 음악회는 오랜 인기와 함께 늘 매진입니다. 대중들이 아주 좋아하는 시리즈인데요.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이나 국악인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려주며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이 시리즈가 장기간 흥행할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관현악시리즈 또한 다양한 관현악곡을 조명하고 연주하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입지를 단단히 만들어 주는 데 한몫을 하고 있죠. Q.혹시 또 다른 시리즈나 새로운 공연이 계획되어 있나요? A. 6월에 계획된 야외 음악회 ‘애주가(愛酒歌)’라는 공연이 있습니다. 음악에 소량의 시음을 곁들이는 공연인데, 전통주를 마시며 전통음악을 관람하는 참신한 공연이라 아마 많은 분이 좋아하실 것 같네요. 또 국립합창단이나 창극단 등 국립극장에 소속된 전속단체들과 함께 합동하여 선보이는 브랜드 공연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Q. 감독님은 오랜 기간 국악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오셨잖아요. 작곡뿐 아닌 방송 쪽에서도 국악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A. 1981년, KBS에 입사하여 PD로 활동한 것이 저의 첫 방송 생활이었습니다. 30분짜리 국악 관련 방송을 맡아 진행했기에 국악 음반 자료가 필요했는데, 그 당시엔 방송용 자료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월요일마다 KBS 스튜디오에서 연주자들을 불러 음악을 녹음해 아카이빙을 쌓았죠. 그렇게 방송 시간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그 녹음 자료가 지금까지 쓰이니, 방송계와 국악계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국악방송에 재직하면서부터는 오로지 국악에 몸 바쳐 왔습니다. 국악 맞춤형서비스 등의 새로운 시도에도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이제는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베를린 필하모닉처럼 생중계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해요. 그렇게 되면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우리 음악도 멀리 뻗어져 나갈 것입니다. Q. 그렇다면 국악의 대중화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A. 대중성과 전통을 잘 엮어서 우리 음악이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우리 어법에 맞는 연주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 음악에 대해 이해하고, 우리 음악의 맛을 잘 살린 콘텐츠를 언론에 노출, 홍보하며 대중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음악은 충분히 생활화가 가능하고, 참 재미있으니까요. Q. 감독님께서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국악을 경험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저도 어릴 때부터 국악을 접했기에, 그 경험의 소중함을 잘 아는데요. 곧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어린이 음악회 ‘별별 땅땅’이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A. 음악 교사직을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학생들에게 단소를 만들어 가르쳤는데, 그 학생들이 지금까지도 그때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고 해요. 그만큼 어릴 때 음악언어를 알고 경험하는 게, 교육이 아주 중요합니다. ‘별별 땅땅’은 단원들이 소규모로 연주하고, 아이들이 국악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도록 놀이 형태로 체험할 수 있게끔 해주는 공연입니다. 국립극장은 어린이 공연이 참 많습니다. 이 공연도 장기 공연인데, 많은 분이 믿고 찾아주셔서 늘 감사하죠. Q. 선생님께서 만드신 곡 ‘꽃분네야’가 생각납니다. 그 곡은 선율도 참 좋지만, 가사도 정말 정겹고 아련한 느낌이 들어요. 국악가요라는 장르가 그 곡으로 인해 시작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곡을 만들 때 가장 치중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꽃분네야’를 통해 우리 정서를 담은 대중가요를 가장 먼저 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작곡, 작사를 할 때 우리 음악과 우리 말 어법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가사를 쓸 때 그 점에 가장 치중하여 작업합니다. 영어는 관사가 앞 박이지만, 우리말은 반대죠. 강세와 문장의 어법을 막무가내로 쓰지 않고, 문장이 말이 되도록,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악적으로 장단이나 선율 등 한국적인 정서를 포함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Q.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님으로서, 또 국악 분야의 원로로서 앞으로 어떤 것을 계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 예술감독직을 수행하며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공연을 많이 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서울에 자리하고 있지만,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악단입니다. 그 이름답게, ‘찾아가는 국립극장’ 프로그램처럼 서울 외의 지역에 가 공연한다든지, 문화소외계층이 국악을 경험할 수 있게끔 다양한 무대를 더 많이 기획하여 꾸리고자 해요. 그리고 무대를 영상으로 남기거나 송출하는 영상화 사업에도 힘을 많이 쏟을 예정입니다. 채치성 예술감독님이 인터뷰 내내 강조하던 것은 ‘가장 한국적인 우리 음악’이었다. 우리 음악이 가진 독자적인 묘미, 아름답고 가치 있는 그 매력을 잃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목소리에는, 오랜 시간 국악계에서 국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던 그의 열정과 사랑이 묻어났다. 앞으로 채치성 예술감독님이 이끌어 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굳건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더욱 기대해 본다.
-
지기학제(制)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 내달 2일부터국내 창작동화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프랑스, 그리스, 중국, 일본 등 세계 29개국에 번역·출판 된 황선미 원작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기학(소리꾼, 창극연출가, 前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창본·작창·연출의‘새판소리’로 재탄생되어 5월 2일(목)부터 4일(토)까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2020년 ‘올해의 신작’ 전통예술 부문 선정작으로 첫 선을 보였던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서울남산국악당과 공동기획으로 두 번째 소리판을 열게 되었다.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의 초연은‘제(制)와 바디 그리고 더늠에 대한 고찰’을 부제로 판소리의 전승을 연행하고, 현란한 무대 매커니즘을 거두어 내고, 1고수, 1 소리광대의 전통 소리판을 자연음향 그대로 재현하여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관객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서연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시대의 급속한 변화로 보아, 지금에 이르러 ‘판소리 창극’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창극 본연의 창극을 제대로 만들어 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늦었지만, 창극의 본격적인 세계를 창조하고, 아울러 창극 제대로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 판소리 본질에 충실한 창극을 만들어내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시대적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지난 수년간 지기학의 창극을 선호하고 그의 작업을 주목해 왔다”며 지기학 창작의 현실적 의미와 가치를 언급했다. 서울남산국악당과 공동기획으로 선보이는 '지기학제(制)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 무대에는 김소진과 정승준 두 소리꾼이 올라 공연의 부제인‘나눌分 소리唱_판소리와 창극 공존의 모색’처럼, 판소리가 창극으로 도약하는 단계적 구분으로 분창(分唱)을 시도하며 소리판이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악사들과 함께 선보인다. 채보와 작곡은 김백찬 작곡가가 맡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첫 출간된 창작동화로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꿈을 찾아 떠난 암탉 ‘잎싹’의 용기있는 도전과 종이 다른 새끼 초록이를 향한 잎싹의 모성애 등 인간의 삶을 투영해 보여주는 진정한 자유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은 지난 20여년간 전 세대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 연극, 국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창작 되었으며, 2008년 국립민속국악원에서 초연된 창극 '마당을 나온 암탉'에 본 작품의 창작자 지기학이 각색과 연출로 참여한 바 있다. 역사와 무용, 연극을 공부한 창극 연출가이자 소리꾼 지기학은 꾸준히 창극과 판소리 창작 작업을 병행하며 판소리(가)와 창극(가)의 공생공존을 꿈꾸게 되었고, 지난 2018년 초연된 새판소리 <빨간피터이야기>는 그 오랜 고민의 결과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새판소리’는 현대문학을 판소리로 연행(演行)하기 위해 본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노래’인 판소리의 서사적 기능에 집중하여, 전통 판소리의 고어와 한자숙어 대신 어렵지 않은 우리말의 창본(唱本)으로 원작을 각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창(作唱)하여, 서사의 가창과 독백의 재미, 현대적인 연기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 현대적인 소리판으로 구성한 것이다. 새판소리 <빨간피터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극 <빨간피터이야기>,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을 바탕으로 한 창극 <마당을 나온 암탉>의 탄생을 목표로 한 판소리와 창극에 대한 실험과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공연예매는 서울남산국악당 누리집과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
국립민속국악원, 4월 소리판 완창무대 '고준석의 적벽가'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은 오는 4월 13일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음헌에서 소리꾼 고준석의 박봉술제 적벽가 완창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판소리의 대중화와 계승·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국립민속 국악원의 <소리 판> 완창무대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소리꾼 고준석은 제4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일반부 장원, 2022 전주완창무대 적벽가 완창 등의 경력을 자랑한다. 현재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안애란, 조상현, 김명숙 선생의 지도 아래 숙련된 예술가로 성장했다. 고수 역할을 맡은 김형주는 국립남도국악원 기악단 단원으로 활약 중이며, 뛰어난 리듬감과 완벽한 호흡은 공연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박봉술제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은 작품으로 꼽히며, 풍부한 성량과 고음 영역이 요구된다. 이 작품은 중국 한나라 말엽 삼국시대 적벽대전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판소리의 깊은 감정과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공연 관람 예약은 전화(063-620-2329), 국립민속국악원 카카오톡 채널, 또는 공식 누리집(namwon.gugak.go.kr)을 통해 가능하다.
