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휴일의 詩] (160)첫눈처럼 내가 가겠다/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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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160)첫눈처럼 내가 가겠다/이미나

  • 특집부
  • 등록 2023.11.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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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의 첫눈(사진=기찬숙)

 

널 품기 전 알지 못했다

내 머문 세상 이토록 찬란한 것을

작은 숨결로 닿은 사람

겁 없이 나를 불러준 사랑

 

몹시도 좋았다

너를 지켜보고 설레고

우습게 질투도 했던

평범한 모든 순간들이

캄캄한 영원

그 오랜 기다림 속으로

햇살처럼 너가 내렸다

 

널 놓기 전 알지 못했다

내 머문 세상 이토록 쓸쓸한 것을

고운 꽃이 피고 진 이곳

다시는 없을 너라는 계절

 

욕심이 생겼다

너와 함께 살고 늙어가

주름진 손을 맞잡고

내 삶은 따뜻했었다고

단 한 번 축복

그 짧은 마주침이 지나

빗물처럼 너는 울었다

 

한 번쯤은 행복하고 싶었던 바람

너까지 울게 만들었을까

모두 잊고 살아가라

내가 널 찾을 테니

니 숨결 다시 나를 부를 때

 

잊지 않겠다

너를 지켜보고 설레고

우습게 질투도 했던

니가 준 모든 순간들을

언젠가 만날

우리 가장 행복할 그날

첫눈처럼 내가 가겠다

너에게 내가 가겠다

 

추천인:기찬숙(칼럼니스트)

"가끔은 애절한 노래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첫눈을 기다리는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영화의 OST인데, 절절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막연하지만 마지막 절 ‘첫눈처럼 내가 가겠다/ 너에게 내가 가겠다’가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