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이규진(편고재 주인)
충청남도 청양군 정산면에 위치한 칠갑산을 언제 찾아보았던가, 아니 넘어 보았던가. 칠갑산 휴게소에서 차를 마셔 보았던 적은 또 언제였던가. 휴게소에서 고지대에 위치한 천장호 저수지를 우측으로 끼고 급경사진 비탈길을 내려가면 좌우로 길게 형성된 계곡을 만나게 된다. 이 계곡을 우측으로 올라가면 몇 채의 민가가 어우러진 마을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천장리다. 천장리 끝 민가와 밭 경계를 이루는 턱이 진 곳에 돌무더기가 있는데 이곳이 가마터인 듯 도편들이 보이고는 했었다. 이 천장리 분청사기 가마터를 찾아보았던 적이 언제였던가. 천장호 저수지에는 그새 출렁다리가 생겼다고 할 정도로 많은 세월이 흘렀고 보면 가마터를 찾아보았던 것이 언제쯤이었는지 이제는 가늠조차 쉽지가 않다.
청자귀면장식편은 천장리 분청사기 가마터에서 만난 것이다. 청자 하면 우선 고려 시대를 떠올리게 되지만 조선 시대에도 만들어졌다. 조선청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백자 태토에 청자 유약을 입힌 이른바 백태청자라고 하는 것과 분청사기 가마터에서 분청 태토에 분을 안 입힌 채 만들어 지는 청자가 그 것이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는 고려 시대 지방가마에서 만들어 지는 청자와 구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천장리에서 만난 청자귀면장식편 또한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청자귀면장식편에는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는 내면은 무문이고 외면에는 파도문 같은 음각이 있고 위로 꺽이는 부분에는 돌대가 있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도대체 어떤 기형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향로일까 수반일까. 그러나 더욱 궁금한 것은 입술 부위에 붙어 있는 귀면장식이다. 편리한대로 귀면장식이라고는 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간략화 된 뿔인지 귀인지에 입과 코가 있고 가로로 쭉 찢어진 입이 있는 이 것은 도깨비라고 하기 보다는 차라리 토끼 같은 형상이라고나 할까. 이 또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조선 시대 분청사기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청자귀면장식편. 귀면인지 무엇인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간략환 된 표정만은 여간 애교스럽고 정겨운 것이 아니다. 이런 정도의 귀면을 그릇에 올린 도공의 마음은 또 얼마나 여유로워 보이는지 그 넉넉한 심성을 헤아려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여하튼 기형을 알 수가 없는 청자귀면장식편. 발굴조사보고서 같은 것을 보면 용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이형청자라고 치부해 버리고 말지만 그렇게 얼버무리기에는 무언가 아쉽고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청자귀면장식편이 주는 그 소박함과 정겨움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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