-
제22회 무안전국승달국악대제전(06/01-02)■대회목적 : 본 대회는 대한민국의 국악명가 강윤학家의 명인⦁명창 이신 강용안(최초로 전통창극과 창작창극을 연출하신 창극의효시, 창극으로 일제에 맞서 이인직의 은세계가 아닌 최병두타령으로 예술혼을 지킴), 강태홍(중요무형문화제 강태홍류 가야금창시자), 강남중(국악인으로 유일한 독립운동의 숨은애국자(상해임시정부의 구국이념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불렀으며, 백범(김구)선생으로부터 悟峴(오현) 호를 받음, 일본에서 애국 운동을 하시다 일본경찰의 혹독한 고문에 청각 상실.) 선생들의 정신을 기리고, 전국의 국악인들을 발굴. 육성하여 권위 있는 신진국악인의 등용문으로 정착시키고 우수한 국악 인재를 발굴하여 훌륭한 전통 국악의 전승 보전과, 21세기를 맞아 우리 전통예술을 육성하여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과 세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자함. ■행사명: 제22회 무안 전국 승달국악대제전 ■주최 : 무안군, 사)승달우리소리고법보존회 ■주관 : 사)승달우리소리고법보존회 ■후원 : 행자부, 문체부, 교육부, 농림부, 전라남도, 전남교육청, 무안신문 ■장소 : 무안승달문화예술회관 ■날짜 : 2024-06-01∽02 ■ 경연일정 예 선 – 2024년 06월 01일 (토) 10:00 ~ 18:00 승달문화예술회관 일원, 본 선 - 2024년 06월 02일 (일) 10:00 ~ 15:30 승달문화예술회관 결 선 - 2024년 06월 02일 (일) 15:30 승달문화예술회관 시상식 - 2024년 06월 02일 (일) 16:30 승달문화예술회관 ■ 승달국악대제전 참가자격 전국 초, 중, 고, 대학, 일반, 외국인 고법 신인부, 판소리 신인부, 무용 신인부는 대학생 및 전공자 참여 불가 판소리 노인부, 고법 노인부는 65세 / 1959년 출생자부터 접수가능 본 대회 노인부, 신인부 종합대상 수상자는 수상 부서에 접수 불가. 단, 전년도 대회에서 동일부문 최고상(대통령상)수상자는 접수 불가. ■ 참가신청 : 2024. 04. 01. - 05. 29.(오후 6시까지 / 6시 이후는 접수 불가 합니다.) 우)58559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13 ☏ 061 - 285 - 1151 / 010 - 9211 - 7222 메일 : wlseh53@hanmail.net 팩스접수 061 - 285 - 1152 / 0508-923-7227 (노인부∘신인부에 한해서 전화접수 가능) ■ 경연방법-본회의「운영(심사)규정」을 원칙으로 함. 학생부 : 예선⦁본선 무 장단 또는 고수 대동 (고수신청을 원할 경우 신청서에 신청하시거나 현장에서 신청가능) ■ 지정고수: * 학생부 - 예선⦁본선 각 50,000원, 결선 무료 * 신인 ∘ 노인부 - 예선⦁ 본선, 결선 각 50,000원 * 명인부 - 예선⦁본선 각 100,000 원, 결선 200,000 원 지정고수를 이용하실 분은 참가신청서에 신청. (농협 351 - 0361 - 6391 - 23 사)승달우리소리고법보존회) ■ 경연순서 : 예선, 본선「운영(심사)규정」을 원칙으로 함.(장애인부도 포함) ■ 경연시간 판소리 학생부 : 8분 신인부 : 8분 노인부 : 8분 명인부 : 10분 기악(관악, 현악) 학생부 : 8분 명인부 : 8분~10분 한국무용 학생부 : 5분~8분 신인부 : 6분 명인부 : 8분~10분 가야금병창 학생부 : 6분~8분 명인부 : 8분~10분 판소리고법 학생부 : 5분 신인부 : 5분 노인부 : 5분 명인부 : 8분 ■ 심사항목 무용 감정 30 기능 30 안무 30 무대매너 10 판소리 공력 30 음정 30 박자 30 무대매너 10 기악 공력 30 음정 30 박자 30 무대매너 10 가야금병창 공력 30 음정 30 박자 30 무대매너 10 판소리고법 박자 30 기능 40 자세 15 추임새 15 o 예선,본선 후 전체 심사위원 점수 중 최고점 최하점을 뺀 후 점수를 합하여 가장 높은 점수부터 순위결정 o 결선 - 각 심사위원의 점수를 합하여 높은 점수가 대상(1등:2점. 2등1점) o 동점일 경우 고학년 및 고령자 및 다수 참가자로 함, 모두 같을시 심사위원 회의를 거쳐 심사위원장이 결정한다. ■ 심사회피제 시행여부 : 해당사항에 체크 표시 ☑ 시행 미 시행 ■ 수상자의 사후관리 계획 : 승달국악대제전 수상자 무안 연꽃축제 메인무대 승달 국악 콘서트 초청공연 (매년개최하고있음) 승달국악대제전 수상자 개인발표회 후원 및 초청발표회 예정(후원신청 받고 있음) 개인 발표회 (대관료, 팜플렛 등 비용보조), 초청 개인발표회 (공연비 지급) 대통령상 수상자 심사위원 또는 판소리고법 명창 초청. 승달국악대제전 수상자 음반 발매예정. ■ 제22회 승달국악대제전 시상계획
-
국악인생 60여년, 한상일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한상일(1955~)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는 국악에 입문한 지 올해로 60여 년을 맞는다. 때 맞춰 지난 1월 25일 서울문화투데이 신문에서 선정하는 제15회 문화대상에서 국악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국립창극단을 대형화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했으며, 우리 민요 아리랑의 보급에 큰 기여를 해왔으니 만큼 수상은 당연해 보인다. 한 감독을 3월 30일 오전 창덕궁 근처에서 만났다. 창덕궁의 건너편에 있었던 옛 국악학교 터와 창극 연출가 허규(1934~2000) 선생이 운영하던 북촌창우극장에 대한 추억이 아련한 곳이다. 한 감독이 배우고 공연했던 시간들이 켜켜이 밴 공간들이었다. 한감독의 음악 인생은 아버지 한범수(1911~1984) 선생에게서 비롯됐다. 해금과 대금 연주에서 ‘한범수류’를 만든 장인이셨다. Q. ‘한범수류’는 어떤 특색을 가졌나요? A. "진양은 음양오행설에 입각해 가락을 짰고, 중모리에는 바리에이션을 넣었어요. 대개 산조는 판소리 어법을 많이 차용하는데 선친은 판소리 어법을 배제한 채 기악을 판소리의 아류가 아닌 개성을 갖춘 독자적 영역으로 만들었죠. 독립곡 형태의 양식을 갖는 잘 짜인 산조였어요.” 한 감독은 출생지인 충남 부여에서 옮겨와 서울서 살던 9살 무렵부터 선친에게서 악기 연주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적(소금)에 입술을 갖다 대고 ‘빈 병 불 듯이’ 소리를 내는 법부터 배웠다. 맨 처음 부른 곡은 아리랑이었다. 유일하게 알던 곡이었던 까닭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들어보시더니 ‘재능이 있다’ 느끼셨는지 ‘한번 해보자’고 하시더군요” 본격적인 교육은 배문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였다. 전문 과정이니 만큼 선친은 곡의 음악적 성격과 그에 합당한 표현법에 관한 이론을 먼저 설명하신 후에 연주하는 법을 가르치셨다. ‘이론 먼저 기능 나중’식 교육법이었다. 산조곡은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12주기와 24주기 식 기승전결법을 배웠다. 기자는 연주가 스토리를 가진 채 청중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아버지의 도제식 교육으로 소금과 대금을 사사한 후에 서울국악예고와 추계예술대학에 진학해 피리를 전공했다. 왼손잡이여서 대금 연주는 접었다. 다른 연주자들과 대금 잡는 방향이 거꾸로여서 합주에 지장을 준 때문이었다. 이후 한상일은 작곡의 길에 들어서 중앙대 대학원 작곡 과정 석사를 거쳐 1987년 국립창극단 기악부 초대 지휘자로 임명되면서 창극에 전주곡을 비롯, 간주곡과 엔딩곡 등을 작곡해 기악 연주를 가세한다. 소리꾼과 고수 2인의 무대인 판소리와 달리 창극에는 출연자가 많이 등장하고 다양한 연기가 표출되는 만큼 기악 연주의 역할이 절대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는 이 획기적 시도로 창극의 사이즈를 대형화시키는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여기서 그는 국악관현악단 창단의 필요성에 몰입한다. 서구의 오페라나 발레처럼 노래와 춤에 걸맞은 관현악단의 기악 연주가 더해짐으로써 창극 공연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싶었다. 기왕에는 연주자들이 재량껏 즉흥연주로 채우던 부분을 악보에 근거한 연주로 체계화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95년 1월 1일 마침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창단됐다. 이 공로로 그는 2000년 국무총리 표창과 2003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후 모교인 서울국악예술고(현 국립전통예술고)에서 5년간 교사 생활을 했고, 동국대학교에서 20여 년 간 한국음악을 가르치면서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다. 