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클래식 작곡가 10명의 스타일로 편곡한 생일 축하 노래, 방탄소년단 정국의 노래에 맞춰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법, 장난감 피아노 연주로 매긴 작곡가 순위….
베토벤, 모차르트 등 고전 레퍼토리를 주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이목을 끄는 이가 있다. 바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크리에이터인 나래솔(33·Nahre Sol)이다. 그는 유튜브에 클래식 음악을 흥미롭고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거나 피아노 연주력을 향상할 수 있는 연습법 등을 담은 콘텐츠들을 올린다. 구독자가 70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나래솔은 올해 처음으로 통영국제음악제에 참가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다음 달 6일과 7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오픈 보더스'(Open Borders)를 주제로 공연한다. '열다'(Open)와 '경계'(Borders)라는 상충하는 듯한 개념을 결합한 이번 공연은 그동안 나래솔이 장르를 넘나들며 구축해온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나래솔은 31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새로운 청중과 만나 내 음악을 공유할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에서는 바흐의 음악을 재즈, 블루스로 재해석한 '라운드 어바웃 바흐', 아르헨티나 탱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퍼스트 탱고', 피아노와 전자악기를 사용한 여러 가지 양식의 즉흥연주 등을 들려준다.
나래솔은 "저는 경험과 새로운 해석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새로운 맥락에서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오늘날 음악가들이 장르, 문화, 시대를 넘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을 여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공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통과 혁신의 '혼합'으로 고전과 동시대, 동양과 서양이 만나게 된다"며 "관객들은 서로 섞이지 않은 형태의 음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나래솔의 음악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는 클래식 음악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대표적으로 클래식 작곡가 10명의 스타일로 편곡한 생일 축하 노래는 나래솔이 직접 곡을 편곡하고 연주한 콘텐츠다. 바흐 버전은 교회 음악 느낌이 물씬 풍기고, 리스트 버전은 극적인 효과가 돋보이며, 드뷔시 버전은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로 흘러간다. 영상에 대한 반응도 "편곡이 아니라 원래 작곡가들의 곡 같다", "한 학기에 배울 음악 이론을 20분 만에 마쳤다" 등 폭발적이다.
나래솔은 이런 콘텐츠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음악에 대한 저의 사랑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면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아이디어들"이라며 "사람들에게 친숙한 선율과 오늘날의 주제를 활용해 (클래식 음악과의) 유사성이나 다채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콘텐츠들이 주목받으면서 나래솔은 지난해 6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공연장 엘프 필하모니의 '상주 크리에이터'로 위촉됐다. 클래식 공연장이 작곡가, 연주자들을 상주 음악가로 두는 일은 흔하지만, '상주 크리에이터'는 클래식계에서는 낯선 영역이다.
나래솔은 상주 크리에이터가 된 데 대해 "지금까지 제가 해온 새로운 방식의 공연, 교육, 연주를 인정받는 느낌이었다"며 "굉장히 신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겸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상주 크리에이터는 '음악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음악과 예술이 살아있고, 진화하는 형태라고 믿어요. 과거의 풍부한 전통을 흡수하면서 현재의 혁신과 문화의 교류로 형태를 잡아가죠. 저는 저 자신을 그 연속체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가능성에서 영감을 받습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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