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3 (월)

한국영상자료원, 한국 첫 장편 인형 애니 '흥부와 놀부' 블루레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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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한국 첫 장편 인형 애니 '흥부와 놀부' 블루레이 출시

한국 첫 장편 인형 애니 '흥부와 놀부'.jpg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 최초의 장편 스톱모션(Stop Motion) 인형(Puppet) 애니메이션 <흥부와 놀부>(1967)와 <콩쥐팥쥐>(1977)를 담은 '강태웅 애니메이션 컬렉션'을 블루레이로 출시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하고 블루키노가 제작한 34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수록 영상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수집한 오리지널 네거티브 35mm를 활용해 4K 디지털로 심화복원한 버전이다.


'흥부와 놀부'는 1967년 애니메이션 '홍길동'의 흥행을 계기로 영화사 '은영필림'이 강 감독에게 제작을 제안하면서 탄생한 작품이다. 제5회 청룡영화상 비(非)극영화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세아영화제에도 출품됐다.


강 감독은 일본에서 모치나가 다다히토 감독에게 인형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두 편의 극영화를 연출한 뒤 '흥부와 놀부'를 만들었다. 그는 일본 인형 애니메이션의 제작 기법에 한국 전통 인형극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태웅은 1929년생으로 1949년 서울대학교를 자퇴하고 영화를 배우기 위해 밀항해 일본대학 예술학부 영화학과에 입학한다. 졸업 후 '덴쓰영화사'의 후원을 얻어 모치나가 다다히토(持永只仁)와 이나무리 기이치(?村 基一)가 설립한 인형영화제작소에 입사해 모치나가 다다히토 감독 아래에서 인형 애니메이션을 배운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대략 4년 정도 인형 제작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모치나가 다다히토의 교육용 인형 애니메이션 <다섯 마리의 원숭이들>(1956) 제작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1958년 대한민국에 귀국한 후 1959년 자신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장편 극영화 <백의 천사와 꼽추>로 영화계에 데뷔하고, 1966년 신성일, 엄앵란, 김승호 배우가 출연한 두 번째 극영화 <금지된 입술>을 연출한다. 사실 강태웅 감독은 귀국한 시점부터 한국에서 인형 애니메이션을 제작해보려 시도 했지만, 쉽사리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1967년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크게 흥행하여 한국영화계에 애니메이션 제작 붐이 일어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은영필림'의 김동식 대표가 강태웅 감독을 찾아와 인형 애니메이션 제작을 제안한다. 그렇게 <흥부와 놀부>가 만들어졌다. <흥부와 놀부>는 대략 5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제작된 작품으로 당시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이 열악했고 인형 애니메이션이란 개념조차 낯설 만큼 전문 인력이 없었기에 오롯이 강태웅 감독 개인의 집념과 노력으로 완성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977년 아동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이 많았던 유현목 감독의 제안으로 '유프로덕숀'에서 두 번째 인형 애니메이션인 <콩쥐팥쥐>를 제작한다. <콩쥐팥쥐> 이후 2023년 박재범 감독의 장편 인형 애니메이션 <엄마와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46년 동안 강태웅 감독은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장편 인형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남아 있었다.

 

강태웅 감독의 업적은 애니메이션 제작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1961년부터 서라벌예술대학교 연극영화과 강사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1982년에는 서울예술전문대학 영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문교부의 인가를 받은 첫 '애니메이션 강좌'를 개설하였고 애니메이션 개론서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문'을 집필하였다. 1994년 대학교수에서 은퇴한 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의 강사로 활동하다 2003년 영화계를 떠났다. 최초의 인형 애니메이션 제작, 후학 양성을 위한 강태웅 감독의 큰 업적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다. 

 

1997년 제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한국 애니메이션의 재발견' 프로그램에서 <흥부와 놀부>, <콩쥐팥쥐>가 상영된 것을 계기로 연구자, 평론가 등을 중심으로 강태웅 감독을 재조명하기 시작했고, 2007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영화제(SICAF)에서 그에게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5년 향년 86세로 별세하였다.


올해 '엄마와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을 내놓은 박재범 감독 이전까지만 해도 강 감독이 한국의 유일한 장편 인형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다는 게 영상자료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