동국대에서 1년 정도 재직했을 때인 1999년 문화부에서 연락이 왔다. 초대 박범훈 단장에 이어 제2대 국립국악관현악단장으로 일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기관을 창설시킨 주역이었으니 만큼 자연스러운 주문이었다. 동국대 강의가 걸림돌이 됐으나 ‘강의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한 교수의 다짐과 설득에 당시 송석구 동국대 총장이 흔쾌히 응해주면서 그는 겸직을 할 수 있었다. 한 단장 재임 시절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그의 창의력 넘치는 작곡과 연주 지휘에 힘입어 창극, 무용 등의 장르와 동반 성장하며 "한국음악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맥’과 ‘강강술래’, ‘대(代)’ 등이 그의 분신들이다. 그는 특히 강강술래의 매력을 잊지 못한다. 진도 아낙들이 힘든 시집살이의 슬픔과 고된 노동의 괴로움을 노랫말과 군무로 씻어내는 놀이문화여서 전국화시켜 국민놀이로 승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애와 한을 해학과 긍정으로 바꾸는 지혜와 의지가 표출되는 놀이인 까닭이다. 강강술래의 다양한 버전을 작사작곡해 각계각층에 전파하고 싶어 한다. 기자 역시 대립과 갈등이 있는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강강술래 놀이가 확산되면 모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강강술래의 아리랑화(化)’일 터이다. 한상일 감독의 이력 가운데 특이한 부분은 박사 코스였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한 때문이었다. Q. 왜 갑자기 동양철학을 공부하실 생각을 하셨는지요? A."원래는 예악학(禮樂學)을 공부하고 싶어서였어요. 전통음악을 하다 보니 예악의 뿌리와 이론적 배경을 알고 싶었죠” 그러나 기대와 달리 유학대학원에서는 사서삼경을 비롯한 경전 해석만 배웠지 예악에 관해서는 공부할 길이 없었다. 책도 교수진도 없었던 까닭이었다. 그는 결국 판소리가 어떻게 체계화됐는지의 과정을 연구해 그걸로 학위를 취득했다. 억지춘양으로 배운 것들이었지만, 경전 공부가 한국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고 깊게 만들어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소리에 대해 인식을 새로이 하면서 세계인이 좋아할 만한 소리를 개발하기 위해 전통악기를 개량하는 시도에 힘을 보탰던 것도 그런 영향이었다. 국악의 보전과 계승, 창작 지원 그리고 해외 진출을 돕는 ‘국악진흥법’이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해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국악인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현역의 한상일 감독도 환영을 표한다. Q. ‘국악진흥법’은 국악인들의 오랜 숙원이지요. A.-"네, 국악인들이 오랫동안 바라던 거여서 기대가 큽니다. 우리 국악사에 선을 긋는 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국악의 날’을 제정해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길이 간직해 나갔으면, 하는 희망도 피력한다. 일반의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능할 것으로 여기는 까닭이다. Q.국악이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A."국민들로 하여금 국악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여건 조성이 중요합니다. 일본이 학교 졸업식 같은 행사에 반드시 ‘사미센’ 연주를 동반하고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에도 일본 음악을 삽입하는 걸 볼 때마다 부러움을 갖게 됩니다. 우리도 그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어요” 한 감독은 대중매체가 좀 더 국악 프로그램 편성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큰 힘이 되는 만큼 정책 차원에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도 피력한다. 아울러 교육 과정에도 국악 악기 연주 코스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한때 베네수엘라의 불우 청소년 계도 프로그램이던 ‘엘 시스테마(El Systema)’를 도입해 청소년 국악기악단을 운영하던 중 지도 교수의 운영비 횡령 사건으로 중단 돼버린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 프로그램의 부활을 기다린다. 기자는 국악진흥책 시행을 계기로 세계로 뻗는 K-pop의 흐름에 K-국악도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우리 가요가 한국음악 전공자들의 가세로 탄력을 받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까닭이다. 세계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리와 노래, 춤을 바탕으로 하는 킬러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한상일 감독의 아리랑에 대한 관심도 깊다. 생애 첫 피리 연주곡이 아리랑이기도 했지만, 아리랑이 국악의 대중화와 보급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한민족의 정신이라고 여기는 까닭이다. Q. ‘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A."우리 민족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아리랑에 의지해 살아왔습니다. 아리랑을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선교사이던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의 표현처럼 ‘한민족에게 쌀과 같은 필수불가결한 존재’ 혹은 고난 극복의 수단으로 보고 싶은 겁니다” 한상일 감독은 1989년 무렵 (사)아리랑연합회 창립에 일조하며 임원을 맡으면서 아리랑의 보급과 대중화에 이바지해 왔다. 특히 발굴과 보존 및 아리랑의 가치 구현에 관심이 크다. 19세기부터 중앙아시아와 사할린 등지로 내몰린 동포들이 한국을 이루는 요소들 즉, 겨레의 글 한글과 겨레의 민요 아리랑에 의지해 고난의 세월을 견뎌 왔음을 아는 까닭이다. 그들은 낯선 환경에서도 그곳 풍경을 담은 아리랑 노랫말을 우리말로 지어 불렀다. 그들에게 한글과 아리랑은 등대의 불빛처럼 어둠 속에서 앞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범민족 차원에서 북한에 존재하는 아리랑도 수집해 보존할 생각도 펴고 싶어 한다. 한 감독은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음원을 제작하는 공헌을 했다. 대표 아리랑을 모아 일류 장인들과 연주했다. 올 6월 대규모의 아리랑축제를 상정해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행사가 성사 된다면 수 천 명의 전국 생활국악인들이 대규모 인간띠를 만들어 대합창을 이뤄내는 순간 대한민국은 용트림을 하며 에너지를 뿜어댈 것이다. 우리 속의 편협과 미움을 떨쳐내는 벅찬 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 소식을 접하자 한상일 감독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라고 말한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가 여생의 계획으로 ‘아리랑 정신의 구현’을 버킷 리스트의 맨 윗부분에 올려놓고 있는 까닭이다. 한 감독은 자기에게도 그 기회가 닿기를 갈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본이 "일제 강점기에 한국의 아리랑을 가져가 30여곡의 ‘일본판 아리랑’을 작곡했다.”라는 일본 매체의 보도를 접하면서 문화는 창조의 힘만큼이나 보존능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게 된다. 단단히 움켜잡지 않으면 놓치게 마련이다. 한상일 감독의 아리랑 보존과 전승 노력에 절로 박수를 치게 되는 이유이다.
