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2 (일)

국립민속박물관 '龍, 날아오르다'…"용 기운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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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龍, 날아오르다'…"용 기운 받아가세요"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jpg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두 마리 용이 작은 구름 사이로 솟아 오른다. 선명한 푸른 빛이 용의 위용을 드높인다.

옛 조상들은 용이 초월적 능력을 갖고 있어 나쁜 기운을 막고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림은 물론이고 농기구, 벼루 등 생활용품에 용을 장식했다.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는 속담이 있듯 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실존의 동물처럼 그려지는 일이 많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갑진년 용의 해를 맞아 기획전시실 2에서 '龍, 날아오르다' 특별전을 지난 20일부터 개최해 '용'의 상징을 담은 민화와 공예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용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를 담은 자료와 사진도 소개했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작품은 18세기에 만들어진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다. 우유빛 백자에 청료로 용 그림을 그렸다. 백자의 곡선이 주는 유려함에 용의 위엄함을 더해 눈길을 끈다. 백자 뒷 편으로는 하늘로 튀어오른 용의 모습을 구현한 미디어 아트가 펼쳐져 전시의 생동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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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룡도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사실 용은 상상 속 동물로, 아홉 동물의 특징이 담겨있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이러한 용의 특징을 담은 민화 '운용도', '문자도', '약리도'가 관람객과 만난다. '운용도'는 용의 전체적인 형상이 잘 나타난 그림이다. 내년이 청룡의 해인 만큼 '청색'이 아닌 먹색 그림이 걸려 아쉬울 수 있지만, 박물관 측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나와있듯 고대부터 청색은 현재의 녹색에 가까운 색이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자도'는 물고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른다는 내용의 '등용문'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조선시대 중요한 덕목 중 하나였던 '충(忠)'을 용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약리도' 역시 '등용문'과 관련한 작품으로 잉어가 물에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물살이 센 중국 황허 강 상류의 협곡에 있는 용문에 오르면 용이 된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이 작품은 출세의 염원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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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도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서구문화와 게임 등의 영향으로 '용' 하면 '불과 '악'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한국 민속학에서 '용'은 물과 관련이 깊다.

용은 예로부터 날씨를 관장하며 수신(水神)과 우신(雨神)을 상징했다. 조상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를 빌었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와 안녕을 빌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두레가 농사일을 위해 이동할 때 맨 앞에 세우는 깃발인 '농기(農期)'와 용왕과 용궁부인을 그린 무신도', '기우제 제문' 등을 통해 용에게 비와 물을 빌던 우리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존재하는 용 관련 지명도 소개한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 약 10만 개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4.1%), 이 중 용 관련 지명은 1261개로 가장 많다.  용두산, 용두암 등 지형적 형태에서 유래한 용 관련 지명도 많다. 용과 관련한 속담, 용 띠 해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도 전시장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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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현대 '청룡'의 의미를 담은 소장품과 콘텐츠도 흥미롭다. 놀이공원 롤러코스터의 대명사인 '청룡열차'를 체험하는 코너에서는 1인칭 시점의 영상을 보면서 청룡열차를 타볼 수 있다. 'MBC 청룡 야구공', '한국 프로야구 원형 딱지' 등을 통해 프로야구단 'LG트윈스'의 전신인 'MBC 청룡'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용알뜨기' 이벤트도 진행한다. '용알뜨기'는 정월대보름이나 새해 첫 용날(上辰日) 새벽에 우물이나 샘에 가서 가장 먼저 물을 떠 오면 운수가 좋고 그 물로 밥을 해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믿는 세시풍속이다. 이 내용과 의미를 알리는 취지에서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이 되면 전시장에 있는 우물 속에 이벤트 선물 넣어놓아 맨 처음 발견하는 관람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2024년은 청색에 해당하는 천간(天干) '갑(甲)'과 용에 해당하는 지지(地支) '진(辰)'이 만난 청룡(靑龍)의 해"라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의 기운을 받아 갑진년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해 본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3월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