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한국 현대사에 또렷이 양각(陽刻)될 DMZ란 과연 무엇인가.
글자 뜻만으로 보면 DMZ란 Demilitarized Zone의 약자(略字)로서, 말 그대로 무장을 하지 않는 비무장지대(非武裝地帶)를 의미한다.
남·북한을 구분 짓는 군사분계선(軍事分界線)을 경계로, 남쪽으로 2km의 거리에는 남방한계선(南方限界線)이 있고 북쪽으로 2km에는 북방한계선(北方限界線)이 있다. 따라서 DMZ의 폭(幅)은 총 4km인데,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쪽 지역에는 북한군의 GP(Guard Post)가 있고 남쪽 지역에는 아군(我軍)의 GP가 있는 분단의 현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DMZ는 참혹했던 한국전쟁을 증언하는 역사적 증표(證票)이자, 한국인 모두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는 비탄(悲歎)과 정한(情恨)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편 북한 남침 6‧5전쟁 이래 70년의 세월이 흐른 DMZ는 역설적으로 전쟁의 흔적(痕迹)은 사라지고, 무인지경(無人之境)의 싱그러운 대자연(大自然)만이 짙푸른 생명을 구가(謳歌)하고 있는 희한한 구역이기도 하다. 마치 전쟁의 폐허(廢墟)를 딛고 지구촌 일류국가(一流國家)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국운창성(國運昌盛)을 현시(顯示)하듯이!
에필로그
구름이 흐른다.
오늘도 DMZ 허공엔 구름이 흐른다.
구름이 간다.
오늘도 내 나라 분계선 창공에는 구름이 간다.
미련도 아쉬움도, 그리움도 슬픔도, 하얗게 표백된 청춘들의 백골 위로 무심한 구름은 흐른다.
선사(禪師)들의 법어 같은 육중한 정묵(靜默) 한 자락 남겨둔 채 뭉게뭉게 구름은 간다.
자식 잃은 홀어미의 아픔도, 지아비를 사별한 청상(靑孀)의 설움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유유히 담담히 DMZ에 구름은 간다.
구름 간 공간에는 색즉시공(色卽是空)의 허무(虛無)만이 두둥실 넘실거린다. 그리고 그 허무의 공간 속에는 우리가 되새기며 풀어가야 할 역사적 화두(話頭)들이 호접(胡蝶)처럼 너울댄다.
바로 고도의 수수께끼처럼 나부끼는 암유(暗喩).
피할 수 없이 직면해야 할 우리 시대의 화두들이란 과연 무엇일까?
전쟁의 참극? 전쟁의 역설? 분단의 비극? 이산(離散)의 아픔? 폐허 속의 기적? 통일의 염원?…….
진공(眞空) 속을 유영(遊泳)하는 숱한 표제들 속에서 선택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DMZ가 품고 있는 하고많은 설화들의 한 단면을 청사(靑史)의 대리석에 희미하게나마 내 나름으로 새겨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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