-
내달 3일 '제6회 정소영 소리길' ....춘향가 완창내달 3일 전주시 우진문화공간에서 한국판소리보존회 전북지회가 주최하고 명창김정문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제6회 정소영 소리길'에서 정소영 명창이 춘향가 완창 무대를 펼친다. 고수는 이명식 명고가 이끌고, 조동춘 사회로 진행된다. 찬조출연에는 정선앵이 함께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 정소영 명창은 제46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부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최승희, 은희진, 성우향, 김수연, 이성근, 박양덕 선생 사사하고, 원광대학교 및 동 대학원 석사 졸업했다. 전북도립예술단 창극단원을 역임했다. 정 명창은 성우향, 선생 에게 춘향가, 심청가를 김수연 선생에게 흥부가와 수궁가, 이성근선생에게 판소리 고법 및 창착판소리 열사가를 사사하는 등 각 명창들의 소리를 섭렵한 중견 명창이다.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진안지부장을 맡고 있는 정회장은 무주반딧불 전국국악경연대회 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남원국악예술고에 출강, 하림정소영국악연구원장으로 후학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4월, '김금미의 적벽가-박봉술제'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완창판소리 - 김금미의 적벽가>를 4월 13일(토)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창극단 창악부 악장이자, 다수 작품에서 굵직한 역할을 도맡아 온 김금미 명창이 박봉술제 ‘적벽가’를 들려준다. 김금미는 판소리의 궤를 같이하는 집안의 계보를 이어 판소리 계승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남도민요 ‘육자배기’의 대가인 외할머니 김옥진 명창을 시작으로, 전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이었던 어머니 홍성덕 명창의 계보를 이어 3대째 소리의 길을 잇고 있다. 어릴 적 소리보다 한국무용을 먼저 접하며 1991년 전주대사습놀이 무용 부문에서 이매방류 전통무용으로 차상을 받는 등 소질을 보였으나, 소리 사랑이 각별한 어머니의 권유로 다소 늦은 25세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탁월한 기량을 갖춘 김금미는 성창순 명창으로부터 ‘심청가’ ‘흥보가’ ‘춘향가’, 김영자 명창에게 ‘수궁가’, 마지막으로 김경숙 명창으로부터 ‘적벽가’를 사사했다. "늦은 나이에 입문한 만큼 더욱 소리에 매진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그는 2007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차지하며 소리로도 단연 실력자임을 증명했다. 어린 시절 춤을 배워 소리할 때 발림(판소리에서 소리의 극적인 전개를 돕기 위해 몸짓이나 손짓으로 하는 동작)과 너름새(소리꾼이 공연 중에 예술적 표현을 목적으로 행하는 몸짓 혹은 연극적 동작)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소리·연기·무용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김금미의 진가는 창극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김금미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트로이 왕비 ‘헤큐바’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국내는 물론 세계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극찬을 끌어냈다. 동명 웹툰 원작의 창극 <정년이>에서는 전설이 된 소리 천재 ‘채공선’ 역으로, 2023년 <심청가>에서는 도창을 맡아 깊은 내공의 소리를 들려줬다. 김금미 명창이 부를 판소리 ‘적벽가’는 중국 한나라 말엽 삼국시대 위‧촉‧오나라의 조조‧유비‧손권이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다투는 내용의 중국 소설『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한다. 고어와 사자성어가 많고 풍부한 성량을 필요로 해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 가창의 난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지를 호령한 장군들의 소리를 통성(배 속에서 바로 위로 뽑아내는 목소리)과 호령조로 불러야 한다는 점에서 공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소화하기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박봉술제 ‘적벽가’는 송만갑-박봉래-박봉술로 전승되어온 동편제 소리다. 또렷하고 굵은 저음이 돋보이고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대마디대장단으로 툭 던지듯 놓는 소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김 명창은 "스승에게 배운 ‘적벽가’의 깊은 멋과 맛을 담아내기 위해 아니리와 발림을 적극 활용하는 등 ‘적벽가’의 극적 요소를 나만의 색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라며 "저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기회로 삼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고수로는 전국고수대회 대명고수부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태백과 김태영이 함께하고, 송지원 음악인문연구소장이 해설과 사회를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된 이래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올랐던 꿈의 무대이자,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최장수 완창 무대다. 39년간 공연되며 소리꾼에게는 최고 권위의 판소리 무대를, 관객에게는 명창의 소리를 가깝게 접할 기회를 제공해 왔다. 2024년에도 전통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소리꾼이 매달 이 무대를 통해 소리의 멋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사)한국국악협회 안산지부 이윤선 지부장 취임"안산지역 전통예술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더하여 진취적으로 발전하는 국악의 중심지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1월, 한국국악협회 안산지부 제10대 지부장으로 이윤선 안산지부장이 취임했다. 신임 이윤선 지부장은 경기 안산에서 나고 자라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와 단국대에서 판소리를 전공했다. 2011년 ‘안산어린이전통예술단을 창단하여 가무악일체(歌舞樂一體)의 지도를 했다. 본인이 안산전국청소년대회 수상자 출신으로 안산 국악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안산은 그야말로 "藝鄕・愛鄕의 도시”라고 말한다. 전북무형문화재 제2호 춘향가 보유자 이용길 선생의 수제자로서 이수자,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 일무 이수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윤선 판소리 앙상블 ‘향’ 정규앨범 발표(2016), 제25회 전국전통공연예술대회 명인부 종합대상(2017), ‘이윤선 판소리 춘향가 완창’(2021)등 전통 판소리 뿐만 아니라 공연 및 앨범, 영화OST, 창극 및 작창에 성과를 거두었다. "안산은 조선 창극사에 기록된 19세기에 활동했던 판소리 창자가 있었고, 조선시대 유명한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예술활동을 풍요롭게 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된 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예술 인재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제1대 지부장을 지낸 조선시대 마지막 무동인 김천흥 지부장님의 노력으로 1989년 지부설립이 된 이후 현재까지 노력해 온 국악인들의 역사가 있는 국악협회 안산지부는 더욱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이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시감을 표했다. 앞으로 ‘안산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 ‘단원전국국악경연대회’, ‘안산시 전통예술제 달빛풍류’등 공연과 대회’를 확대시키고, ‘안산의 국악인 DB사업’, ‘안산 국악 학술세미나’, ‘안산의 무형문화재 발굴을 위한 자료 수집’ 등을 새로이 기획한다고 밝혔다. 함께 인준을 받아 2028년까지 일하게 되는 임원은 이민지 부지부장(기악), 김미애 이사(기악), 김경훈 이사(타악), 이나경이사(무용), 전효정이사(서도소리), 전민길이사(풍물) 이다.
-
2년만에 귀환 국립창극단 '리어' .김준수·유태평양국립창극단 '리어'가 2년만에 귀환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 오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창극화한 작품으로, 2022년 초연 당시 서양 고전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참신하게 재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정영두가 연출과 안무를,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았다. 음악은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탄탄한 소리의 짜임새를 보여준 한승석이 작창을,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을 맡았다. 창극 극본을 집필한 배삼식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글을 단순히 각색한 것이 아니라, 우리말 맛을 살려 대본을 새롭게 썼다.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불리는 노자 사상과 엮었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정영두는 현대무용 안무가로 활약해온 자신의 특기를 살려 신체의 움직임만으로도 상황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동선과 춤을 구성했다. 작창가 한승석은 증오‧광기‧파멸 등 비극적인 정서를 담은 무게감 있는 소리를 선보이면서도 ‘장기타령’, 서도민요 중 ‘배치기’ ‘청사초롱’ ‘투전풀이’ 등 대표적인 경기민요를 차용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작품 분위기에 활기를 더했다. 작곡을 맡은 정재일은 앰비언트 사운드 등의 현대적인 음향과 서양적인 화성을 결합한 음악으로 판소리 고유의 시김새와 선율의 독특함을 증폭시켰다. 특히, 1막 후반부 증오와 광기, 파멸의 소용돌이 속 리어가 독창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무대에 총 20t 물을 채워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로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을 표현했다. 물이 잔잔하고 고요할 때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태풍이 불 듯 출렁일 때는 휘청거리는 삶의 형상처럼 작품의 정서를 투영한다. 변화무쌍한 물의 속성을 활용한 무대에서 배우들은 15cm 높이의 물을 헤치며 걷거나 뛰고, 넘어져 허우적거린다. 등장인물이 온몸으로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사방으로 튀고 흩어지는 물이 감정을 배가시키고, 극 후반부 왕국을 놓고 벌어지는 수상전투 장면에서는 천둥과 뇌우를 표현한 조명이 어우러져 비장미와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왕과 그의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노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두 배우는 더욱 농익은 소리와 깊어진 연기로 분노와 회한,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민은경은 막내딸 코딜리어와 광대를 오가는 1인 2역으로 극과 극의 매력을 펼친다. 이소연이 첫째 딸 거너릴을, 왕윤정이 둘째 딸 리건을 연기한다. 에드거 역의 이광복, 에드먼드 역의 김수인 등 열다섯 명의 소리꾼이 맡는다. 한편, 창극 리어는 오는 10월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영국의 바비칸센터에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작품은 시간이라는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탐욕스러운 두 딸에게 버림받고 폭풍우 몰아치는 벌판으로 내몰린 후에야 막내딸 코딜리어의 진심을 깨닫는 리어, 두 눈을 잃은 뒤에야 차남의 음모에 속아 장남 에드거를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글로스터의 이야기가 크게 두 축을 이루며 서로를 비춘다. 이들이 마주하는 증오와 광기, 회환은 인간의 욕망과 괴리가 불러온 비극이다.
