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시대 사람들은 용이 다섯 가지 복을 가져오고, 호랑이가 세 가지 재해를 몰아낸다고 믿었다. 용과 호랑이 그림이 나란히 걸린 이유다.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 등 건물 입구에 붙인 그림은 한 해 동안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다가오는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아 박물관에서 용을 만나보면 어떨까.
국립중앙박물관은 27일 상설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용 관련 그림, 조각, 도자기, 공예품 등 유물 15건을 소개했다.
용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자 초현실적인 존재다. 예부터 재앙을 물리치는 신령한 존재로 여겨졌고, 왕이나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특히 청룡은 동쪽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전한다.
용은 오래전부터 위엄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돼 왔다.
평안남도 대동군 석암리 9호 무덤에서 출토된 용무늬 허리띠 고리(정식 명칭은 국보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에서는 총 7마리의 금빛용을 찾을 수 있다. 금판을 두들겨 허리띠 고리를 만든 뒤, 표면을 금 알갱이 수천 개와 금실로 장식한 이 허리띠 고리는 낙랑 시대 유물 중에서 최고로 꼽힌다.
고구려 고분인 강서대묘(江西大墓)의 '청룡도'는 널방 동쪽 벽에 그려진 그림으로, 동서남북에서 죽은 자를 지키는 사신(四神)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1층 중·근세관에 있는 고려시대 청동 범종은 용 한 마리가 오른쪽 앞발로 바닥을 딛고 왼쪽 앞발을 치켜든 채 꿈틀대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통일신라 종의 용 장식은 두 발과 입을 종에 딱 붙인 모습이었는데, 고려시대가 되면 용이 머리를 치켜들고 앞발을 들어 올리며 더 역동적인 모습이 된다"고 말했다.
권력의 중심, 왕을 상징하는 물건 곳곳에도 용이 깃들어 있다.
왕이 입는 옷에는 금실로 용 무늬를 수놓았고, 허리띠도 용으로 장식했다. 1897년 만들어진 국새 '칙명지보'(勅命之寶)는 손잡이를 거북이에서 용으로 바꿔 대한제국 황제의 권위를 드러내려 한 점이 특징이다.
상서로운 용의 모습은 그림과 도자기에서도 만날 수 있다.
2층 서화관에서는 바다에서 나온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담은 그림부터 정월 초 호랑이 그림과 함께 문에 붙였던 용 그림 등이 전시돼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고사인물화보첩'에 담긴 '용과 봉황을 탄 선인' 그림은 밤하늘을 나는 황룡과 봉황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밖에도 흰색 용이 몸을 틀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청자 상감 항아리, 백자의 흰 면에 푸른색으로 용 두 마리를 그려낸 항아리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QR 코드를 활용하면 각 전시품의 위치와 목록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각 전시품 옆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세부 부분이나 보이지 않는 뒷면, 비교할 만한 다른 작품,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좋은 운을 가져오는 특별한 용을 만나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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