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6 (목)
"꿈을 꾸었다. 꿈이 매우 심란하여 취한 듯 미친 듯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병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심란한 꿈을 꾼 이순신 장군은 괴로운 마음으로 무대 위에서 한 걸음씩 힘겹게 발걸음을 옮긴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그에게서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늠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순신'은 영웅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견디는 인간 이순신을 보여줬다. 이순신의 모습은 나라의 운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순신'은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행적과 꿈 이야기를 모티브로 이순신의 생애와 임진왜란의 주요 순간을 보여준다.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부터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까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극이 진행된다.
이순신의 막내아들 면과 가상 인물인 하연의 애틋한 사랑 등 상상력을 부여한 장면도 찾을 수 있다. 군법을 집행하기 위해 곤장을 치거나 참수를 명했다는 구절에서는 백성에게 형벌을 내리는 이순신의 괴로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7년 전부터 작품을 구상해 온 이지나 연출은 '순신'을 판소리, 무용, 뮤지컬 등 여러 장르가 결합한 총체극으로 풀어낸다. 한산대첩과 명량대첩 등 이순신의 주요 해전은 판소리로, 이순신의 내면은 무용으로 표현했다. 이순신의 어머니와 막내아들 면, 선조 등 주변 인물의 이야기는 뮤지컬로 펼쳐냈다.
서술자인 '무인' 역의 이자람이 판소리로 표현한 해전 장면에서는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는 듯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쟁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효과음을 사용하는 대신 "이순신이 와키자카의 대장선을 퉁", "우르르르" 등 판소리 특유의 과장된 의성어와 의태어를 들려준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명량해전을 묘사하며 물살이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지금이다"라고 울부짖는 대목에서는 쾌감이 느껴졌다. 다만 이순신의 가장 큰 승리인 명량 해전을 담아내기엔 분량이 다소 짧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순신을 연기한 무용수 형남희는 큰 키를 활용한 몸짓으로 이순신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유연하면서도 탄탄한 무용수의 신체 조건이 두드러지는 무대였다.
승리를 바라는 백성들의 기대에 휘둘리는 장면에서는 몸을 축 늘어트린 연약한 모습으로 내면의 고뇌를 담아냈다. 반면 해전 장면에서는 왜장의 다리를 잡고 번쩍 들어 올리는 등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판소리나 무용에 비해 역동성이 떨어지는 뮤지컬 장면에서는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했다. 백성과 왜군의 군무로 무대를 채우고 원색의 조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시각적 요소를 부각해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조 역의 최인형은 왕권을 향한 집착과 이순신을 향한 시기심에 사로잡힌 왕의 감정을 연기에 담아냈다. 다만 연기와 별개로 백성들이 찾아올 희망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선조가 중앙에 위치하는 연출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공연은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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