-
전북도립국악원장에 유영대 전 국악방송 사장 내정전북특별자치도가 도립국악원장에 유영대(68) 전 국악방송 사장을 내정했다. 22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개방형 직위의 도립국악원장 채용 공모 합격자로 유영대 전 사장을 공고했다.남원 출신의 유영대 신임 도립국악원장 내정자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한국학과 교수를 지낸 국문학자면서 국악에 대한 전문성도 갖춰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 국립중앙극장 창극단 예술감독, 판소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유 내정자는 2021년 9월부터 1년간 국악방송 사장을 지냈다.전북도는 신원조사 등을 거쳐 3월 초에 유 내정자를 도립국악원장으로 임용할 예정이다. 임기는 2년이다. 도는 재공모 공고를 내는 진통 끝에 두 달여 만에 신임 원장 임용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지난해 12월 채용 절차에 들어갔던 도는 유명 국악인과 지역 방송사 PD 출신을 두고 저울질하던 끝에 '합격자 없음'으로 처리했다.이어 지난달 15일 재공모 공고를 내고, 서류전형을 통과한 응시자 12명을 대상으로 면접시험 등 적격성 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
국립부산국악원 매주 지역 예술단체·명인 악·가·무 공연국립부산국악원은 악·가·무 종합 고품격 국악공연 '2024 토요신명을 2월부터 선보인다. 올해는 악·가·무를 주제로 한 국립부산국악원 국악연주단의 프로그램(6회)과 명인 초청공연(3회), 지역예술단체 초청공연(13회)으로 구성하여 2월 3일부터 11월 16일까지 총 22회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월 3일(토)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80~1947)와 김계선(1891~1943) 두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음악극 ‘적로’, 2월 17일(토) 가야금 명인 김남순의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를 선보인바 있다. 오는 3월 2일(토) 아쟁 명인 박대성의 ‘성음’ 공연을 마련한다. 박대성 명인은 아쟁산조의 창시자인 故한일섭 제1세대 제자로 부산광역시무형문화재 박대성류 아쟁산조 보유자이다. 산조를 자유자재로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아주 드문 인물 중 한사람으로 음악적 표현뿐 아니라 활대를 다루는 방법이 섬세하고 독특하여 성음이 진부하지 않고 깨끗하면서도 깔끔하다. 이번 공연은 ‘성음’을 주제로 박대성류 아쟁산조와 아쟁시나위를 독주로 연주한다. 또, 윤진철(국가무형문화재 적벽가 보유자)선생과 김주연(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이수자)선생의 특별출연으로 판소리와 이매방류 승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박대성 명인은 2014년 국립부산국악원 명인초청공연 이후 10년 만에 같은 무대에서 아쟁산조 한바탕을 연주한다. 여든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명인의 예술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현재는 음악의 원형을 지키는 일과 꾸준한 제자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3월 23일(토)은 판소리 명인 왕기석의 ‘수궁가’ 공연이 펼쳐진다. 왕기석 명창은 故박초월(1917~1983)-故남해성(1935~2020)의 소리제를 물려받은 제자로 전라북도무형문화재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이다. <수궁가>는 ‘토끼타령’, ‘별주부가’, ‘토별가’라고도 불리며,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사를 동물세계에 비유하여 전래되는 이야기로 해학적인 짜임이 돋보이는 마당이다. 또한 현재까지 전해 오는 판소리 가운데 사설의 내용이 우화적이다. 오늘 공연은 토끼띠 소리꾼이 부르는 토끼이야기 부제를 달고 <수궁가>의 여러 유파 가운데 미산제 수궁가 중 눈대목을 왕기석 명창 특유의 힘 있고 단단한 소리와 창극배우로서 익힌 연극적 표현력으로 해학적인 면을 극대화해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토끼 간을 구하러 나가기위해 토끼 형상을 그려주는 ‘토끼화상’, 토끼 그림을 가슴에 품은 자라가 병든 용왕을 구하기 위해 비장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고고천변’, 자라의 감언이설에 속아 죽을 위기에 놓인 토끼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토끼 배 가르는 대목’ 등이다. 33년간 국립창극단 활동경력과 정읍시립국악단, 국립민속국악원 원장 역임 등 예술행정가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으며 현재는 전통음악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국악연주단이 마련한 <2024 토요신명> 첫 번째 주제는 <농익은 악기소리와 두드림>이다. 성악곡인 가곡을 순우리말로 부르는 명칭인 관현합주의 자진한잎 중 봄의 따사로움을 표현한 ‘염양춘’, 행진음악인 대취타의 태평소가락에 변화를 주어 만든 ‘수요남극지곡(현악 취타)’, 시조시를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풍류방 성악곡 ‘가곡 태평가’, 우아한 학의 몸짓과 영남지역 덧배기가 조화로운 ‘동래학춤’ 예술성이 높은 민속 기악곡 ‘산조’ 웃다리(경기· 충청), 우도(호남), 영남의 특색 있는 가락을 발췌하여 작품화한 ‘삼도농악가락’ 등으로 국악기 소리의 다채로운 음색을 느껴보자. 두 번째 주제는 <청아한 노랫가락과 두드림>이다. 조선시대 궁중의 대표적인 당악곡 ‘낙양춘’, 가야금과 성악이 서로 대화하듯 노래하는 ‘가야금병창’, 서울·경기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흥겹고 밝은 ‘경기민요‘,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잘되기를 축원하는 마음을 담은 ’태평무‘, 시나위 가락과 구음이 어우러진 ’구음살풀이춤‘, 비나리를 주제로 재구성한 소리굿 ‘축원(재구성: 황선홍)’ 등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인 사람의 목소리에 담긴 국악의 매력을 느껴보자. 세 번째 주제는 <미려한 춤사위와 두드림>이다. 조선조 순조 때 효명세자가 창제한 궁중춤 ‘무산향’, 민요반주에 맞춰 부채의 우아한 선과 생동감 넘치는 화려한 춤사위 ‘부채춤’, 판소리의 감흥과 재미를 배가 시키는 ‘판소리 입체창’, 경상도 북춤의 역동성에 덧배기 장단의 춤사위가 일품인 ‘금회북춤’, 교방춤의 섬세함과 소고춤의 역동성을 담은 ‘진주교방굿거리춤’, 동해안별신굿에 쓰이는 사물장단을 새롭게 구성한 ‘동해무속사물’ 등으로 춤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올해는 지역 단체의 공연기회 제공과 국악저변확대를 위해 폭넓게 구성한다. 국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은 물론, 외국인과 국악 애호가들까지 관객층의 눈높이를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국악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초청단체로는 4월 동래고무보존회(6일), 전주판소리합창단(20일), 예천청단놀음보존회(27일) / 6월 날뫼북춤보존회(8일),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29일) / 7월 가산오광대보존회(6일) / 8월 진주검무보존회(31일) / 9월 동래야류보존회(14일) / 10월 부산농악보존회(19일) / 11월 김천금릉빗내농악보존회(9일), 동래한량춤보존회(16일)가 함께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부산국악원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세 가지 유형으로 진행하는 <2024 토요신명>은 2월 3일부터 11월 16일까지 총 22회 공연을 개최한다. 올해는 ‘토요신명 릴레이 이벤트’를 실시하여 관람을 통해 무료 관람권 또는 기념품도 증정할 예정이니 예약을 서두르자. 공연관람은 취학아동 이상으로 관람료는 A석 10,000원, B석 8,000원이다. 사전예매는 국립부산국악원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및 전화로 예매가능하다.
-
우리 소리로 들려주는 남성창극 ‘살로메’지난 2월 2~4일,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희곡 ‘살로메’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남성창극 살로메’가 대학로예술극장에 올랐다. '남성창극 살로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성 배우들만으로 꾸려진 창극이다. 김시화 연출의 창극 데뷔작으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이 공연은 예언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을 그려냈다. 여성 배우들만 출연하는 ‘여성국극’이 유행한 적은 있어도, 기존 원작의 인물 구성을 전부 남성 배우로 바꿔 남성 소리꾼들이 여성 역할까지 모두 맡아 무대를 채워낸 남성 창극은 처음 시도되었기에 더욱 주목받은 작품이다. 인간의 광기와 집착으로 점철된 '남성창극 살로메'는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의 창작 창극을 연출한 고선웅이 날카롭고 재치 있는 문장들로 각색했고, 정은혜가 이를 소리로 만들어 작창했다. 음악은 김현섭 작곡가가 맡았다. 김현섭에 의하면 '남성창극 살로메'는 "장르와 경계, 전통과 현대 그리고 무대와 청중의 벽을 어떻게 현시대의 걸 맞는 언어로 풀어내어 생명력 짙은 작품으로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전통악기 피리, 생황, 태평소, 그리고 아쟁과 가야금, 전통 타악기를 비롯해 첼로와 피아노가 다양하게 어우러지게끔 했다. 이 작품에서는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쉬지 않고 등장했는데, 각 등장인물의 배역에 걸맞은 테마 음악이나 소리의 차별성에 따른 악기의 구분, 차이 등이 음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무대가 열림과 동시에 괴기스러운 사운드가 귀를 울렸다. 아쟁과 피리가 얽혀 짧지만 강렬한 효과음을 만들어 냈고, 비극의 서막이 온몸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언제 그런 기괴한 소리를 냈냐는 듯이, 곧이어 힘 있으면서도 서정적인 악기의 조화로운 연주가 무대를 감쌌다. 이 작품의 주제곡이 연주되고, ‘빨간 달이 검은 우물 속에’라는 가사의 노래와 함께 극이 시작되었다. 이날 공연 무대에 오른 윤제원은 살로메의 광기를 온전히 분출시켜 그려냈다. 그는 자신을 거부하는 요한에게 집착하여 탐하는 살로메를 요염하게 그려내다가도 반대로 거친 변화를 주며 연기했다. 소유욕의 욕망에 사로잡힌 살로메의 캐릭터는 말 그대로 ‘광기’ 그 자체였고,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일 수 있는 그 원초적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묘한 불편함과 기분 나쁜 동질감을 동시에 그려냈다. 원작의 또 다른 여성 캐릭터인 살로메의 어머니 여왕 헤로디아는 소리꾼 서의철이 맡았다. 서의철은 ‘하하하!’ 하고 우렁차게 웃는 웃음소리나 우스꽝스러운 과장된 걸음걸이로 극 중간중간 웃음을 선사하며 무대의 분위기를 풀어 나가다가도, 질투에 휩싸이고 분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한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긴장도를 더했다. 호위대장 나라보스를 연기한 정보권과 왕비의 시종 메나드 역의 김수인은 서로를 향한 어긋난 사랑과 탐욕으로 얽혀 있었다. 헤로디아는 메나드를, 메나드는 나라보스를, 나라보스는 살로메를, 살로메는 요한을 사랑하다 결국 모두가 파국을 맞게 된다. 나라보스의 죽음 이후 의붓딸인 살로메를 사랑하는 왕 헤로데 역을 맡은 유태평양은 살로메에게 춤을 춰 달라고 요구하고, 살로메는 그 대가로 요한의 목을 달라고 요구한다. 요한을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어 끝내 요한을 죽인 살로메는 은쟁반 위에 놓인 그의 머리를 바라보며 입을 맞추다가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그런 살로메의 괴기한 모습은 집착과 광기가 가져오는 씁쓸함을 전하며 우리의 삶마저 돌아보게 했다. 몰아치는 극의 전개 속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소리에 더해, 그들의 연기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헤로데 왕 역을 맡은 유태평양의 연기가 돋보였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선대왕의 망령에 사로잡혀 두려워하면서도 욕망에 눈이 먼 미친 왕의 자극적인 모습을 자극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해 눈을 뗄 수 없는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 극은 남성 소리꾼들의 수준 높은 연기와 소리가 돋보임과 동시에 흔치 않은 음악적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각 악기는 그 악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을 물씬 드러냈는데, 첼로의 경우 서양 악기에 특화된 깊은 울림과 화성으로 소리를 풍성하게 채워주기도 하고, 하모닉스(Harmonics)를 활용해 괴기스러운 음향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동시에 음을 흘러내리거나 전통 어법을 흉내 내며 한국적인 연출을 선보여 창극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첼로의 소리를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가야금과 아쟁은 등장인물들이 소리를 할 때 선율을 따라 연주하기도 하고, 장단 중 소리가 비는 구간을 타악기와 함께 채워 나가며 독특한 시각으로 음악을 만들어 냈다. 