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오랑캐에 정절을 잃은 여인을 멸시하던 조선시대에 등장한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여자 영웅 박씨.
누가 썼는지 작가를 알 수 없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영웅 소설 '박씨전'의 탄생 비화가 그럴듯한 상상력으로 완성돼 무대 위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지난 7일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여기, 피화당'은 '박씨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소설 속 배경인 병자호란이라는 암흑기를 누구보다도 처절하게 겪은 세 명의 여인을 무대 위에 주인공으로 삼았다.
극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동굴 속에 숨어 사는 세 여인 가은비, 매화, 계화가 "비참한 조선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라고 노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병자호란 때 청으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죽음을 강요받는 처지다. 사대부 가문의 며느리였던 가은비와 매화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면 집에서 쫓겨났다. 가은비의 몸종이었던 계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거처하는 동굴에 화를 피해 머무르는 곳이라는 뜻인 '피화당'(避禍堂)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피화당은 '박씨전'에서 박씨가 추한 외모 때문에 자신을 박해하는 남편을 피해 머문 초당의 이름이기도 하다. 동굴은 세 사람이 처한 현실만큼이나 어둡다. 가은비는 촛불에 의지해 사랑 이야기를 쓰고, 매화가 남장을 하고 저잣거리에 나가 이야기를 판다. 계화는 허드렛일을 도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 후량이 이들을 찾아와 "사대부를 비웃는 글을 써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청과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느니 백성과 나라를 지키자며 항복 문서를 작성한 최명길의 양자다. 명분만 내세우는 사대부들에게 비판받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이름 없는 작가 선생'에게 글을 부탁한 것이다.
그렇게 뮤지컬 안에서 작자 미상의 '박씨전'이 탄생한다. '박씨전'의 이야기는 극중극으로 펼쳐진다. 박씨가 신묘한 힘으로 청의 장수를 쓰러트리고, 허물을 벗고 아름다운 얼굴로 자신을 구박하던 남편 앞에 당당하게 서는 모습은 가은비, 매화, 계화의 모습과 겹치면서 묘한 희열을 준다.
'여기, 피화당'은 '박씨전'을 단순히 각색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탄생 배경과 그 의미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되짚는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고전을 재탄생시키며 창작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이야기지만, 음악에 전반적으로 깔린 생기있는 리듬 덕에 극의 분위기는 너무 가라앉지 않는다. 진지한 인물들 사이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후량의 몸종 강아지와 희망을 품고 있는 계화 캐릭터도 비극적인 이야기 중간중간에 웃음을 더해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낸다.
다만 100분가량의 짧은 공연 시간 탓인지 가은비, 매화, 계화의 개별 서사는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정도여서 개별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은 약한 편이다. 세 사람이 함께 살게 된 계기나 각자의 서사가 강화된다면 이들의 연대 역시 좀 더 의미를 갖게 될 듯하다.
한국문화예술의원회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4월 14일까지 공연한다. (연합뉴스)
태평무 국가무형유산 '태평무'는 강선영(1925-2016)선생에 의해 전해지면서 격조있는 무대예술로 발전 되었다.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뜻을 지니...
강원도 아리랑을 쓰다. 한얼(2024, 선면에 먹, 53× 26cm) 봄바람 불어서 꽃 피건마는 고닯은 이 신세 봄 오나마나 ...
최근 BTS를 배출한 하이브와 뉴진스를 배출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한 소식이 연일 연예 문화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 하이브의 주가가 약 1조원 가까...
거문도의 인어 신지끼 "안개 있는 날에 백도와 무인도 서도마을 벼랑에서 주로 출몰 바위에 앉아 있거나 헤엄치기도 벼랑위에서 돌 던지기도 한다 해난사고나 바다에서 위험 경고...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오는 5월 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 '긴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아쟁과 ...
30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국립정동극장예술단 정기공연 '모던정동'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4.30 ...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에서 23일 박병천의 '구음시나위'에 허튼춤 추는 안덕기 (사진=국립정...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 에서 조재혁의 '현~' 공연 모습. (사진=국립정동극장). 2024....
# ‘이호연의 경기소리 숨’ 공연이 지난 4월 26일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렸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제자들 20명과 5명의 반주자와 함께 경기잡가, 경기민요, 강원도...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손꼽히는 남원춘향대전(남원춘향제)이 오는 5월 10일(금)부터 5월 16일(목)까지 7일간 남원시 광한루원 일대에서 열...
4월 18일부터 20일, 남산국악당에서 아트플랫폼 동화의 모던연희극 ‘新칠우쟁론기’가 펼쳐졌다.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는 4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된 채치성 예술감독님을 만났다. 그는 국악방송 사장, KBS 국악관현...
2024 쿼드초이스_틂 (사진=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나승열)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학로극장 쿼드의 ‘쿼드초이스’...
지난 4일, 국립국악원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KBS국악관현악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118명으로 구성된 연합 관현악단 무대 ‘하나되어’를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