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즐겁고 황홀해 지는 심사를
이규진(편고재 주인)
청자기대(靑磁器臺)는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드물다. 그러나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부안 유천리 청자 가마터에서 출토된 도편들 중에는 의외로 청자기대편들이 많이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런데 문제는 완형이 잘 보이지 않다보니 용도에 대해서도 확실치 않은 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화병이나 매병 그리고 향로 등을 받쳤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청자기대의 도편만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청자기대는 부안의 유천리 청자가마터에서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강진 사당리 도요지 발굴조사 보고서>를 보면 여기서도 도편들이 보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유천리에서 볼 수 없는 귀면이 장식된 청자기대 도편이 사당리에서 두 점이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는 점이다. 귀면은 기대의 하단부 옆면에 붙어 있는데 부릅뜬 눈과 벌름거리는 코 그리고 입술 밖으로 내민 이빨 등이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귀면 중에서도 다른 것은 생략된 채 안면만이 노출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청자기대편에 대해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은 양식이 비슷한 도편을 한 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자귀면장식기대편은 아래쪽으로 풍열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등 여의두형 다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리 위에는 연판문을 장식하고 있고 위로 올라가며 투각이 있는 원통형의 대가 층을 이루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손상이 있어 원형을 유추해 보기는 쉽지 않다. 귀면은 여의두형 다리와 연판문 장식 경계에 걸쳐 양각으로 조각이 되어 있는데 눈알을 검게 칠해 액센트를 주고 있다. 두드러진 코도 인상적이지만 이 귀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넓게 벌리고 있는 입을 가득 메우고 있는 돋을무늬의 날카로운 이빨이 아닐까 생각된다. 도편은 산화가 심한 편이어서 원래의 색감을 알 수 없지만 언뜻언뜻 내비치는 푸른빛의 유색이며 귀면장식으로 보아 강진 사당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청자기대는 아무래도 독자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그 위에 올려놓는 기물의 모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자기대는 여의두형 다리에 투각이 있는 대가 단을 이루는 등 그 자체로 정성을 들여 만든 고급품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면 그 위에 올려놓기 위한 기물들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것이었을까. 따라서 청자귀면장식기대편을 보고 있노라면 그 위에 올리고자 했었을 기물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화분이었을까 매병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향로였을까. 그 것이 어떤 기물이요 기종이 되었던 범상치 않은 아름다움을 뽐냈을 것이 분명하고 보면 이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황홀해 지는 심사를 금할 수가 없다. 아, 그 아름다움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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