특히 아쟁은 첼로와 더불어 비슷한 사운드를 구현해 내다가도 과격하고 애절한 부분을 한이 서린 사운드로 연주해 내며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해 냈다. 각 악기는 독자적인 소리를 마음껏 드러내 보이다가도, 음을 분리하고 해체해 음향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악기와 소리가 서로 배려하며 균형을 맞추어 나가 하나의 온전한 극을 만들어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고선웅 작가는 인터뷰에서 과도하게 서사를 주어야만 이 이야기가 원작보다 더 선명한 교훈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만큼 그가 풀어낸 직관적인 대사와 가사는 극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었는데, 어렵지 않게 풀어낸 이야기의 전개와 서사는 인간의 집착과 광기로 인한 비극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전해 주었다. 극의 끝에 다다라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극단적인 분위기 속 등장인물들이 뒤틀린 욕망 때문에 모두 죽음을 맞이한 후, 감정 없이 명령대로만 움직이던 신하 나아만만이 홀로 남아 이들의 어리석음을 애석해한다. 그는 지금을 묵묵히 살아가는데 가치를 두자는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말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원하는 것은 반드시 갖고야 말겠다는 광기 어린 마음이 불러온 집착, 그리고 파국. 이러한 욕망은 비단 무대의 인물들에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진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뒤틀린 욕망이 비극이 되어 빨간 달이 뜨는 순간을 맞이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나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마음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종종 본인의 그런 절규 어린 감정을 마주하고 좌절한다. 뒤틀린 본성을 인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그 감정을 이겨내기 또한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형적 욕망의 끝에는 결국 허망함과 공허함만이 남을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 기억하자. 우리는 모두 나약하고 어리석은 사람인 동시에, 결국 그 본성을 이겨내고 사랑으로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
국립민속국악원, 겨울방학 틴틴창극교실 성료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은 겨울방학 기간 동안 진행된 '틴틴창극교실’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음을 발표했다. ‘틴틴창극교실’은 어린이들이 창극과 판소리를 배우며 직접 무대에서 공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국악 교육 프로그램이다. 겨울방학 프로그램은 5: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1월 4일부터 시작되어 1월 20일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열린 수료발표회로 화려하게 마무리하였다. 참가한 학생들은 전통 창극 '별주부전'의 주요 장면과 전래놀이를 통해 창극에 대한 심도 깊은 학습을 진행했다. 이 과정은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협동심을 길러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무대 위에서는 각자의 자신감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빛났다. 올해 여름에도 '틴틴창극교실'을 진행할 계획이다. 여름방학 프로그램은 '판소리 5바탕' 중 한 가지를 주제로 선정하여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중현 원장은 "'틴틴창극교실'은 전통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창의적인 예술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전통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남성창극 도전부터 조선시대 여성들의 연대 담은 뮤지컬까지남자 배우들로만 무대를 채우는 남성 창극과 고전소설 '박씨전'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등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부터 선보이는 작품 5편을 소개했다. 이날 소개된 작품 가운데 다음 달 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남성 창극 '살로메'는 남자 배우들로만 창극을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시화 연출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며 "패션, 메이크업 등 많은 부분에서 성의 경계 허물어진 것처럼 전통공연 안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도가 창작의 가능성을 넓히고, (전통공연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페라로도 유명한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세례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을 그린다. 극본을 맡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고선웅이 각색을 통해 극단적인 결말로 재탄생시켰다. 김 연출은 "극 중 인물들은 욕망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며 "이런 집착이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허망함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살로메'는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으로도 주목받는다. 오늘날 창극의 인기를 이끈 고선웅과 뮤지컬계 스타 안무가 신선호,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작품에 참여했고, '판소리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 유태평양, 김수인 등이 출연한다. 다음 달 7일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여기, 피화당'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작자 미상으로 알려진 '박씨전'의 작가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병자호란 때 청으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윤희 연출은 "3명의 여인이 동굴 속에 숨어 살다가 생계를 위해 소설을 쓰는 내용"이라며 "비참한 현실 속에 있지만, 무너지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현실을 마주하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따뜻한 감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솔 작가는 "극에서 여성들이 동굴에서 나올 수 있는 서로가 있기 때문"이라며 "연대와 희망이라는 힘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전통에 기반한 음악 실험극도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파트2'는 공연단체 불세출의 신작으로 민속문화인 굿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배정찬 불세출 대표는 "동해안의 오구굿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며 "오구굿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하는 굿으로 요즘은 이런 문화가 사라져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기획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 자와 죽은 자를 동시에 위로하는 게 굿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는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작품 외에도 다음 달 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커다란 사회 안에서 자기 존재의 분실을 다룬 무용 '어 다크 룸'(a dark room)이, 같은 기간 마포구 틸라그라운드에서는 소리가 발생할 때 생기는 진동과 노이즈를 새로운 감각과 감동을 전달하는 음악 공연 '언/리더블 사운드'(UN/Readable Sound)가 공연된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공연 예술 전 장르에 걸쳐 제작·유통 등을 지원해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이다. 올해는 총 27개 작품이 선정됐다.(연합뉴스)
-
김준수·유태평양 스타 소리꾼,남성창극 '살로메' 선사한다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가 김준수, 유태평양 ·김수인·정보권·서의철·이정원 등 스타 소리꾼들이 총출동한 남성 창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남성창극 '살로메'를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한다고 22일 밝혔다. 작품은 세례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을 그려낸다. 극본을 맡은 고선웅이 원작을 극단적인 결말로 각색하여 재탄생시켰다. 정은혜가 소리로 만들었다. 스타 남성창극 배우들과 5명의 코러스, 7명의 라이브 연주자들이 강렬하고 극단적인 비극을 선보인다. 공연에는 '판소리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를 비롯해 윤제원, 유태평양, 김수인, 정보권, 서의철, 이정원 등 창극 발전을 이끌어 온 소리꾼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원작의 여성 캐릭터인 공주, 왕비 등도 연기한다. 주인공 살로메는 김준수, 윤제원이 더블캐스팅 됐다. 프랑스어로 쓰인 원작 '살로메'가 창극으로 재탄생하며 선보일 매력에도 기대가 모인다. 작창가 정은혜가 극본을 바탕으로 소리를 만들었다. 정은혜는 "익숙한 창법을 조금 내려놓고 '대사에서 시작된 소리'라는 전제를 두고 작업을 했다"며 "치밀한 대사와 밀도 있고 힘 있는 어조에 선율을 얹어 극적인 상황과 인물의 정서를 표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쟁(김슬지), 첼로(이호찬), 태평소·피리·생황(차승현), 전자기타, 피아노, 타악기가 그로테스크한 음악을 선보인다. 비슷한 비율로 구성된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는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불협적인 사운드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낸다. 작곡은 김현섭, 음악감독은 국립극장 여우락 예술감독이자 서울예대 교수인 이아람이 맡았다. 이 밖에 안무에는 뮤지컬계 스타 안무가 신선호가 맡았다. 의상에는 세계적인 명성의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참여했다. 이상봉은 인물의 특징과 성격이 잘 드러나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동서양이 만나고, 남과 여가 하나가 된다는 콘셉트를 담은 의상을 제작했다. 김시화 연출가는 이번 작품의 모든 인물을 남성 배우로 구성한 데 대해서 "남성창극은 이전에 없던 실험적 도전"이라며 "예술적인 측면에서 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시대의 코드를 반영한 새로운 시도이고, 전통공연 창작의 가능성을 높이고 대중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국립민속국악원, 2024년도 주요 공연 사업계획 발표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은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바탕으로 한 2024 주요 공연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사업 내용은 ▲창극 및 민속음악 특성화를 통한 기관 경쟁력 제고, ▲일상에서, 누구나 누리는 국악 환경조성 및 저변 확대, ▲민속악 진흥을 위한 연구 기반 조성, ▲관객 개발및 공연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이다. 