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2004년 춘계 전국국악학학술대회 국내에선 처음으로 함경 강원 경상도권에 산재한 동부민요만을 학술적으로 집중조명한 학술논문집이 발간돼 국내 민요사 연구에 획기적 전기가 될 전망이다.
대한민국 동부민요보존회와 한국전통음악학회가 주최하고 국립국악원, 단국대학교, (사)한국국악학회, 갑우문화원이 공동 후원한 '2004년 춘계 전국 국악학 학술대회'는 「동부민요의 예술세계」란 주제로 지난 3월 2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단국대 서관 멀티미디어실에서 성료됐다.
이날 1-2부로 진행된 학술대회에서 권오성 한국국악학회장(한양대 교수)은 '한국 향토민요의 전승 보급 및 확대', 한만영 前 서울대 국악과 교수는 '동부 민요의 범패(홋소리)의 음악적 특성의 상호 연관성에 관한 연구', 이장열 무형유산정책연구소장은 '한국 무형문화재 정책과 전통민요의 보존', 강등학 한국민속학회장(강릉대 교수)은 '경북지역 논메기 소리의 기초적 분석과 지역적 판도',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장은 '동부민요의 음악과 문화에 대한 조망', 권영철 대구가톨릭대 국문학과 명예교수(문학박사)는 '동부민요의 문학성', 이소라 민족음악연구소 대표(배제대 겸임교수)는 '강원지방의 회다지 소리', 동부민요 명창 박수관 대한민국 동부민요보존회장(명예 음악학 박사)은 '동부민요의 가치관 정립과 보존의 중요성'이란 발제논문을 발표했고, 좌장으로는 서한범, 김영운 교수와 최종민, 구윤국, 유종목, 유영대, 이동복, 김혜정, 장휘주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선 그동안 국악계에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 '전쟁가'와 '백발가'의 민요학적 가치가 인정됐으며 실제 그 노래를 스승인 김로인(金路人)한테 전수받아 보급중인 동부민요 소리꾼인 박수관 회장의 창법은 이날 세미나를 통해 동부민요의 원형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논문 발표자들은 한결같이 "현재 한국 음악 교육이 너무 서양교육 위주로 이뤄져 향토민요에 대한 체계적 정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는 물론 국제 음악 무대에서 제대로 된 발표회가 없어 민요가 점차 사장될 지경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 차원의 민요보존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만영 교수는 동부민요의 음악성에 대해 분석하면서 "메나리토리는 동부민요의 대표적 율조로 미, 솔, 라, 도, 레의 5음계로 이뤄져 있고 주요 음은 미, 라, 도이며 보통 라, 미 음으로 마친다"고 전제한 뒤 "소리는 투박하며 흥겹고 경쾌한 점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 탄식 애원조가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또 "대표적 불교음악인 범패(梵唄)도 음계, 박자, 연주방식, 연주 지역까지 동부민요가 거의 유사해 범패가 동부민요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이 대목에 대해 더 많은 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보형 회장은 "1973년 한만영 교수가 「태백산맥 이동지방의 민요선법」이란 논문을 발표될 즈음부터 국내에서도 동부민요란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서도 경기 남도 민요란 말만 보편화됐다"고 했다.
이 회장은 "동부민요는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하나의 독자적인 음악문화권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전통적인 지역 행정 분할이 동부민요권과 일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 학문적으로 경상도, 강원도, 함경도 민요를 메나리토리권으로 묶을 수 있게 된 만큼 동부민요 정체성 찾기에 국악인들이 노력해야 될 때"라고 역설했다. 이날 권영철 교수는 동부민요의 빼어난 문학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제의, 노동, 장사, 유희, 애원성, 각서리 타령 등 모두 12가지 문학적 갈래로 구전 동부민요를 분류하기도 했다.
마지막 논문 발표자로 나선 박수관 회장은 "서양음악이 한국에 유입된 지 백년이 넘는 현 시점에서 오늘날 민요는 산업화로 인해 일부 민요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불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한시바삐 전국민적인 민요살리기 붐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한국 전래 민요의 구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또 미국의 음악학자 키비의 '음악 재현가능론'과 스크루톤과 다나베 히사오의 '재현 불가능론'을 상호비교하면서 제3의 이론인 '완전 재현불가능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음악은 내포하는 상징성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완전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동부민요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선 더 많은 민요 보존회가 결성되고 물론 명창 발굴 등에도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박수관 씨가 지난 10여년 간 동부민요의 한 장르로 UN, 미국 케네디센터 등 17차례의 개인 발표회와 국제 무대를 비롯 160여 차례에 달하는 동부민요 공연으로 동부민요 보존에 큰 기여한 공로를 학술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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