창극과 민속음악의 특성화를 통해 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대표 창극 작품을 제작하고, 공모를 통해 선발된 단체에 창극 공연의 기회를 제공해 민속악의 거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2023년 대표작품 '산전수전 토별가'를 부산원과 남도원에서 각각 2월과 3월에 공연할 예정이며, 어린이 대상 창의력 증진 작품을 11월에 예원당에서 선보이고, 공모를 통해 선발된 단체에게는 5월부터 6월까지 예원당과 예음헌에서 창극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어린이 명인 및 명창을 위한 '꿈나무무대'를 예음헌에서 2월에 4회 개최하고, 민속악 관련 예술인과 단체를 초청하는 '민속악 축제'를 예원당에서 9월에 2회 개최하며, 전통 민속춤을 선보이는 '무용단 정기공연'을 예원당에서 6월에 1회 개최한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소리꾼들에게 판소리 완창 기회를 제공하는 '소리 판'을 예음헌에서 연중 5회 진행하고,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과 사설집을 제작한다. 일상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악 환경을 조성하고 저변을 확대하고자 다양한 상설 및 기획 공연을 추진한다. 더불어 K-문화관광 거점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및 국내 유관기관과의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며,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악치유 체험프로그램과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국악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기획 공연으로는 '고택, 고백Go Back', '달리는 국악무대', '토요국악나들이','어린이날 기념공연', '국악콘서트 다담' 등이 있고, 상설 공연으로는 '광한루원 음악회'가 있으며, 명절과 송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는 '새해맞이 설공연', '추석 공연', '송년 공연'이 있다. 또한 취약계층을 위한 '무장애극 제작 및 공연'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덩덕쿵 국악놀이터'도 열린다. K-문화관광 거점 강화를 위해 해외 및 국내 유관기관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며, 이를 통해 전라권 지역 순회 공연, 지역축제와의 협력을 통한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전통예술 공연, 국제 교류 공연(일본, 프랑스, 호주, 필리핀,몽골 등), 그리고 소속원 간 대표작품 순회공연을 진행한다. 국악을 널리 퍼뜨리고 국악 향유층을 확대하기 위해 수요자 중심의 국악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으로는 국악치유 체험프로그램 '국악 명상', 어린이를 위한 '틴틴창극' 교실, 청소년을 위한 '국악세상'과 '즐 거운 국악산책', 그리고 중장년층을 위한 '청출어람' 국악실기 강좌가 제공된다. 민속악 진흥을 위한 연구 기반 조성을 위해 전북지역의 민속예술을 조사하고 구술채록을 진행한다. 또한, 시조 명인 정경태의 저술 '국악보' 발간을 준비하고, 전시 해설을 통해 국악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자 한다. 지역 민속예술 연구와 관련하여 전북지역 민속예술 조사와 민속음악학술자료집 발간을 통해 기초 연구자료를 제작하고 있다. 전북무형문화재 전통공연예술종목(27건)에 대한 작고 보유자 및 보존회 소장자료를 수집하고, 민속음악 학술자료집으로는 시조 명인 정경태의 저서 '국악보'를 발간 준비 중이다. 국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교양을 심화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무장애 전시를 위한 해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람객이 국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의 장벽을 넘어갈 수 있는 전시 해설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관람객의 편의를 제공하고 국악 체험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여 교육 및 체험 사업과 연계하여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전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연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평가위원회와 모니터링단 운영하고, 공연 관람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발권시스템과 티켓부스 환경을 개선하며, 안내원 운영을 통한 관람객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악 공연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연평가위원회와 민간 공연평가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속단체의 예술역량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관람객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연 만족도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기관 및 사업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온라인 게시처와 공식 SNS 계정을 활용하여 공연 홍보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관객을 유치하며, 오프라인에서는 지역 신문사 및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보도자료를 제작하고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으며, 또한 기관, 국악연주단, 상설공연 등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을 제작한다. 김중현 원장은 "2024년에도 국립민속국악원은 다양한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악의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전통의 계승과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국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더 넓은 관객층에게 국악의 매력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소장자료 연구총서’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공연예술박물관 소장자료 연구총서'권 2를 발간했다. 2021년 창간호 ‘초연에서 레퍼토리’에 이어 발간된 두 번째 연구총서는 ‘창극의 변화와 도약’을 주제로 관련 전문가들이 심층 연구한 결과물을 248쪽 분량으로 엮었다. '공연예술박물관 소장자료 연구총서'는 공연예술박물관의 소장자료를 적극 공개하는 동시에 공연예술 분야에서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의 연구를 확대하고자 격년으로 발행되고 있다. ‘창극의 변화와 도약’이라는 주제로 발간된 '공연예술박물관 소장자료 연구총서' 권 2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로 거듭난 창극의 역사를 조감하고 발전의 원동력에 대해 고찰한다. 이를 위해 분야별 전문가 7인(서연호, 전성희, 김향, 박인혜, 송소라, 이진주, 최혜진)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창극의 기원, 국립창극단의 역사, 연출 흐름, 작창과 반주, 무대 미학, 소재의 다양화, 배우의 연기 등 여러 관점에서 오늘날 창극의 특성을 세밀하게 살펴본다. 공연예술박물관이 소장한 포스터, 프로그램북, 대본, 공연 사진 등 자료 도판 100여 점도 함께 수록했다. 박인건 극장장은 "격년마다 발간되는 연구총서가 공연예술 연구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공연예술박물관의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11일(목)부터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자료실 및 주요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
국립극장, 예술교육 프로그램 수강생 모집국립극장이 2024년 상반기 예술교육 프로그램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8일 밝혔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예술학교 ▲다 함께 예술 ▲예술피크닉,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꿈나무 스테이지 그리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아마추어 관현악단 ▲하루 예술로 구성된다. '어린이 예술학교'는 여름·겨울방학마다 초등학교 1~4학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전통예술 탐험 프로그램이다. 매년 조기 마감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대면 수업의 수강인원을 전년 대비 2배로 확대한다. 2024년 겨울방학을 맞아 준비한 주제는 ‘만파식적’과 같은 전통악기의 유래와 관련된 설화다. 국악기의 기원을 탐색하고, 이를 활용해 나만의 음악극을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이별 맞춤 수업을 위해 1~2학년과 3~4학년으로 나누어 진행하며, 총 100명을 모집한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 함께 예술'은 공연예술을 통해 교감하고 소통해 보는 일일 체험 프로그램이다. 4~7세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예술피크닉'은 어린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전통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일일 체험 프로그램이다. 4~8세 어린이들에게 해금·가야금·장구 등 다양한 국악기 연주를 직접 듣고, 보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람 연령 제한으로 공연장에서 작품을 볼 기회가 적은 어린이들을 위한 강좌로 단체 신청 접수를 통해 운영된다. 창극 배우로 태어나는 시간 '청소년 창극아카데미'는 판소리를 활용한 음악극 ‘창극’의 창작 과정을 배워보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판소리와 창극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인터뷰를 거쳐 총 25명을 선발한다. 국립창극단 단원을 비롯해 판소리·연극·무용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작품 창작에 있어 필수적 요소들을 배운다. 역할극, 토론, 대본 익히기, 장면 만들기 등 다양한 형태의 연극 놀이와 통합예술 수업을 통해 예술성과 창의성을 함양할 수 있다. 수업 마지막 날인 6월 2일(일)에 달오름극장에서 수료 공연을 선보인다. '꿈나무 스테이지'는 공연예술 뒷모습을 엿볼 수 있는 진로 체험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청소년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공연 기획, 제작, 홍보마케팅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관련 직종을 탐색해 본다. 일일 체험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무대 미술 분야 중 ‘분장’을 주제로 분장 디자이너의 강연을 듣고, 직접 메이크업 디자인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국악 비전공자들에게 국악관현악 교육과 합주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양음악계에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이 활발하지만 국악계는 드물어, 국악관현악 향유층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다는 평을 듣는다. 20세 이상 국악 비전공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모집 분야는 가야금‧거문고‧아쟁(대아쟁/소아쟁)‧해금‧피리‧대금‧소금‧타악기 총 8개로, 연주 영상 심사를 통해 선발한다. 악기별 교습, 합주 연습,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 관람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무대 위 연주가가 되어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수강생들은 6개월간 교육 후, 8월 17일(토)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수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강사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과 2023년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동호 지휘자가 나선다. '하루 예술'은 감각적인 접근으로 공연예술을 즐기는 성인 대상 일일 체험 프로그램이다. 4월에는 국악기로 즐기는 소리 목욕(사운드 배스)과 전통차 조합을 선보인다. 국악기와 싱잉볼 사운드에 귀 기울이며 차를 마시는 체험을 통해 나만의 휴식법을 찾아본다. 5월에는 한국 창작 무용과 전통주의 이색 페어링을 만나본다. 술을 음미하며 우리 춤의 움직임을 배워보고,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본다.
-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웅장함과 화려함만?'마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추는 것과 같다'는 뜻의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조선 세종 31년(1449)에 세종이 석가모니의 공덕을 찬양하여 지은 노래를 실은 책이다. 국립극장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을 해오름극장에 올렸다.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대형 칸타타로,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총 313명이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연출진으로는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 연출가 손진책, 안무가 국수호까지 세 거장이 의기투합했다.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먼저 떠난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한글 찬불가로, 석가모니의 전 생애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군주의 외로움, 지아비의 순정, 한글이 만백성에게 전파되기를 바란 세종의 마음에 주목해 무대를 재구성했다. 국립창극단 출연진으로는 김준수가 세존(석가모니의 다른 이름) 역을, 이소연이 소헌왕후 역을 맡았고, 세종 역 김수인을 비롯해 민은경, 유태평양 등 국립창극단 주역 배우들도 함께했다. 국립무용단원 30여 명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분신으로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한 악단과 합창단을 지휘하기 위해, 이 공연에서 작곡과 지휘를 맡은 박범훈 지휘자가 무대에 올랐다. 오래도록 국악 관현악의 발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음악적으로 훌륭한 곡을 많이 만들어 온 원로의 등장에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작곡가 노트에 의하면, 이번 음악은 ‘소리’를 보여주는 데에 치중하였다고 한다. 오늘의 우리 소리를 모아 보여주기 위해 음악과 무용, 그리고 소리를 한 군데로 점철시켜 하나의 극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월인천강지곡’은 현재 전해지지 않아 어떤 곡이었을지 알지 못하나,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의 마음을 상상하여 만들었다고 하여 이 무대의 음악이 더욱 기대되었다. 합창단의 합창과 관현악의 전체 연주(tutti)로 웅장하게 서곡이 시작되었다. 한국적이면서도 서양적인,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듯한 색다른 느낌이 무대를 감쌌다. 마치 레퀴엠(requiem)의 절정 부분을 듣는 듯 강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지속 되었고, 창극단원들의 ‘세종께서 들려주는 사랑의 노래를 들어요’라는 소리로 극이 시작되었다. 밝은 음색과 흥청거리는 굿거리장단 위에 화려한 한국 가곡 느낌의 선율이 연주되었다. 세존이 흰 코끼리를 타고 오는 장면에서는 흰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여유 있게 등장했고, 장단의 패시지가 빨라질수록 관현악 반주가 더욱 웅장해지며 교향곡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또 극을 이끄는 건 창극, 즉 판소리였기에 서양음악 기반 합창단과의 앙상블이 이질적이기도, 잘 어우러지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크로스오버(Cross-Over) 시도가 신선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시도는 국립극장이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형 무대를 충분히 활용한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은 원으로 된 길을 걷고 연기하고, 소리하며 창극의 색을 물씬 보여주었다. 하지만 극의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와 음악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우선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웅장함과 화려함으로만 가득했다. 물론 국악 관현악을 비롯하여 서양 관현악, 합창단까지 합세한 대규모 편성이었기에 음악적으로 색다른 시도를 하기 쉽지 않았겠지만,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비슷한 사운드와 리듬 형태만이 반복되어 아쉬웠다. 박범훈 작곡가는 예전부터 ‘붓다 교성곡’ 같은 대규모 작업을 많이 해 왔다. 그의 음악은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정갈하게 풀어내고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을 뚜렷하게 녹여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도 관현악의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서양 악기를 활용한 독특한 사운드 구현이 신선하고 깔끔했으나, 국악 관현악이 기반이 되고 그 위에 서양 악기가 받쳐준다던 설명과는 다르게 서양 악기의 강하고 풍성한 사운드가 기반이 된 진행 위에 국악기가 가끔씩 얹혀 연주된다는 느낌이 강해 균형 있게 어우러지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창극의 소리도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계면조의 꺾는 음과 떠는 음, 뻗는 음만을 활용하여 질러내기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칸타타 장르에서 판소리를 활용한 시도는 좋았지만 세부적인 소리 형태는 색다를 게 없었고,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장단 안에 비슷한 선율 형태만이 반복되어 지루함을 느꼈다. 단조 기반의 화성 진행 또한 변화가 거의 없었고, 가사는 선율에 자연스럽게 붙지 않아 운율감이 떨어졌으며, 한문이나 종교적 용어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모니터에 가사가 띄워지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 이 무대는 분명 ‘세종’을 조명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을 기리는 느낌이 드러나지 않고 주제가 불분명했다. 조금 더 확실한 가사 전달과 명확한 주제를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은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타이틀답게, 그 어떤 공연보다도 화려하고 웅장했다. 그리고 대규모 편성으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기에 국악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크고 새로웠기 때문일까? 오페라도, 뮤지컬도 아닌 새 장르는 음악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고 중심이 잡히지 않은 느낌을 받았으며, 극의 줄거리 또한 국립극장의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하는 의의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아 주제의 선정 의도가 불분명해 보였다. 시도되지 않던 한국적 대작을 위한 노력과 연출에는 큰 박수를 보내지만, 이 시대에 걸맞은 전통 예술 무대였는가 하면 긍정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 우리 음악은 세계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고, 흉내 낼 수 있어야만 그 보편성과 독창성을 지니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번 무대를 발판 삼아, 국립극장의 공연이 앞으로 더욱 중심을 잡고 이 시대의 전통다운 전통, 국립극장다운 위엄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2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한류문화컬럼니스트)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반가운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영화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그 뉴스를 접하는 순간 영화의 영상이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 배우의 인터뷰가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한마디로 영화가 1000만 명을 돌파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어리둥절하다고 말한다. 만들어 놓고 보니까 1000만 명 짜리 영화가 된 셈이다. 비교적 영화의 창작 과정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정해진 원칙이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는 장르 중의 하나이다. 특히 정부의 간섭은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서울의 봄’ 같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러한 힘이 가능했던 바탕에는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독특한 사회적 배경과 역동적인 사회의 특성, 국민성(DNA), 그리고 디지털 강국이라는 강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천 년의 역사, 근대의 일제 강점기와 군사독재, 민주화 투쟁 등 굴곡 많은 한국사회의 역사가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준 결과라고 영화평론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 외에도 결정적으로 영화 발전을 이끈 것은 ‘스크린쿼터제’이다. 1966년 8월 3일에 이루어진 영화법 제2차 개정은 67년 1월 1일부터 영화관에 대해 연간 90일 국산 영화의 상영을 의무화하는 ‘스크린 쿼터제’를 도입했다. 이후 몇 차례 상영 제한의 축소와 확대를 반복하면서 85년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는 연간 146일로 정해졌다. 그리고 현재는 상영일수가 73일로 줄어들었으나 헐리우드 영화에 대항해 자국 영화를 지켜낸 모범적인 제도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이 모두는 영화인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 덕분이라고 사료된다. ‘스크린쿼터제’는 영화발전을 위한 단순한 정책을 넘어서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파생되기도 했다. 그것은 회계의 투명성인데, 극장의 관객 수를 체크하는 시스템이 구축됨으로써 제작자들이 표를 빼돌리는 일이 없어지고 그럼으로써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를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투자자들이 영화에 대한 투자에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고, 투자조합들이 영화에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악공연계는 물론, 연극, 뮤지컬 등 다른 공연예술 분야는 아직도 공짜표로 관객을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을 하게 된 것은 역시 ‘스크린쿼터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스크린쿼터제’를 언급한 것은, ‘국악진흥법’이 공포된 이후 국악진흥법의 ‘시행령’에 반영될 수 있는 정책에 영화계의 ‘스크린쿼터제’와 비슷한 내용의 정책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지난 22일 날 개최된 한국국악협회 전문가위원회는, 국악진흥법의 비전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미션 또한 젊은 국악인들의 다양한 창조정신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2024년 1월에 개최될 ‘정책토론회’는 미래세대 비전에 대한 시스템 구축, 미션에 대한 다양한 창조적 시스템이 국악진흥법 시행령에 반영되고 구축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미래세대 비전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라는 것은 영화계에서 보여준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시스템 즉, 공영방송 등에서 ‘국악쿼터제’를 도입해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것들이 국악진흥법 ‘시행령’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국악은 영양가 높은 한류음악의 원형자산이다. 국악에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제도가 도입된다면, 전반적인 국악의 발전은 물론 젊은이들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이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젊은이들의 미션은 다양한 창조정신을 발휘하여 더욱 풍성하고 다색다양한 한류음악을 창조하는 것으로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